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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윤하정의 공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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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영원한 조력자, 테오 박유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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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이 배우의 공연 일정을 확인하다 보니, 와, 쉬는 날이 없습니다. 뮤지컬 <쓰루 더 도어>와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을 오가며 일주일 내내 대학로를 찾고 있더군요. <쓰루 더 도어>가 12월 31일에 끝나니까 새해에는 좀 여유가 있겠다고요? 기자는 내년 1월 5일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때문에 그를 만나려는 건데요! 이렇게 연말연시를 공연장에서 불태우고 있는 그는 바로 배우 박유덕 씨. 공연을 하는 배우나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나 다른 사람들 쉴 때 일하는 것은 같기에 이왕이면 크리스마스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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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제외하고 매일 공연한 지 3주 정도 됐어요. 이제 슬슬 몸에 한계가 온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쓰루 더 도어>나 <액션스타 이성용>은 유쾌한 작품이잖아요. 새해를 <빈센트 반 고흐>와 시작할 텐데, 아무래도 이 작품은 좀 무겁습니다.


“그렇죠, 이제 죽기 시작해야죠(웃음). 제가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지금은 <쓰루 더 도어>의 레니 영향을 더 받아서 항상 피곤해 하고 있어요(웃음). <빈센트 반 고흐>를 할 때는 테오가 몸이 불편한 설정이라서 몸이 정말 아파요. 평상시에도 팔을 불편하게 하고 있을 정도예요. 음울하지만 다시 행복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야죠.”

 

빈센트 반 고흐야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고 수많은 자료가 있습니다만 그의 동생 테오에 대한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갔나요?


“빈센트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는 책으로 많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건 참고만 하고, 이 공연에서 테오는 작가와 연출, 배우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작가님과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33살, 제 또래지만 그 당시 미술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테오는 저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30대와 그때의 30대, 그들이 갖고 있는 책임감은 많이 다를 거예요. 사실 테오는 저와 많이 달라요. 보통은 연기할 때 제 색깔을 많이 내는 편인데, 테오를 연기할 때는 박유덕의 색을 많이 버리지 않았나 싶어요.”

 

극중 테오가 바라보는 빈센트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형이 무척 걱정돼요. 저의 아버지가 저를 바라보는 입장일 것 같아요. 제가 예고를 가려고 빈센트처럼 아버지와 많이 싸우고 고등학교 때 집을 나가기도 했거든요. 앞날이 불분명하지만 좋아하니까 해야 하는 일이고, 응원해주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고. 그래서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만큼 걱정했을 거예요. 이 형이 상처받지 않을까, 좌절하지 않을까.”

 

한두 해도 아니고, 평생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빈센트를 지지하는 일이 가능했을까요?


“가능했을 거예요. 왜냐면 내 사람이니까. 내 사람이면 무엇을 하든 안아줄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화나고 소리도 치겠지만. 결혼한 지 2년 됐는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형제가 없어서 형제애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어떤 게 서로를 위하는 건지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하다 보니, 반 고흐 형제로 살다 보니 형제애를 알게 되고,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에요. 테오를 만난 뒤에 결혼을 하니까 결혼생활이 이해됐는데, 결혼을 하고 테오를 다시 만나니까 또 테오가 이해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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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에는 초연 때부터 참여하고 있는데, 빈센트를 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처음에는 빈센트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도 테오를 하고 싶었어요. 조력자를 하고 싶었거든요. 작품을 보면 빈센트는 거의 성스루(sung-through)인데, 테오는 아니에요. 연기적으로 채워야만 해서 테오가 빈센트를 지지하듯이 무대 위에서도 상대 배우를 지원하고 싶었어요.”

 

세 배우의 빈센트는 많이 다른가요?


“그렇죠. (김)보강이는 워낙 친하고, 지금 <액션스타 이성용>에서도 상대역을 하고 있어서 정말 편하죠. 뭘 해도 서로 받아줄 수 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초연 때부터 같이 해서 작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고, 바라보는 점도 같아요. 배우로서도, 무대에서 형제로서도. 보강이가 우직한 빈센트라면 (조)형균이는 사춘기 빈센트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 친구의 에너지를 따라가다 보면 조마조마하고, 정말 제가 돌봐줘야 하는 어른이 되는 느낌이죠. 센스가 좋고, 집중도도 좋아서 저도 모르게 흡수가 돼요. (김)경수 형은 20대 초중반의 빈센트라고 할까요? 테오와는 대립되는 경향이 있어서 많이 부딪히죠. 형이 무대에서 그걸 표현하니까 저도 받게 되고요.”

 

1월 초 공연 일정을 보니까 김보강 씨와는 <액션스타 이성용>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이틀 뒤 <빈센트 반 고흐>초연 무대에 서던데요. 헷갈리거나 어떤 장면에서는 기시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을까요(웃음)?


“아마 관객들은 아시겠죠.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김보강과 박유덕이기 때문에, 그리고 습관적인 게 있어서. 오히려 저희는 그런 부분을 더 살려보자, 캐릭터 안에서 용납이 된다면 콜라보를 해보자고 말해요(웃음).”

 

공연장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연말이니까 한 해를 돌아보게 되잖아요. 고등학교 때 집까지 나가며 걸어온 배우의 길, 마음에 드나요?


“그럼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계속 하고 싶으니까요. ‘항상 웃자, 긍정적으로 살자’고 생각하는데, 특히 올해는 많이 웃었던 같아요. 좋은 작품도 많이 만나고, 좋은 동료들도 많이 만나고. 그래서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웃었고, 그걸 관객들께도 많이 전달한 것 같아요. 2015년 할 몫은 다 했다(웃음)!”

 

새해 소망은요?


“2016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어요. 예전에는 ‘더 행복해져서 웃고 싶다, 돈 많이 벌어서 웃고 싶다’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소소하게 이루고 싶은 것들은 다 이룬 것 같아서 이제 웃는 일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작품도 좀 쉬엄쉬엄하면서 그냥 생각 없이 웃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 소소한 즐거움, 사랑, 우정. 박유덕 씨는 올 한 해 이런 단어들을 잘 실현하며 살아온 듯 무척 밝은 모습입니다. 잘 걸어온 2015년이기에 2016년에 대한 기대나 부담도 정돈된 모습이고요. 새해와 함께 문을 여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장소를 옮겨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됩니다. 공연장이 커지는 만큼 배우들에게는 노래를 더 시원하게 부를 수 있어 좋고, 관객들에게는 배우들의 노래와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를 더 크게 감상할 수 있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무엇보다 박유덕 씨를 포함해 지금 다른 무대에서 신나게 달리고 있는 밝은 기운의 배우들이 다시 장난기 쏙 뺀 모습으로 그간의 경험과 느낌을 그러모아 한껏 성숙해진 빈센트와 테오로 선보일 반 고흐 형제의 우애가 기대됩니다. 물론 그들의 노래와 그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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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16년에는 어떤 뮤지컬을 만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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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이 전통문화복합체험공간 ‘한국의 집’ 페이스북 이용자 456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문화공연을 1회 이상 즐긴 응답자는 92%, 1년에 10회 이상 즐긴 사람도 15%로 집계됐다. 자주 접하는 문화공연(중복응답 가능)으로는 73%가 뮤지컬, 65%는 연극, 28%가 클래식 공연이라고 답해 국내 뮤지컬 공연시장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면 새해에는 어떤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까? 주요 공연 제작사들이 발표한 2016년 라인업을 보고 있자니 라이선스에서 창작까지 관객들을 휘어잡을 대작들이 빼곡하다.

 

여성 파워를 보여줘! - 뮤지컬 <맘마미아!> & <위키드> & <아이다> & <보디가드>

 

언젠가부터 TV 예능과 영화는 물론 무대까지 편중된 남성 파워. 그래서일까? 여성 중심의 작품이 공연되면 기사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다행히도 2016년에는 여배우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먼저 2013년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를 여는 <맘마미아!>가 2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최정원, 신영숙, 전수경, 홍지민 등 베테랑 여배우들은 물론 소녀시대 서현이 가세해 아바의 히트곡으로 잘 버무려진 재미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볼거리 많은 뮤지컬 <위키드>는 5월 대구에서 포문을 연 뒤 7월 서울 공연을 예고했다. 마녀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유독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이번 시즌에는 누가 엘파바와 글린다로 캐스팅될지 기대된다. 11월에는 여성 타이틀 롤의 대표작 <아이다>가 오랜만에 공연을 앞두고 있고, 12월에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지난 201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보디가드>가 국내 첫 선을 예고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빼어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떤 배우가 주인공을 따낼지 주목된다. 

 

오래 기다렸다! -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 <벤허> & <페스트>

 

2016년에 첫 선을 보일 창작뮤지컬들은 규모부터 다르다. 제작비에서 제작진, 제작기간, 내용까지 어마어마한 창작 같지 않은 창작 작품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첫 타자는 3월에 공연될 <마타하리>. EMK 뮤지컬컴퍼니가 제작비 250억 원을 들여 처음으로 도전한 창작뮤지컬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로 활약했던 여성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프랭크 와일드혼 등 유명 창작진과 옥주현, 류정한, 엄기준 등 인기 배우들이 총동원됐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페스트>는 드디어 7월 공연을 확정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다름 아닌 서태지의 음악을 넘버로 사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5년의 준비기간이 어떤 무대를 만들어낼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프랑켄슈타인>으로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을 선보인 충무아트홀은 또 다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과 손잡고 8월 <벤허>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영화 속 명장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다시 한 번 축배를 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아직 못 봤다면 챙겨 보자! - 뮤지컬 <드라큘라>& <킹키부츠> & <팬텀> & <몬테크리스토>

 

이른바 한국화를 거친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은 국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16년에도 안정적인 라이선스 작품들이 잇달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아직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은 이번 기회에, 이미 봤던 관객들은 새로운 배우들이 전하는 또 다른 매력의 무대를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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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드라큘라>는 1월 단 2주간의 무대를 마련하다. 이번에는 김준수 드라큘라를 볼 수 있을까? 출연작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준수는 지난 1차 티켓 오픈 때도 출연하는 11회차, 총 3만2천 좌석을 10분 만에 팔아치웠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오는 6월, 국내 초연 9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이번 시즌에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손을 거쳐, 다음 시즌에는 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사업부문 박용호 대표가 자신 만의 제작팀을 꾸려 또 다른 색깔의 <스위니 토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지난 2014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국내 공연을 선보였던 <킹키부츠>는 오는 9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재미난 스토리 라인과 신디로퍼의 감각적인 음악으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대극장에 옮긴 화제작. 특히 출연 배우들이 전원 착용하는 80cm의 아찔한 킹키부츠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지난해 국내 초연에 성공한 뮤지컬 <팬텀>과 3년 만에 공연되는 <몬테크리스토>는 11월부터 나란히 연말 무대를 책임질 예정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창작뮤지컬 으로 만나는 반가운 배우 홍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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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도달하는 지점은 같을 겁니다. 바로 ‘죽음’이죠. 살다보면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일 텐데, 정작 인생의 끝자락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대부분 꺼려합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행복하게 죽자’며 세 노인의 자살 여행기를 다룬 작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창작산실 시범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웰다잉>인데요. 무대에 오르는 새로운 작품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관객이라면 아마도 이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우선 제목만큼이나 신선한 소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테고, 게다가 뮤지컬 <빨래>로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담아냈던 추민주 연출이라니 어떤 확신까지 생겼겠죠. 기자는 여기에 하나 더, 바로 이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훤칠한 키에 세련된 외모로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배우 홍희원 씨가 이 자살 여행기에 동참했거든요. 그러니까 노인 역으로 말이죠. 괜히 반가운 마음에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홍희원 씨를 직접 만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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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물은 연기할 때 스스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웃음). 이 작품은 대본을 받았을 때 죽음이라는 소재가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고, 노인 역할이라 더 욕심을 냈던 것 같습니다.” 

 

노인 연기가 쉽지 않죠? 할아버지 치고는 너무 건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이런 할아버지도 주변에 있을 법 하죠(웃음). 일단 수염을 기르고 전체적으로는 분장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구파발’이라는 인물은 궁핍하고,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인물인데, 연출님이 무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구부러진 몸이나 앉고 서는 모습, 손동작만으로도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그 모습을 만들다 보니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깨가 결리고 무릎이 상당히 아프더라고요. 파스를 붙이고 잡니다(웃음).”

 

이제 노인이 된 초등학교 동창생, 신대방, 남태령, 구파발이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동반 자살여행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웰다잉’이라는 제목에 주제가 담겨 있기는 합니다만 무대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계신가요?


“언젠가부터 웰빙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듯이 잘 살기 위해서는 잘 죽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육체적인 죽음을, 누군가는 정신적인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그런 죽음을 맞이할 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일 거예요. 또 미래에 죽음을 맞이할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가깝게는 부모님 모습도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일상에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것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맑은 날씨나 상쾌한 공기에 대한 소중함 같은 거요.”

 

창작 초연인데, 담아내고자 했던 것들이 무대 위에서 잘 구현되고 있나요?


“사실 좀 무거운 소재이긴 한데 코믹한 요소를 넣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죠. 커튼콜 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저희와 공감하고 있다, 감동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들도 작품 준비하면서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올해 결혼 3년차고 한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공연을 끝내고 집에 가면 저도 모르게 아내나 아이에게 더 잘해주는 것 같아요. 한 번 더 안아주거나 한 번 더 눈길을 주거나.”

 

신대방, 남태령, 구파발...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 지하철 역명입니다.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요.


“이건 작가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극중에서 우리 인생이 지하철의 순환선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래서 그런 이름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맡은 ‘구파발’은... 구파발이라고 하면 단어가 주는 어감이 제가 그렇게 불리고 각인시켜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힘들고 고통이나 고뇌 같은 게 느껴져요.”

 

극중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지하철 갈아타야 할 때 잘못 타거나 헤매는 것처럼 살면서도 그럴 때가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신중하기 때문에 후회할 행동은 잘 안하는 편이에요. 그런 행동을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뒤끝이 없어서 금방 잊어버리고요. 단순한 건가요(웃음)? 그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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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형 라이선스 작품보다는 창작 위주로 참여하셨는데, 배우로서 좋은 자질을 많이 갖추신 만큼 관객 입장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인생의 순환선에서 기회가 잘 따라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나름의 가치관과 소신을 갖고 저에게 더 다가오고 제가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른 것 같아요. 물론 라이선스 작품들도 오디션을 안 본 건 아니에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좋은 작품은 하고 싶죠. 그런데 창작은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입히고 살 찌워서 한 아이로 키우는 과정 같아요. 초연은 더더욱 그렇고요. 대본을 받았을 때 나로 출발해서 이 인물이 만들어지는 즐거움이 있고, 무대에서 공연됐을 때 더 큰 뿌듯함이 있고, 애정이 남달라지죠. 그 맛에 창작 공연에 더 발을 들이지 않나 싶어요.”

 

기자가 무대 위에서 홍희원 씨를 처음 뵌 것도 7~8년 전인데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웰다잉>에서 노인 역할도 또 다른 도전이지만,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너무 바르게 생겼다, 너무 번듯하고 착하게 보인다... 이미지 때문에 안 된 작품들도 많아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도 싶고, 지금까지 야비하거나 악한 역할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누가 봐도 죽일 놈’ 그런 역은 해보고 싶어요. 어디까지 야비해질 수 있는지(웃음). 제가 가진 이미지를 뛰어넘는 건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죠. 그래야 더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 설 수 있으니까요.”

 

새해 시작과 함께 새로운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계신데, 배우로서 또는 개인적으로 한 해 계획이나 소망이 있다면요?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이 끊기거나 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동요되지 않고 모두와의 사랑 안에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웰다잉>이 롱런할 수 있도록 관객들이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고요.”

 

바르고 착해 보인다는 이미지 대로 홍희원 씨는 점잖고 정돈된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격은 밝고 쾌활하다며 카페를 나서면서는 반갑게 악수를 청해왔습니다. 앗,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 예전에 분명히 눈에 띄었던 배우, 하지만 살짝 잊고 지낸 배우. 그래서 <웰다잉>으로 다시 만난 홍희원 씨가 궁금했는데, 그를 제대로 알려면 인터뷰가 아니라 그가 출연한 무대를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오랫동안 인터뷰를 해왔지만 배우와 악수를 해보기는 처음이네요. 이번에 노인 역을 잘 소화해내셨으니, 언젠가 악역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 때는 기자가 먼저 악수를 청해보죠. 뮤지컬 <웰다잉>은 비교적 순조로운 초연 무대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이가 쉽게 성장하지 않듯 다듬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 진정한 ‘웰다잉’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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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으로 대학로 돌아온 노신사 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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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는 오승근 씨의 ‘내 나이가 어때서’가 인기더니 요즘은 이애란 씨의 ‘백세인생’이 화제라고 하죠? 노래야 재밌게 듣지만,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디 그렇습니까? 어린아이 못지않게 조마조마하고 불안불안하죠. 그런데 이런 마음이 ‘젊음’의 오만은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70대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공연을 볼 때인데요. 특히 쉬어가는 시간도, 편집도, 연기 외에 특별히 도움 받을 것도 없는 연극에서 주인공으로 두 시간의 무대를 짱짱하게 이끌어가는 그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오늘의 주인공도 2인극 <수상한 수업>으로 대학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관록의 배우 박웅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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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는 연극 무대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어느 작품이나 힘든 건 있지만 그래도 숨 쉴 틈이라고 있는데, 연극은 태생적으로, 숙명적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무대에 서고 연극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확인해 볼 수 있죠.”

 

기자가 박웅 씨를 만난 것은 토요일 저녁 8시. 공연은 5시에 끝났는데 그 시각까지 공연장에 계셨다고 합니다. 전날은 취재를 위한 전막 시연까지 2회 공연이 있었으니 보통 빡빡한 일정이 아닙니다.


“상대역이 더블 캐스팅이라서 맞춰보느라, 조금 피곤하기는 하네요(웃음).”

 

상대역인 ‘유진원’에는 김재만 씨와 박웅 씨의 아들인 박준 씨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재만이라는 친구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기자라서 연습기간에 일본에서 일이 있었어요. 저 혼자 연습을 못하니까 상대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얘기가 됐고, 제 둘째 아이가 연기생활을 하고 있어서 ‘아버지와 같이 하겠느냐’고 먼저 물었죠. 그런데 아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게 꽤 부담스럽네요. 괜히 신경 쓰이더라고요, 우리 애도 마찬가지일 테고. 앞으로는 같이 안 하는 게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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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한 달 이상 이어지는데, 노교수 역은 박웅 씨가 도맡았습니다. 2인극이 1인극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체력적으로도 힘드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맞습니다, 2인극이 가장 힘들죠. 1인극은 자기가 알아서 포즈를 둬도 되는데 이건 상대와 맞춰야 해서 상당히 힘듭니다. 저는 더블 캐스팅으로는 연극을 거의 해보지 않았어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별로 안 좋더라고요.”

 

연극 <수상한 수업>은 지난 2014년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번에 <박웅의 수상한 수업>으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무대 장치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같은 소극장이지만 무대 조건이 달라요. 예술의 전당은 공연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지만, 대학로의 경우는 극장용으로 지은 건물보다는 있던 건물에 극장이 들어간 경우가 많죠.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인데, 이 공연장은 최근에 지어서 꽤 높은 데도 예술의 전당에서 사용했던 무대 장치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어요.”

 

작품은 쉽지 않습니다. 과거 판사로 일했던 노신사가 별 볼일 없는 조연출 유진원에게 5천만 원이 든 돈 가방을 들고 와 연기수업을 제안하죠. 두 사람은 무인 등대섬에서 49일간의 연기수업에 들어가고, 놀라운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어쨌든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할 작품입니다.


“그럴 겁니다. 저희도 좀 어려운데, 이야기가 비약적으로 흘러가다 보니까 관객들이 따라오기는 좀 힘들죠. 연극은 많은 부분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작가가 던져놓고 관객들이 생각하도록.”

 

형식은 반전 스릴러인데, 내용은 부성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성애마저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규정하기 힘듭니다.


“오은희 작가는 노교수를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그렸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연민이 생기는 거죠. 배우로서 그런 연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정황상 대사를 하다 보면 그래요. 배우 입장으로 보면 노교수는 마지막에 토로하는 건데, 그렇다고 완전히 용서하는 것도 아니에요.”

 

TV 드라마로 익숙한 박웅 씨는 1963년 동아방송 1기 성우로 연기를 시작해 극단 자유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박웅의 수상한 수업>은 그가 지금까지 소속돼 있는 극단 자유의 창단 50주년을 자축하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배우로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현장에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예요. 현장에서 알게 되고 배우는 거죠. 극단 자유는 1966년에 창단했으니까 올해가 꼭 50주년이에요. 저보다 극단 자유의 50년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학로에서 <그 여자 사람잡네>라는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 작품 때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어요. 올해 2~3개 작품을 더 한다고 하니까 기회가 되면 그때 함께 해야죠.”

 

한국연극협회,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박웅 씨는 대학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대학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로를 문화지역으로 가꿔 나가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힘이 부족해서 큰일은 못했어요. 대학로는 문화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항상 주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화와 상인들의 생업이 공존하는 곳이라 어찌 보면 주인 없는 곳 같아요. 잘못된 걸 수정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없고, 연극인들은 한두 달 연극하면 떠나버리니까 책임감 있게 관여할 수가 없죠. 그래서 이 지역 사람과 예술인들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요. 문화지구로 지정만 됐지 후속 조처는 미흡하거든요.”

 

참 힘들지만 신기하게도 대학로에서 사라지지 않는 연극. 박웅 씨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계실 텐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보러 오는 분들은 없죠(웃음). 무대 위 이야기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고,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서 여전히 관심을 갖고, 또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특히 기초 예술에 대한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확산되면 그 힘을 가지고 또 다른 문화가 파생되고, 재창출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저는 일단 이 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얘깃거리들을 만들어서 무대 위에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주말 저녁이라 젊은이들로 더욱 붐비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 소란함 속에서, 무엇보다 무리한 일정으로 누적됐을 피곤함 속에서도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말씀을 이어가는 노신사 박웅 씨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아내 장미자 씨와 아들 박준 씨도 카페로 들어서는데, 모두 배우이니 이 가족에게는 ‘무대’라는, ‘연기’라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족이면서 동료이기도 하고요. 50여 년을 배우라는 한 길을 걸어온 박웅 씨의 관록 있는 연기, <박웅의 수상한 수업>에서 제대로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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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의 순수덩어리 배우 강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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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는 참 오랜만에 만납니다. 기자가 장기간 유럽 공연여행을 다녀오느라 그의 무대를 꽤 놓치기도 했고, 요즘은 한 배역에 서너 명의 배우들이 캐스팅되다 보니 인터뷰 기회도 여의치 않았고요. 그래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무대에 오른다고 했을 때 캐스팅을 확인하고서는 처음부터 그를 인터뷰하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꿈과 사랑은 어떻게 됐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거든요. 덕분에 공연이 끝난 뒤 백암아트홀 인근 카페에서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배우 강필석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떤 류의 징크스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오늘도 약속시간보다 늦는군요.

 

“아, 기억나요! 제가 그때 엄청난 일을 저질렀잖아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정말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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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석 씨에게도 그 일은 강렬했는지, 기자의 이름은 잊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은 기억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7년여 전, 토요일 정오에 약속된 인터뷰에 강필석 씨가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나타난 것이죠. 당시 기자가 얼마나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저더러 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군요(웃음).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공연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으니 자리를 잡았겠지만, 요즘 강필석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공연에 2월부터 시작될 뮤지컬 <아랑가> 연습, 거기에 1월 31일과 2월 1일 열리는 데뷔 12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까지 준비하느라 말이죠.


“솔직히 체력이 달리고 있어요(웃음). 단독 콘서트 같은 경우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렇잖아요, 제가 가수도 아니고, 뭘 믿고 하나... 재작년부터 얘기는 있었는데,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예전에 강신일 선생님이 연극 콘서트를 하셨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저도 그런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에서 제가 부른 노래, 또 다른 배역의 노래들, SNS로도 노래 신청을 받았어요. 뮤지컬 넘버부터 가요, 제가 좋아하는 제3세계 음악까지 게스트와 함께 전해드리려고 해요. 재미있고 편안하게 꾸며가려고 합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토마스로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울린다’와 ‘의외다’라는 생각이 반반이었습니다. 배역은 직접 선택하셨나요?


“사실 대본을 보지 못한 상태라서 어떤 구조의 작품인지는 잘 몰랐어요. 토마스로 제안이 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열려 있는 상황이었죠. 드라마 상으로는 앨빈이 훨씬 매력적이었지만, 음악을 듣고는 토마스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앨빈 할 걸 그랬다 싶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토마스와 비슷한 캐릭터를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맥이 안 잡히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야 하고, 해설자 역할까지 하잖아요. 초연부터 하고 있는 (이)석준이 형, 지난 시즌부터 참여한 (고)영빈이 형을 저희가 ‘장인’이라고 부르는데, 두 분 보면서 배운 게 많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앨빈과 토마스.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난 토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상살이에 물들어가지만, 고향에서 아버지의 책방을 이어받은 앨빈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자칫 토마스는 사회화된 인물, 앨빈은 순수한 인물로 그려질 수 있는데, 토마스가 보는 앨빈은 어떤 모습인가요?


“배우마다 관점이 조금 달라요. 홍우진 배우는 어린 시절이 계속 남아 있어서 제가 들여다보는 느낌인데, 석준이 형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는 토마스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서 온 느낌이죠. 토마스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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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작품을 볼 때는 못 느꼈는데, 문득 내가 토마스라면 앨빈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죄책감을 느끼게도 하고요.


“그렇죠, 부담스럽죠. 이 작품 준비하면서 재밌는 경험을 했는데, 고등학교 때 호주로 이민 갔던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다르더라고요. 그 친구가 흥분하면서 말하는 걸 저는 기억하지 못하고, 제 기억에 있는 얘기는 그 친구가 모르고. 외국에 있다 와서 그런지 고등학교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제가 장단을 못 맞추겠더라고요. 이 작품과 비슷한 거예요. 토마스가 과연 다 기억할까? 어떤 것들은 기억이 안 날 거예요. 토마스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인 거죠. 저도 대학 입학 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싸운 적이 있어요. 저희는 과제가 많아서 대학 밖으로 잘 나가지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섭섭해서 6개월 동안 연락을 안 했어요. 토마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고향에 점점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을 텐데, 앨빈은 왜 안 오느냐고. 그러니까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나중에는 그게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실제로는 토마스처럼 민첩하고 스마트하게 움직이는 편인가요? 아니면 앨빈에 가깝나요?


“민첩하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약속에 한 시간이나 늦었잖아요(웃음). 사실 배우들은 앨빈 쪽에 가깝죠. 현실 감각이 많이 떨어지고, 현실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걸 두 번째로 생각하는 거죠. 저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뮤지컬을 이제 시작하겠다고 공부하고 있는데, ‘너 이제 서른여덟 살이야, 무슨 뮤지컬을 이제 시작해. 늦었어!’라고 놀렸어요.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힘들죠. 너무나 힘들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응원해 줄게,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라고 말했어요.”

 

앨빈 같은 친구는 있나요?


“완벽하게 앨빈 같은 친구는 없지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친구는 있죠. 앨빈과 비슷한 형이 있는데, 무척 순수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답답하기도 하죠. 제가 한참 배우하기 힘들었을 때 만나서는 불평불만만 얘기했나 봐요. 형이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필석아, 너는 내가 아는 배우 중에 가장 훌륭하다. 네가 정말 잘 될 거라 생각했고, 지금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울더라고요. 그 순간 나도 심장이 내려앉으면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요. ‘아, 모든 문제는 나한테 있구나!’ 저한테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순간이에요.”

 

7년여 전에 만났을 때 꿈과 사랑에 대해 꽤 많은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덧 30대 끝자락입니다. 그 꿈과 사랑은 어떻게 됐나요?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겠죠. 그런데 똑같아요. 어렸을 때는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고, 꿈이라는 게 계속 생각하면서 그 방향으로 가는 거잖아요.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이뤄가는 거죠. 그런 게 없을 때 재미가 없는 거고. 사랑은 망했어요(웃음). 사람들이 연애 안 하느냐고 물으면 ‘물어보지 마,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말해요. 약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일까봐 무섭긴 해요. 그렇게 문제 있는 사람은 아닌데, ‘저 인간 왜 이렇게 연애를 못하지?’라고 생각할까봐(웃음). ‘더 늦기 전에’라는 생각이 가끔 숨통을 조여오기도 하고요.”

 

데뷔 12년, 서른아홉 살. 배우로서는 중요한 지점일 것 같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이제 떠나보내야 할 테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야 할 테고요.


“맞아요, 작년에 <레드>에서 켄을 다시 얘기하는데, 못하겠더라고요. 이제 욕먹죠(웃음).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도 그렇고. 그 공연은 막공 커튼콜 때 무대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무척 좋아했던 캐릭터들을 이제 보내야 하는데, 또 새로운 캐릭터들이 오겠죠. 무서운 건 12년차가 되니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못 듣고 내 의견만 고집하게 될까봐. 제 색깔이 강해지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경계하는데 주의해야죠.”

 

그러게요, 벌써 12년차네요. 기자와 배우는 녹음기를 끄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좀 더 나눴습니다. 참 오랜만인데 변함없이 강필석 씨는 공연을 하고, 기자는 공연을 취재하고 있군요. 그리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은 꿈과 사랑을 얘기하고 있고요. 그래서일까요? 토마스와 인터뷰 중인데, 느낌은 고향에 있는 앨빈과 얘기를 나눈 기분이었습니다. 이 배우, 하나도 안 변했네요. 아니, 공연 마지막에 앨빈의 송덕문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토마스처럼 열심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앨빈처럼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까요? 여러분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찾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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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뮤지컬 를 본 자와 안 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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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1월 23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2년 만에 마련된 무대. 하지만 단 2주 공연인 데다 3천여 석에 달하는 객석이 일찌감치 매진돼 오랫동안 이 무대를 기다려온 팬이라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물론 이 사태의 주범은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 씨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데스노트>에서는 총 57회 차, 약 9만3천 석을 매진으로 몰아가더니, 이번 <드라큘라>역시 그가 출연하는 공연은 개막 전 티켓 오픈 10분 만에 11회 차 약 3만2천 석을 모두 팔아치웠다. 김준수의 티켓 파워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드라큘라>공연을 관람하지 못해 애가 탄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김준수 씨의 무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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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 치사해! 김준수 공연은 꼭 데려가 달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혼자 보고 말이야.
 
봤지! : 나도 사정사정해서 봤거든? 주말 저녁에 혼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갔다고.
 
봤어? : 그래서 ‘샤큘’은 어땠어? 끝내주지?
 
봤지! : 보도 자료에도 ‘샤큘’이라고 적혀 있던데, 왜 그렇게 불러?
 
봤어? : 동방신기 때 시아준수라고 불렀잖아. ‘시아’를 ‘샤’로 줄여서 ‘샤라큘라’, 여기서 또 줄여서 ‘샤큘’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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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 오, 김준수 팬이었어? 김준수 씨 나오는 공연이 왜 그렇게 인기야? 공연이 이어지는 3시간 동안 ‘무대 반, 관객 반’ 본 것 같아.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었거든. 공연이라는 게 장르마다 객석의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대중가요 콘서트가 아닌 이상 제 아무리 인기 많은 뮤지컬이라도 이런 형태의 객석 반응은 나올 수가 없는데, 이건 마치 축구장의 함성 같다고 할까? 음향 시설도 좋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천상의 울림을 듣는 것 같았다니까. 
 
봤어? : 그 정도였어? 가수, 특히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 가면 새로 유입된 팬들을 볼 수 있지. 기존 뮤지컬 관객이라기보다는 그 가수의 팬들이 많기 때문에 객석 분위기가 다른 건 확실해. 김준수는 이미 팬덤이 확실한 가수인 데다 가수로서의 인기를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런 함성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 사실 뮤지컬에서 그런 음색은 들어볼 수가 없잖아, 얼마나 독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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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 난 좀 불안불안하던데. 첫공을 봤는데 너무 허스키하니까 저렇게 막공까지 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
 
봤어? : 그렇게 그대로 막공까지 가(웃음). 그 음색이 김준수의 매력 아니겠어?


봤지! : 하지만 너무 쉰 목소리가 나는 데다 바이브레이션도 크니까 보는 나도 좀 힘들어지더라고. 러닝 타임이 3시간이잖아. 특히 성악을 전공한 임혜영 씨(미나 역)와의 듀엣은 확실히 부자연스러웠어. 뮤지컬에서 노래는 대사잖아. 각 장르마다 창법이라는 게 있는 건 그 무대를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뮤지컬 무대에서 김준수의 창법은 독특하기는 하지만 최적화되지는 않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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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 그럼 김준수가 창법을 바꿔야 해?
 
봤지! : 아니, 그럼 재미가 없을 것 같아(웃음). 요즘은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니 배우마다 확실히 색깔이 다른 것도 묘미겠지. 게다가 김준수의 창법이나 음색이 흡입력은 강한 것 같아. 묘한 중독성도 있고. ‘Fresh Blood’부터 ‘Loving You Keeps Me Alive’까지 자꾸 찾아들으면서 따라하고 있다니까. 특히 이 작품이 결국은 드라큘라의 시간을 거스른 러브스토리잖아. 400년간 한 여자만 사랑한다는데, 김준수의 음색이 광기어리면서도 더 애절하게 와 닿는 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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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 섹시하게 들리기도 하지. 사실 드라큘라는 대대로 섹시함의 대명사잖아? 이 작품은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인데, 2006년에 체코에서 만들어진<드라큘라>가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있어. 그때 드라큘라가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이었다고. 강하고 남성적인, 전형적인 비주얼의 드라큘라라고 할까? 김준수와 더블 캐스팅된 박은석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다소 선이 가는 김준수가 드라큘라와 어울리는 건 음색의 섹시함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머리까지 빨간 색으로 염색하니까 더 섹시하더라고(웃음).


봤지! : 관객들이 다 지금 너 같더라. 섹시한 뱀파이어에게 유혹당해 금방이라도 목덜미를 바칠 것처럼 넋 나간 표정으로 김준수를 바라보더라고(웃음). 나도 김준수의 무대가 계속 궁금한 건 사실이야. 그래도 완급조절은 했으면 좋겠어. 뮤지컬 넘버는 멜로디 라인이 가요와는 다르잖아.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이라서 더 그런가. 김준수의 허스키한 음색과 바이브레이션이 자칫 도를 넘으면 트로트처럼 들릴 수 있겠더라고. 특히 듀엣 곡에서는 개성보다는 또 다른 ‘하모니’를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앞으로 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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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 그래, 김준수도 음색과 창법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잖아. 이제 뮤지컬배우 6년차니까 완성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 아니겠어? 다음 작품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해 보자고.
 
봤지! : 물론이야. 어쨌든 지금 뮤지컬시장의 대세남은 김준수니까! 그나저나 상대역이었던 임혜영 씨가 부럽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들의 상대역은 다 그녀가 하고 있어. 다음에는 임혜영 씨를 인터뷰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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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민진에게 ‘취미의 방’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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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2015취미의방_설명중인 도이(좌부터 송유현,주민진,유태웅).jpg

 

밤마다 수많은 공연장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학로의 평일 오전 모습은 어떨까요? 일단 1, 2층을 함께 사용하는 이 카페는 오전 11시에도 텅 빈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시나 오전보다는 밤 시간에 익숙한 남녀가 취미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그야말로 어색한 모습이군요. 추운 바깥 날씨와의 온도 차 때문에 자꾸 콧물을 닦아야했고, 낯선 환경에 대한 방어기제가 비슷했는지 괜스레 많이 웃었거든요. 오전 시간이 낯선 그 남녀는 바로 밤 시간 무대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 주민진 씨와 같은 시간 객석에서 그 에너지를 받아내는 기자입니다. 배우와 기자의 에너지가 응집되지 못한 시각 텅 빈 카페에서 멋쩍게 취미 얘기를 하는 이유는 주민진 씨가 극작가 코사와 료타의 연극 <취미의 방>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행을 좋아하는데, 다음 주에 예정된 일정이 취소돼서 사흘 정도 제주도로 등산을 다녀올까 싶어요.”

 

2015년에는 정말 여행 할 시간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쉬지 않고 무대에 서 왔는데, 새해에도 시작과 함께 연극 <취미의 방>과 <올모스트 메인>에 나란히 참여하고 계시네요. 아마 작품 때문에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봤을 텐데, 취미가 뭔가요?


“생긴 것과 다르게 기타 치고, 책 읽는 걸 좋아해요(웃음). 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인문학 책을 보면 거기에서 소개해 주는 또 다른 책이 있잖아요. 그럼 그걸 타고 넘어가요. 그렇게 연결되는 책이 많죠. 베스트셀러는 잘 안 읽게 되는데, 최근에 지인이 알려준 ‘미움 받을 용기’는 충격이었어요. 스스로 고정관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유교사상이나 프로이트 심리학에 기반을 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떤 걸까요?


“제가 지금 하는 행동들은 과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핑계를 대기 위해 과거를 들추는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나도 과거에 연연하고, 지금의 핑계를 과거에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기변환_2015취미의방_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보여주는 도이(좌부터 맹상열-송유현-주민진-유태웅-정희태).jpg

 

초등학교 때 ‘이야기 속으로’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배우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아는데요. 그럼 주민진 씨의 지금은 분명히 과거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그렇죠, 그래서 지금 인터뷰도 하고 있고요(웃음). 그런데 그 책은 저의 성격이나 고집 같은 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뒤통수를 심하게 맞은 기분이어서 자리에서 쭉 읽고 2~3번을 더 읽었어요.”

 

관객들은 연극 <취미의 방>을 보고 비슷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웃음). 도대체 어디까지 연기고 어디부터가 애드리브인지, 공연 좀 봤다는 관객들도 예상하기 힘든 무대인데요.


“맞아요, 극중극이라서 서로들 잘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선배님들이 워낙 노련하셔서 그날 삐걱거리는 게 있으면 애드리브가 윤활유처럼 들어가기도 하고요. 특히 김늘메 선배님이 항상 재미있는 애드리브를 던져서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하시죠. 애드리브도 무척 진지하게 하시는데 한번은 너무 웃겨서 저도 모르게 0.5초 정도 관객으로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공연에서는 애드리브도 약속돼 있다고 하잖아요.


“제 소견으로는 두 가지의 애드리브가 있다고 생각해요. 발견된 애드리브가 있고 발명된 애드리비가 있는데, 발견된 애드리브는 대본에서 충분히 발견돼 누구나 그 애드리브를 인정할 수 있는 반면, 발명된 건 그 순간 기분에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애드리브라서 효과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분위기를 망칠 때가 많아요. 선배님들 같은 경우는 대본 숙지나 분석이 잘 돼 있으니까 애드리브를 던지셔도 그 인물이나 상황과 딱 맞아서 잘 넘어가고 재밌는 거죠. 저도 당황할 때가 많지만 튀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요.”

 

<취미의 방>은 냉장고에 자물쇠를 결어두고 특이한 재료로 요리하는 걸 즐기는 내과의사 아마노, 오로지 건담으로 인생을 풀어가는 정신과 의사 카네다, 목장갑을 끼고 추리소설을 읽는 자동차 세일즈맨 미즈사와, 그리고 취미를 찾아 심하게 방황 중인 화장품 회사 직원 도이가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 중에서도 도이는 캐릭터 잡기가 애매할 수 있는 인물인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걸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연기와 실제를 넘나들어야 하니까, 사실상 세 인물이잖아요. 주민진이 있고, 주민진이 만들어내는 도이가 있고, 도이가 연기하는 도이가 있죠. 그 계산을 감히 하려고 하니 어렵더라고요. 선배님들과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인데, 암묵적인 작전 지점이 있지만 관객 분들에게 티가 나면 안 되니까요. 반면에 이번에는 캐릭터 잡을 생각은 안 했어요. 무척 순수하고 뭔가 열심히 하고 싶은 아이가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집중하다 보니까 지금 도이의 캐릭터가 잡힌 것 같아요.”

 

크기변환_2015취미의방_어린시절을 추억하며 다같이 퍼즐을 맞추고 있다(좌측부터 맹상열-송유현-주민진-유태웅-정희태).jpg

 

어떻게 보면 아지트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잖아요. 그런데 주민진 씨에게는 박해수, 임철수, 이준혁, 신성민, 최성원 배우와 함께 하는 배우집단 ‘하고싶다’가 그런 모임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죠. 벌써 2년이 넘었는데, 며칠 전에는 MT도 다녀왔어요(웃음). 초반에는 제가 반강제적으로 밀어붙였어요. 당연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매주 수요일에는 아파도, 일이 있어도 모여야 한다고. 6개월 정도 그렇게 했더니 그때부터는 다들 수요일 저녁은 스케줄을 비우더라고요. 책으로 공부하기도 하고, 같이 한 작품에서 궁금하거나 안 풀리는 걸 얘기하고,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찾고요.”

 

동료들을 만나면 그냥 놀기 쉬운데, 2년이 지난 지금 그 ‘취미의 방’은 배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보통 3시간 가까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1시간30분 정도는 놀아요.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얘기하죠. 그런데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영향이 크더라고요. 외부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생각에 극단적으로 ‘배우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럴 때 꾸준히 만나면서 서로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니까 많은 힘이 돼요. 사실 작품을 많이 해도 그렇게 속 깊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크기변환_2015취미의방_프로필_주민진.jpg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최성원 씨 친구로 출연하셨던데요. 아직 기획사에 소속되지는 않은 것으로 아는데, 매체 출연도 계획하고 있나요?


“그때 촬영 끝나고 같이 걷는데, 사람들이 성원이를 너무 많이 알아보셔서 길을 못 걸을 정도였어요.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제가 좀 더 어렸으면 샘이 날 수도 있는데 그냥 좋더라고요. 먼 미래를 잘 생각하지 못하는 편인데, 배우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좀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순간을 즐기지 않으면 모든 게 지겨워지고 무료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소속사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공연을 열심히 해내다 보면 30대 중후반에 좋은 회사를 만나서 다른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겠죠.” 

 

무대에서 10년, 30대 초반. 이 즈음 남자 배우들이 고민을 많이 하던데요.


“배우집단 ‘하고싶다’가 없었다면 그랬을 거예요. 다들 순수해요, 순진하지는 않은데(웃음). 그래서 함께 연기 얘기 하다 보면 연기를 몰랐을 때 감정들이 올라오고, 이걸 왜 시작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거든요. 사실 연습실에 나가고 공연하고, 이런 일상이 몇 년 만에도  무료해질 수 있는데 언제나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주죠. 내가 하는 작품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배우 생활을 하는 데 무척 큰 도움이 돼요.”

 

2016년도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고, 꾸준히 배우로서 고민하고 공부하며 지금까지 오셨잖아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 하고 싶나요?


“계속 다른 걸 시도해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모르게 ‘이 상황은 이렇게 하면 되고 이런 대본은 이렇게 풀어 가면 된다’고 공식을 내리게 되는데, 그게 많아지고 무뎌지면 소위 말하는 막힌 사람이 되겠죠. 그런 게 안 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걸 있는 그대로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변화를 즐기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크기변환_2015취미의방_컨셉_주민진.jpg

 

연극 <취미의 방>을 보고 나면 한바탕 충격적인 재미가 휩쓸고 간 뒤 취미가 있고, 취미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취미를 마음껏 누릴 공간이 있다는 게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런 점에서 좋아하는 일을 향해 지금껏 달려왔고, 그 다짐과 방황의 시간을 나눌 친구들이 여전히 함께 하는 주민진 씨는 이미 많은 부러움을 받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안정을 느낄 때 가능한 거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취미의 방’은 새로움을 꿈꿀 수 있는 아지트일 테고요. 연극 <취미의 방>과 <올모스트 메인>이 막을 내리는 이른 봄, 멀리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민진 씨. 그 취미는 그에게 또 어떤 새로움을 선사할지 궁금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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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만나는 햇빛 가득한 인상주의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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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국내 전시의 키워드는 ‘인상주의’가 아닐까 한다. 르누아르, 모네, 반 고흐, 고갱, 시냐크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서울 도심의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예술운동의 한 갈래. 미술사에서는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고 태양 광선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대상의 순간적인 색채, 화가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화폭에 담으려는 사조를 일컫는다. 풍성한 빛과 색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풍이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데, 요즘 인상주의 미술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럽에서 어렵게 날아온 원화도 있고, 국내에서 제작된 미디어아트 작품도 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제작진의 자부심도,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양하더라. 그들과 나눈 대화를 각색해서 이들 전시회의 특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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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 : 요즘 인상주의 미술 전시회가 풍성하군. 인상주의 작품에는 ‘빛의 회화’라는 수식어가 붙잖아. 화사한 빛과 색이 가득해서인지 눈이 아주 호강하는 기분이야. 예전에는 공연이든 전시든 해외 유명 작품을 보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국내로 찾아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니까.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 하지만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는 한 곳뿐이지.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는 독일 쾰른에 있는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그러니까 원화를 전시하고 있다고. 특히 수많은 인상주의 작품 중에서도 ‘풍경’을 소재로 인상파 화가 30명의 풍경화 70여 점을 시대순으로 전시해서 인상주의 흐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했어.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의 특성은 물론이고, 한 작가의 작품도 시대에 따라 화풍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서 볼 수 있지.

 

모네, 빛을 그리다 : ‘인상주의’라는 말은 클로드 모네에서 출발하잖아. 1874년 개최된 전시회에 모네의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가 출품됐는데, 당시 비평가 루이 르루아가 즉흥적인 인상의 단편적인 묘사에만 그쳤다며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란 제목으로 평론을 썼는데, 이를 계기로 ‘인상주의’라는 표현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어.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 맞아. 인상주의는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어. 화가들이 작업실에서 밖으로 뛰어나가 빛의 효과를 직접 화폭에 옮겨 담았는데, 그 중심에 모네가 있었지. 모네가 인상주의 화가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준 화가들이 있는데, 바로 외젠 부댕과 요한 바르톨트 용킨트야. 이들이 인상주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어. 본격적인 프랑스 인상주의는 모네와 그의 친구인 르누아르, 마네, 피사로 등을 꼽을 수 있고, 세잔과 반 고흐, 고갱으로 대표되는 후기 인상주의, 점묘법의 창시자인 쇠라와 점묘를 모자이크로 발전한 시냐크가 주축이 된 신인상주의, 이후 나비파와 야수파까지,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에서는 각 화풍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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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 : 그 말은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이 각 화풍을 대표하는 인기 화가들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유럽 유명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가치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개인이 전 세계에 흩어진 명화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보는 것은 불가능해. 실제로 국내에 직접 소개된 모네의 작품은 10점 남짓이라고. 그런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미디어아트, 디지털 전시회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닐까. <모네, 빛을 그리다>전에서는 모네가 빛에 이끌린 초창기부터 아내 카미유와의 사랑, 화가로서 절정기를 맞았던 아르장퇴유 시절, 말년을 보낸 지베르니에서의 모습까지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400여 점의 대규모 컬렉션을 한꺼번에 선보인다고. 그뿐인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인상파의 날’로 정해 특별전시를 선보이는데, 인상주의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디지털로 복원하는 거니까 이렇게 작품 제한이 없고, 대형 화면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붓 터치감이나 질감 등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지. 음악과 스토리텔링, 대형 화면을 통해 움직이는 그림... 감동의 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지 않겠어?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 그것 자체가 오리지널이 아니라 변형이라는 명백한 증거지. 사실 그 그림들은 우리가 인터넷으로 보는 자료들과 다를 바 없잖아? 미디어 아트 전시회는 자본과 기술력만 있다면 누구나 어떤 작가의 그림을 가지고도 생산해 낼 수 있어. 하지만 모네의 원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모네가 그렸고, 세계 그 어느 곳에 단 한 점만 존재하기 때문이지. 디지털 기술로 옮겨다 해도 그건 같은 작품이 아니라고.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그 희귀한 원화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것,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이 다른 인상주의 작품을 다룬 미디어 아트 전시회와 함께 얘기되는 건 불만이야.

 

모네, 빛을 그리다 : 당연히 원화의 가치에 비할 수는 없지. 하지만 온갖 컴퓨터그래픽이 더해진 영화도 한 편의 작품으로 재미있게 감상하지 않나. 전시회 역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고. 게다가 여기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널려 있는 유럽이 아니잖아. 전시회를 찾는 몇 안 되는 기회에 많은 정보와 감동을 한꺼번에 전달한다! 이것 역시 서양미술에 대한 콘텐츠 보유력은 낮고 기술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확대될 수밖에 없는 형태의 전시회라고 생각해. 뭐랄까, 화가는 물론이고 그의 작품과 친해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지. 예를 들어 모네가 지베르니에서 작업한 수련 연작 22점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데, <모네, 빛을 그리다>전에도 따로 재현해 놓았다고. 이번 전시를 통해 나중에 프랑스에 간다면 루브르 박물관뿐만 아니라 그 옆 오랑주리 미술관에도, 파리 인근 지베르니에도 찾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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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 오랑주리 미술관이든 오르세 미술관이든 직접 가보면 그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겠지. 큰 화면이나 움직이는 영상, 음악이 없어도 그림 하나만으로 빛나는 원화의 가치를 말이야. 단편적으로 인상주의는 ‘빛의 회화’인데 미디어아트 전시회는 영상으로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전시실이 대부분 많이 어둡잖아.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들이 때로는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어.

 

모네, 빛을 그리다 : 원화의 가치는 백 번 인정한다고. 하지만 만나기 힘든 그 원작을 어떻게든 감상하고 싶은 현대인의 갈망은 21세기의 기술력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을걸? 도판 명화 미술관인 일본 오츠카 국제 미술관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 그곳에는 고대 벽화부터 세계 25개국 190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대 회화작품 1,000여 점이 원작과 동일한 크기로 복제돼 전시되고 있잖아. 미디어아트 전시회는 계속 진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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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윤의 재발견,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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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 업종에서 천재로 불리는 사람과 동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 음악가로 베토벤에서 슈베르트, 리스트 등을 지도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대대손손 존경과 명예를 안겨줄 수 있었던 그의 삶은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뀝니다. 만년 2인자, 질투의 화신, 심지어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으니까요. 오죽하면 ‘살리에리 증후군(주변의 뛰어난 인물 때문에 느끼는 열등감이나 시기, 질투심 등의 증상)’이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창작뮤지컬 <살리에르>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재작년 중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특히 음악적인 부분에서 대극장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초연을 함께 했던 배우들은 대부분 그대로인데요. 살리에르 역의 최수형, 정상윤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장도 커졌는데 시원하게 내지르고 있는지, 연습실로 가는 정상윤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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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웃음). 이 작품은 쏟아내는 게 많아서 공연을 하고 나면 많이 지쳐요. 2회 공연을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지난 일요일 2회 공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게요, 재미에 앞서 배우가 걱정되는 공연입니다. 힘들지 않은 공연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뮤지컬 넘버로만 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품 톱5에 꼽힐 것 같은데요.

 

“그렇죠, 살리에리 비중이 높은 데다 캐릭터와 함께 가는 것들이 많아서 고음도 많고, 저음도 많고, 울부짖고. 그래서 공연이 없는 날은 웬만하면 말을 거의 안 해요.”

 

초연 때부터 참여했던 창작뮤지컬이니까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실 텐데, 이번 공연에서 달라진 점은 어떤 걸까요?

 

“시각적으로는 무대와 의상이 가장 크게 바뀌었죠. 중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가 바뀌면서 세트도 달라졌고, 의상은 굉장히 화려하고 예뻐졌습니다. 저 가발도 쓰는데,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고 하더군요(웃음).그런 면들은 좀 더 시대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싶어요. 살리에리 캐릭터도 좀 바뀌었는데, 초연 때 희로애락이 분명해서 모차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유와 인자함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감정들이 더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드라마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이번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살리에리 음악을 딱히 찾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살리에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 계신가요?

 

“연습 때 꼬마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적이 있어요. 살리에리를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모차르트는 안대요. 그게 현실인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에는 유명한 궁정 악장이었지만. 하지만 살리에리도 분명 치열하게 살지 않았을까. 모차르트가 천재라면 살리에리는 노력형이잖아요. 그 사람의 신념과 노력, 성실함, 열정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주변에 모차르트 같은 배우 있나요? 살리에리가 느끼듯이 상대적으로 ‘왜 나는 천재성을 타고 나지 못했을까’ 생각하게 하는 배우요.

 

“저 천재인데요? 농담입니다(웃음). 잘하는 분들 많은데, 특정 인물을 말하기가 곤란해서요. 그런데 계속 연구하고 생각하는 게 배우라서 배우에게는 천재라는 말 자체가 안 맞는 것 같아요.”

 

함께 살리에리로 캐스팅된 최수형 씨는 어떤가요? 초연 때 최수형 씨를 인터뷰했는데, 정상윤 씨는 전체를 잘 보는 배우라고 칭찬하던데요.

 

“수형이 형 잘하죠. 형이랑 워낙 친해서 각별해요. 서로 조언도 많이 하고,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하고. 특히 이번 작품은 창작이다 보니까 동선이나 움직임, 가사에 대해서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았거든요. 서로 잘 맞고, 좋은 술친구예요.”

 

성격은 다르지 않나요? 최수형 씨가 훨씬 외향적일 것 같습니다.

 

“제가 내성적으로 보이나요? 오히려 제가 더 외향적일 걸요? 저한테 여러 이미지가 있는지 첫인상을 차갑게 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무척 따뜻한 사람으로 보기도 해요. 물론 그 비율이 7대 3, 6대 4 정도지만요. 그리고 좀 있어 보인다는 평도 있던데요.”

 

그건 무슨 말인가요? 그러고 보니 그 셰프 분과 닮으셨네요.

 

“최현석 셰프요? 제가 낫지 않나요(웃음)? 뭐라고 할까... 무척 서민적인데 서민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유학파 같다고도 하고(웃음).”

 

아, 이런 분이셨군요! 허세도 최현석 셰프와 비슷하네요(웃음). 인터뷰하기 좀 힘든 배우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걸요?

 

“제가 무뚝뚝할 것 같죠? 아니에요. 다만 낯가림이 좀 있을 뿐이에요.”

 

앞서 답변에서 살리에리 증후군은 없다는 말씀으로 파악했는데, 배우로서 슬럼프도 없었나요? 데뷔 이후 좋은 작품들을 쉬지 않고 하고 계십니다만.

 

“개인적인 인생의 슬럼프는 있을 수 있는데, 무대에서는 슬럼프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항상 그 인물이 돼야 하기 때문에 슬럼프가 있으면 관객들에게 죄를 짓는 거잖아요.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10년 넘게 하다 보니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공연을 보는 눈이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나름대로 발전한 것 같고요.”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는 건 좋은데, 너무 열심히 달려서 개인적으로 달콤한 휴식에 대한 로망도 있을 법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좀 쉬엄쉬엄 하려고 해요. 국내든 해외든 올해는 여행을 좀 다니려고요. 일단 일본 오키나와에 가는 비행기 표를 3장 사뒀고요. 그리고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도 마련하려고요. 시간이 되면 요리도 배우고 싶고요.”

 

역사는 현재에 의해 쓰인다고 하잖아요. 과거의 사실은 모르지만 지금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작품에서처럼 얘기되고 있는데요. 지금 이 순간 정상윤 씨는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떠올려지고 싶으세요?

 

“어떤 작품이든 ‘정상윤이 하면 무조건 보러 가야지!’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뮤지컬 <살리에르>같은 경우는 재연이라서 더 깊게 다가가서 하고 있는데, 제 공연이 10회 차 정도 남았어요. 사실 살리에리는 일반 사람들과 비슷하잖아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서 고뇌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죠. 공연이 많이 업그레이드 돼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데, 많이들 오셔서 공감하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크기변환_0 살리에르 3372-1.jpg

 

빈 국립 오페라하우스가 1869년 개관 기념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바니’를 초연했다면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살리에리의 오페라 ‘유럽의 재발견’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기자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배우 정상윤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군요. 무대 위의 모습, 몇 번의 인터뷰로 그 배우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듯이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관계에는 수많은 추측과 가공의 이야기들만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이야기 중의 하나인 창작뮤지컬 <살리에르>는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3월 13일까지 공연될 예정입니다. 더 깊어진 살리에리 정상윤 씨는 물론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곡이 각각 사용된 ‘오페라’와 ‘멀리서 점점 더 가까이’, ‘라크리모사’ 등의 넘버를 비교해서 듣는 재미도 놓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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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문화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윤동주 시인이 아닐까 합니다. 일제강점기 29살의 짧은 생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마감한 윤동주. 지난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의 71주기였는데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가 개봉했고, 앞서 서점가에서는 1955년 발행된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간본이 인기를 얻으며 그의 시를 직접 따라 써보는 필사책도 잇달아 출간되고 있습니다. 영화에 앞서 청년 윤동주의 삶을 다룬 작품은 2012년 뮤지컬로 초연돼 큰 감동을 선사했는데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오는 3월 20일부터 단 10회의 무대를 다시 선보일 예정입니다. 초연과 재연에 이어 이번에도 윤동주 역은 배우 박영수 씨가 맡았는데요.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윤동주라는 인물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그를 서울예술단 연습실이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봤습니다.

 

“이 작품은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청년의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이 그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잖아요. 유명해진 지금의 시선이 아니라 시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가는 문학인, 청년으로서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요.”

 

초연 때부터 윤동주로 무대에 서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윤동주 시인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텐데,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여러 책을 봤는데, 친구들이 이름을 부르면 미소를 띠며 바라보고, 과묵했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줬던 사람으로 표현돼 있어요. 암울한 시대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사람, 하지만 항상 즐기던 산책 중에 알 수 없는 탄식을 내뱉었다고 하는 걸 보면 행동하지 못하고 침묵했지만 내적 갈등이 많지 않았을까. 그게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윤동주 시인은 초연 때나 지금이나 29살 그대로지만 박영수 씨는 나이가 더해졌는데요. 다시 바라본 윤동주는 어떤가요?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도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잖아요. 대학생 때 벌써 세상이나 정권, 억눌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한 건데, 지금 세대는 굉장히 늦죠. 제가 서른다섯 살인데 이제야 어떤 체제에 의해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그런데 윤동주 시인이 살던 시대에는 훨씬 빨랐다고 생각해요. 20대였지만 사고의 깊이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서른한 살에 윤동주 시인을 만났을 때 그 아픔을 연기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그때 느끼지 못했던 무게를 여전히 공감은 못 해도 조금 더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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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화계에 ‘윤동주 시인’ 열풍이 불고 있는데,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첫 장면이 취조실이에요. 윤동주 시인이 사상범으로 잡혀서 한국어로 썼던 모든 글을 일본어로 번역해야만 해요. 무척 수치심이 일어나는 장면인데, 그때까지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시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회상하거든요. 시인의 이야기를 극화한 거니까 저희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시였어요. 시를 온전히 남겨두자! 그래서 작품에 6편의 시가 나오는데 그걸 노래로 만들지 않고 그 정서를 그대로 담아 읊어요. 그런가 하면 서울예술단의 장점인 군무는 여러 장면에서 아주 멋지게 펼쳐질 거예요. 2012년 초연 때 무척 힘들게 준비해서 공연을 올렸는데, 첫공에 막공 같은 관객 반응이 있었고, 막공 때는 4층까지 전체 기립해 박수를 보내주셔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어요. 다들 그 마음을 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는 박영수 씨와 함께 김도빈, 조풍래 씨도 중심인물로 함께 무대에 서는데요. 서울예술단의 삼총사라 할 수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인 만큼 합이 잘 맞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친해서 무대 위에서 곤란한 상황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있는 것 같아요. 셋이 한 작품을 할 때가 많지 않은데 지난해 <신과 함께>로 한 무대에 섰거든요. 그때 도빈이가 김자홍 역을 맡아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순간 정말 웃기더라고요(웃음). 연습 때면 서로 준비할 걸 보여주고 신랄하게 지적도 하는데, 7년 정도 함께 생활하다 보니까 환상이 없어요(웃음).”

 

지난해에는 서울예술단 작품이 많이 공연돼서 꽤 바빴을 텐데, 10월 <뿌리 깊은 나무> 이후로는 <윤동주, 달을 쏘다.>가 첫 작품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11월에 지방공연 있었고, 저는 외부 작품으로 <무한동력>에 참여했고요. 보통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공연이 없을 때 다음 작품 준비를 해요. 이번에도 오는 8월에 올릴 신작에 악기들이 많이 들어가서 지난 연말부터 계속 수업을 받았어요. 단원들이 매일 모여 있기 때문에 무언가 과제가 주어지면 더 빨리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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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박영수 씨의 경우 서울예술단 작품에서는 대체로 잰틀한 이미지의 배역을 맡는다면 외부 작품을 할 때는 파격적인 변신을 하네요?

 

“다들 저를 착하고 얌전한 이미지로 보시는데, 연출가 이지나 선생님은 저한테 사이코패스 같은 눈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악마도 해보고 뱀파이어도 해보고. 그쪽 옷도 재밌더라고요. 조금 더 자유로운 맛도 있고. <마마 돈 크라이> 할 때 ‘세라’라는 노래가 있는데, 섹시한 춤은 처음이었거든요. 그 장면은 각자 자유롭게 꾸밀 수 있어서 전 좀 뇌쇄적인 걸 해보고 싶었어요. 하이힐까지 신는데 의자에 다리를 거의 180도로 뻗고 거꾸로 앉아서 했더니, 사람들이 거미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윤동주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평상시에 언제 그렇게 해보겠어요, 재밌어요.”

 

무대 위 모습만 봐서는 실제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다 제 모습이에요. 누구나 여러 모습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주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거잖아요. 하지만 배우는 주가 되지 않는 모습도 끌어내야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는 절제하는 것들이 많긴 해요. 현실에서도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자제하는 편인데 무대 위에서 풀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무대가 탈출구 같아요.” 

 

윤동주 시인은 살지 못했던 30대를 배우로서 수많은 변신을 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잖아요. 2012년 박영수라는 배우를 확실하게 알렸던 작품인 만큼 이번에 <윤동주, 달을 쏘다.>를 준비하면서 더욱 배우로서의 꿈이나 신념,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4년 전에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능력이 안 되는데 너무 큰 역할을 만나서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도 언제쯤이면 무대 위에서 연습했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온전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요. 온전히 그 인물로만 무대에 서 있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 한편으로는 나이가 더해지니까 배우 외의 다른 이름들로 현실적인 부분에 많이 부딪혀요. 저는 원래 현실이 없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현실도 봐야 하는 나이인 것 같고, 그 안에서 이상과 꿈을 꾸는데, 내가 지금 뭘 가지고 있고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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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내고 ‘오프 더 레코드’로 박영수 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더 나눴습니다. 일에 대해 고민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고, 여전히 꿈은 꾸지만 무언가 책임지고 한계에 부딪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걸 알게 되는 것. 당연한 일이겠죠, 박영수 씨도 과거 윤동주 시인처럼 자신의 길을 만들어 걸어가는 청년이니까요. 지난 3년간 수많은 인물과 수많은 생각으로 ‘배우 박영수’를 만들어온 그가 2016년에는 어떤 윤동주를 보여줄까요? 3월 20일부터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단 7일간 공연될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그나저나 다시 연습실로 가야 한다며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가볍게 걸어가는 박영수 씨는 유독 가늘고 길어 보여 서울예술단이 아니라 마치 국립발레단 연습실로 들어갈 것만 같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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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로 남성미 물씬 풍기며 돌아온 배우 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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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이 내년이면 한국 초연 10주년이라는군요. 이 작품은 그렇습니다. 처음 접할 때는 신선한 구성과 기발한 스토리에 소름이 돋는 감동을 느끼게 되고, 다음 시즌부터는 이미 반전의 묘미를 알고 있는 데도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려 다시 공연장을 찾게 되죠. 그래서 이미 9년째 공연되고 있지만 캐스팅이 공개될 때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남자 배우, 또는 한 배우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공연. 네,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뮤지컬 <쓰릴 미>얘깁니다. 뮤지컬<쓰릴 미>가 지난 2월 19일부터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 여러분은 어떤 배우가 가장 눈에 들어왔나요? 기자는 단연 강동호 씨였습니다. 
 
“전역한 지 두 달 조금 넘었어요. 군에 있을 때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한 1~2주 쉬다 바로 <쓰릴 미> 연습에 들어갔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호 씨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데 그래서일까요?

 

“군대 가서 많이 배웠어요. 배우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직업이고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데, 군대에서는 규칙대로 생활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조교를 했어요. 조교를 하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거든요. 저보다 열 살 어린 친구들과 경쟁했죠(웃음).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데, 조교는 역할 자체가 제 성향과는 달라서 배우로서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대 후 첫 작품이라 신중하게 골랐을 텐데, <쓰릴 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연기 공백도 있었는데 소극장 2인극은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제가 무대는 2005년에 데뷔했거든요. 무대에 선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가장 편하고 행복해. 그래서 부담보다는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쓰릴 미>는 2008년에 했던 작품인데, 그때 아쉬움이 커서 꼭 다시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군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는데, 제 한을 풀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2인극이고, 연기적으로 에너지도 많이 쓸 수 있고.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좋다고 했어요.”

 

8년 전과는 작품이 많이 달라졌죠?

 

“네, 일단 좀 더 세련돼졌다고 할까요? 돌이켜 생각했을 때 좀 촌스럽다 생각했던 부분들이 세련되게 다듬어졌어요. 대사나 가사도 바뀐 부분이 많고. 그동안 다른 배우들이 찾아낸 것들도 많아서인지 훨씬 더 디테일해졌고요.”

 

그러고 보면 강동호 씨가 <쓰릴 미>를 20대 초반, 굉장히 어릴 때 하셨네요. 작품에 참여하는 스스로도 달라진 점들이 느껴지나요?

 

“그렇죠, 지금은 제가 30대고.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리처드(그)라는 역할 자체가 두 인물 중에서는 리드를 하는 편인데, 리드를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여유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였던 면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노련해졌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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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쓰릴 미>에 참여하는 배우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상대 배우들이 낯설 것 같은데, 작품에서 만날 때는 어떤가요?

 

“세 배우가 참 달라요. 일단 정욱진 배우와는 <광화문 연가2>에서 코믹한 장면을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서로 참여하는 줄 모르고 다시 만났어요. 극중에 서로 키스도 해야 하니까 처음 연습할 때는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보기만 하면 웃음이 터져서. 그래도 막상 공연에 들어가니까 역시 잘 맞아요. 가장 사이코처럼 느껴지고(웃음). 정욱진 배우와 강영석 배우는 무척 대조적이에요. 실제로 2인조 범죄에서는 한 명이 리드라면 다른 한 명은 다 맞춰주면서 희생하는 경우가 많대요. 이상이 배우는 그것에 딱 부합하는 배우예요. 헌신적이고, 일편단심 해바라기 같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도 크고요. 반면에 강영석 배우는 잘 안 져요. 자기 할 말 따박따박 다 하고. 그래서 리처드는 당근과 채찍을 줘가면서 더 뱀처럼 굴어야 해요.”

 

상대 배우에 따라 리처드도 달라지는 걸 보니 정말 여유가 많이 생기셨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상대 배우는 보이지도 않고 제 할 거 하느라 바빴을 거예요(웃음).”

 

<쓰릴 미>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인데요. 두 인물 모두 극단적이기는 합니다만, 리처드(그)와 네이슨(나) 중에 어느 쪽에 가깝나요? 특히 연애할 때요.

 

“글쎄요, 겉으로 드러나는 말투나 성향은 평상시에도 부드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래서 네이슨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는데, 실제 성격은 리처드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연애할 때도 무척 자상한 것 같대요. 자상한 게 아니라 자상한 것 같대요(웃음). 매너 있게 대하고 얘기도 잘 들어주는데, 고집도 세고 결국은 제 마음대로 하는 면이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표정이나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서도 굉장히 다른 이미지로 보입니다.

 

“이번에 <쓰릴 미>는 리처드로서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최대한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어쨌든 연기 공백도 있었고, 공연 포스터나 사진이 가장 먼저 오픈되니까 기대감을 심어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나름 정성들여 찍었어요. 예전에 시니컬하고 차가운 느낌의 리처드만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여유 있고 능글맞은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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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씨가 20대 중반일 때 인터뷰했으니까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데, 뭐랄까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처럼 예전에는 누나들이 좋아하는 밝고 귀여운 느낌이었다면 실제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 작업도 하고, 나이도 더해지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죠?

 

“정확하게 말씀하셨어요. ‘대범’이가 딱 제 이지미죠(웃음). 20대에는 좀 어리버리하고 순하고 착한 이미지가 주를 이뤘는데,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배우로서 길게 보자면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연기해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더 배우답게 보이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하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성격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요.”

 

30대 초반이고, 공백도 있었으니까 지금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하기는 딱 좋은 시기네요. <쓰릴 미>의 리처드는 더없이 좋은 선택인데요?

 

“맞아요, 사실 제작사 측에서는 처음에 네이슨을 말씀하셨어요. 네이슨이 제 기본적인 성향에는 잘 맞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편하게 접근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방향을 좀 틀어야겠다 생각했고, 앞으로는 조금 더 남자다운 이미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리처드를 하겠다고 했어요. 다행히 팬분들도 군대 다녀와서 변한 모습이 보인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나중에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조금 더 남자 냄새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도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이제 더 깊은 멜로를 하고 싶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으니까 연극도 하고 싶고요. 하지만 <쓰릴 미>이후에는 남자랑 하는 작품은 안 하고 싶어요. 군대에서도 2년 동안 남자들만 봤으니까(웃음).”

 

특히 남자배우는 30대에 훨씬 짙고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는 만큼 각오 한 마디 들어볼까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나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을 텐데도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에 더 큰 열정을 갖고 덤벼야겠다, 그런 각오로 <쓰릴 미>도 준비했어요.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미쳐서 매달리면 달인이 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10년은 확실히 미쳐서, 정말 배우답게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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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잔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의 생각과 결의를 조심스럽게 말하는 강동호 씨를 보고 있자니 새삼 ‘흘러간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대학로에서 역시 기자와 배우로 만났지만, 예전과는 다른 유리벽 같은 게 존재했다고 할까요? 물론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연기력과 이미지로 대중과 만나는 사람이니, 착한 남동생보다는 세련되고 범접하기 힘든 남자가 앞으로의 강동호 씨에게는 더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테고요. 그렇게 ‘배우’라는 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겠죠. 그런 차원에서 <쓰릴 미>가 더욱 기대되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강동호 씨가 ‘진짜 사나이’가 돼서 돌아왔는지, 그의 앞으로의 10년을 리처드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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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의 경계인, 배우 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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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빛의 제국>이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남파된 공작원.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특별한 지령도 받지 못하고 어느덧 남한의 평범한 남자가 돼버린 김기영. 그런 그에게 24시간 안에 평양으로 돌아오라는 이메일이 도착하면서 김기영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가려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김영하 씨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데다 배우 문소리, 지현준 씨가 주연을, 또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오를레앙국립연극센터 예술감독인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화제였는데요.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표정은 영 개운치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연출이었기 때문일까요? 이럴 때면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들은 도대체 작품에 어떻게 접근했을지 궁금해지죠. 그래서 배우 지현준 씨를 직접 만나 일단 객석에서는 좀 힘들었다는 말부터 건네 봤습니다.

 

“물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대 위에서 고민을 안 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고, 그런 결정이 새로운 걸 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연출이 ‘관객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우리가 하는 작품에 초대하는 느낌으로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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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본 뒤 찬찬히 생각해 보니 단순히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다룬 건 아니더군요. 개개인의 단절을 더 크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무엇을 표현하고 있나요?

 

“경계인? 과연 이 극장에서 이뤄지는 연극이라는 건 허구인가 진실인가, 김기영이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김기영인가 지현준인가... 북한에서 20년, 남한에서 20년을 산 사람은 북한사람인가 남한사람인가... 관객들과도 이렇게 자세히 얘기할 수 있으면 재밌을 텐데. 저희들은 흥미롭고 견고하게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고, 비록 좀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뭔가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상황과 인물이 영상으로도 꽤 비중 있게 나옵니다. 사실 무대는 매일매일 달라지는데 미리 찍은 영상을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제 얼굴이 너무 싫어서 소리 누나가 예쁘게 나온 것만 보고 있습니다(웃음). 그런데 영상도 볼 때마다 다르더라고요. 마음에 안 든다면 그 느낌을 갖고 시작해서 뭔가 다른 걸 하면 되니까요. 이런 것도 있어요. ‘나 출근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러면 보통 출근하는 연기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영상으로 출근하는 장면이 나오니까 그걸 보면서 ‘어, 나 출근한다!’라는 식으로 달라지는 거죠. 관객들도 이걸 알고 보시면 더 재밌는데.” 

 

외국인 연출가와 작업하는 건 어땠나요? 새로운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요.

 

“초반에는 불안했어요. 예전에도 외국 분과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언어가 갖고 있는 장벽은 넘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런 불안이 사라졌어요. 굉장히 수평적인 교류라고 할까요? 어른이 고개 숙여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어린이처럼 들어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서로 믿고 가고, 정확하게 좋다 아니다를 말하고. 어차피 연극은 사람이 만드는 건데, 그런 새로운 교류와 작업이 훌륭했던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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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는 객석 분위기와 달리 무대 위 배우들은 안정돼 보이던데 연출과 배우 간에 무척 견고한 교류가 있었나 봅니다.

 

“네, 연출 선생님이 가시면서 편지를 주셨는데, 저더러 ‘아이 같은 기질에 늙은 영혼의 소유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가 너무 와 닿았어요(웃음). 많은 것이 다른 프랑스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나서도 함께 작업을 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경계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북한 분들과도 시간을 갖고 얘기하면 그런 교류가 이뤄지지 않을까요.”

 

남파된 공작원 김기영,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제가 그걸 연출한테 물어봤더니 지현준이라고 얘기했어요(웃음).”

 

그럼 본인에 대해 무척 고민했겠네요?

 

“엄청 고민했죠. 전작 <시련>에서도 그랬는데, 배우에게 가장 괴로운 역할은 자신과 비슷한 역할인 것 같아요. 혼란스럽고 무겁고, 뭔가 있으면 감추고 싶고. 그래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지현준으로 하라는 거예요(웃음). 이게 제가 풀어야할 숙제인가 봐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답을 얻었어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게 나니까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덜 할까. 내가 알고 있는 북한 사람을 드러내 보이는 건 실수였던 것 같고, 그냥 내 안에 있는 목소리로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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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김기영은 특정 맥주와 축구, 그리고 스시를 좋아합니다. 문득 취향이라는 것도 자유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던데, 지현준 씨가 그동안 참여한 작품을 보면 노래, 춤, 연기를 다 하시잖아요. 도대체 어떤 취향을 가진 겁니까(웃음)?

 

“모두 배우로 엮이는 것들이죠. 바이올린은 어릴 때 8년 정도 배웠었고, 그래서 나중에 피아노도 좀 배웠고. 배우를 하면서 몸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무용단에 들어가서 3년 정도 현대무용을 했어요. 타고나지 않아서 뭔가 하나로 승부할 수 없으니까 배우는 거예요(웃음). 배우면 재미가 있고, 그걸 얻게 되면 다음 작품에서 다른 나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2012년에서 2014년 이런저런 신인상을 휩쓸었잖아요. 연기 10년 하고 받은 신인상인데 이후 배우로서, 또 작품을 선택할 때 달라진 게 있을까요?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좀 더 넓어질 수 있었던 계기였죠. 뭔가 많이 하려고 했다면 그때부터는 쳐내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는 ‘내가 지금 삶에 있어 어떤 입장인가, 뭘 고민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요. 그래서 <빛의 제국>은 지금 제 상황에 가장 맞는, 정확하게 필요한 작품인 것 같아요.”

 

기영이라는 인물도 본의 아니게 자기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어쩌면 실제 취향이 된 거잖아요. 배우라는 롤에서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나요?

 

“배우는 정체성이 없는 것 같아요. 내 매력과 장기를 가지고 무대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그때그때 물처럼 바뀔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보면 모두 다른 캐릭터였고, 그래서 나름 공부하고 연구해서 다가가면 그 인물과 일치하는 부분이 저한테도 반드시 있더라고요.”

 

크기변환_[국립극단]빛의제국_홍보사진06.jpg

 

인터뷰를 하는 내내 지현준 씨에게서는 작품에 대한 확신과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 씨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습니다.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내는 사이 그들에겐 얼마나 끈끈한 교류가 이뤄진 걸까요? 이 작품은 오는 3월 27일까지 서울에서 공연된 뒤 5월에는 프랑스로 무대를 옮겨 공연될 예정입니다. 그곳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문득 우리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그것 역시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나라의 경계겠죠. 연출가의 의도가 명확했고, 배우들이 그것을 잘 구현했다 해도, 그 무대를 보고 웃고 웃을 수 있는 몫은 관객의 것, 관객의 취향이니까요. 작은 컵라면 하나를 후루룩 들이마신 지현준 씨는 그날도 확신에 찬 모습으로 무대에 섰고, 4월에는 연극 <지구를 지켜라>와 또 한 편의 무용작품으로 또 다른 자신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지금의 자신을 고민하는 그를 무대 위에서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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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봄바람 타고 음악축제도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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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화려한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매화, 산수유, 튤립, 벚꽃, 진달래, 철쭉 등 오색의 봄꽃들이 봄철 내내 전국의 산천을 뒤덮으며 축제를 이어갈 터. 계절을 앞서가는 공연계는 이미 라인업 짱짱한 야외 음악축제로 싱그러운 봄은 물론이고 뜨거운 여름까지 내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꽃구경이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야 할 2016년 뮤직 페스티벌, 예스24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축제를 먼저 확인해보자!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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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어김없이 푸른 잔디로 소풍을 떠나는 <그린플러그드 서울>. 올해는 5월 21일과 22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펼쳐진다. 2차 라인업까지 발표된 현재 21일(토)은 이승환, 크라잉넛, Yolhoon, 장미여관, 윈터플레이, 긱스 등이, 22일(일)에는 노브레인, 국카스텐, 짙은, W(with Whale, JAS, Why), 빈지노 X 도끼 X 더 콰이엇, 홍대광 등이 이름이 올리며 다양한 장르와 개성 있는 뮤지션들의 콜라보 무대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페스티벌에는 모두 90여 개 팀이 참여하며 3차 라인업은 3월 29일, 최종 라인업은 4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타임테이블은 4월 29일 공개된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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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의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로 해마다 국내외 수만 명의 음악 팬들을 불러 모으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는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의 뜨거운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1차 라인업에 마돈나, 니요 등 팝스타들과의 콜라보 음악으로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EDM을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린 아프로잭(Afrojack), 2012년, 2013년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는 물론 2013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최고 일렉트로닉 댄스뮤직 아티스트로 선정된 아비치(Avicii), 전설의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의 멤버였던 악스웰(Axwell)과 세바스찬 인그로소(Sebastian Ingrosso)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악스웰-인그로소, 요즘 일렉트로닉 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96년생 디제이 마틴 게릭스(Martin Garrix) 등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5주년을 기념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무대를 예고하고 있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가세한 2차 라인업과 개최 장소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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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국내 첫 개최 이후 EDM 페스티벌의 또 다른 강자로 떠오른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은 올해 개최 일정을 7월 9일로 확정했다. 아직 장소는 물론이고 라인업도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말 예스24를 통해 오픈한 블라인드 티켓이 오픈 세 시간 만에 매진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5개의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5가지 놀라운 경험’을 모토로 펼쳐지는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은 올해 ‘The Mythology(신화)’를 주제로 또 한번 환상적인 밤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라인업은 4월에 공개된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뮤직&캠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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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에서 음악과 캠핑이 만나는 멋진 순간을 선물하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뮤직&캠핑>은 6월 18일과 19일 펼쳐진다. 개최지가 자라섬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편의시설과 오토 캠핑장, 캐러번 등이 갖춰진 만큼 진정한 아웃도어 페스티벌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1차 라인업에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해 김반장과 윈디시티, 마이큐, 스웨덴 세탁소 등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2차 라인업은 3월 30일 공개될 예정이다. 뮤지션들의 무대뿐만 아니라 캠프파이어, 레인보우 카페거리, 레크리에이션 플레이그라운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2016 지산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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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록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이천시에 자리한 지산 리조트에서 열린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서 개최되다 3년 만에 다시 지산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뮤즈 등 세계 정상급 록 뮤지션들과 함께 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어제의 레전드’, ‘오늘의 톱 아티스트’, ‘내일의 히어로’ 등 섹션마다 수준 높은 뮤지션들을 초청한다. 2차 라인업까지 발표된 현재 1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베테랑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일렉트로니카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 브릿팝의 선두주자 트래비스(Travis), 영국 출신 전자음악의 대가 스퀘어푸셔(Squarepusher) 등 해외 팀은 물론 국카스텐, 혁오, 더 모노톤즈, 솔루션스 등의 국내 팀이 출연을 확정했다. 

 

 

워터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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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뮤직 페스티벌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워터밤 2016>은 오는 7월 3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다. 1차 라인업에 요즘 힙합 씬을 이끌어가는 가장 트렌디한 힙합 레이블 AOMG의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로꼬가 이름을 올렸고, 걸크러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제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연을 확정했다. DJ KOO를 비롯해 최고의 입담꾼 MC 프라임 등도 참여한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워터밤>은 관객들이 팀을 나눠 물싸움을 펼치는 독특한 콘셉트의 참여형 뮤직 페스티벌로 올해는 강렬한 음악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 특수효과, 각종 퍼포먼스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스릴을 안겨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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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드윅 vs 뽀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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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헤드윅] 조승우(Wicked Little Town).jpg

 

공연 일정이 공개될 때 어떤 배우가 캐스팅됐는지 이름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까지 필히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헤드윅>. 남성미 물씬 풍기는 남자배우가, 아니면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배우가 짙은 메이크업에 가발을 쓰고 헤드윅으로 어떻게 변신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적인 확인일 뿐, 그 배우가 얼마나 깊게 헤드윅과 접속했는지는 당연히 공연을 봐야 한다. 새롭게 단장한 뮤지컬 <헤드윅 : 뉴 메이크업>이 몸집을 키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이미 헤드윅 경험이 있는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씨와 함께 정문성, 변요한 씨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가장 비교하고 싶은 캐스팅은 아무래도 조승우, 조정석이 아닐까. 기자의 관람 소감과 객석 곳곳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 배우의 <헤드윅>을 비교해보겠다.   
 

크기변환_[헤드윅] 조승우(Tear Me Down)2.jpg


B구역 6열 10번 : 이야, 수요일 낮인데도 공연장이 가득 차네?

 

B구역 6열 11번 : 조승우잖아! 재밌는 게 저녁 공연은 조정석이야. 거의 수요일 캐스팅은 ‘낮 : 조승우 ? 저녁 : 조정석’이더라고. 낮에 ‘조드윅’ 보고,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저녁에 ‘뽀드윅’ 보는 거지. 우리처럼 두 배우의 공연을 비교하고 싶은 관객들이 많은가봐. 

 

B구역 6열 10번 : 그래도 대극장인데, 7백 석 정도 되잖아.

 

B구역 6열 11번 : 그렇지. 극중 헤드윅이 공연하는 장소가 과거 뉴욕의 허름한 모텔에서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설정이 바뀌면서 실제 공연장도 중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바꾼 거래. 일단 무대 세트도 확 바뀌고, 영상이나 동선도 더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것 같아.

 

B구역 6열 10번 : 조승우 씨는 2005년 초연 때부터 참여했잖아. 헤드윅 최다 배우 아닌가?

 

B구역 6열 11번 : 송용진 씨가 있지. 조승우가 05, 07, 13, 14 이후 다섯 번째 무대라면 송용진은 05, 06, 07, 08, 09, 14로 이미 여섯 번이나 헤드윅으로 변신했어.

 

B구역 6열 10번 : 조정석 씨도 06, 08, 11 이후 벌써 네 번째 무대야.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세를 탄 게 최근이지 무대 쪽에서는 중견이잖아(웃음). 데뷔 때부터 인기도 많았고.

 

B구역 6열 11번 : 그럼. 연기도 좋았지만 귀엽고 잘 생긴 외모로 특히 ‘누님 팬’들이 많았지(웃음). 게다가 최강 동안이잖아. 피부가 어찌나 뽀얀지 ‘뽀드윅’이라는 애칭도 붙었다고. 아, 그때만 해도 조정석 씨와 공연장에서 편하게 인터뷰를 했는데, 요즘 조정석 인터뷰는 1열 객석 구하는 것보다 힘드네.

 

B구역 6열 10번 : 그야말로 스타가 된 거지. 어찌 보면 두 사람 닮은꼴이지 않아? 체격도 비슷하고, 외모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성도 같고(웃음). 조승우가 영화로 시작해서 무대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라면 조정석은 뮤지컬로 시작해서 스크린에서도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됐고 말이야.

 

크기변환_[헤드윅] 조정석( Hedwig_s Lament).jpg

 

B구역 6열 11번 : <헤드윅>을 아낀다는 공통점도 있고. 하지만 두 사람의 헤드윅은 완전히 다르지. 두 배우 모두 경험 많은 베테랑 헤드윅인 만큼 2016년 무대는 특히 기대를 모았는데, 조정석이 ‘정석대로’ 간다면 조승우는 ‘내 맘대로’랄까(웃음)?

 

B구역 6열 10번 :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일단 의상부터 확 다르긴 해. 조정석은 특유의 앳되고 예쁜 외모에 잘 어울리는 귀엽고 화려한 의상이 돋보인다면 조승우는 밋밋한 티셔츠에 짧은 청바지, 깔끔한 단색 원피스라서 사실 좀 놀랐어. 헤드윅 의상은 대부분 무척 화려하잖아.

 

B구역 6열 11번 : ‘의상 따위 중요하지 않다, 조승우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 아니겠어(웃음)? 뮤지컬 <헤드윅>은 이츠학도 있고 밴드도 무대에 등장하지만, 사실 헤드윅의 모노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흔히 ‘마뜬다’고 하잖아. 조승우 공연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아. 혼자서 140분을 연기와 애드리브로 그렇게 쫀쫀하게 이끌어가다니 대단해. 

 

B구역 6열 10번 : 잘하긴 해. 난 조승우 노래에는 그다지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정말 헤드윅의 읊조림 같더라. 욕도 구성지게 하고, 일부러 운동을 안 했나 싶게 몸도 푸근해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말이야(웃음).

 

B구역 6열 11번 : 그게 과하면 <헤드윅>이 애초에 관객과 나누려던 무언가를 잊게 하는데 딱 적당한 거지. 조승우의 매력이고 능력이야. 어쨌든 무대를 요리조리 갖고 노니까 다른 배우들보다 러닝 타임은 길다고 해(웃음).

 

B구역 6열 10번 : ‘조드윅’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만든 ‘헤드윅’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그에 비하면 조정석은 작품 자체에 더 충실한 것 같아. 아무래도 2011년 이후 5년 만의 <헤드윅>이니 좀 더 정석대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B구역 6열 11번 : 하지만 디테일은 강해졌지. 그 5년 동안 매체활동을 통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만났잖아. 흔히 무대에 섰던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게 세밀함이거든. 아무래도 무대는 상징적이고 큰 움직임의 연기니까. 조정석은 지난 5년 동안 섬세한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무대에서도 자연스레 녹아날 거라고. 게다가 그 사이 그도 3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이 됐고,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더 깊은 생각들을 했을 테고 말이야. 그러니 작품 자체에 충실한 연기가 관객들에게는 최고의 연기 아니겠어?

 

크기변환_[헤드윅] 조정석(The Origin of Love).jpg

 

B구역 6열 10번 : 하긴, 사실 <헤드윅>을 처음 볼 때는 인기 배우의 화려한 변신이나 강렬한 넘버에 끌리지만, <헤드윅>의 주제는 이 작품의 메인 넘버인 ‘The Origine Of Love’ 아닐까?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얘기였나? 인류는 원래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다리를 가진 완전한 존재였는데,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세 부류였다고 하잖아. 하지만 그 인간들이 스스로의 완전함으로 교만해지자 신이 번개를 내리쳐 그들을 둘로 쪼개어 버리지. 반으로 갈라진 불완전한 존재로서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숙명을 노래한 곡이 ‘사랑의 기원(The Origine Of Love)’이잖아. 

 

B구역 6열 11번 : 맞아. 난 그래서 처음에는 <헤드윅>에서 큰 감동을 못 얻었는지도 몰라. 과장된 메이크업, 부풀린 가발, 거북스러운 옷차림에 객석에 앉아 있는 나도 거북했거든. 그런데 세 번쯤 보니까 이 무대에 공감이라는 걸 하게 되더라고. 결국 여자도 남자도 아닌 헤드윅의 삶, 한 사람의 깊은 상처와 고통, 방황과 아픔을 만나는 것이 뮤지컬 <헤드윅>의 본질이 아닐까? 사랑을 찾아,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결국 나 자신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불완전한 영혼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지.

 

B구역 6열 10번 : 좀 서글픈 이야기지. 그나저나 서문탁 이츠학 노래 정말 잘 부르지 않아? 이 언니는 어떻게 시동도 안 걸고 바로 질주야?

 

B구역 6열 11번 : 그래서 지인이 윤도현-서문탁 페어를 꼭 보라고 하던데? 미친 듯이 달린대.

 

B구역 6열 10번 : 내 친구는 정문성이 필모 차근차근 쌓더니 이번에 완전히 꽃 피웠다고 추천하던데? 변요한도 궁금하다. 결국 다 봐야 하는 건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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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돌아온 뮤지컬배우 이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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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의 한 카페에 앉아 있자니 예사롭지 않은 실루엣의 남성들이 지나쳐갑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데다 허우대 멀쩡하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이거 지나가는 뭇 여성들의 눈을 꽤나 훔치겠는걸요. 자세히 보니 뮤지컬 <파리넬리>팀입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다시 연습실로 가는 모양인데, 그 무리 안에 모자를 거꾸로 뒤집어 쓴 이주광 씨도 보이는군요. 이번 시즌 새로운 파리넬리, 오늘 기자가 만날 배우입니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파리넬리>가 초연될 때는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씨를 인터뷰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인터뷰이였습니다. 그런데 파리넬리 역으로 뮤지컬배우 이주광 씨를 만난다는 건 좀 뜻밖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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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번에 ‘너 그런 소리가 나?’라고 물어보세요(웃음). 제가 작품마다 저음을 많이 냈었고, 평소 음성도 묵직한 편이고. 어렸을 때 TV에서 조수미 씨가 노래 부르면 따라 부르곤 했는데, 저는 다들 이런 소리가 나오는 줄 알았어요.” 

 

18세기 실존 인물인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그러니까 거세된 성악가입니다. 변성기 전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고환을 없애면 어린아이의 맑은 음색과 음역대를 유지할 수 있어 성당에서 남자만 노래할 수 있었던 중세 유럽에서는 꽤나 자행됐다고 합니다. 변성기를 거친 남성도 성악적인 발성과 호흡을 통해 가성으로 여성의 음역대를 노래할 수 있는데요. 이주광 씨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군요.

 

“루이스 초이 씨와 작년에 처음 만나서 친해졌어요. 제가 가성이 나온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는데 계속 들어보고 싶다는 거예요. 창피해서 못하겠다고 했죠. 어쩌다 분장실에 둘만 남게 됐는데 결국 용기를 내봤어요. 가진 소리가 정말 좋다면서 기회가 되면 <파리넬리>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농담처럼 했던 말들이 연결돼서 오디션을 2차까지 봤어요.”

 

하지만 가성이 나오는 것과 작품 속에서 전문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른 얘기일 텐데,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그렇죠. 가성이 나오는 것에 사람들이 놀라지만 제작진은 이미 작품을 올렸던 사람들이고, 루이스 초이라는 전문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죠. 일단 가능성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당연히 루이스 초이만큼 노래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불러야 하는 노래 자체가 힘들어요. 초연 때 참여했던 고유진 씨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일반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내잖아요. 욕심에 무리할 정도로 연습은 하고 있는데, 노력해도 저에게는 분명히 한계가 있더라고요. 루이스는 바람처럼 노래하는데 저는 소리는 나지만 예쁘지가 않아요. 그래도 파리넬리라는 인물을 처음으로 뮤지컬배우가 맡은 거니까 노래는 루이스 초이처럼 못하더라도 연기는 제대로 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죠.”

 

고유진 씨도 성악을 전공했고 높은 음역대로 노래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런데도 초연 때 두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공연 별로 넘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해요. 루이스는 가성이 특징이고 발달했는데, 넘버 중에 진성으로 부르는 곡이 있거든요. 굉장히 매력적인 노래인데, 저도 가성으로 연습하다 진성으로 부르면 힘들더라고요. 발성법이 전혀 달라서 그런가 봐요. 사람 몸이 참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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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난해 7월 <쿠거> 이후 첫 작품입니다. 요즘 배우들 무대에 오르는 텀으로 보면 굉장히 오랜만인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원래도 다작은 못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1월부터 금연을 했는데, 1년을 참으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거든요. 하루에 5천 원씩 180만 원 정도를 내가 행복한 일에 쓰자! 그래서 연말에 한 달 정도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에 친척들도 있고, 아흔 살이 넘은 할머니도 계신데 편찮으셔서 왠지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뉴욕에서 보내고 싶다는 어릴 적 로망이 떠올라서 뉴욕에서도 재밌게 보냈고요.”

 

배우 입장에서 공연계 최대 성수기라는 연말을 통째 비우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래서 저를 부자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전혀 아니고요(웃음). 저를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분들은 제가 욕심껏 더 활발하게 활동하길 바라시는데, 저도 그 뜻은 아는데 이상하게 때로는 너무 신중하고 때로는 너무 멋대로 사는 것 같아요. 뉴욕에서도 작품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서 공연은 한 편도 안 봤어요.”

 

작품도 꽤 신중하게 고르시잖아요. 공백 이후 <파리넬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돈이 필요하면 하기 싫은 작품을 하느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가게에서 서빙도 하고 이삿집 센터에서도 일했어요. 사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요즘도 시급 6천 원에 일주일에 한 번 쉬고 꽤 힘들더라고요. 문득 제가 좋아서 한 우물만 팠던 무대라는 곳에서 그래도 잘 먹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철은 없지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한 적은 없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기분 좋게 일하고 돈도 벌고 싶더라고요. 영화 <파리넬리>보면 정말 충격적이고 매력적이잖아요. 뮤지컬로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잘 만들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했고, ‘울게 하소서’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죠. 무대에서 그 발성으로 그 음악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그래도 <파리넬리>라고 하면 노래의 기량과 기교를 먼저 기대하게 되는데, 이주광 씨 성격에 파리넬리라는 인물에 매력이 없었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파리넬리>는 서양 <서편제>가 아닐까요. 송화는 눈을 잃지만 파리넬리는 거세를 당하죠. 지금처럼 의료기술이 발달하지도 않았을 때. 그 트라우마를 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게 ‘울게 하소서’라는 노래 제목과 맞닿는 것 같아요. 슬픈데 울지 못하고, 늘 화려해 보여야 하지만 아픔을 안고 있고. 배우들 삶과도 비슷하죠. 남들은 우리더러 노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 당당해지기 위해 겪는 고통들이 있거든요. 저는 공연 중에 손톱이 빠진 적도 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오히려 피가 보일까봐 손가락을 움켜쥐고 공연한 적도 있어요. 기분이 우울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파리넬리도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는데, 늘 최고여야 하고 자기의 소리로 누군가의 영혼을 치유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겠죠. 저도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인물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목표로 배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파리넬리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요.”

 

원래 생각이 좀 많은 편이잖아요. 그래도 2년 전 인터뷰에서 만났을 때보다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특히 올해부터는 활동을 쉬지 않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힘들어하지 말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 제가 올해 서른다섯 살인데, 남자배우로서 연륜도 좀 묻어나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왠지 작품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다른 생각 없이 나에게 집중해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패턴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럼 올해는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주광 씨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아마도(웃음). <파리넬리>에 참여한 것도 무척 감사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받고 있지만, 잘 하고 싶어요. 노래뿐만 아니라 파리넬리라는 인물 자체도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모든 캐릭터가 좀 더 설득력 있고 뚜렷해졌다고 생각해요. 보시는 재미도 더 쏠쏠하지 않을까. ‘한 번 봤으니 됐어’가 아니라 계속 환영받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주광 씨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한 시간은 훌쩍 흘러갑니다. 생각이 많은 남자. 하지만 늘 변화해야 하고 늘 떠나야 하는 사람. 금방 배우고 금방 따라하는 재주가 많은 사람. 자칫 무작정 끌려가다 보면 한 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고도 기삿거리가 하나도 남지 않는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되지만, 막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주광 씨는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이번 무대가 더욱 기대됩니다. 9개월 만에 무대에 돌아온 이주광, 그가 새로 만들어낸 파리넬리라는 인물, 그리고 그가 여태 드러내지 않은 음색으로 부를 ‘울게 하소서’말입니다. 창작뮤지컬 <파리넬리>는 4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됩니다. 그들의 노래가 얼마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지 함께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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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따위 찾아볼 수 없는 배우,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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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회의실이 뭐니?” 기자가 홍보 담당자에게 살짝 언급했던 말을 확성기로 내지르듯 소리치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그는 눈에 띄는 의상과 액세서리, 기발한 소품과 광채 나는 피부로 다시 한 번 그 딱딱한 회의실에 모인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뮤지컬배우 김호영.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김호영 씨는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소문난 패셔니스타에 사업가, 토크쇼 MC, 뮤지컬배우로는 드문 라디오 고정 게스트까지 참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무대에서도 무척이나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상당히 음전한 인물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맡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라 프로페서V 역인데요. 어찌된 영문인지 <마마 돈 크라이> 연습이 한창인 곳에서 김호영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심지어 평상시보다 덜 꾸민 상태로 무대에 오르죠(웃음). 그런데 작년에 <마돈크>를 했더니 제 공연을 많아 봤던 분들조차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느냐’는 거예요. ‘나는 원래 연기를 잘 하는데 무슨 소릴까? 연기, 노래, 춤 중에 연기를 제일 잘하는구만(웃음)!’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제가 여장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항상 화려한 무대의상과 조명을 갖춘 곳에서 연기하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 마치 민낯을 드러내듯 연기했더니 제 탤런트 자체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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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화려한 장치에 본래의 연기력이 오히려 가려졌단 말이겠네요. 지난해 <마돈크>가 김호영 씨에게는 첫 2인극이었잖아요. 대극장 공연보다 심리적인 부담은 훨씬 컸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2인극은 처음인 데다 그 많은 대사와 노래를 무대에서 전혀 도움 받는 것 없이 혼자 끌고 가야 하니까요. 소극장 무대,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 속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요. 그리고 그동안 대학로만의 리그가 결성됐고, 대학로만의 스타가 탄생하면서 대극장 뮤지컬과는 다른 시스템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이 됐죠. ‘내가 대학로에 왔을 때 어느 정도 티켓 파워가 있을까?’ 사실 제가 티켓 파워 있는 배우는 아니거든요. 대극장 공연은 캐스트의 조합을 보고 오니까 그런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마돈크>는 남자 두 명만 나오는, 팬심이 더 필요한 작품이라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죠. 다행히 평도 굉장히 좋았고, 기대 이상으로 티켓도 팔았어요(웃음).”

 

2인극도 잘 치러냈고, 프로페서V라는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드라큘라 백작을 욕심낼 만도 한데요. 사실 드라큘라 백작은 멋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예전처럼 화려한 역할로도 연기력을 입증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요.

 

“제작진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뱀파이어와도 어울린다고. 사실 이 작품에서 박수를 더 받는 건 드라큘라 백작이고요.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것들, 신체적인 조건이나 목소리의 느낌, 다양한 표정과 호흡 등이 이 작품에서 어떤 인물에 더 쓰임이 좋을까... 프로페서V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해도 뱀파이어들은 키가 180cm는 돼야 보면서도 흐뭇하고, 프로페서 입장에서도 닮고 싶죠(웃음).”

 

<마돈크>는 마니아 관객이 많긴 하지만 작품 자체는 대중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편입니다. 소극장 무대에도 배우로서 매력을 느끼신 것 같은데, 1년에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제한적인 만큼 다른 작품에 욕심을 낼 만도 한데요.

 

“사실 <마돈크>는 작품이 갖고 있는 키치성과 B급 코드를 살리려다 보니까 처음에는 배우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무척 많이 보는 관객들, 대학로의 어떤 트렌드에 너무 맞춰진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고. 그런데 무대는 환상,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벌어졌으면 좋겠는 걸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배우가 먼저 작품에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텍스트 작업을 오래했고, 배우나 제작진, 우리들끼리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작품이 무대에 오르니까 하면서 저도 재밌더라고요. 기대 이상의 호평도 많이 받았고요. 제 측근이나 같은 업계에 있는 관계자들도 저의 다른 모습을 봤다고,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해준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하고 싶고, 새로 생긴 저의 측근들에게도 ‘쟤 저런 얘구나!’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프로페서V 역에 김호영 씨 외에도 송용진, 허규, 최재웅, 박영수, 강영석 씨, 드라큘라 백작 역에는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 씨 등 남자배우만 11명이라서 칙칙할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개성 뚜렷하고 재밌는 분들이 많군요.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2인극은 서로 주고받는 부분이 있지만, <마돈크>는 작품 특성상 프로페서V 혼자 끌고 가는 면이 많아요. 초반 30분은 모노극에 가깝고요. 지난해 만든 탄탄한 구조가 있다 보니 올해는 안무 등을 많이 보강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안무 연습을 하더라도 한 배우와만 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해요. 마치 포크댄스 추는 것처럼. 그런데 배우마다 갖고 있는 색깔이 워낙 다르다 보니까 같은 동작의 춤을 추는데도 느낌이 다 달라요. 정말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최재웅 형은 그만의 코미디가 있는데, 그 옆에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의 김재범 형이 있고. 둘은 남철, 남성남 이후 최고의 콤비예요. 저는 외모지상주의라서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새로 뽑힌 비주얼이 훌륭한 이창엽 군과만 공연을 하겠다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공연 외에 활동하는 분야가 다양하잖아요. 작품에 집중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요?

 

“반대로 생각하시면 돼요. 작품에 너무 집중해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 기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연 안에서도 의상이나 소품, 분장 등에 관심이 많고, 연기도 뮤지컬은 물론이고 연극, 영화, 드라마, 또 예능 MC나 DJ, 뷰티, 패션까지 굉장히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여러 형태로 표현이 되는 거죠. 그래서 어느 것 한 가지를 똑 부러지게 못할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 그 다양성이 김호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바로 무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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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김호영이라는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 어떤 타이틀이 붙길 바라나요?

 

“스스로 ‘독보적’이란 말을 항상 쓰거든요. 그런데 배우로서만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건 제가 갖고 있는 탤런트이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이 불러줬던 ‘호이’라는 별명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호이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지난해 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호이라는 브랜드의 카페, 양말도 만들었고, 도시락도 런칭했고, 제 이름을 걸고 토크쇼도 했고. 더 유명해지기 위해서, 더 대중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주가 되는 김호영이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다 접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가 뮤지컬을 14년 했는데, 이제는 이 배우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고 연기를 잘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티켓을 많이 파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하지만 티켓 판매와 그 배우의 탤런트가 꼭 비례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유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럼 2016년에 김호영 씨가 가장 집중하는 건 뭔가요?

 

“제가 유명해지는 거요. 사실 연말이면 항상 작년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정말 그렇게 돼 왔어요. 제 성에 안 찰 뿐이지(웃음). 요즘은 ‘수면론’과 ‘아기론’을 자주 얘기해요. 저는 냉정한 편이에요. 물에 빠진 사람도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야 구해주는 것이고, 아이도 울어야 젖을 주는 거잖아요.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하고, 그에 걸맞게 실력이든 뭐든 밑 작업을 해야죠. 하지만 내가 잘 한다고 당장 기회가 오는 건 아니고, 맞는 시기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 잘 해가고 있는 만큼 어느 것 하나만 터지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엮여서 갈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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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씨와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더니 살짝 어지럼증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무대 위에서 그 많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래, 춤, 연기 중에 연기를 가장 잘 하는 사람,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 겸손 따위 없는 사람, 그리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 모두 김호영 씨가 스스로를 지칭한 말인데요. 배우는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지만,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했기 때문에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게 아닐까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가 배우로서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화려함을 걷어낸 민낯 그대로의 배우 김호영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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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재밌다 vs 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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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재연에 돌입했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이 확실한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 데다 뮤지컬로 더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코믹하게 뒤집어 지난해 국내 초연 때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미타니 코키의 작품만큼이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아끼는 관객들이라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들어서기 까지 꽤나 고민했을 것이다. 무대 위의 신사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미타니 코키의 나무랄 데 없는 난도질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 관람 평을 보면 ‘재밌다’ 일색인데, 이 연극이 그렇게 재밌을까? 물론 무대는 미타니 코키 특유의 코믹함과 재치가 더해져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터진다. 하지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알아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무슨 얘기인지 기자의 관람 소감과 객석 곳곳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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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역시 미타니 코키네. 지난 연말에 뮤지컬 <오케피> 보고 미타니 코키의 소극장 연극이 무척 그리웠는데, 역시 그의 오밀조밀한 유머감각을 즐기기에는 소극장이 제격이야.

 

덜 재밌다! : 그렇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은 ‘빵빵’보다 ‘뿅뿅’ 터지니까.

 

재밌다! : 설정 자체가 벌써 재밌잖아.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해 리허설을 하다! 사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지킬을 연기하는 배우도 너무 멋있어서 근사하기는 하지만 친근감은 들지 않았는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제목부터 좀 ‘저렴한’ 냄새가 나면서 왠지 더 친숙하다니까.

 

덜 재밌다! : 난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보기까지 고민이 많았어.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인데도 초연을 보지 않았다고. 지난번에 배우 이시훈 씨(극 중 빅터)를 인터뷰할 때도 <지킬 앤 하이드>가 망가지는 걸 볼 수 없어서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야.

 

재밌다! : 난 뮤지컬 때문에 연극이 더 재밌던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데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도움이 안 되지만, 뮤지컬을 먼저 봤던 사람이라면 연극이 더 재밌을 거야. 원작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무대 위 근사한 지킬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 수 있으니까. 특히 지킬이 약을 주입하고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이나 하이드의 자세, 목소리 등은 많은 부분 뮤지컬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뮤지컬을 알아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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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재밌다! : 그게 재밌어? 그래, 재밌긴 재밌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문학사에 있어 길이 남을 엄청난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하는 장면은 공연예술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1인 2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촬영과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대 위에서의 1인 2역은 차원이 다르잖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에서 그걸 구현해 내다니. 10여 년 전, 지킬과 하이드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공연에 완전히 빠졌다고. 그래서 그 모습이 희화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재밌다! : 달리 생각하면 미타니 코키가 그걸 한 번 더 비튼 거 아닐까? 한 배우가 시공간의 차이를 두지 않고 동시에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가능해? 한 인물이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관객들의 눈에 빤히 보이게 버젓이 칸막이를 두고 두 배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도록 한 게 아닐까? 심지어 공연을 제작하는 극작가인 미타니 코키가 만들어서 더 인간적이라고.

 

덜 재밌다! :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그 기발함이나 재미가 덜하다는 거야. 결국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단함을 인정한 것 같다고 할까? 우리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박사의 약혼녀인 정숙한 이브 댄버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지킬의 실패한 약을 마시고도 자기 최면에 빠져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하이디로 변신하잖아.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면 연극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를 한 배우가 연기해. 그리고 비록 우스꽝스럽게 그려냈지만 하이드를 연기하는 빅터 역시 순식간에 다른 인물로 돌변해야 하지. 뮤지컬과 같은 전율을 느낄 수는 없지만, 배우와 관객이 속고 속아주는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차용한 셈이라고. 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는 전혀 다른 재미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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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나는 여성판 <지킬 앤 하이드>라는 생각도 들더군. 뮤지컬에서는 지킬의 약혼녀인 엠마와 매춘부 루시가 등장하는데, 정숙과 관능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성향 역시 한 사람의 내면에 공존할 수 있잖아. 그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로 표현한 거고. 그녀가 극 초반에 복선을 깔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말이야. 미타니 코키는 치밀하게 생각한 거라고.

 

덜 재밌다! : 그럼, 미타니 코키잖아. 하지만 이 연극은 원작소설을 비틀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없었다면 결코 태어날 수 없었을 걸.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재밌을수록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된다고.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연극보다 덜 재밌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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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꼭 더 재밌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이런 제목을 달았나 보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너무 뻔하지만 어쨌든 웃기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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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막공인 줄 알았다! 뮤지컬 의 배우 이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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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과 ‘관객이 받는 감동’의 상관관계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공연은 배우뿐만 아니라 대본, 음악, 음향이나 조명, 무대 장치에 이르기까지 결국 사람들의 ‘합’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고, 감동이란 관객의 주관적인 느낌이니 여러 변수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배우의 연기력과 관객이 받는 감동은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배우의 연기력에서 귀결되는 감동 외에 때로는 이보다 더 큰 감동을 자아내는 또 다른 영역이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생각은 최근 봤던 뮤지컬 <쓰릴 미>에서 시작됐는데, 조금은 맞지 않는 두 배우의 호흡이며 겉도는 피아노 연주며 분명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2007년 초연 이후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아프더란 말이죠. 그간 <쓰릴 미>를 거쳐 간 수많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봤지만 희한하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개막한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 뮤지컬 <뉴시즈>역시 뭔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 배우를 더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또한 ‘탄탄한 연기력에서 자아내는 감동’보다는 ‘덜 다듬어진 알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 때문이죠. 바로<뉴시즈>의 리더, 배우 이재균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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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절대 뛰지 않아요(웃음). 큰 소리도 안 내고, 나서는 편도 아니에요. 그런데 잭 켈리는 리더잖아요. 그런 면을 이해하고 찾느라 좀 어려웠어요.” 

 

충무아트홀 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잭 켈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 온 몸에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밖에 구급차를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배우’로 유명하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무대에 오르면 저도 모르게. 좀 전에 프레스콜 때도 저녁에 공연 있으니까 힘을 좀 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1막 마지막에 ‘산타페’라는 노래를 부를 때 ‘사시’가 된 적도 있어요(웃음). 이 노래가 어렵기도 하고 연기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연습실에서도 ‘산타페’를 부를 때면 항상 어지러웠는데, 무대에서는 그 전에 엄청 뛰다 계단까지 많이 올라가잖아요. 리허설 때 (서)경수 형이 호흡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다른 배우들과 공연하다 계단을 올라갔는데, 흔히 ‘숨이 턱까지 찬다’고 하잖아요. 머리 꼭대기까지 찰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사람들이 제 눈이 사시가 됐다고(웃음). 그래도 그런 호흡조차 잭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140분을 그런 모습으로 있으니까 좀 불안하더라고요. 저러다 내일 못 일어나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아직 그 정도 나이는 아니어서, 말짱해요(웃음). 특히 이 작품은 굳이 힘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무대에서 뉴시즈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나요. 형들 없었으면 못했을 거예요. 사실 연습기간 중에 성대결절이 좀 있어서 ‘저들의 열정에 해가 되면 어쩌나, 내가 망쳐버리면 큰일인데’ 그런 부담이 있었어요. 그래서 술도 끊고 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지금까지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잘 가고 있고, 더 재밌게 하는 게 목표예요.”  

 

<쓰릴 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히스토리 보이즈> 등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작품을 많이 하셨는데 <뉴시즈>는 단연 최고봉이군요(웃음).

 

“그렇죠, 그래도 키스신이 있어요(웃음). 여배우와는 처음으로 키스하는 건데, 확실히 남자배우와 하는 것보다 낫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뉴시즈>는 배우들 사이가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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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즈>는 앙상블의 힘이 대단하잖아요. 특히 일반 뮤지컬과는 다른 안무를 선보이는 만큼 재주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박준형 씨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그 소년이라면서요.

 

“네, 재주꾼들 정말 많아요. (고)훈이 형은 발레를 오래 했고, (박)진상이 형은 비보잉, (정)창민이는 아크로배틱. 창민이는 다쳐서 공연 초반에는 참여를 못했는데, 그 아이는 하늘에서 날아다녀요. 그런 모습 보면서도 내가 너무 안일하게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나... 저는 춤도 못 추고, 노래도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자극을 많이 받고 저도 열심히 노력했어요.”

 

재주 많은 앙상블 배우들도 그렇지만 같은 잭 켈리를 연기하는 온주완, 서경수 씨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요.

 

“일단 경수 형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잭이라고 느껴져요. 덩치도 있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고, 노래며 몸 쓰는 것도 베테랑이잖아요. ‘뮤지컬배우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완이 형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부담도 있고 어려운 캐릭터라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형의 첫공을 보고 울컥했어요. 처음 뮤지컬 하는 사람 같지 않게 진심으로 결의가 느껴지는 거예요. 감동받았죠. 두 형은 리더 같은 모습이 있잖아요. 제 모습이 리더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목표는 다른 뉴시즈와 똑같아 보이는 거였어요. 잘 어울리고, 무게 잡지 않고,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정말 평범한 신문팔이인데, 어렸을 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상처가 있고 그래서 부당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불끈하는 거죠. 사실 10대 후반이면 어리잖아요. 친구들을 걱정하느라 다른 어른들의 말에 휘둘리기도 하고, 그게 인간답잖아요.”

 

공연을 같이 본 사람이 잭이 너무 귀티 나서 극에 몰입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의상도 잘 어울리고요(웃음).

 

“아, 안 돼요(웃음). 저도 그게 고민이었어요. 너무 하얗고 말끔한 거예요. 그래서 검댕 좀 묻히자고 건의했어요(웃음). 저도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3남매라 지원해 주시는 데 한계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 많이 했어요. 사실 그런 것에 별 신경은 안 썼지만, 가끔 ‘쟤네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걸 왜 나는 힘들게 해야만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은 있어요.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도 가족이나 친구 누구 하나 ‘잘 해봐!’라는 사람은 없었어요. 다들 ‘니가 무슨?’ 고등학교 때까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무기력했거든요. 대학 가려고 시작한 연기인데, 한 번 하고 나니까 이것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12시간씩 계속 연기하고, 잘 때도 계속 생각하고. 그게 버릇이 돼서 어떤 인물을 만나면 사소한 것들까지 계속 그 인물에 대입하게 돼요.”

 

어쩌면 다른 배우들이 ‘쟤는 왜 저렇게 술술 잘 풀리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만나왔습니다. 주위에서 이재균 씨의 매력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재밌는 일을 재밌게 하다 보니까 굉장히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어요. 저는 함께 공연하면 재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좋아요. 물론 배우라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환호해주셨을 때 기분이 좋지만, 제가 가장 뿌듯할 때는 같이 하는 배우가 와서 안아줬을 때, 정말 교감했다는 말이잖아요."

 

어찌 보면 무대 위에서 강약조절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이재균 씨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라고 할까요? 3~4년 뒤에 말끔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면 오히려 아쉬울 것 같아요.

 

“3~4년 뒤에도 똑같을 거예요. 전 그렇게밖에 할 줄 모르거든요. 모든 것들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기술이잖아요, 결국 연기라는 게. 진짜가 되면 기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 <닥터 지바고> 할 때 (강)필석이 형이랑 6개월을 같이 지내면서 연기 얘기를 많이 했는데, 형이 ‘무대 위에서 진짜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거 하나 믿고 지금까지 왔어요. 인물로 들어가는 방법은 배우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연습기간에는 굉장히 많은 시도를 해보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아무 생각도 안 해요. 그런데 자신은 있어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문사의 부당함에 맞서 싸운 뉴시즈, 특히 잭 켈리의 삶은 이후 많이 바뀌잖아요. 뮤지컬<뉴시즈>를 하는 동안 이재균 씨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더 밝아져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됐고, 다들 사랑스럽고, <뉴시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작품이 워낙 역동적이다 보니까 공연 끝나고 샤워할 때 보면 어디서 다쳤는지도 모르는 멍들이 있어요. 뉴시즈 형들은 더하죠. 다들 5kg 이상 빠졌을 거예요. 안타깝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잭 켈리가 더 잭 켈리 같아졌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뉴시즈 형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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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는 많은 자질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주관적인 자질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추상적인 자질은 바로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 형태나 빛깔을 알 수 없을수록 더욱 끌리는 매력 말입니다. 이재균 씨는 무엇보다 이 매력이 가득한 배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공연 때마다 찍은 프로필 사진만 봐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그래서 <뉴시즈> 프로필 촬영 때도 시시각각 풍기는 느낌이 다른 이재균 씨의 모습에 사진작가가 신나서 꽤 오랫동안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관객들도 무대 위에서 딱 떨어지는 배우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재균 씨의 공연에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요? 내일이 없을 것처럼 연기하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이재균 씨의 공연이 궁금하다면 뮤지컬 <뉴시즈>에서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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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어린이날 &어버이날 어떤 공연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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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 눈부시게 화창한 5월은 짙은 녹음과 쏟아지는 햇살 사이로 쉼 없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여행도 가야하고, 결혼식장에도 가야하고, 가정의 달이니 이래저래 챙길 것도 많고. 지출이 많아지는 것은 그렇다지만 해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선물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재미있는 공연 한 편으로 소중한 마음도 전하고 점수도 두둑이 챙기면 어떨까? 예스24에서 만날 수 있는 부모님에게 선물하기 좋은 공연, 어린이와 함께 볼 만한 공연을 살펴본다.  

 

 

투자한 만큼 효과도 크다, 어버이날엔 디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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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디너쇼를 보여드리자면 지갑을 크게 열어젖혀야 하지만 부모님은 자식 키운 보람을 제대로 느끼실 것이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 올해 어버이날에도 관록 있는 가수들의 디너쇼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그녀를 따라올 만한 가수가 있을까? 어딘가에 무한동력 장치를 장착한 듯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파워풀한 가창력과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인순이 씨의 디너쇼가 5월 8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서 때로는 삶의 이야기가 담긴 감동적인 무대까지 팔색조 같은 인순이 씨의 다채로운 무대가 부모님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것이다. 인순이 씨가 폭발하는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면 섬세한 가창력으로 세포 구석구석 파고드는 심수봉 씨의 디너쇼는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백만 송이 장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밖에 난 몰라‘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준비돼 있다. 주현미 씨는 5월 7일과 8일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디너쇼를 마련한다. ‘비 내리는 영동교’, ‘또 만났네요’,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잠깐만’ 등 수많은 히트곡은 물론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도 선사할 예정이다.

 

 

추억에 젖어볼까, 청춘을 노래하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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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고 했던가(박범신 <은교> 중)! 부모님에게도 눈부신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추억을 노래하고, 여전히 열정 가득히 생활할 수 있도록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콘서트는 어떨까? 먼저 영원한 오빠 남진 씨의 콘서트 <Gentleman 51th>는 5월 8일 부산 KBS홀에서 만날 수 있다. 데뷔 51년의 관록과 히트곡,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무대매너, 70대 남진 씨가 보여주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는 부모님의 무거워진 나이도 ‘가벼운 숫자’로 바꿔주지 않을까?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다시 찾아온 봄날, 청춘을 노래하다>는 5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청바지 입고, 통기타 연주하며 청춘을 노래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젊은 날, 그 아련한 봄날의 추억을 쎄시봉의 큰형님 조영남 씨와 노래하는 시인 윤형주,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세환 씨 등 쎄시봉 친구들의 하모니로 다시 꺼내 보자. 어버이날이면 빠지지 않고 열리는 소리꾼 김영임 씨의 무대<효>는 5월 7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 5월 8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올드한 무대는 잊자. 전통 국악은 물론이고 국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협연, 요즘 인기 있는 대중음악과의 합동무대까지 다양한 소리와 다채로운 영상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며질 예정이다.

 

 

엄마와 딸만의 특별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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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은 원래 어머니날에서 시작했다. 어머니, 그리고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딸. 그들(모녀)의 관계는 사랑하는 남녀 관계만큼이나 세대를 뛰어넘어 무대에서 사랑받는 소재가 아닐까. 가정의 달, 엄마와 딸만의 특별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친정엄마>가 제격이다. 지난 2004년 원작 소설 출간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로 이 땅의 엄마와 딸들을 울린 고혜정 작가의<친정엄마>가 3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왔다. 지난해 막을 내린 연극 버전의<친정엄마>가 드라마의 감동에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남진의 ‘님과 함께’, 이승철의 ‘소녀시대’,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추억의 음악과 함께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 특히 국민엄마 박정수, 정애리 씨가 무대에 올라 사골 국처럼 깊고도 친숙한 엄마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린이날, 한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아이가 최소 60분에 달하는 공연을 관람하기에는 집중력이 모자라다면, 어린이날 한 가지만 하기에는 호기심이 많다면 한 자리에서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더해진 파티는 어떨까? 5월 5일 더 케이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원스탑플레잉 키즈데이파티>는 댄스와 타악이 접목된 파워풀한 퓨전 난타공연을 시작으로 마술공연, 풍선공연, 중국 전통 가면극인 변검, 대형 버블공연까지 집중력은 약하지만 호기심은 많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무대를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야외 잔디마당에서 샌드아트나 버블, 페이스페인팅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원스탑플레잉’이라는 말에 걸맞게 쿠키와 음료 등을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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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어린이 뮤지컬은 어린이날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그림형제의 명작동화 '백설공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랐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선보이는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눈의 나라, 숲속 난쟁이 마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뮤지컬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는 ‘일곱난쟁이가 원래는 7인의 기사였다’ 등 원작에 새로운 상상을 더했다. 오리걸음으로 춤과 연기를 선보이는 난쟁이들은 물론 장면마다 화려하게 변하는 무대세트, 가수 송시현 씨가 작곡한 노래들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즐길 거리 가득한 무대를 선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용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캣 조르바>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보기에 적당하다. 정통 뮤지컬에 수학적인 흥미를 가미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잃어버린 아기와 남편을 찾기 위해 고양이 미미가 수학탐정 조르바와 함께 떠나는 모험 길을 담은 뮤지컬 <캣 조르바>는 위기의 순간마다 수학퍼즐을 풀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색다른 구성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 관객들의 몰입도도 높인다.

 

 

어린이들이 직접 꾸미는 동요 콘서트!

 

어린이날인 5월 5일과 7~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에서는 동요콘서트가 열린다. 국내 어린이 합창단과 중창단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동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5월 24일과 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우리 동요 사계절> 콘서트도 열린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제161회 정기 연주회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을 주제로 총 42곡의 동요를 합창곡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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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돌아온 뮤지컬 , 다시 만난 초록마녀 박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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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위키드>가 5월 대구를 시작으로 7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2003년 미국에서 초연된 <위키드>는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에 이어 브로드웨이 사상 박스오피스 총 매출 1조 원(40억 달러)을 최단 기간에 돌파한 뮤지컬인데요. 국내에서는 2012년 호주 팀의 내한공연에 이어 2013년 한국어 버전으로 1년 가까이 공연되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죠. 그리고 초록마녀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며 하늘로 솟아오르듯 뮤지컬 <위키드>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박혜나 씨입니다. 엘파바로 총 144회 무대에 오르며 국내 최다 엘파바 공연 기록을 갖고 있는 그녀가 이번 시즌에도 초록 의상을 입는다는 소식에 연습실이 있는 남산 인근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허리 나가고, 목 디스크 오고, 승모근 올라가고, 피부 착색과 이마 마이크 침투?”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뮤지컬 <위키드>가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무대 연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은 그만큼 고생스럽겠죠. 엘파바의 분장과 의상은 딱 봐도 힘들어 보이지 않나요?


“초록색 분장을 하잖아요. 피부에 초록색이 스며들어요. 아이&립 리무버로 닦아야 그나마 없어지더라고요. 1년간 방법을 찾았다니까요. 그리고 제 이마가 좀 튀어나온 편인데 마이크를 달고 그 위에 모자를 쓰니까 이마에 아예 마이크 홈이 생겼어요. 의상도 무겁거든요. 천이 한 장이면 덜 무거운데 360겹이 덧대져서 15kg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허리랑 목이 좀 안 좋아서 걱정이에요. 그런 것 외엔 재밌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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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부터 한 달간 대구에서 먼저 공연됩니다.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그렇죠, 지방에서 장기공연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는 몸이 악기인데 악기 보관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잠자는 것, 먹는 것, 병원은 어디로 가고 운동은 어디에서 해야 하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밌을 것 같아요. 팀원들과 어딘가로 떠나서 공연을 한다는 게.”

 

거의 2년 만에 다시 엘파바로 무대에 섭니다. 달라진 게 있겠죠? 엘파바를 만나기 전 2년과 만난 후 2년은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차이는 어마어마하죠. 저는 오디션을 봤을 때 떨어지는 횟수가 더 많았던 배우거든요. 그런데 엘파바를 통해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고, 관객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그간 바쁘게 작품들을 만나왔어요. 사실 뮤지컬 <위키드>는 10년 넘게 공연된 작품이라서 이미 노하우가 탄탄하게 쌓인 작품이에요. 작품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 작품을 표현하는 제가 달라지지 않았나. 그동안 다른 작품들을 했고 나이도 먹었고, 그래서 다르게 표현될 것 같은데 그건 관객들의 말씀을 들어봐야겠죠? 저는 걱정만 있어요. 그 사이 발전했을까? 다른 느낌이 전해질까? 제가 느끼는 다른 점이라면 그전보다 극 안에서 좀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나태해졌다는 게 아니라  다른 호흡까지 쓸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박혜나 씨를 다른 공연에서 보면 엘파바와는 다르게 좀 수다스럽기도 하고 호탕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엘파바와는 비슷한가요?


“초연 때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어떤 캐릭터나 그 누구와도 공통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극대화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엘파바를 하면 할수록 그런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용기나 정의, 신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제는 타협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래서 닮은 점을 얘기하자니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닮고 싶은 워너비로 생각하려고요(웃음).”

 

그렇다면 2년 전 박혜나 씨가 보여준 엘파바가 더 나은 거 아닌가요(웃음)?


“그게 걱정이에요. 2년 전 저는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뭔가 큰 기회를 갈구하던 때였거든요. 다행히 엘파바라는 정말 큰 역할이 왔고, 나름 죽을힘을 다해 매회 막공처럼 최선을 다했는데,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연습을 할수록 그런 느낌과 싸우게 돼요. 사실 그때 얻은 것이 많지만 잃은 것도 있거든요. 즐거움보다는 두려움을 느꼈고, 책임감에 대한 압박, 무대라는 공간에 대한 무서움. 그만큼 성장했고 행복했지만 너무나도 힘들었던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연출님이 ‘<위키드>공연할 때 힘들었죠? <위키드>를 두 번째 만난 건 배우에게 선물이라 생각하세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세계 엘파바들이 저와 같은 마음을 모두 겪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생각이 좀 정리가 됐고, 이번에는 <위키드>를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요.”

 

엘파바로 함께 캐스팅된 차지연 씨는 임신 소식이 있던데요. 글린다 역에는 초연에 이어 정선아 씨, 그리고 아이비 씨가 새롭게 캐스팅됐던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연습이 쉽지 않아요, 할 것이 많고. 그래서 다른 감정싸움 할 겨를이 없어요. 지연 언니의 공연을 몇 번 봤어요. 차지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정서가 있잖아요. 엘파바 역시 언니만의 색깔이 묻어날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가 자기는 뿜어내는 에너지를 쓴다면 저는 안에 더 머금어서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말 같아서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저는 언니보다 조금 더 귀여운 엘파바가 아닐까(웃음). 아이비는 저와 동갑인데 낯도 안 가리고 가진 색깔도 글린다와 비슷해서 공연 때 궁금해요. 선아는 두말 할 필요 없이 그냥 글린다라서 저는 잘 따라가면서 느끼고 반응하면 돼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서 행복하고, 이 항해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어요.”

 

이번에 글린다에 도전해 보시면 어땠을까요?


“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살이 너무 쪄서요(웃음). <드림걸즈> 할 때 맘 놓고 10kg을 찌웠거든요, 에피는 살이 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저는 배에만 살이 찌더라고요. 그다지 캐릭터와 어울리지도 않고. 이제는 만성이 됐고, 남편을 그 전에 만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글린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영역이 다른 것 같아요, 발성도 다르고. 저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신다면 도전해 볼게요(웃음).”

 

크기변환_박혜나_위키드.jpg

 

엘파바 하면 박혜나 씨를 떠올리게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후 많은 작품에서 캐릭터 변신을 하셨지만 엘파바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엘파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요.


“비중이 작은 역할을 하거나 기대와 다른 행보를 걷는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에게 기대를 하셨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도 표현하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는 모든 작품들이 신기하고 운명 같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했고요. 예를 들어 <드림걸즈>는 초연 때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이후 에피를 하게 됐고, <데스노트>에서는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연출님을 만났고, <오케피>는 팬이었던 황정민 배우와 함께 작업했고요. 엘파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작품을 만났죠. 엘파바 이미지가 너무 강한 건 제가 넘어야 할 산인데, 그만큼 엘파바를 좋게 봐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후 워낙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서 털어낼 수 있었고요.”

 

득도하신 느낌이에요(웃음).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웃음). 엘파바로서 득도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큰 역할이 와서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제가 하게 된 작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은 것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가해요. 오디션에 떨어져도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기회가 되겠네?’라고 생각해요(웃음). 물론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예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에게 과분하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을 다할 거예요. 엘파바도 제가 전에 해서 힘든 거예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치지 않으려고요.”

 

그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부끄럽지 않아야겠죠. 믿을 건 연습밖에 없어요.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도 연습이고, 자신감도 연습에서 얻는 것이고.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해도 제 안에 없으면 또 어떻게 나오겠어요. 캐릭터는 결국 제 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안에 어떤 것을 담을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좋은 기운을 담아드리고 싶어요. 평상시 삶이 중요하겠죠.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데 좋은 배우들과 무대에 함께 설 수 있고, 관객들과 감정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크기변환_크기변환_위키드_원더풀.jpg

 

이 기사가 게재될 무렵이면 박혜나 씨는 이미 대구에 있겠군요. 한 달 이상 머물 숙소는 마음에 드는지, 허리와 목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치료 받을 병원은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올해 ‘공연세상’을 통해 만난 첫 여성 인터뷰이더군요. 객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 그래서인지 남자 배우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많은 공연시장. 그 안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자 배우들을 조금 더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뭐, 언젠가는 여자 2인극도 나오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 투톱을 내세운 뮤지컬 <위키드>! 박혜나 씨를 비롯해 차지연, 정선아, 아이비 씨 모두 대구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까지 네 마녀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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