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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윤하정의 공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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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나는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그리고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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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가 6월부터는 여수, 광주, 창원, 전주, 울산 등 지방 투어에 나선다. <맘마미아!>는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49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됐고, 국내에서는 2004년 처음 소개된 이후 공연 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효녀 뮤지컬. 그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난 스토리와 그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스웨덴 출신 아바의 히트곡들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올 여름, 국내에서는 <맘마미마!> 외에도 화제의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한바탕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고 유행하는 노래를 골라 듣던 주크박스에서 비롯된 말로, ‘익숙한 넘버’가 가장 큰 장점이다. 극과 음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야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미 한 마리 토끼는 잡고 시작하는 셈이다. 그래서 ‘어떤 가수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큰 홍보수단이지 않던가. 특히 올 여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그 ‘어떤 가수’가 어마어마하다. 

 

 

비틀즈 뮤지컬<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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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에서는 때 아닌 비틀즈 열풍이 불고 있다. 비틀즈의 노래야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로 비틀즈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도 비틀즈 음원에 대해 정식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비틀즈의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5월 초에는 영화 <비틀즈 :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개봉했다. 리처드 레스터 감독이 50년 전 연출한 전설의 음악영화<비틀즈 :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1964년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당시에는 아이돌이었던 비틀즈 멤버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음반 'Hard Day's Night'에 수록된 노래들로 채워진다. 특히 영화에 직접 출연한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개성 가득한 50년 전 풋풋한 모습은 반가움과 아련함이 뒤섞인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가하면 뮤지컬 <렛잇비>는 지난 2012년 9월, 비틀즈 결성 50주년을 기념해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5월 대구와 서울에서 영국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보통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 가수의 노래에 새로운 극을 입혔다면 뮤지컬 <렛잇비>는 비틀즈 결성부터 해체까지의 과정을 ‘Hey Jude’, ‘Yesterday’, ‘Let it be’, ‘In My Life’ 등 그들의 인기 노래 40곡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콘서트형 뮤지컬이라고도 부른다. 내용보다는 노래에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보통 2~3달 장기적으로 공연되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대구와 서울에서 총 5일간만 무대에 오른다. 음악뿐 아니라 극의 소재까지 비틀즈의 이야기이니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도 당연히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주인공이다. 이 경우 배우들이 비틀즈 멤버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 그들의 노래를 얼마나 제대로 불러줄 수 있는지가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텐데, 이번 무대에는 초연 때부터 함께 한 루벤 거손, 이안 가르시아, 폴 매니언, 스튜어트 윌킨슨이 참여한다. 캐스팅 당시부터 비틀즈와 비슷한 외모, 목소리, 연주 실력에 중점을 두고 뽑았단다.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와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2백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실제로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하다. 특히 비틀즈가 발매했던 각 앨범 재킷 사진을 모티브로 각 앨범 별로 바뀌는 비틀즈 멤버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그대로 구현되며, 무대 옆 빈티지 TV에서는 실제 비틀즈의 결성부터 변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의 말대로 100%의 싱크로율이라면 관객들도 1960년대로 돌아가 비틀즈와 함께 라이브 콘서트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뮤지컬 <올슉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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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멤버들에게도 우상이었다는 엘비스 프레슬리. 1954년 데뷔곡인 ‘Heartbreak Hotel’로 단숨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엘비스는 이후 ‘Hound Dog’, ‘Don’t Be Cruel, ‘Love Me Tender’ 등 잇달아 히트곡을 발표하며 빌보드 차트 10위권 안에 36곡, 1위만 17곡을 올렸고, 미국에서 1억 장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로큰롤 역사의 포문을 연 엘비스 프레슬리는 한껏 폼 잡는 풋내기 청년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2007년 국내에서 초연된 뮤지컬<올슉업>은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애정행각과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괴상한 패션으로 교소도에 수감됐던 엘비스가 석방된 뒤 오토바이를 타고 한 마을에 도착해 벌이는 엇갈린 러브라인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극에 맞게 음악을 만드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이미 존재하는 노래에 스토리를 맞춰야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는 사실 극의 치밀함과 높은 완성도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올슉업>역시 스토리는 좀 유치한 감이 있지만 그때마다 치고 나오는 ‘All Shook Up’, ‘C’mon Everybody’,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0여 곡은 역시 이 작품의 든든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또 다소 느끼한 엘비스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법. 그래서 뮤지컬배우와 함께 인기 가수들이 엘비스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공연에도 가수 휘성, 인피니트의 김성규는 물론 뮤지컬<프랑켄슈타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최우혁 씨가 능글맞음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뮤지컬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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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무대에 오르는 주크박스 뮤지컬 가운데 가장 궁금한 작품은 바로 <페스트>가 아닐까 한다. 6년의 준비 기간 끝에 오는 7월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뮤지컬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미래 첨단 도시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한다는 설정의 이야기. 이 작품은 라이선스나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아니라 국내 창작뮤지컬인 데다 다름 아닌 가수 서태지 씨의 음악이 넘버로 사용돼 그간 기대와 궁금증을 키워왔다. 카뮈의 소설과 서태지의 음악이 뮤지컬화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서태지 씨는 뮤지컬 제작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 대본을 확인하고 자신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확인만 했을 뿐 음악 편곡이나 프로듀싱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형식의 그의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멜로디라인과 가사는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돼 한 편의 극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뮤지컬<페스트>는 오랫동안 기대를 모았던 작품인 만큼 캐스팅도 주목받았다. 베테랑 뮤지컬배우들은 물론 연예계 배우들도 이름을 올렸는데, 의사 리유 역에는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씨가, 기자 랑베르 역에는 김도현, 윤형렬 씨가 캐스팅됐고, 카뮈의 원작 소설에서는 남자였지만 뮤지컬에서는 여성 식물학자로 등장하는 타루 역에는 오소연, 피에스타의 린지가 참여한다. 5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떤 합을 이룰지, 무엇보다 서태지의 음악이 뮤지컬에서 어떤 빛깔로 노래될지 기대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가수에서 배우로, 뮤지컬 의 김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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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피아노, 그리고 사랑...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바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인데요.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 배우와 함께 지난 1995년 초연됐다고 하니 올해로 21번째 생일을 맞은 셈입니다. 스무 살이 넘은 창작뮤지컬은 손에 꼽을 정도죠. 그 사이 오만석, 엄기준, 김다현, 송창의, 윤공주, 김지우, 안시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이 무대를 거쳐 간 걸 생각하면 작품의 힘과 흘러간 시간을 새삼 체감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다시 무대를 찾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동욱 역에 안재모, 전병욱, 이동준, 동현 역에 박유덕, 김견우, 원성준, 은경균, 미리 역에 김려원, 이경진, 홍민아 씨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번 시즌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신인 같지는 않지만 대학로 무대에 선 모습이 아주 익숙하지도 않은 한 배우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바로 동현 역을 맡은 김견우 씨. 그가 누구인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연습실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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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첫 쇼케이스를 대학로 질러홀이라는 곳에서 했는데, 사실 저는 대학로보다는 홍대가 익숙하죠. 클럽 공연을 많이 했으니까요.”
 
이야, 질러홀이 존재할 무렵이면 꽤 오래 전 일이죠. 그렇습니다. 데뷔가 2004년이라고 하니 무대에 제법 올랐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활동무대는 뮤지컬이 아니라 라이브 콘서트였습니다. 김견우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트랙스의 제이라고 하면 아실까요?


“배우 활동할 때는 김견우라는 본명을 쓰고 있어요. 군대 다녀와서 가수보다 배우 쪽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서요. 뮤지컬로는 <사랑은 비를 타고>가 여섯 번째 작품인데, 처음 <형제는 용감했다>를 했을 때부터 뮤지컬이 좋아서 무대는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처음 뵌 관객이 공연 끝나고 제 노래가 좋다며 예전에 뭐 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소극장 3인극인데, 대극장 공연보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이었던 <군수선거> 외에는 모두 대극장 공연이었는데, 게다가 3인극은 처음이에요. 처음에는 부담됐죠. 대극장은 옆에 받쳐주는 사람이 많아서 자잘한 실수나 부족한 부분은 메꿔주고 힘을 실어주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무대 위에 벌거벗은 상태로 서 있는 것 같더라고요. 동현 역에 네 명이 캐스팅된 데다 동욱과 미리도 계속 바뀌어서 때마다 첫공하는 기분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죠. 그래도 배우들끼리 믿고 의지하며 가는 재미가 있어요.”

 

오래 전에 이 작품을 볼 때 중고등학생들이 단체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전이란 얘기죠. 록 밴드에서 스타일리시한 노래만 부르다 좀 진부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요.


“이런 거 좋아해요. 형제나 가족 얘기,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 대본 보고 정말 좋았어요. 뮤지컬치고는 드라마도 센 편이고, 이런 작품 해보고 싶었거든요. 사실 남녀 간의 로맨스는 오글거려서 무대 위에서 여배우와 연인으로 나오는 건 잘 못하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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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할 때 피아노 연주도 하잖아요. 밴드활동 하셨으니 재주가 많을 것 같습니다. 대학로에서는 김견우 씨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살짝 알려주시면 써놓을게요(웃음).


“이번에 배운 거예요. 박유덕 배우 외에는 다들 피아노를 못 쳤거든요. 사실 뭐 하나 특출 나게 해야 하는데 피아노든 기타든 다 어설퍼요. 뮤지컬 오디션 때는 짧은 시간에 뭔가 다 보여줘야 하는데 저는 춤도 못 추고. 탭댄스도<싱잉 인 더 레인>할 때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한 건데 다 까먹었어요. 하지만 닥치면 어떻게든 해요. 정말 잘 하는 게 없네요. 아, 미국에서 살았으니까 영어는 잘 해요. 일본 활동도 오래 해서 일본어도 좀 하고요. 써 먹을 데가 있으려나(웃음).”


요즘 작품에는 영어, 일어, 독어 다 나오더라고요. 유용하게 써 먹을 데가 있을 겁니다(웃음).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다 마흔 살 생일을 홀로 맞은 동욱, 그런 형이 불편해 집을 나선 뒤 7년 만에 돌아온 막내 동현, 그리고 실수로 그들을 찾아온 이벤트 업체 신입사원 미리. 별다른 전환도 없는 무대에서 세 인물이 90분의 드라마를 끌고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동현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대본을 봤을 때는 단편적으로 반항적이고 아직 철이 없는 막내 같은 느낌인데, 마냥 툴툴거리기만 하면 개념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형에 대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는, 그 마음과 달리 독한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철들기 전에는 저도  그런 면이 있었거든요. 엄마한테 짜증도 많이 내고. 지금은 안 그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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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형인 동욱과의 호흡이 중요할 텐데, 세 배우가 다르죠?


“다 달라요. (안)재모 형은 멋있는데 은근히 소심한 면도 있고 귀여워요. 친구 같은 형이라고 할까요? (전)병욱이 형은 아빠 같아요. 좀 세고, 강압적인 느낌도 있고. (이)동준이 형은 푸근한 엄마 같고요. 미리 역을 맡은 배우들도 모두 제각각이다 보니까 무대 위에서는 마음을 열어두는 편이에요. 물론 연기는 하나의 약속이지만 그 안에서 살짝 달라지는 것들이 있으니까 유연하게 대처해야겠더라고요.”

 

극중 피아노를 전공했던 동현이는 손을 심하게 다쳐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하는데요. 김견우 씨도 성대 수술 때문에 트랙스 활동을 중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스물다섯 살 때 즈음이었나. 병원에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수술 뒤에는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고 노래를 다시 못할 수도 있다고요. 무척 큰일이긴 했는데, 가수 활동 하면서 지치고 힘들어서 쉬고도 싶었어요. 뭘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이참에 쉬면서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 싶었죠. 수술 뒤 재활할 때는 1년 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말도 거의 안 했어요. 지금은 수술하기 전보다 톤이 살짝 올라간 편이고, 다른 사람들은 못 느낄 텐데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부분이 좀 있어서 꾸준히 저만의 발성을 만들고 있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는 동욱과 동현이 각자의 삶에서 위기를 겪지만 밝은 표정으로 마무리하잖아요. 김견우 씨도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건가요?


“커튼콜에서 동현이는 다친 손, 그러니까 현실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일단 형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행복하다는 걸 표현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 수 없죠. 저는 가수와 배우의 경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성대 수술 뒤에도 앨범을 내긴 했어요. 또 앨범을 언제 낼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는 명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쉬고 있는 상태죠. 뮤지컬은 계속 하고 싶어요. 뮤지컬에도 음악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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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가 마흔 살 생일을 맞은 동욱에게 스물다섯 살에는 뭘 하고 싶었느냐고 묻잖아요. 김견우 씨는 그때 하고 싶었던 걸 하고 계셨죠?


“그렇죠, 저는 가수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그냥 랩이 좋아서 한국에 들어와 SM까지 가게 됐는데, 거기부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막상 한국에 와서 보니까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경쟁도 치열하고. 어찌어찌 데뷔는 했는데 하고 나니까 더 높은 산이 많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 산을 올라가다 살짝 떨어진 거죠. 개인적으로도 많이 지쳤고. 그런데 지금은 무언가 하는 게 모두 재밌어요. 뮤지컬만 해도 예전에는 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들이 찾아오겠지 생각해요. 자신감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여유를 가지려는 것 같아요.”

 

21주년을 맞은 만큼 오래 전에 봤던 관객들은 이번에 다시 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어떤 마음을 전하고 계신가요?


“마지막 ‘사랑’이라는 노래 부를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저희 작품은 공연 시간이 길지도 않고 드라마도 잔잔해요. 편하게 와서 보시고 마지막에 미소 지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들 사랑하면서 웃으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고, 저희들이 그런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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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보고 마지막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작품. 뮤지컬<사랑은 비를 타고>에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시즌 때마다 수정과 보완이 이뤄졌겠지만 21년 전에 단순한 구성과 소박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 무대는 요즘의 치밀하고 현란한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울림이죠. 그런데 오래 전에 이 작품을 봤던 관객이라면, 이번 시즌에 처음 보고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관객이라면 각각 미리, 동현, 동욱의 나이와 상황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꿈도 있고 아픔도 있고 화해도 있는 게 우리 모두의 삶이니까요. 가수라는 꿈을 이뤘고, 잠시 산에서 떨어졌다 이제 배우로 달리고 있는 김견우 씨도 마찬가지겠죠?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지금 캐스팅으로 7월 10일까지 공연되고, 이후에도 오픈런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견우 씨의 배우 인생도 오픈런이겠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드레스 벗고 기름때 묻힌 뮤지컬 의 안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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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이 6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노래만 17곡에 미국에서만 1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하지만 뮤지컬<올슉업>에서 그는 한껏 폼 잡는 풋내기 청년이죠. 상당히 느끼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라서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면 어떤 배우가 엘비스를 연기할까 궁금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휘성, 김성규, 최우혁 씨가 블루 스웨이드 슈즈를 신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캐스팅을 확인한 뒤 이들보다 더 궁금했던 배우는 바로 나탈리 역을 맡은 안시하 씨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항상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던 그녀가 기름때 묻은 바지를 입고 급기야 남장까지 할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물론 아는 관객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훨씬 다채로운 모습의 ‘과거’가 있죠. 이래저래 안시하 씨가 궁금했던 기자는 대학로 인근에 자리한 연습실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연습이 진행되고 있어요. 낮에 1막 스케치를 하고, 저녁에 1막 런을 돌았어요. 이게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보통 스케치하는 데만 며칠이 걸리는데. 예전에 이 작품을 하셨던 배우들이 선을 잡아 놓은 상태라 어떤 걸 해도 잘 받아주시고, 처음 하는 배우들도 동화돼서 그런지 단합이 잘 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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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예인이 많이 캐스팅돼서 초반에는 좀 서먹서먹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연습실 분위기가 좋은가 봅니다.


“요즘은 작품에 연예인이 항상 있다 보니까 그런 경계가 없어요.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초반에 좀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열심히 배우려고 하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렸는데 작품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제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는 도가 튼 것 같아요.”

 

객석에서 보면 서구적인 마스크에 차가운 이미지라 다가서기 힘들 것 같은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많이 털털해요. 제가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차갑고 새침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먼저 내려놓고 다가가는 편이고요. 이미지 때문에 초반에는 여성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사실 아주 여성적이지는 않거든요(웃음). 상남자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래서 <올슉업>에서 나탈리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2012년 연말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시작으로 <해를 품은 달>의 연우, <프랑켄슈타인>의 줄리아, <신데렐라>의 신데렐라 등 대극장 무대의 여주인공으로 화려한 의상만 입어온 듯 한 안시하 씨에게는 사실 주목받지 못한 10년의 시간이 있었죠.


“아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소극장 무대에만 쭉 서다 방송도 도전했다, 10년 채우고 2012년 딱 12월까지만 하고 그만 두려고 했는데 영화처럼 <아이다>에 캐스팅된 거예요. 제 사주가 남들보다 노력을 몇 배로 해야 얻을 수 있대요. 그런 걸 믿는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타고 나서 금방 쟁취하는 분도 있고, 운이 좋은 분도 있는데, 저는 항상 관리하고 도전하는 데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럼 배우로서 2012년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가요?


“너무 다르죠. 일단 작품 리딩할 때 자리가 달라요. 주연과 조연, 앙상블석이 따로 있는데, <아이다> 이후 <프랑켄슈타인> 초연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앞자리에 앉아도 되나? 내가 이런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제 자리가 아닌 것 같고, 자꾸 저에게 주목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부담은 돼요.”

 

주인공이 된 뒤 무대 위에서 다른 점이라면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을 상대역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요(웃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역은 누구일까요?


“역시 <프랑켄슈타인> 초연 때였어요. 아직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 ‘내 능력에 이런 역할을 맡아도 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 배우들이 유준상, 류정한, 박은태, 한지상 씨 이러니까. 리딩을 2~3주 넘게 하는데, 리딩만으로도 너무 벅차더라고요. 정말이지 제가 그 배우들과 나란히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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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덧 모두를 리드해야 하는 위치네요. 특히 <올슉업>에서는 뮤지컬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이 많잖아요.


“그렇죠, 엘비스나 나탈리를 맡은 인물들이 다들 뮤지컬로는 두세 번째 작품이고 저보다 어리니까 제가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어요. 어미 새 마냥 챙겨주고요(웃음).”

 

나탈리가 오매불망 바라보는 엘비스인데요. 세 명의 엘비스는 많이 다른가요?


“너무 달라요. 휘성 씨는 예전에 <조로> 때 작품을 같이 해서 친한데 약간 흑인 래퍼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최)우혁이는 뮤지컬배우니까 딱 떨어지는 엘비스의 모습이 있죠. (김)성규는 연습실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운데, 이런 친구들이 무대에 가면 자기도 모르는 것들이 빵빵 터져요. 아이돌 친구들은 무대 위에서 남다른 힘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작품을 2007년 국내 초연 때부터 봤습니다만, 사실 스타일이 좀 올드하고 스토리도 유치한 면이 있잖아요. 안시하 씨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요?


“저는 <올슉업>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웃음). 그런데 작년에 <신데렐라> 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어요. 죽고 죽임 당하고, 울고 싸우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신데렐라>는 무대 위에서 받는 힘이 있더라고요. 커튼콜 때도 정말 행복하고요. 이렇게 행복한 작품은 배우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서로 나눠요. <올슉업>도 그런 분위기예요. 전 시즌에 왕용범 연출님이 각색을 하셨다고 하니 믿음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올 여름은 시원하게 즐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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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참에 이상형도 한번 물어볼까요? 나탈리잖아요. 이런 질문 참 오랜만에 해보네요(웃음).


“저도 오랜만에 얘기해 보는데요(웃음). 엘비스 같은 남자 말고, 현실에서 엘비스 같은 남자 만나면 큰일 나죠. 일단 제 일을 다 이해해주는 사람, 이해에는 의사소통이 된다는 말도 포함되겠죠? 그리고 남자답고, 리더십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되 고집과 아집이 아닌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남자요. 현실에는 없겠죠(웃음)?”

 

쉽지 않네요(웃음). 이상형이 뚜렷한 것처럼 배우로서도 출발선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스스로 증명하며 살아온 길이니 분명한 신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항상 관리와 노력이 없으면 끝이라고 말해요. 배우는 사실 타고나야 하는데, 나머지는 채워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야 하고. 체력이든 몸매든 노래든 사실 모든 것이 노력이에요.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게 쉽지 않아서 저도 힘들어요. 늘 운동해야 하고, 레슨 받아야 하고, 이미지를 위해서 갖춰야 할 것도 많고, 언행도 조심해야 하고. 어렵지만 제가 실천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도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20대와는 확연히 다른 30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여배우로서는 정점의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실현해 가실 건가요?


“무대 위에서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못할 수도 있고, 생계형 배우라서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물론 저에게 어울리고, 하고 싶고, 배울 수 있는 작품이라면 더욱 좋겠죠. 무대든 방송이든 어디에서든 제가 가진 탤런트를 드러내면서 쭉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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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무척 털털했던 안시하 씨.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인터뷰를 했다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을 것 같습니다. 혜성처럼 떠오른 여배우가 아니라 무대의 중심에 서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풀어낼 이야기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법도 알게 된 것이겠죠. 관객들도<올슉업>의 나탈리를 통해 항상 예쁜 드레스만 입고 있던 안시하 씨의 반전 매력을 확인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힘들게 달려온 시간을 저버리지 않은 무대, 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안시하 씨의 모습은 작품이 갖고 있는 재미 이상의 감동을 줄 테니까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배우, 뮤지컬 의 박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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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삶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지 않나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배우들은 그 지점을 전후로 무척 다른 삶을 살게 될 때가 많은데요. 배우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이 있다면 그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더욱 다양한 작품과 제작진을 만나 빠르게 성장하게 되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큰 배역은 무대 위 배우의 능력을 120%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가장 만나고 싶었던 배우 가운데 한 명인 박은석 씨에게는 2014년 초연된 뮤지컬 <드라큘라>가 그 계기였겠죠. 당시에는 류정한, 김준수의 언더스터디였으나, 자신에게 약속됐던 일정 회차를 멋지게 소화해 2016년 재연 때는 당당히 더블캐스팅으로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 사이 그는 뮤지컬 시장이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페스트>에 주연으로 캐스팅될 정도로 말입니다. 올해만 뮤지컬 <드라큘라>, <삼총사>에 이어 <페스트> 연습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은석 씨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한창 또 열심히 해야 할 때이고요. 그래도 무척 바쁜 배우들처럼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 <삼총사>도 끝나 가고. 사실 게으르고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무척 부지런할 것 같은데 게으르다고 하니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네요. 지금 깔끔한 흰색 티셔츠에 찢어진 청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무대에서 볼 때보다 더 어려 보입니다(웃음). 워낙 고전 작품을 많이 해서 평상시에는 어떻게 입고 다닐까 궁금했거든요. 


“더 어려보이죠? 더 부드럽기도 해요(웃음). 평소에는 지금처럼 무조건 편한 복장이 좋아요. 그래서 배우인데 좀 꾸미고 다니라는 말을 많이 듣죠. 오늘은 화보 촬영 뒤라 메이크업해서 그나마 괜찮은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아저씨가 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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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무대에서만 봐와서 그런지 성격도 좀 진지하고 진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제가 좀 쓸데없이 진지하죠, 얕은 진중함(웃음). 오디 신 대표님이 저한테 ‘너 너무 느끼해. 느끼함을 좀 빼!’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껏 저를 둘러싼 환경이 좀 보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보수적이시고, 어릴 때부터 쭉 검도를 했는데 검도는 절제가 필요한 운동이거든요. 운동을 그만 두고는 국악을 했는데, 한국 전통 음악이다 보니까 정적인 분위기였고요. 생긴 것도 그렇고, 원래 말도 별로 없고, 덩치도 큰데 촐랑거리고 다닐 수도 없고. 또래에 비해서는 좀 보수적인 편인데, 그래도 제 안에는 또 다른 성향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배우를 하고 있겠죠? 그래도 <삼총사>는 즐기면서 공연하시는 것 같던데요? 아토스가 다른 인물에 비해 진중하기는 하지만 꽤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칼싸움도 잘 하시던데요.


“그럼요, 제가 칼 좀 만져봤잖아요(웃음). 검도든 국악이든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들이 배우 활동 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예전에 <드림걸즈>도 그랬는데, 공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데 연습할 때는 힘들었어요. <삼총사>가 만화 같고 유쾌한 작품인데 저는 원래 좀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사람들이 제 개그를 ‘병맛’ 같다고 해요(웃음). 계속 어둡고 심각한 작품만 해서 <삼총사>로 기운 좀 얻으려고 했는데 연습 때는 오히려 힘들었어요. 코미디가 힘들다는 걸 알았죠. 그래도 동료 배우들이 정말 잘 도와줘서 그 에너지에 힘입어 재밌게 공연하고 있어요.”

 

지금껏 그 어둡고 심각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계기는 2014년 초연된 <드라큘라>일 텐데, 배우로서 주인공이라는 자리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마음껏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할까요? 그게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하니까. 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물론 그만큼 부담도 있죠. 작품을 할 때 작품 외에 다른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경험이 늘면서 대처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박해수, 임철수 배우와 함께 생활하는데 도움도 많이 받고요.”

 

7월에 공연될 창작뮤지컬 <페스트>도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서태지 씨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라 문화계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연습 시작한 지 2주 넘었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다른 작품과 똑같아요. 창작인 데다 인물이 많아서 파트별로 리딩하면서 여러 작업을 해 나가고 있어요. 연습 기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는데, 처음 (노우성)연출님 만났을 때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김성수)음악감독님도 자신 있어 보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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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 서태지 씨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나요(웃음)?


“저도 뵙고 싶은데 아직 못 봤어요. 공연은 한번 보러 오시겠죠(웃음)? 예전에 서태지 씨 음악 많이 들었거든요. ‘Take Five’는 무한 반복해서 들을 정도였는데.<페스트>하게 돼서 최근에 음악을 다시 들어봤더니 적절한 음악이 작품에 잘 들어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특히 넘버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합니다. 서태지 씨 노래들이 장르나 멜로디, 창법 등이 모두 평범하지 않은 만큼 뮤지컬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이 안 되는데, 박은석 씨가 듣기에는 어떤가요?


“서태지 씨... 아, 이제 작곡가 선생님이라고 해야겠네요(웃음). 음악을 잘 들어보면 약간 몽환적이고 어디로 데려가는 듯 하잖아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가사도 많고. 그런 멜로디나 노랫말이 뮤지컬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물론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관객들이 음악만 생각하고 오시지는 않을 거예요.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작품의 힘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원곡에서는 창법이나 음색도 독특한데,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제 목소리로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노래 연습을 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편곡될지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디자인해볼 생각은 있어요. 제 색깔대로 하되 음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페스트>이후에는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작품 어떤가요(웃음)?


“장르나 작품을 가리지는 않아요. 삶의 흐름에 맡기는 편이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열심히 하다 보면 다양한 외부 요인들에 의해 엮여가는 것 같더라고요.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이야기가 관객들 가슴에 무언가를 남기고 살아가면서 한 번쯤 꺼내볼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과제로 영화 <레인맨>을 본 적이 있는데, 보고 나니까 남동생 생각이 나더라고요. 전화해서 ‘사랑한다!’ 말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작품이 저한테 무언가를 나긴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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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지하시네요(웃음). 주변에서 봤을 때는 배우로서 큰 어려움 없이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서른세 살에 아주 뜨거운 2016년을 보내고 계신데, 지금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걸까요?


“잘 됐다는 개념을 스스로 버리려고 해요. 물론 배우라면 누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죠. 그런데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저보다 잘 하고 훌륭한 배우가 많거든요. 부끄럽고 작아질 때가 많아요. <페스트>에서 제가 많은 리유라는 인물이 신념이 강한 캐릭터거든요. 누구나 살아가고자 하는 선한 방향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신념을 잊게 될 때가 많고, 갈등과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초심이 많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요즘 리유한테 많이 배우고 있어요. <페스트>를 준비하면서 배우가 되려 했던 초심을 기억하고 잘 지켜내고 싶어요.”

 

박은석 씨는 객석에서 생각했던 대로 진지하고 진중하고, 생각과 달리 훨씬 유쾌하고 자상했습니다. 리유 역에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씨가 캐스팅된 걸 보고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박은석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세 배우에게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있네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할까요? 하긴 6년 동안 준비한 뮤지컬<페스트>가 선택한 배우들이니 오죽할까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과 서태지의 노래 20여 곡이 만난 뮤지컬<페스트>는 7월 2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합니다. 원작과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표현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것은 배우의 능력이겠죠. 박은석 씨가 관객들에게 선물할 또 한 편의 감동<페스트>. <페스트>를 통해 더욱 성장할 박은석 씨도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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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리, 김동완, 최재림, 최수형, 정상윤, 윤형렬, 정명은, 김지우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공연 전부터 주목 받았던 뮤지컬<에드거 앨런 포>가 개막했다. 지난 2009년 독일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의 안타까운 삶을 다룬 뮤지컬.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붉은 죽음의 가면’ 등 다양한 소설은 물론 ‘갈가마귀’라는 시로 유럽 문단에까지 이름을 알리며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애드거의 삶은 죽음과 가난, 외로움에 익숙했고, 학창시절부터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됐던 그는 길거리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40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에드거의 이야기는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졌을까? 국내 초연인 데다 무엇보다 캐스팅된 배우들의 짱짱한 성대로 미루어 상상 이상의 넘버가 녹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객석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객석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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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열 16번 : 마이클리, 최재림, 최수형, 정상윤, 윤형렬 캐스팅 됐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음악이 엄청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방불케 하는군. 그때 유다를 맡았던 윤형렬 씨가 성대를 파괴해가면서 노래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고음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같아.

 

1층 1열 17번 : 그러게, 노래 시원시원하게 정말 잘들 부른다. 특히 ‘매의 날개’가 귀에 꽂히는군. 넘버가 더 기대됐던 게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랑받았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 에릭 울프슨이 작곡했다고 하잖아.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노래는 몽환적이면서도 감각 있는 멜로디와 철학적인 가사로 지금 들어도 정말 근사한데, <에드거 앨런 포>에서는 김성수 음악감독이 한국 무대에 맞게 편곡하고 몇 곡은 추가로 작곡해서 전체적으로 더 강렬한 사운드로 포장한 듯 해. 

 

1층 1열 16번 : 김성수 음악감독 지휘하는 모습 인상적이지 않아? 오케스트라 피트 일부를 노출해서 관객들이 지휘하는 뒷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건 참신한 생각인 것 같아. 게다가 워낙 드라마틱하게 지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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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열 17번 : 그래서 오히려 극에 방해되는 것 같아. 1, 2막 시작과 끝 정도만 보여줬으면 멋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너무 열정적으로 지휘하니까 자꾸 시선이 분산되더라고. ‘저렇게 2시간 30분 동안 지휘하면 정말 힘들겠다’ 걱정도 되고.

 

1층 1열 16번 : 극 자체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고? 생각해 보니까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을 읽어본 게 없더라고. 나만 그런가... 어쨌든 에드거의 작품 제목만큼이나 뮤지컬 내용도 암울하고. 무대도 계속 어둡잖아.

 

1층 1열 17번 : 잘 생각해봐, ‘검은 고양이’는 읽었을 걸? 그런데 맞는 말이야.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 대중적이지 않지. 살리에리라는 인물을 잘 알지만 그의 작품은 거의 모르는 것처럼. 하지만 살리에리의 삶에 대해서는 모차르트 때문에 조금이라고 알고는 있어, 물론 왜곡된 부분이 많지만. 그런데 에드거는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그러면 극이 그의 삶에 궁금증이 생기도록 끌고 가야 하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첫사랑을 잃고, 아내를 잃고, 그리스월드라는 비평가가 방해하고, 그래서 술과 약에 중독되고... 너무 뻔하다고 할까?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 뻔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장치는 부족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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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열 16번 : 완성도에 있어 내용과 음악의 차이가 큰 작품이지. 일대기를 담은 작품들이 그런 경향이 크더라고. 아무래도 긴 생애를 짧은 시간에 다 풀어내야 하니까. 에드거 앨런 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삶이나 작품이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일단 내용 자체에 관심이 떨어질 거야. 그래서 ‘갈가마귀’나 ‘에너벨 리’ 같은 에드거의 작품이 이번 무대에 녹아나지만, 예를 들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처럼 익히 아는 것이 아니라서 감동이 덜 하잖아. 

 

1층 1열 17번 : 그리고 대관이나 캐스팅을 달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 그리스월드라는 비평가가 자기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파고드는 에드거의 작품을 퇴폐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그의 삶마저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얘기인데, 광림아트센터에서 얼마 전에 공연됐던 뮤지컬 <살리에르>와 너무 비슷하지 않아? 게다가 최수형, 정상윤 씨가 그리스월드로 나오니까 두 작품이 계속 오버랩 되더라고.

 

1층 1열 16번 : 확실히 그런 면은 있더라. 내가 두 배우를 모두 좋아하는데, 자꾸 <살리에르> 장면이 떠오르더라고. 그리고 여배우들의 비중이 너무 약한 것도 아쉬웠어. 사실 에드거에게는 두 살 때 잃은 엄마의 이미지가 평생 따라다니는 건데, 그 엄마를 대신한 첫사랑과 아내의 이야기가 너무 부실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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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열 17번 : 결국 짧은 시간에 일대기를 다루는 게 문제네(웃음). 그런데 김동완 씨가 ‘신화’에서 메인 보컬이었어? 마이클리, 최재림 씨야 익히 알고 있지만, 김동완 씨는 노래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하다.

 

1층 1열 16번 : 평이 괜찮던데? 예전에 <헤드윅>에서도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마이클리 씨에 대한 얘기가 의외로 많더라고. 노래는 소름 돋을 만큼 잘하는데 대사 전달이 안 된다고.  

 

1층 1열 17번 : 그래서 언젠가부터 마이클리 씨 공연을 안 보게 됐어. 그의 노래에서 열정과 순수함이 느껴지지만, 본인이 무척 노력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배우에게 대사 전달은 기본이라고 생각해.

 

1층 1열 16번 : 그럼에도 제작사와 관객들이 찾잖아. 그만한 매력이 있다는 거겠지. 어쨌든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귀는 무척 호강했으나 전체적으로 아쉬운 작품으로 기억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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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열 17번 : 라이선스 초연들이 대부분 그렇잖아. 이른바 ‘한국화’를 좀 더 거쳐야겠지. 내용도 개연성 있게 보완하고. 어쨌든 상상 이상의 가창력을 보여준 배우들에게, 물론 그 무대를 만든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내겠어!

 

1층 1열 16번 : 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좀 찾아볼 테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뻔하지 않은 뮤지컬 의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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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형 창작뮤지컬 <리틀 잭>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상의 모든 소년과 소녀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는데요. 이야기는 ‘소나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의 배경은 1967년 영국의 콘웰로 이동합니다. ‘영국판 소나기’라고 할까요? 영국을 넘어 영미 차트를 휩쓴 5인조 록밴드 ‘리틀잭’의 컴백무대에서 매일 밤 관객들을 만나고 있죠. 마이크 앞에 선 잭은 자신의 노래와 그 노래에 깃든 줄리에 대해 얘기합니다. 물론 사랑이야기죠. 뮤지컬 <리틀 잭>에는 세 명의 잭이 무대에 오릅니다. 정민, 김경수, 유승현 씨가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인근 카페에서 유승현 씨를 만나봤습니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오셨으면 좋겠어요. 뻔하지 않습니다(웃음)!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도 어쿠스틱 록에서 블루스, 로큰롤, 팝 발라드까지 여러 장르가 섞여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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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형 뮤지컬인 만큼 밴드의 리더인 잭의 비중이 높습니다.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저도 예상했던 것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돼요. 잭이 10곡 정도를 부르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꽤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첫공 끝나고 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약속을 했어요, 하루 2회 공연은 하지 않기로.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까 아프지 말자고요.”

 

힘들 법도 합니다. 100분간 퇴장 없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데다 연기와 노래도 힘든데, 기타 연주까지 해야 합니다. 물론 전반적인 사운드는 4인조 밴드가 책임지지만요.

 

“힘들죠. 특히 기타는 이번에 처음 잡아봤거든요. 기타 연습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까지 큰 실수는 없었는데, 밴드 멤버들과 박자가 안 맞을 때도 있고, 밴드도 더블캐스팅이라서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예민한 공연 같아요. 조금 뻔한 내용에 배우들의 개인기로 채우는 무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섬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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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무대인만큼 그 무대를 이끄는 배우에 따라 분위기도 많이 달라집니다. 유승현 씨가 바라본 세 명의 잭은 어떻게 다를까요?

 

“잭이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얘기 나누는 형식이잖아요. 배우마다 톤도 다르고 애드리브도 다르고 관객과 노는 방식도 다르니까 분위이가 많이 달라요. 계속 보면 제가 헷갈릴까봐 첫공 이후로는 형들 공연을 안 봤지만 정민이 형이 가장 남자다운 잭인 것 같아요. 정민 형은 평소에는 착한데 무대에서는 ‘남자 스멜’이 나더라고요(웃음). 마스크도 강인해서 상남자 같아요. (김)경수 형은 의외의 귀여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따뜻함도 있고. 두 형 모두 안 지 7~8년 됐는데 무대에서 오랜만에 봤더니 의외의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캐릭터를 만들 때 열아홉 살의 이야기니까 그 때의 순수함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저의 열아홉 살을 떠올리며.”

 

유승현 씨가 나이로는 열아홉 살에 가장 가깝지 않나요? 앳돼 보여서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는데요.

 

“그래봐야 저도 서른두 살이라서 가깝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에요(웃음). 사실 어려 보이는 건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남자배우는 연륜이 있어 보여야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데, 지금은 그나마 얼굴이 나이에 많이 가까워졌지만 예전에는 더 심해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잭이 사랑한 줄리는 미국 출신의 부잣집 딸입니다. 휴양 차 영국을 방문했다 우연히 잭을 만나게 되죠. 줄리 역에는 랑연, 김히어라 씨가 번갈아 무대에 서고 있는데, 상대배우에 따라서도 역시 느낌이 다르죠?

 

“그렇죠, 이름들이 특이하잖아요. 생김새도 많이 다른데 랑연이는 좀 동양적이고 히어라는 서양적이라서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다 달라요. 그리고 나이는 랑연이가 조금 더 많은데 더 어린 느낌이 나고, 히어라는 남자를 보듬어주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잭 입장에서는 랑연이는 감싸주고 싶고, 어라는 좀 기대고 싶다고 할까요?”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세요(웃음)?

 

“서로 기댈 수 있는 여자 친구가 좋죠. 기본적으로는 보듬어주지만, 남자도 가끔 기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을 하다 보면 첫사랑 생각이 나겠는데요?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까요?

 

“열아홉 살에 정말 첫사랑이 있었는데, 사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여자를 만나면 제가 좀 바보 같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때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할 때였지 않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강해졌겠죠.”

 

잭은 클럽을 전전하며 무명가수로 활동하다 어렵게 성공하는데요. 유승현 씨도 스물세 살 때 앙상블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첫 타이틀 롤이고 비중도 큰 만큼 배우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죠, <리틀 잭>은 수능 공부 하듯이 연습했어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작품 특성상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그때그때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게 되더라고요. 또 혼자 내레이션을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요. 예술가를 다룬 작품은 메리트가 있어요. 연기하다 순간 미칠 때가 있거든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이번 작품은 나름의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요?

 

“계속 바뀌는데, 줄리의 아버지가 잭을 반대해서 사람들을 시켜 저를 때려요. 그 장면 뒤에 증오를 담아 만든 ‘뒷골목의 사내들’이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지금은 그 노래에 꽂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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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줄리를 노래하는 가수가 됐습니다. 유승현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황정민 선배님처럼 ‘미쳤다’ 싶을 정도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최고의 찬사가 아니까요. 열정은 넘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계속 더 배워야죠.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해요. 스스로 평가할 때 얼굴이 개성이 없어서 연기를 못하면 파묻히기 쉽거든요(웃음). 지금도 공연만 매진하기 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광고도 조그맣게 참여하고 있고.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참, 공연은 2인극에 욕심이 많은데, <빈센트 반 고흐> 해보고 싶어요(웃음).”

 

클럽 마틴을 빼곡히 채운 관객들은 리틀잭 밴드의 연주에 따라, 잭이 들려주는 줄리와의 사랑이야기에 따라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가볍게 손뼉을 치며 그들에게도 있었던 소년, 소녀 시절의 사랑을 떠올려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무대가 참 오랜만이네요. 창작뮤지컬 <리틀 잭>은 오는 7월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됩니다. 잭이 사랑과 음악을 통해 성장했듯 유승현 씨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함께 지켜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로 13년 만에 연극 무대 서는 배우 윤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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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최신작 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개막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도통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이 작품에는 ‘크로스 드레서’라는 낯선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윤희석, 최대훈, 박정복, 문성일 등 무려 17명의 남자배우들을 사로잡은 연극<까사 발렌티나>. 어떤 작품인지 개막일 대학로로 달려가 첫공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조지와 발렌티나로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윤희석 씨를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크로스 드레서는 철저히 이성애자들인데 여자들의 옷이나 화장을 좋아해요. 우리나라에도 모임이 있다고 해요. 제모하러 이태원에 있는 남성 전용 왁싱하는 곳에 갔는데 잘 아시더라고요. 드래그 퀸과는 차이가 있는데, 드래그 퀸이 주로 쇼를 한다면 크로스 드레서들은 그냥 모여서 패션에 대해 얘기하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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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공연만큼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포용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르도 없습니다. 동성애를 시작으로 트랜스 젠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드래그 퀸,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서는 이성의 옷을 입는 ‘크로스 드레서’까지 등장하는데요. 충분히 이해해야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는 않지만 관심은 있어요. 이 작품의 작가(하비 피어스타인)도 성소수자잖아요. 처음에는 크로스 드레서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비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끼리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모두를 인정하고 함께 가자는 내용이더라고요. 성소수자는 하나의 장치죠. 나누는 것 자체가 편견이잖아요. 성적으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에는 많은 소수자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인간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크로스 드레서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지 않을까, 원작 그대로의 개그 코드를 이해할까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셔서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죠.”

 

앞서 제모도 언급하셨지만, 일단 남자 배우가 여성으로 변신해야 하잖아요. 무대 위 모습을 유심히 보니 손을 굉장히 유려하게 움직이시더라고요.

 

“집에서 컵을 드는데 새끼손가락을 펴고 있더라고요(웃음). 물론 여자라고 컵을 모두 그렇게 들지는 않겠지만 상징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헤드윅> 할 때 트랜스젠더 분들 만나서 얘기해 보면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더라고요. 그들은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기 때문이겠죠. 크로스 드레서에게도 그런 마음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제로 여성의 속옷이나 구두를 착용하면 느낌이 확연히 달라요. 브래지어를 하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펴지고, 힐을 신으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게 되죠. 신기하더라고요. 함께 참여하는 여배우들은 그것도 잠깐이라고 하지만(웃음). 아직도 잘 안 되는 건 골반을 잘 못 쓰니까 춤을 춰도 남자 같더라고요. 크로스 드레서지만 배우마다 설정은 다 달라요. 그 안에서도 다양성이 있는 거죠.”

 

크로스 드레서를 연기하는 남자배우 17명이 번갈아 무대에 서는데 연습실 분위기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예쁜 배우는 누구인가요(웃음)?

 

“정말 재밌었어요. 배우들 중에 상남자도 있어서 잘 못 받아들이는 거예요. 극중에서 발렌티나는 남자 옷을 입고 있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잖아요. 반대로 연습실에 있는 남자배우들은 이 여자 옷을 빨리 벗고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일단 글로리아와 미란다는 분장했을 때 예쁜 배우들로 캐스팅한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유일이는 남자로서도 예쁘니까 비교 불가죠. 의외로 예뻤던 친구는 박준후. 외국 인형 같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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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인가요, <헤드윅> 했을 때 생각났겠는걸요.

 

“그렇죠, <헤드윅>은 제 인생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정을 많이 가졌고,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에 텔레비전 사극에서 사또 역할을 하는데 <헤드윅> 목소리로 연기해서 지적도 받고(웃음). 발렌티나는 또 다른 느낌이죠. 그런데 지금 그때보다 살이 15kg이나 쪘어요. 극중 미란다한테 ‘젊어서 좋네, 부럽다 저 몸!’ 이런 대사가 있는데 진심으로 나오더라고요(웃음).”

 

매체와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동하고 계신데, 요즘 배우들이 가장 바라는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먼저 들어오는 걸 무조건 합니다, 쉬면 안 되기 때문에(웃음). 드라마와 겹쳐서 연극을 13년 만에 하는데, 연극에 대한 갈증이 많았어요. 드라마와 무대는 많이 다르거든요. 드라마가 일상의 모습이라면 공연은 진실 위의 것들을 보여주죠. 연기의 크기가 더 크다고 할까요? 그리고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상황을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니까 매너리즘에 빠지고 기계적으로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허무하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드라마를 오래 하다 보면 무대에서 제대로 웃고 울고 싶죠. 배우들, 관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고요. 연기의 기본은 비슷하지만 배우에게 무대는 또 다른 활력소이고 성장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특정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이 고민하죠. 계속 그런 역할만 들어오니까. 제가 언제부터 악역 캐스팅 1순위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친한 배우 동생이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 어떤 역할이든 들어오면 감사하게 해야 한다더군요(웃음). 이미지가 나빠져서 하기 싫다기보다는 연기의 스타일이나 패턴이 고정될까봐, 모든 표현을 악역처럼, 불륜남처럼 표현할까봐 좀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그럼<까사 발렌티나>는 이미지 변신에 도움이 될 적절한 작품인데요?

 

“그렇죠. 그런데 여기에서도 이기적이고 못되게 연기하라고 해서(웃음). 조지는 차갑고 이기적이고, 발렌티나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좀 더 가식적으로 그렸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자신의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무너지는 모습이 더 두드러지지 않을까. 성종완 연출도 제가 평상시에는 헤헤 거리다 무대 위에서 차갑고 못되게 굴면 좋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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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하셨던데요. 

 

“3년 정도 밴드활동을 따로 하고 있어요. 앨범도 내고 곡 작업도 하고. 이틀 전에 저작권료 만천 원 들어왔더라고요(웃음). 요즘 좋은 노래는 많은데 따라 부르기 어렵잖아요. 저는 전 국민이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 다만 가사는 마음에 와 닿도록 신경 쓰는 편이에요. 원래 연기보다는 음악에 더 뜻이 있어서 마흔 살에 아저씨 밴드를 취미로 하려고 했는데, 정말 하게 됐어요. 그래서 소속사도 음악 하는 회사예요. 요즘 행사 많이 다녀요. 고추축제, 젓갈축제. 지방에서는 배우를 볼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특히 어머니들은 드라마의 ‘못된 놈’으로 아시잖아요. 난리가 나요(웃음). 트로트도 불러 드리고, 남녀노소 다 좋아해주시면 좋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에요.”

 

여러 재능을 드러내며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연기적으로는 어떤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을까요?

 

“저는 코미디가 제일 좋아요. 개인기로 웃기는 것 말고 상황 자체가, 대본 자체가 재밌는 작품이요. 원래 아동극으로 시작했거든요. <가위손>처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작품. 거기서 해적을 하더라도(웃음). 딸이 생기니까 그런 작품을 더 하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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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 씨가 참여하는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9월 11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됩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하비 피어스타인은 ‘누군가가 당신을 규정하게 내버려두지 말라. 당신의 삶은 당신이 규정하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윤희석 씨의 말처럼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비단 성소수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로스 드레서는 하나의 장치겠죠. 처음에는 남자배우들이 여자처럼 예쁘게 차려입은 모습에 재미를 느끼겠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수많은 ‘소수’에 대한 여러 생각이 확산되지 않을까요. 13년 만에 연극무대를 찾는 윤희석 씨도, ‘다수’에 익숙한 관객들도 마음껏 갈증을 푸는 무대였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제는 즐긴다, 뮤지컬 의 배우 양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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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탑10 뮤지컬을 찾아볼 때가 있습니다. 공연시장의 양대 산맥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어떤 작품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단 10개의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도 공연 될 때마다 사랑받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제목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품,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도 있다는 겁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정서와 문화의 차이일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새로 들어오는 라이선스 공연들을 보면 공연시장의 문화도, 객석의 정서도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9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왠지 편해진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래서 국내 초연 때 스위니 토드를 연기했던 배우 양준모 씨의 감회는 더욱 남다른데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샤롯데씨어터에서 양준모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캐릭터를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물어오면 항상 스위니 토드였어요! 초연 때는 20대라 너무 어려서 그냥 열심히만 했는데, 그래서 작품을 하면서 제 성격도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지금은 경험이 많아져서인지 안전하게 캐릭터의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성악을 전공했던 양준모 씨가 뮤지컬 무대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작품이 바로 2007년 국내 초연된 <스위니 토드>. 그도, 그리고 관객들도 이제 좀 더 편안하게 <스위니 토드>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가끔 ‘이 작품의 메시지가 뭘까’ 생각했는데 ‘복수는 복수를 낳고’ 정도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연출(에릭 셰퍼)에게 물어봤더니 ‘왜 메시지를 찾으려고 하느냐, 그냥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접근 자체가 다른 거죠. 10년 전에는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될까?’라는 마음이 더 컸고, 그때 제 시각에는 모두가 열심히만 했어요. 초연 때는 관객들도 숨도 못 쉬고 봤던 것 같아요. 피를 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었고, 손드하임의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 있었고. 그래서 1막 끝나고 나가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에릭 연출이 바란 것은 말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하면 어둡고 그로테스크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일단 이번 무대를 보시면 환해요. 여기서 아무리 다크하게 해도 다크할 수가 없는 거죠. 가사도 예전과 같은 게 거의 없고, 그냥 초연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 생각엔 10년 전 무대를 그냥 가져와도 잘 될 것 같고, 지금 이 무대도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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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경우 국내에서는 <컴퍼니>, <어쌔신> 등으로 알려진 스티븐 손드하임의 다소 기괴한 음악 때문에 더 주목받는데요. 배우로서 손드하임의 음악은 어떤가요?

 

“현대 오페라와 비교되곤 해요. 화성도 비슷하고. 손드하임은 수학자이기도 해서 모든 걸 계산적, 아주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어요. 음악만 충실해도 어느 정도 연기가 되는 셈이죠. 사실 현대 오페라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은데, <스위니 토드>의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명작이죠. 개인적으로는 전작이었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저와 맞는 음역대가 아니라서 매회매회 굉장히 신중하게 공연했어요. 테너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스위니 토드는 바리톤, 딱 제 음역대라 소리 내는 것도 편해요.” 

 

극 중 러빗 부인과의 호흡에 따라 작품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옥주현, 전미도 씨의 색깔이 굉장히 다른데, 무대 위에서는 어떤가요?

 

“맞아요, 이 작품은 두 인물이 어떤 호흡이냐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또 스위니 토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굵은 감정으로 가는 반면 러빗 부인의 감정은 다채로워요. 그래서 포커스 자체가 러빗 부인에게 더 집중되는 면도 있고요. 일단 미도 씨는 워낙 작품을 같이 오래 해서 말이나 감정, 연기적인 색깔이 잘 통하는 친구예요. 무대 위에서 눈빛만 봐도, 약속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척척 맞아떨어지죠. 미도가 가진 색깔이 발랄하면서도 슬프거든요. 러빗 부인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주죠. 주현 씨는 작품으로 만난 게 처음인데, 갖고 있는 소리가 정말 좋아요. 날것의 느낌이랄까? 배우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점이죠.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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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씨와도 처음이지 않나요? 두 분의 색깔도 굉장히 다릅니다.

 

“처음이에요. 그래서 컴퍼니 측에서 아주 신나했대요. 네 배우가 너무 다르니까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웃음). 승우 씨는 너무너무 섬세해요. 초연 때 참여했던 저로서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에릭 연출과 승우 씨를 보면서 즐길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여유를 가지게 됐죠. 아무래도 저는 갖고 있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무겁고 진중하게 보일 텐데, 승우 씨는 감정의 격차를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연출도 배우마다 차이점을 더 부각하려고 했어요. 에릭 연출은 아시아에서 공연이 처음이라 더블 캐스팅 자체가 처음이래요. 그래서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달라지는 걸 굉장히 신기해하더라고요.”

 

언론에서 ‘조승우-옥주현’의 첫 만남을 많이 드러내는데, 서운하지는 않나요(웃음)?

 

“워낙 큰 두 사람이 만났으니까요. 사실 저와 현철이 형(조성지)만 초연 때 했던 배우거든요. 이 작품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런 질문 정도는 유쾌하게 넘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지금 양준모 씨의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미제라블>로 일본에 이어 국내 무대까지, 내공이 켜켜이 쌓였을 것 같아요.

 

“자신감보다는,<스위니 토드>의 경우 초연 때와 달리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레미제라블>을 할 때는 10여 년간 뮤지컬을 통해 경험한 모든 것이 장발장을 위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만큼 장발장은 모든 감정을 필요로 했거든요. 배우로 계속 일하다 보니까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고, 했던 캐릭터도 다시 할 수 있고.”

 

지금껏 연기했던 배역들만 보면 무대 위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배우네요.

 

“감사하죠. 운 좋게도 보통 남자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배역은 30대 초반까지 다 해봤어요. 오히려 현대극을 한 지 오래 돼서 그냥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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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어떨까요? 강한 이미지와 보이스 칼라 때문에 주로 선 굵은 역할만 해오셨는데, 평소 성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의외로 아기자기하거나 독특한 유머 감각을 가진 건 아닌가요(웃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무대 위 모습과 비슷해요.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사람이죠. 저를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겁게 알고 계시고. 딸아이가 9개월인데 지금은 완전히 딸 바보로 살고 있고, 가정적인 편이긴 해요. 사실 7년 만에 아기가 생겼는데, 아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던 <스위니 토드>를 못하겠더라고요. 배우가 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그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반대로 지금이 표현하기는 더 좋죠.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적인 감정이입은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껏 많은 도전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또 어떤 도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다시 클래식을 해보고 싶어요. 연출을 했던 오페라 <리타>는 또 공연될 거예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오페라를 <리타>를 통해 다 표현했거든요. 사실 유럽이나 미국의 주요 오페라단에서<스위니 토드>는 정기 레퍼토리예요. 그만큼 음악이 잘 짜인 공연이라서. 외국에서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공연하는 배우가 많은데, 국내에서도 좀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성악 레슨은 계속 받고 있어요. 성악이 베이스인 배우들은 베이스를 더 잘 다듬어야 다른 색깔의 소리도 낼 수 있거든요.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오페라 무대에도 서 보고 싶어요.”

 

언젠가 국립오페라단과 한 무대에 서는 게 아니냐며 함께 웃어 봅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양준모 씨는 무대로, 기자는 객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배우도 관객들도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즐겼습니다. 기괴한 음악이 가득하고, 피가 낭자한 그 공연장에서 말이죠.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대는 더욱 다양해지고, 배우와 관객들에게는 그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겠죠. 물론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대와 배우를 바라보고 있을 테고요. 모든 공연이 그렇지만 유독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호흡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띠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그래서 조승우, 양준모, 옥주현, 전미도 모든 페어를 보고 싶은 마음은 기자만의 욕심은 아니겠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종욱’ 찾아 나선 뮤지컬배우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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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이 작품으로 만났던 배우가 몇 명이던가! 오만석, 엄기준, 김재범, 김무열, 신성록 등 쟁쟁한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간 데다 2010년에는 공유, 임수정 주연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 기자도 인터뷰할 사람이 오죽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내로라 할 배우들의 명성과 달리 작품은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달랑 세 명의 배우가 만들어 갑니다. 그 저력 덕분에 국내 창작뮤지컬의 신화로까지 불리는 이 작품,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인데요. 지난 2006년 6월 초연됐던 뮤지컬<김종욱 찾기>가 어느덧 10돌을 맞았다는 소식에 황급히 대학로로 달려가 봤습니다. 이번에는 항상 찾던 ‘김종욱’이 아니라, 그를 찾아 나선 ‘그 여자’를 만나보기로 했는데요. 가수에서 이제는 뮤지컬배우로 불리고 싶다는 선데이 씨를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아담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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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털털하고, 캐릭터는 제게서 특별히 벗어나지 않게 잡았어요. (장유정) 작가님이 배역의 이름을 정하지 않고 ‘그 여자’로 한 것도 맡은 배우들의 매력이 그대로 묻어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캐스팅된 네 여배우가 만들어낸 ‘그 여자’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요.”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나선 여자와 그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남자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 그러네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진 사람은 ‘김종욱’뿐입니다. 그 남자, 그 여자, 그리고 21명에 달하는 수많은 나머지 인물을 연기하는 멀티맨. 무대에서만 펼쳐 보일 수 있는 약속된 상상의 세계죠. 물론 세 명의 배우가 한 편의 극을 끌어가야 하는 만큼 배우들이 느낄 책임감은 무겁습니다.   

 

“대극장과 달리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무대 전환도 저희가 하고, 의상도 직접 챙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작품은 물론 공연장 자체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고,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이 배우게 되고, 좀 더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제가 약간 야맹증이 있어서 익숙해지기 전에는 무대로 나갈 때 세트에 잘 부딪혔는데, 이제 관객들의 반응도 느껴지고, 여러 반응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그녀에게는 대학로 소극장, 게다가 3인극이 더욱 낯설겠다 싶은 게 그룹 천상지희로 화려한 무대에서 활동했고, 뮤지컬 공연도 주로 대극장 무대만 서왔기 때문입니다.

 

“대학로가 낯설지는 않아요. 예전에 <젊음의 행진> 할 때도 대학로에서 연습했고, <환상의 커플>도 대학로에서 공연했어요. 또 제가 연기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뒤늦게 중앙대에 들어갔는데, 학교 연극원이 대학로에 있어서 친구들하고 지하철 타고 많이 찾아왔죠. 그런데 소극장 공연이 작품을 접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대극장과 다른 것 같아요. 좀 더 디테일하고, 배우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요. 연습 초반에는 제 의견을 제시할 생각도 못 했는데, 나중에는 저도 의견을 내보고, 배우들과도 작품에 대해 많이 논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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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 예전에 뮤지컬<김종욱 찾기>를 본 적이 있나요? 10주년을 맞아 기존과 달라진 점은 어떤 걸까요?

 

“작품은 보지 못했는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넘버도 정말 좋더라고요. <김종욱 찾기>에 참여할 것 같다고 주위에 말했더니 동료 가수들도 다들 부러워했어요,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10주년이지만 작품의 뼈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좋은 점은 남겨두고, 드라마 라인을 살리기 위해서 율동을 줄이거나 좀 더 시대에 맞게 바꾼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바에서 노래 부르던 장면이 이번에는 클럽으로 바뀌었죠(웃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잖아요. 인터뷰를 너무 조신하게 하셔서 원래 성격도 그런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그 여자’를 연기하실지 상상이 안 되네요(웃음).

 

“평소에는 유쾌하고 엉뚱한 편이에요. 그래서 상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도 남들보다 특이한 상황까지 가보는 편이에요(웃음). 그런데 제가 천상지희로 활동하기 전에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거든요. 일본에서 10년간 생활하면서 인터뷰할 때 존칭어를 많이 쓰거나 차분하게 말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 여자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첫사랑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또 시간이 지나면 극 중 그 여자처럼 남자를 보는 눈도 달라질 테고요.

 

“일본에서 활동할 때 제 솔로 두 번째 싱글이 첫사랑에 관한 노래였어요. 제목이 ‘거짓말쟁이 소년’이라고. 그 노래도 생각나고, 그 당시 천상지희 준비하느라 일본에서 한국 왔다 갔다 했던 기억도 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풋사랑이죠. 다시 돌아가도 아마 똑같았을 것 같은. 어렸을 때는 저도 외모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사람 속을 볼 줄 몰랐으니까. 지금은 같이 있을 때 편안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아는 남자가 멋지더라고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정의로운 남자가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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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지희 멤버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린아, 다나 씨도 뮤지컬 활동 많이 하시잖아요.

 

“린아 언니는 최근 뮤지컬 <뉴시즈> 끝내고 <노트르담 드 파리> 준비하느라 바쁘고, 다나는 요즘 연애하느라 정신없죠(웃음). 동물보호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요. 스테파니도 잘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일본에서도 많이 활동했는데, 일본에서는 가수들이 방송 외에도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요. 라이브 무대에 많이 섰기 때문에 다들 무대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 출 수 있는 장르가 뮤지컬이니까 확실히 더 희열을 느끼고요.”

 

요즘 다시 활동하는 그룹들이 많잖아요. 천상지희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할 계획은 없나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어요. 그런데 다들 바쁘고, 린아 언니는 결혼생활도 해야 하니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다시 뭉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아직까지 1년에 한 번씩은 팬들과 체육대회도 하면서 천상지희로 팬들을 만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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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연기도 전공하고 계시니까 가수는 물론이고 뮤지컬배우로서도 계속 길을 걸어가시겠죠? 어떤 배역들을 해보고 싶나요?

 

“사실 어렸을 때 아역 탤런트를 했었고, SM에서도 연기로 시작했어요. 공연 후기를 보면 ‘배우인줄 알았는데 가수라서 놀랐다’는 얘기가 간혹 있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 ‘뮤지컬배우 선데이’라는 기사가 있으면 좋아서 캡처해 놓을 정도예요. 앞으로 좀 어둡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나 차지연 선배님이 하셨던 <드림걸즈>의 에피, 정선아 선배님이 연기했던 <위키드>의 글린다도 해보고 싶고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그 여자’는 과거의 첫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잖아요. 선데이 씨는 새로운 무대에서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싶나요?

 

“일을 계속 하다 보면 자신감이 넘치기보다는 오히려 줄어들 때가 있어요. 나이가 많아지고, 여자들은 결혼 문제로 흔들릴 때도 있고요. 20대에는 어리고 당차고, 어쩌면 누구나 갖는 자신감이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탄탄하게 실력을 쌓고 입지를 굳게 다져야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쌓인 자신감이 더 멋지지 않을까. 당차고 멋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지난 10년간 이 무대에서 김종욱을 찾아 나섰던 수많은 남녀 배우들이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 더 다양한 작품으로, TV로, 영화로 그들만의 입지를 굳게 다져갔네요. 극작가인 장유정 씨도요.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해를 넘겨 내년 1월까지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선데이 씨 역시 이 긴 여정에 참여할 텐데요. 김종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연 그녀는 무대 위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그 여자’처럼 지금보다는 더 당차고 멋있는 여자가 돼 있겠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의 새로운 발견, 배우 조풍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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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어디로 피서 가시나요? 여행을 꿈꿀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유럽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자금이 부족해서 쉽게 떠날 수 없는 곳 역시 유럽인데요. 유럽에서 만난 세 남자의 좌충우돌 여행기로 예행연습 내지는 대리만족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바로 2년 만에 돌아온 음악극 <유럽 블로그>얘기인데요. 좁은 무대에서 유럽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여줄 거냐고요? 그래서 이 작품이 매력 있는 겁니다. 배우들이 직접 3개국 8개 도시를 여행하며 유럽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왔거든요. 또 하나, 마치 대학로의 신예 배우인 듯 색다른 모습을 선사하는 조풍래 씨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데요. 그 재미가 어찌나 쏠쏠했던지 연극이 끝나고 늦은 시각이지만 조풍래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서울예술단 작품에서와 많이 달라 보였다면 성공한 거죠. <유럽 블로그>관객 중에도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봤는데 저를 못 알아보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요.  작품마다 배역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니까 아예 저를 못 알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너무 못 알아보면 인기가 없는 건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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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작품으로 무대에 섰을 때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인다, 전혀 다른 사람 같다는 말에 조풍래 씨는 ‘성공했다’고 웃었습니다. 물론 작품의 성격과 캐릭터에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예술단 소속 동갑내기 배우인 박영수, 김도빈 씨가 외부 작품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조풍래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랄까요?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서 4학년 때인 2010년에 서울예술단에 입단했어요. 3~4년은 앙상블 하면서 계속 춤만 추니까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영수나 도빈이는 2012년 <윤동주, 달을 쏘다.> 때부터 배역을 맡으면서 관계자들의 콜을 받아 외부 작품을 했는데, 저는 2013년에 <잃어버린 얼굴 1895>로 처음 배역을 맡아서 대학로 역시 2013년 <풍월주>가 첫 무대예요. 그전에는 제가 오디션을 보러 뛰어다녔는데 인지도가 없으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나저나 본명인가요? 외모도 사우디 기름 왕자처럼 굉장히 서구적이네요(웃음). 여장도 잘 어울리실 것 같고요.

 

“어디 무협지에 나올만한 이름이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외모는 주로 동남아, 중동 얘기가 많아요. 인도 사람이 저한테 인도어로 말을 걸어온 적도 있어요. 눈이 커서 ‘워낭소리’라는 별명도 있고요(웃음). 여장은 대학 때 1등이었는데,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아요.”

 

6월에 막을 내린 <국경의 남쪽>, 8월에 있을 <놀이>까지 서울예술단 작품으로 굉장히 바쁠 텐데 외부 작품인 <유럽 블로그>까지 정신없을 것 같은데요. 

 

“좀 힘들었죠. 낮에는 예술단 연습하고, 밤에 와서 공연하고. 연출님을 비롯해서 함께 하는 배우들이나 제작진이 이해해 주시지 않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특히 요즘은 <놀이>때문에 악기고 다루고 춤도 춰야 하니까 정말 바쁜 기간이거든요. 사실 제가 작품에서 다루는 악기나 추는 춤은 얼마 안 되지만, 앙상블로 지내며 춤만 췄다고 생각했던 3~4년간 다른 것들도 같이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돼요. 결국 예술은 하나라는 말처럼 다른 영역도 티 나지 않게 늘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바람직한 청소년>, <올모스트 메인> 이후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유럽 블로그>하는 기간에 5개 이상의 작품이 들어왔어요.”

 

그중에 선택된 작품이군요(웃음). <유럽 블로그>는 여행을 다룬 작품이라 관객들은 물론이고 배우 입장에서도 신나고 뭔가 훌훌 털어버리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극중 동욱이는 마냥 신나게 여행을 떠난 건 아니라서...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제게 해주는 말이 정말 많아요. 가장 크게 다가오는 말은 ‘열심히 하면 뭔가 생길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하더라.’ 굉장히 소중하게 다가온 말들이 많아서, 재미도 좋지만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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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 서울예술단 작품과 달리 <유럽 블로그>는 작은 무대에서 달랑 세 명의 배우가 극을 끌어가는 작품이라 조풍래 씨 입장에서도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풍월주>할 때 대극장 공연처럼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중소극장은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가 몇 미터라면 대극장은 훨씬 방대하니까 좀 더 크고 과장되게 하잖아요. 하지만 중소극장에서는 대사가 없더라도 눈빛이나 몸짓, 기운만으로도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더라고요. 반대로 소극장 공연을 하다 보니 대극장 공연에서도 디테일을 살릴 수 있고요. 그런 매력, 그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무대에 서고 있는데 잘 전달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유럽 블로그>는 배우들이 직접 현지에 가서 촬영한 영상이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잖아요. 배우들과 함께 떠난 유럽 배낭여행은 어땠나요?

 

“5월 1일부터 열흘 동안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이렇게 3개국을 여행했어요. 동욱과 석호 역을 맡은 6명이 함께 이동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숙소도 배우들이 직접 잡았거든요. 3개국이니까 두 명이 한 나라씩. 사실 빠듯한 일정이라 촬영하고 바로 이동하느라 힘든 면도 있었지만,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다들 눈치가 빨라서 서로서로 잘 배려하고 양보하고. 중간에 며칠 떨어진 적이 있는데, ‘하루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반갑냐?’라는 저희 대사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28인치 캐리어에 옷만 가득 담아 갔는데, 동욱은 줄곧 똑같은 옷만 입잖아요. 가져간 제 옷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들고 다니느라 고생만 했죠(웃음).”

 

개인적으로는 3개국 중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스위스요. 가는 곳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꺼번에 펼쳐져 있으니까 정말 멋지더라고요. 공기가 좋으니까 술도 안 취하고요(웃음). 서울예술단 공연으로 유럽에 많이 갔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기였던 것 같아요.”

 

극 중 동욱은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유럽 여행길에 나서는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배우들이 표현하기에는 오히려 힘든 캐릭터일 것 같습니다. 실제 모습과는 얼마나 비슷한가요?

 

“제가 영동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제 친구 중에 동욱과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동욱이 하는 얘기와 똑같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꼭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캐릭터를 잡을 때도 제 친구들의 모습을 많이 입히고 싶었어요. 저는 여행할 때와 공연할 때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여행은 혼자 많이 가는데, 계획 없고 기약 없는 여행을 좋아해요. 여행할 때는 프리하게, 반면에 공연할 때는 좀 더 치밀하게. 개인적으로는 공연할 때 모습이 동욱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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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이처럼 살면서 큰 결단을 내려 본 적이 있나요?

 

“사실 좀 겁쟁이라서 확 바꾸지는 못하는데, 이 작품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뭔가 결단의 시기가 온다면 과감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 작품을 해야 너에게 도움이 돼!’ 이런 주위 말에 휘둘리지 않고, 인기 안 생겨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요.”

 

2010년에 서울예술단 입단했고 2013년에 배역을 맡았으면 꽤 빠른 기간에 주목받고 있는 건데 배우생활, 여행으로 따지면 지금 어느 단계일까요?

 

“이제 비행기 타야죠. 공항 가기 전날이라 들떠 있는 상태? 저는 공연 보러 대학로에 많이 왔잖아요. 유명한 배우들한테 인사하면 이제 그분들도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이제 비행기 타는 단계인 거죠(웃음). 누군가는 늦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을 만났고 해답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합니다. 사람마다 여행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삶의 방식도 다를 텐데, 조풍래 씨는 어떤 여행길이기를 바라세요?

 

“가장 좋아하는 말이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터널 끝에 빛이 있다...’ 밝은 길로만 간다면 밝음의 소중함을 모를 수 있잖아요. 노숙도 할 수 있고 차를 놓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재미만 안 잃었으면 좋겠어요.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여행이었으면 좋겠어요.”

 

밤늦게 시작된 인터뷰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함께 관람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죠. 기자는 조풍래 씨와 그 뒤풀이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에 대해, 배우에 대해 할 얘기도, 듣고 싶었던 얘기도 많았던 거겠죠. 그만큼 <유럽 블로그>에서 만난 조풍래 씨의 모습은 새로웠습니다. 물론 다음 무대도 궁금해지고요. 그리고 덩달아 나는 어떤 여행을 꿈꾸는지, 그 여행의 어느 단계에 진입했는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행을 떠난 이유도, 여행하는 방식도,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도 모두 다르지만 음악극<유럽 블로그>를 보고 나면 모두가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죠? 아, 여행가고 싶다! 조풍래 씨를 비롯한 9명의 배우와 함께 미리 떠나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로 남성미 물씬 풍기며 돌아온 배우 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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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이 내년이면 한국 초연 10주년이라는군요. 이 작품은 그렇습니다. 처음 접할 때는 신선한 구성과 기발한 스토리에 소름이 돋는 감동을 느끼게 되고, 다음 시즌부터는 이미 반전의 묘미를 알고 있는 데도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려 다시 공연장을 찾게 되죠. 그래서 이미 9년째 공연되고 있지만 캐스팅이 공개될 때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남자 배우, 또는 한 배우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공연. 네,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뮤지컬 <쓰릴 미>얘깁니다. 뮤지컬<쓰릴 미>가 지난 2월 19일부터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 여러분은 어떤 배우가 가장 눈에 들어왔나요? 기자는 단연 강동호 씨였습니다. 
 
“전역한 지 두 달 조금 넘었어요. 군에 있을 때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한 1~2주 쉬다 바로 <쓰릴 미> 연습에 들어갔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호 씨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데 그래서일까요?

 

“군대 가서 많이 배웠어요. 배우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직업이고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데, 군대에서는 규칙대로 생활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조교를 했어요. 조교를 하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거든요. 저보다 열 살 어린 친구들과 경쟁했죠(웃음).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데, 조교는 역할 자체가 제 성향과는 달라서 배우로서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대 후 첫 작품이라 신중하게 골랐을 텐데, <쓰릴 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연기 공백도 있었는데 소극장 2인극은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제가 무대는 2005년에 데뷔했거든요. 무대에 선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가장 편하고 행복해. 그래서 부담보다는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쓰릴 미>는 2008년에 했던 작품인데, 그때 아쉬움이 커서 꼭 다시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군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는데, 제 한을 풀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2인극이고, 연기적으로 에너지도 많이 쓸 수 있고.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좋다고 했어요.”

 

8년 전과는 작품이 많이 달라졌죠?

 

“네, 일단 좀 더 세련돼졌다고 할까요? 돌이켜 생각했을 때 좀 촌스럽다 생각했던 부분들이 세련되게 다듬어졌어요. 대사나 가사도 바뀐 부분이 많고. 그동안 다른 배우들이 찾아낸 것들도 많아서인지 훨씬 더 디테일해졌고요.”

 

그러고 보면 강동호 씨가 <쓰릴 미>를 20대 초반, 굉장히 어릴 때 하셨네요. 작품에 참여하는 스스로도 달라진 점들이 느껴지나요?

 

“그렇죠, 지금은 제가 30대고.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리처드(그)라는 역할 자체가 두 인물 중에서는 리드를 하는 편인데, 리드를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여유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였던 면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노련해졌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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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쓰릴 미>에 참여하는 배우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상대 배우들이 낯설 것 같은데, 작품에서 만날 때는 어떤가요?

 

“세 배우가 참 달라요. 일단 정욱진 배우와는 <광화문 연가2>에서 코믹한 장면을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서로 참여하는 줄 모르고 다시 만났어요. 극중에 서로 키스도 해야 하니까 처음 연습할 때는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보기만 하면 웃음이 터져서. 그래도 막상 공연에 들어가니까 역시 잘 맞아요. 가장 사이코처럼 느껴지고(웃음). 정욱진 배우와 강영석 배우는 무척 대조적이에요. 실제로 2인조 범죄에서는 한 명이 리드라면 다른 한 명은 다 맞춰주면서 희생하는 경우가 많대요. 이상이 배우는 그것에 딱 부합하는 배우예요. 헌신적이고, 일편단심 해바라기 같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도 크고요. 반면에 강영석 배우는 잘 안 져요. 자기 할 말 따박따박 다 하고. 그래서 리처드는 당근과 채찍을 줘가면서 더 뱀처럼 굴어야 해요.”

 

상대 배우에 따라 리처드도 달라지는 걸 보니 정말 여유가 많이 생기셨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상대 배우는 보이지도 않고 제 할 거 하느라 바빴을 거예요(웃음).”

 

<쓰릴 미>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인데요. 두 인물 모두 극단적이기는 합니다만, 리처드(그)와 네이슨(나) 중에 어느 쪽에 가깝나요? 특히 연애할 때요.

 

“글쎄요, 겉으로 드러나는 말투나 성향은 평상시에도 부드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래서 네이슨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는데, 실제 성격은 리처드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연애할 때도 무척 자상한 것 같대요. 자상한 게 아니라 자상한 것 같대요(웃음). 매너 있게 대하고 얘기도 잘 들어주는데, 고집도 세고 결국은 제 마음대로 하는 면이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표정이나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서도 굉장히 다른 이미지로 보입니다.

 

“이번에 <쓰릴 미>는 리처드로서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최대한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어쨌든 연기 공백도 있었고, 공연 포스터나 사진이 가장 먼저 오픈되니까 기대감을 심어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나름 정성들여 찍었어요. 예전에 시니컬하고 차가운 느낌의 리처드만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여유 있고 능글맞은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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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씨가 20대 중반일 때 인터뷰했으니까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데, 뭐랄까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처럼 예전에는 누나들이 좋아하는 밝고 귀여운 느낌이었다면 실제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 작업도 하고, 나이도 더해지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죠?

 

“정확하게 말씀하셨어요. ‘대범’이가 딱 제 이지미죠(웃음). 20대에는 좀 어리버리하고 순하고 착한 이미지가 주를 이뤘는데,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배우로서 길게 보자면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연기해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더 배우답게 보이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하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성격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요.”

 

30대 초반이고, 공백도 있었으니까 지금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하기는 딱 좋은 시기네요. <쓰릴 미>의 리처드는 더없이 좋은 선택인데요?

 

“맞아요, 사실 제작사 측에서는 처음에 네이슨을 말씀하셨어요. 네이슨이 제 기본적인 성향에는 잘 맞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편하게 접근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방향을 좀 틀어야겠다 생각했고, 앞으로는 조금 더 남자다운 이미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리처드를 하겠다고 했어요. 다행히 팬분들도 군대 다녀와서 변한 모습이 보인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나중에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조금 더 남자 냄새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도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이제 더 깊은 멜로를 하고 싶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으니까 연극도 하고 싶고요. 하지만 <쓰릴 미>이후에는 남자랑 하는 작품은 안 하고 싶어요. 군대에서도 2년 동안 남자들만 봤으니까(웃음).”

 

특히 남자배우는 30대에 훨씬 짙고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는 만큼 각오 한 마디 들어볼까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나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을 텐데도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에 더 큰 열정을 갖고 덤벼야겠다, 그런 각오로 <쓰릴 미>도 준비했어요.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미쳐서 매달리면 달인이 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10년은 확실히 미쳐서, 정말 배우답게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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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잔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의 생각과 결의를 조심스럽게 말하는 강동호 씨를 보고 있자니 새삼 ‘흘러간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대학로에서 역시 기자와 배우로 만났지만, 예전과는 다른 유리벽 같은 게 존재했다고 할까요? 물론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연기력과 이미지로 대중과 만나는 사람이니, 착한 남동생보다는 세련되고 범접하기 힘든 남자가 앞으로의 강동호 씨에게는 더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테고요. 그렇게 ‘배우’라는 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겠죠. 그런 차원에서 <쓰릴 미>가 더욱 기대되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강동호 씨가 ‘진짜 사나이’가 돼서 돌아왔는지, 그의 앞으로의 10년을 리처드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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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테이, 뮤지컬 에서 희대의 살인마로 연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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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취재하고 배우를 인터뷰하는 것은 분명히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작진도 아닌 기자가 남들 노는 밤 시간과 빨간 날을 오롯이 공연장에 바쳐야 함은 물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배우들의 스케줄에 맞추느라 일반인인 기자까지 덩달아 연예인 스케줄로 살아가는 비극은 어디에서 위로받아야 할지 가끔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연장을 맴도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공연에 대한 ‘무한애정’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좋은 것이죠. 친구와의 약속이라면 절대 가지 않을 머나 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를 이틀째 방문하며 기자는 공연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수년에 걸친 배우의 변신, 또는 변화를 감지하는 뿌듯함, 그리고 작품에 대해 그들과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은 어제 공연을 보고 오늘 배우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공연장을 다시 찾는 무한동력이 되고 있다고요. 뮤지컬 <잭더리퍼>에서 만난 테이 씨가 좋은 사례입니다. 그가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던 2012년에 만났으니 꼭 4년 만이군요. 무대에서 다시 만난 그에게서는 어떤 변화가 보였을까요?

    

“잭이 어려워요. 연기가 어렵다기보다는 관객들에게 두각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기에, 배우로서 욕심을 채우기에는 힘든 역할이에요.”


<셜록홈즈>의 에릭과 아담, <명성황후>의 홍계훈 이후 그가 세 번째로 맡은 역할은 <잭더리퍼>의 살인마 잭. 테이 씨라면 당연히 다니엘 역에 도전했겠지만 제작사가 그에게 보낸 러브 콜은 잭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에 오디션을 보러 갔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연락이 왔더라고요. 저한테는 다니엘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는데, 다니엘 캐스팅을 듣고는 ‘와, 내가 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나!’ 느꼈죠. 이 엄청난 배우들 속에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 배우들과 잘 어울린다’ 정도만 들어도 좋겠어요(웃음).” 


다니엘이 비중은 높지만 이 작품의 타이틀 롤은 잭입니다(웃음). 테이 씨를 인터뷰하느라 무대 위 잭을 유심히 봤는데, 대사도 별로 없고 띄엄띄엄 등장해서 확실히 더 힘들 것 같더군요. 


“캐릭터 잡느라 고민을 무척 많이 했어요. 일단 역대 잭의 영상을 다 찾아 봤는데, 모두에게서 고민이 보이더라고요(웃음). 잭이라는 인물 자체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저처럼 밋밋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음산함과 카리스마를 가져야 할까.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원래 성격도 그렇게 능청스러운 편은 아니죠? 


“능청스러움은 있는데, 그리고 어떤 걸 표현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는 했는데, 구현하는 건 또 다른 얘기더라고요. 잭은 발성도 어려워요. 성악적인 발성이나 힘 있는 발성을 빼고 스산하게 불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호흡이 많아지고 볼륨이 작아지더라고요. 훌륭한 음향감독님이 계시지만 발성이나 발음은 마이크로도 보완되지 않는, 온전히 배우의 몫이라서. 드러나지는 않는데 혼자 고충이 많은 캐릭터예요(웃음).” 


조금 더 벽을 허무시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음성이나 실루엣이 좀 반듯하다고 할까요(웃음)? 아무래도 테이 씨의 기존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보는 사람마다 잭에 대한 생각이 다 달라요. 기존에 <잭더리퍼>를 봤느냐 안 봤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그리고 수많은 잭이 있지만 결국에는 다들 신성우 형님을 얘기해요. 잭의 캐릭터를 만드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신성우 형님처럼 해요. 따라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저는 등장할 때부터 테이니까 또 이미 굳혀진 이미지가 있는 거겠죠. 어렵지만 이겨내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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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잭과 비교하면 어린 편인데, 연령대는 어떻게 잡았나요? 


“사실 잭은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스토리가 딱히 없는 판타지 안의 인물이잖아요. 할아버지여도 되고 여자여도 되고. 그런데 2막을 생각하면 저는 다니엘에 맞추고 싶었어요. 30대 초반?” 


말씀하신 것처럼 잭은 다니엘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세 다니엘의 실제 나이도, 연기 스타일도 참 다르네요(웃음).


“정말 어려워요(웃음). (엄)기준 형님은 연습 첫날부터 그냥 다니엘이었어요. 다니엘을 워낙 많이 하셨잖아요. 연습 때는 많이 못 맞춰봤는데 한 번 해보니까 바로 알겠더라고요. 잘 리드해주시니까 안정적이죠. (류)정한이 형님은 다니엘이 어리니까 엄청 쑥스러워 하면서 연습하셨어요. 제가 후배지만 그 모습이 무척 귀여우시더라고요. 더 청순해 보인다고 할까? 연습실에서 많이 마주쳤는데 조언도 많이 해 주셨고요. 카이 형은 또래고, 그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 눈빛만 봐도 응원해 주는 것 같고요.”


테이 씨가 진행하는 ‘꿈꾸는 라디오’ 청취자들은 저녁 시간대 공연을 어떻게 병행할까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한 달 넘게 감기로 고생했는데, 다른 컨디션은 괜찮은데 목소리만 안 나오는 거예요. 낮에는 연습이 있고, 생방송으로 해내야 하는 일들도 있어서 힘들었죠. 공연 자체는 많이 배려해주셔서 라디오를 평상시보다 하루 더 녹음하는 정도예요. 3~4일 이상은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라디오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진행을 굉장히 잘 하시더라고요. 지금 듣는 목소리보다 라디오로 듣는 목소리가 훨씬 좋고요(웃음).


“라디오 정말 좋아요.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요. 일 한다는 생각에 더 즐거울 수도 있어요. 이렇게 즐거운 일이 내 일이라니! 라디오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예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심야방송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특히 유희열, 이소라 선배 팬이었는데 저도 두 시간을 책임질 수 있는,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그런 DJ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뮤지컬도 그렇고 라디오도 그렇고, 제가 관객일 때, 청취자일 때 즐겼던 느낌을 늘 생각해요. 내가 하면서 즐거운 것보다는 ‘이렇게 봤을 때, 들었을 때 좋더라’가 중요해요.” 


4년 전에 만났을 때 20대에는 꿈만 보고 달려왔다면 30대는 현실과 부딪히는 시기라고 했잖아요. 라디오 진행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룬 건데, 또 어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나요?


“조금 더 보폭이 커야 하는데 약간 주춤하고 있어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음반이 너무 늦어졌어요. 저의 가장 큰 태엽은 가수활동인데, 그 태엽이 돌지 않아서. 큰 태엽이 돌면 작은 태엽도 맞물려서 잘 돌아가는데, 작은 것부터 돌리니까 힘든 것 같아요. 2년째 늦춰진 음반이 이번에는 발표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게 저만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어렵네요.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드라마가 강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또 스스로 달려가서 오디션 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너무너무 많아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은 중소극장에 더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나 <빨래>, <헤드윅>. <김종욱 찾기> 같은 오글거리는 로맨스도 재밌을 것 같고요. 사실 저는 뮤지컬 스타가 꿈은 아니거든요. 나이 들어서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생활 연기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무대에서 찾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잭을 재밌게 해야죠. 세 번째 작품이지만 아직 햇병아리라는 생각은 제 나이에는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잘 해야죠. 관객들도 냉철하게, 마음껏 질타해주세요. 와, 잘하고 싶다(웃음)!”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를 쓰려고 녹음 내용을 다시 들어보니 대부분 잭의 캐릭터 에 대한 얘기였네요. 이른바 ‘기승전-잭’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테이 씨가 잭에 푹 빠져 있고 잘 해내고 싶은 거겠죠? 기자도 <잭더리퍼>의 잭을 생각하면 신성우 씨가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허리를 젖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에서 소리 지르며 쓰러지던 관객들도 떠오르고요. 하지만 이번 무대가 막을 내린 뒤에는 ‘테이 버전의 잭’이 관객들의 입에 전설처럼 오르내릴 수도 있는 일이죠. 이런 게 해마다 공연되는 작품이 매번 재밌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기자의 바람이라면 다음에는 대학로 중소극장 작품으로 테이 씨를 인터뷰했으면 좋겠네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서태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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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무대에 초연되는 뮤지컬 가운데 가장 궁금했던 작품은 바로 <페스트>가 아닐까 한다. 철저히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미래 첨단 도시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하며 사회가 겪는 혼란과 그 혼란에 직면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았다. 이 작품의 시점은 미래지만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하지만 뮤지컬 <페스트>에 대중적인 관심이 모아진 건 알베르 카뮈의 소설보다 넘버로 사용된 서태지의 노래 때문일 터. 국내에서는 카뮈보다 서태지라는 아이콘이 갖는 힘이 더 큰 것이다. 결국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던 창작뮤지컬 <페스트>는 6년의 준비기간을 끝내고 지난 7월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기자의 생각과 객석에서 들었던, 또는 관객들이 나눴을 법한 대화를 토대로 뮤지컬 <페스트>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1층 8열 14번 :기대를 너무 했나 봐.

 

1층 8열 15번 :나는 생각보다 괜찮던데. 그동안 <페스트>관계자와 배우를 만나며 취재를 해왔지만, 기본적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인가. 그게 아무리 카뮈고, 서태지라 하더라도 말이야.    

 

1층 8열 14번 :하지만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 다름 아니라 서태지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그래서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까지 사용했으면 그 자신감을 입증해 보였어야지. 창작 초연이니까, 지금까지 없던 방식의 작품이니까 등의 변명은 6년을 기다려온 서태지 팬과 뮤지컬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1층 8열 15번 :최근 뮤지컬을 관람한 서태지 씨는 ‘매우 감동적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페스트>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는데. 서태지 팬들 입장에서도 넘버 자체는 잘 나왔다고 생각할 것 같아.

 

1층 8열 14번 :넘버는 좋았어. 록에서 댄스, 발라드는 물론이고 클래식하게 편곡된 노래들은 원곡의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멋지게 편곡됐더라고. ‘대중가요면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서태지 노래가 이렇게 뮤지컬 작품에도 녹아들 수 있구나!’ 감탄했어. 김성수 음악감독이 자신감을 보일만 해. 특히 1막 마지막 무렵 코타르가 부르는 ‘시대유감’은 어쩌면 뮤지컬 <페스트>에서 가장 돋보였던 넘버가 아닐까 싶어. 지금껏 뮤지컬 무대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멜로디 라인과 창법이잖아.

 

1층 8열 15번 : 그런데 원곡과의 비교는 서태지 골수팬들만 가능하지 않을까?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은 물론이고 솔로시절 음악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는 마니아들 말이야. 나도 ‘너에게’, ‘마지막 축제’ 정도 밖에 모르겠던걸. 게다가 중심인물들의 넘버가 각각 2~3곡에 그치고 대부분 합창이다 보니 가사 전달력이 떨어져서 장면에 맞는 노래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

 

1층 8열 14번 : 난 서태지 팬이라 시대정신과 저항정신이 깃든 그의 노래가 한 편의 뮤지컬에 꽤 자연스레 녹아든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 그런데 스토리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고 봐. 대중적이지 않은 가사이기에 대중적이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래서 카뮈의 ‘페스트’가 미래 사회로 이동했는데, 시대배경과 상관없이 꼭 갖췄어야 할 스토리의 개연성이 문제였다고. 의사 리유는 왜 시스템에 저항하고 외길을 걷는지, 기자 랑베르는 어째서 변화를 꾀하는지, 인물과 사건의 갈등을 충분히 끓여냈으면 좋았을 텐데 장면마다 설익은 느낌이야.

 

1층 8열 15번 :주크박스 뮤지컬의 일반적인 한계라고 생각해. 뮤지컬에서는 노랫말이 대사인데, 대본을 쓰고 거기에 맞는 노래를 만드는 것과 달리 주크박스 뮤지컬은 원래 있는 노래에 이야기를 맞춰야 하니까 스토리 자체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더라고. 익숙한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빈약한 스토리를 대신하는데, <페스트>는 서태지 골수팬이 아니고서는 넘버의 익숙함마저 기대할 수 없는 것 같아. 지금껏 사랑받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넘버는 굳이 음반을 찾아 듣지 않더라도 타의적으로 수없이 듣게 돼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알고 있는 것들이잖아. 그런 차원에서 꽤 대중적인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가 극히 적었다는 점은 많이 아쉬워.

 

1층 8열 14번 : 솔로 시절 노래가 많긴 하더라. 그런데 주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초반이잖아. 아니, 이번 작품에서는 전체적으로 40대 중반을 넘긴 배우를 찾기 힘들지. 캐스팅 자체에서도 ‘서태지’라는 아이콘이 영향을 미쳤던 세대를 고려하지 않았나 싶어. 그만큼 서태지는 대중적이면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면이 있으니까. 그런가하면 대형 뮤지컬의 경우 의상이나 무대 장치도 볼거리잖아. 회전하는 대형 철물 구조물이나 영상, 랑베르가 기사를 쓰거나 코타르가 화상회의 하는 모습, 격리 수용소나 병원 등의 장면에서는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던데. 앙상블의 의상이나 몇몇 소품에서도 말이야.

 

1층 8열 15번 : 난 어째 스토리보다 실망한 부분이 <페스트>의 무대야. 물론 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많은 무대에서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관객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출이 한두 꼭지는 나오길 기대했어. 우리가 SF영화를 볼 때 가장 재밌는 요소가 ‘아, 미래는 저런 모습이겠구나!’라며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는 부분인데, <페스트>의 미래 사회는 너무 시시하다고 할까. ‘저 무대 장치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어떻게 저런 장면을 연출했을까’ 감탄할 만한 장면이 없잖아. 특히 의사들이 환자 몸에 접촉도 하지 않는 미래 사회에서 지금도 일반적이지 않은 총살형이 이뤄지다니. 제작진이 미래 사회에 대해 얼마나 상상했을까 의문을 품게 되던데.

 

1층 8열 14번 : 역시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네. 이럴 때 보면 국내 관객들의 작품을 보는 눈이 확실히 높아진 것 같아. 그만큼 다양한 무대를 접하면서 평가 기준 자체가 다채로워지고 그 수준도 높아졌다는 얘기겠지. 제작진이 관객들의 구미를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말이기도 하고.

 

1층 8열 15번 : 그렇지, 그런 차원에서는 뮤지컬 <페스트>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싶어.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즘 공연계 트렌드를 쫓지 않고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만들어내려고 했잖아. 한 마디로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셈이야. 무대에서도 이런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관객 입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나고 싶겠지만, 매일처럼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새롭게 보완되는 것이 공연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공연은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잖아. 지금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공연 중에 초연 때부터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 얼마나 되겠어.

 

1층 8열 14번 : 맞아, 관객들의 이런 다채로운 눈이 또 다른 <페스트>를 만들어내겠지. 8월에, 또 9월에 보는 <페스트>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아마 다시 무대에 오르는 <페스트>훨씬 더 탄탄해져 있을 테고 말이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연극 배우 정문성 "무대에서 더 진실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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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에야 <헤드윅>이 끝났으니 좀 쉴 줄 알았던 그는 바로 <트루웨스트 리턴즈>로 무대에 오르고 있고, 얼마 전부터 9월에 개막할 <안녕, 여름>을 위해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7년 데뷔 이후 좀처럼 쉬지 않고 참 열심히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그. 작품도 배역도 쉽지 않은 것만 맡는지라 그 바쁜 일정에 인터뷰로 끼어들 틈을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군요. 하지만 낮에는 연습, 저녁에는 공연이 있으니 연극 <안녕, 여름>의 연습실이 있는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점심시간에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끼니를 해결하면서 말이죠. 처음 만난 사람과 밥을 먹는 일은 비단 남녀 간의 소개팅뿐만 아니라 배우와 기자 사이에도 어색한 일이라 웬만하면 피하는데요. 본의 아니게 식사를 함께 하게 된 그, 배우 정문성 씨는 무언가를 먹으면서도 참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배우가 공연을 하는 건 일이잖아요. 연습하고 공연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이 이어지면 안 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습 기간에는 수입이 없거든요. 공연 자체가 계속 이어져야 생활에 타격이 적어요.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어쨌든 저한테는 직업이니까요. 꼭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작품들이 시즌별로 맞물려 있기도 하고요.”

 

그렇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죠. 밥을 먹으면서 인터뷰를 해서인지 진솔한 얘기들이 바로 터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질문을 바꿔보죠. 맞물려 있는 작품의 색깔이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는 거겠죠?

 

“일단 대본을 보고 결정하는데 최대한 저에게 공부가 되는 작품을 선택해요. 제가 가진 것으로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물론 그런 인물도 캐보면 할 게 엄청 많지만, 수월한 것보다는 어려운 게 마음에 더 와 닿아요. 그만큼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저에게 다 재산이 되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를 맡아 오셨잖아요. 공연이 맞물리다 보면 낮에는 연습하는 인물, 저녁에는 공연하는 인물, 결국 둘 다 쉽지 않은데 감정적인 밸런스는 어떻게 유지하세요?


“그런 면에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오랫동안 집중하는 걸 잘 하지도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공연에서 좀 어두운 역할을 하면 그 시간 외에는 밝고 더 재밌게 살려고 노력해요. 반대로 재밌고 좀 가벼운 캐릭터라면 밖에 나와서 진중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온전한 정문성이 사라지만 이 일을 못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공연 외 나머지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려고 해요. 그래야만 무대 위에서 고민하고, 누군가를 웃기면서 가벼워지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저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있고, 매 순간이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단편적인 예로 <헤드윅>을 할 때 일상에서는 어땠나요?


“아, <헤드윅>은 다른 공연과 좀 달랐어요. 그 이유를 지금 생각해보면 <헤드윅>은 혼자 하는 공연이 아니거든요.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관객이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무대 위에 있어요. 그래서인지 공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뒤에는 같이 행복하고 같이 즐거운 게 있어서 밖에 나와서도 비슷한 모습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물론 헤드윅의 성적 정체성이나 사랑에 대한 생각은 같이 가져올 수 없지만. 사실 <헤드윅>은 제작진이며 연출, 밴드, 관객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헤드윅에게 주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자신이 있다고 할까요? 나라는 인간이 태어난 게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헤드윅>은 배우도 관객도 매번 새로운 해석과 느낌으로 접하게 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은 역대 쟁쟁한 헤드윅들 속에 뉴 페이스라서 부담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부담됐던 건 맞아요. 그런데 저는 영화에서 본 헤드윅에 최대한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나와 헤드윅을 적절히 섞어서 효과를 내기 보다는 어떻게든 헤드윅 뒤에 완벽하게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 집중했고, 좀 답답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문성이 멋있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제 목표는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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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으로 워낙 주목받았던 터라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실지 궁금했는데,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였습니다. 2013년에도 참여했던 작품인데, 당시에는 형 리로, 이번에는 동생 오스틴으로 무대에 서고 계세요. 역시 쉽게 가지 않는 건가요?


“그때 형을 하면서 마흔 살이 되기 전에는 절대 다시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형의 마음은 알겠지만, 세월이나 삶이 주는 상처 같은 어떤 깊이가 있어야 하는데, 30대 초반의 저는 그런 게 없으니까 그 사람이 할 수 있을 법한 것들만 무대 위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그게 절대적으로 나이와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창피했어요. 정말 열심히는 했어요. 어쨌든 내게 그런 깊이가 없다는 걸 들키지 않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동생을 한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안녕, 여름>도 이해하기 힘든 작품 아닌가요? 게다가 유부남 태민 역에 함께 캐스팅된 송용진, 김도현 씨는 40대 초반에 결혼도 했잖아요.


“맞아요(웃음).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면 이 작품, 인물을 풀어가는 데 있어 결혼을 했는지 여부는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결혼한 형들이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작품의 주제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어렵지만 할 수 있고,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인 만큼 정문성 씨가 참여해서 관심을 갖는 관객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사실 연습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어요. 보통 이런 인터뷰를 연습 초반에 하는데, 인터뷰 때 작품에 대해서 얘기하면 결국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말한 것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다 다른 사랑을 해요. 제 기준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자기와 똑같을 수도 있을 거예요. 마냥 재밌고 슬픈 작품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힘들고, 그 과정이 사랑이 아닐까 라는 걸 보여주는... 개인적으로는 지금  <안녕, 여름>을 하는 게 좋아요. 작은 극장에서 일본 정서의 연극을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다는 것. 흔히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진실로 살아줘야 하거든요. 그만큼 관객도 가까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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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성 씨는 어떤 사랑관을 갖고 있는데요?


“저는 원래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우선이고, 어떤 배역이든 사랑을 기반으로 해야 연기를 푸는 데 수월해요. 그런 연기를 좋아하고. 예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명확했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걸 책임지고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에 쫓기는 마음은 없어요. 예전에는 사랑하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은 꼭 해야 하고, 나랑 똑같은 아이를 낳아야 하고... 다 욕심이지 않나.”

 

지금껏 맡은 캐릭터 중에서 외적인 장치를 벗어나 본질적으로 가장 닮은 인물은 누굴까요?


“모든 인물에 제가 조금씩 들어 있고, 그 여러 가지가 제 성격을 조금씩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캐릭터들이 가끔씩 일상에서 나오기도 해요(웃음). 그래서 예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많이 없어졌어요. 배우로서는 더 좋을 수 있는데, 인간 정문성의 색깔이 옅어진 거니까 어떻게 보면 속상한 일이죠.”

 

오늘, 지금 이 순간에는 어떤 인물이 가장 많이 나오려고 하나요(웃음)?


“오늘은... ‘태민’이 반, 그리고 ‘리’가 좀 있는 것 같네요(웃음).”

 

수많은 캐릭터들이 더해진 지난 10년. 어떤 배우를 꿈꿨고, 얼마나 가까워졌나요? 또 어떤 모습을 꿈꾸고 계신지요?


“데뷔 초반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을 때 연륜 있는 선배의 연기를 보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때는 가슴이 뭉클하고 어떤 때는 안 그렇더라고요. 뭉클할 때가 마음으로 연기한다는 건가 싶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뭔지 알아야 노력을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어떤 작품, 어떤 연기를 하든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했어요. 드라마를 한 뒤로는 배우는 일단 연기를 잘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고요.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마다 했던 생각들이 제 안에 쌓여 있겠죠?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어떤 연기든 잘 할 수 있는 건강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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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를 꿈꾸느냐는 질문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답변을 종종 듣습니다. 배우들은 결국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기 때문이겠죠?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에는 70점 정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정문성 씨는 자기애가 강해서 90점을 100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답변을 하느라 줄지 않았던 그릇도 말끔히 비우고, 먼저 악수를 청한 뒤 연습실로 사라졌습니다. 참 진진하고 의외로 유쾌했던 인터뷰, 무대 위에서 만나는 정문성 씨와 딱 닮았죠? 그래서 더 기다려지네요. 꾸밈없이 좀 더 진솔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안녕, 여름> 무대의 정문성 씨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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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와 음악만으로 풍성했던 -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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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 예술가들의 삶을 뮤지컬로 제작해 많은 사랑을 받은 제작사 HJ컬쳐가 또 한 명의 예술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바로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단 두 명의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울 수 있는 규모의 극장이건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제3의 배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더해져 공연장은 연일 풍성한 감성과 관객들로 가득 찬다. 웃다가 울다가 참 많은 생각을 했던 90분. 무대 위에는 교향곡 1번의 실패로 깊은 슬럼프에 빠진 라흐마니노프와 그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정신의학자 달 박사가 서 있다. 이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객석에서 생각했던, 또 들었을 법한 얘기들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살펴본다.  

 

다구역 11열 4 :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다시 듣게 되네. 이 곡이 그토록 암울하면서도 애절하고,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를 좀 알겠어. 얼마나 격정적인 심상을 담고 있는지 말이야.

 

다구역 11열 3 :그러게. 클래식에 별로 관심이 없어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모두에게 익숙하잖아. 그런데 이 곡에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줄 몰랐네. 마지막에 박수 소리 들었어? 수많은 뮤지컬에서 기립박수 치는 관객들을 봤지만 이번엔 밀도가 다르더라고. 관객들이 1.5배 빠른 속도와 높은 강도로 박수를 치는 것 같아.

 

다구역 11열 4 :제대로 감동한 게지. 그 순간 객석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박수 밖에 없잖아. 나도 박수 진하게 쳤다고.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넬리> 다 봤지만, 모두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솔직히 초연부터 제대로 감동받은 건 <라흐마니노프>가 처음이야. 사실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넬리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삶의 이야기가 풍성한 사람들이야. 그래서 콘텐츠를 어떻게 엮느냐의 문제일 뿐 절반은 이미 성공한 무대였다고 생각해. 그런데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라는 인물 자체에는 별다른 관심들이 없었잖아.

 

다구역 11열 3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보칼리제’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유명한 거에 비하면 라흐마니노프라는 인물은 잘 모르지. 니콜라이 달 박사 역시 같은 스승에게 함께 배웠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명성에는 한참 못 미치고. 라흐마니노프 음악이 연주된 음반을 봐도 대개 ‘20대에 극심한 우울증으로 작곡가로서 깊은 슬럼프를 겪다 달 박사의 최면치료와 암시요법으로 회복했다. 이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해 달 박사에게 헌정했다.’는 내용 정도만 있는데, 이걸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풀어낼 줄이야.

 

다구역 11열 4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귀에 익숙한 라흐마니노프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절묘하게 녹아들었으니 감동이 커질 수밖에. 사실 <살리에르>는 인물은 유명하지만 그의 음악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좋은 넘버’ 이상의 효과는 낼 수 없었고, <파리넬리>는 ‘울게 하소서’ 한 곡에 지나치게 힘이 실려 있었다면 <라흐마니노프>에서는 그의 음악을 기반으로 극에 맞게 많은 변형이 이뤄졌는데도 마치 전체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으로 채워진 듯 풍성하잖아.

 

다구역 11열 3 :무대 위 피아노와 현악 4중주가 큰 몫을 했어. 풍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 라흐마니노프 연주회에서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했어. 실제로 이번에 가장 인기 있었던 사람이 배우들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이범재 씨였다고 하더라고(웃음). 개인적으로는 라흐마니노프 역을 맡은 박유덕, 안재영 배우가 실제로 피아노 연주를 잘 하니까 극에 훨씬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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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역 11열 4 :너무 욕심 부리지 않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보칼리제’ 같은 경우 라흐마니노프가 즈베레프 교수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허밍으로 처리하잖아. 그걸로 끝이라고. 즈베레프 교수가 라흐마니노프를 꾸짖듯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모든 걸 끌어안지 않고 과감히 뺀 점이 작품의 수준을 훨씬 높였어.

 

다구역 11열 3 : 극 자체도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에 실패한 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재기하기까지 3년에 집중했고. 보통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연대기적으로 극을 풀어나가다 결국 인물에 대한 요약 노트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은데 말이야. 캐릭터 해석도 좋았어.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키가 190cm에 한 번에 피아노 13도 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손이 큰 거구인 데 반해 성격은 꽤 소심했다고 해. 예민한 라흐마니노프와 호탕하고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달 박사. 특히 달 박사가 무척 매력적인 배역이었던 것 같아. 김경수, 정동화 배우가 잘 소화하기도 했고.

 

다구역 11열 4 : 맞아, 내가 배우라도 달 박사 역이 탐났을 것 같아. 두 배우가 달 박사와 함께 연기했던 즈베레프 교수 말이야. 성격이 무척 다른 것 같지만 달 박사와 즈베레프 교수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이트에게 가렸던 달 박사는 긍정과 격려로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한 데 반해, 차이콥스키에게 밀렸던 즈베레프 교수는 엄격하고 혹독하게 라흐마니노프를 가르쳤지. 하지만 두 사람이 진심으로 바랐던 것은 결국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스스로의 열등감을 만회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신의 방식이 경쟁자의 것보다 ‘맞다’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을 거야.

 

다구역 11열 3 : 그렇다면 그들 역시 부분적으로나마 성공한 셈이지.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게 ‘나는 사랑 받는 음악가입니다. 새로운 곡을 쓰면 관객들이 나를 사랑해 줄 겁니다.’라고 자기 암시를 하게 하잖아. 결국 라흐마니노프는 치유돼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고, 이후 러시아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으니 즈베레프 교수의 엄격했던 가르침도 빛을 발한 셈이고.
 
다구역 11열 4 :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왜’라는 대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왜 즈베레프 교수가 라흐마니노프에게 그렇게 엄격했는지, 왜 라흐마니노프가 이른 나이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교향곡 1번을 작곡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려고 했는지. 그 ‘왜’라는 이유 때문에 모두가 힘든 길을 걷고, 그 ‘왜’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싸우다 결국 화해하게 되잖아. 서로 그리고 스스로도.

 

다구역 11열 3 : 나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긍정의 힘, 자기최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이야.

 

다구역 11열 4 : 중요해. 그런데 ‘왜’라는 것을 직면한 뒤에야 본격적인 치유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 역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왜’가 어떤 식으로든 들춰진 다음에야 더 가깝게 소통하게 되잖아. 그래서인지 나는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쏟아낸 뒤 오열할 때 달 박사가 어깨를 조심스레 토닥이는 장면에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  

 

다구역 11열 3 :하긴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의 ‘왜’가 있겠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럴 수밖에 없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는...

 

다구역 11열 4 : 그래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감동적이었다고. 유명한 예술가, 그 작품에 깃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의 굴곡, 그래서 더욱 와 닿는 예술작품. 어쩌면 뻔한 공식이지만, 공식대로만 해도,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잖아.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고,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들려준 셈이야.

 

다구역 11열 3 : 그래, 그래서 연일 S석 구하기도 쉽지 않은가봐. 다음에는 어떤 예술가의 삶이 무대에 오를지 벌써 궁금하네. 그런데 그때는 캐스팅이 좀 달라지겠지(웃음)? 워워, 물론 나도 이 배우들 좋아하지만, 요즘 일부 제작사 작품에 특정 배우들이 반복적으로 출연하는 거... 산뜻하지는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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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글로리아와 의 호빈 사이 배우 박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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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장이 확대되면서 예전에 비해 작품도 많아지고 배우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지만 관람하지 못한 공연, 잘 모르는 배우도 많은 게 사실이죠. 특히 요즘은 한 배역에 더블, 트리플 캐스팅은 기본이라 ‘저 배우들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까?’ 궁금한 무대는 더욱 많아졌지만, 한 작품을 보고 또 보는 이른바 회전문 관객들과 달리 기자는 결국 인터뷰가 잡힌 배우의 공연을 우선적으로 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간 무대에서 새로운 배우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뛰어난 외모’ 때문일 수도 있고, ‘연기나 가창력’ 또는 ‘전체적인 분위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 배우가 눈에 꽂히면 남은 무대는 내내 그를 쫓게 되죠. 그리고 인터미션 때 재빨리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리스트에 올린 뒤 다음 공연이 잡히면 바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겁니다.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무대에서 눈에 띈, 그 공연을 본 사람만 찾아낼 수 있는 인터뷰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서 단연 눈에 띄었고, 뮤지컬 <고래고래>로 더 많은 관객들의 눈에 꽂히게 될 배우 박준후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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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공연 전인데 형님들 무대 한 번씩 보려고 왔어요. 사실 걱정이죠. 글로리아와 호빈이는 캐릭터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크로스 드레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서 마이클과 글로리아로 열연 중인 박준후 씨는 지난해 초연 이후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 재연된 뮤지컬 <고래고래>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공연이 없는 날에도 자신의 <고래고래>첫 무대에 앞서 호빈 역에 함께 캐스팅된 김재범, 최수형 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김)재범이 형은 정말 잘 하시죠. 초연 때도 하셨잖아요. 찌질하면서도 귀엽고. 반면에 (최)수형이 형은 상남자 같다고 해야 하나? 가장 남성적이에요. 저는 아직 공연 전이라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는데 저만의 호빈이를 보여드려야죠.”
 
그러게요, 두 인물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글로리아가 똑 부러지고 할 말 다하는 성격이라면 호빈이는 만년 단역이지만 친구들 앞에서만은 허세가 극에 달하죠. ‘찌질’과 ‘허세’로 대변되는 인물인데 실제로는 어느 쪽에 가깝나요(웃음)?


“글로리아를 연기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외적인 면도 그렇지만 말투나 몸짓도 차갑고 똑 부러지게 표현하기 위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런 점에서는 호빈이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또 필요한 경우에는 글로리아처럼 말하기도 해요(웃음). 글로리아나 호빈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안은 더 여리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연극 <까사 발렌티나>를 보고 여장한 글로리아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예쁘다기보다는 우아하고 도도하다고 할까요? 혹 여장 남자배우가 필요한 다른 작품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나요(웃음)?


“제가 못할 것 같아요(웃음). 남자배우가 여장을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주위에서 좋은 말씀은 해주시는데 제가 힘들어요. 지인들도 괴로워하더라고요. 제 아내는 연극을 아직 안 봤어요(웃음). 그런데 작품은 굉장히 좋아요. 솔직히 처음에 대본을 받고는 세 장을 못 넘겼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크로스 드레서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번역체라서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이태원 숍에도 가보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시야가 많이 넓혀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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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소수자들의 이야기라면 뮤지컬 <고래고래>는 꿈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고등학교 시절 밴드로 활동했던 영민과 민우, 호빈, 병태가 10년 뒤 각자의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뭉쳐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버스킹에 나서는 모습을 인디밴드 몽니의 노래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극중 호빈이도 배우를 꿈꾸는데, 박준후 씨도 배우를 꿈꾸던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호빈이는 왜 안 풀릴까 생각해봤어요. 일단 연기를 못하는 것 같고(웃음), 어쩌면 사회성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상황에 잘 대처하지도 못하고, 사람들한테 돌려서 말하는 것도 못하고,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고 의리 있는 사람인데 말이죠. 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좀 자유롭게 살았고(웃음), 요리를 하고 싶어서 관련 일을 배우기도 했어요. 연기에도 관심은 있어서 친구 따라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게 됐는데, 그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200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을 때 (김)재범이 형도 같은 무대에 있었죠. 그런데 혼자 열심히만 했나 봐요. 공연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데 어울릴 줄도 몰랐고, 사람들을 사귀지도 않았거든요. 군대 다녀왔더니 불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많이 힘들었죠. 그래서 무대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부터 다시 배웠던 것 같아요.”

 

이름도 좀 더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꾼 건가요(웃음)? 대학로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을 바꾼 배우들이 많은데, 인기 많은 김수로 프로젝트 작품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시니 잘 풀리고 있는 거죠?


“이름은 장모님이 어딘가에서 얘기를 듣고 오셔서. 개명까지는 내키지 않아서 예명으로 쓰고 있는데, 아직도 다들 ‘영필’이라고 불러요(웃음). 그런데 이름 바꾸고 안 좋은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계속 불러 주시고. 제가 워낙 쟁쟁한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서잖아요. 같은 인물에 함께 캐스팅될 때도 있고. 그런데도 기죽지 않고 할 건 한다고 좋게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배우로서 외모, 연기, 음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쟁쟁한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또는 같은 인물로 한 무대에 서고 계신데, 배우로서 또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대단한 꿈은 없어요. 저는 사생활에 영향을 받을 만큼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떤 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요.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싶고, 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느낀 건데 연극이 확실히 어렵지만 배울 것도 많아서 앞으로도 연극 무대에는 많이 서보고 싶고요. 일단 글로리아와 호빈으로 관객들과 재밌게 만나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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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는 <까사 발렌티나>의 한껏 도도한 글로리아가 머리에 남아 있었으나, 카페에서 만난 박준후 씨는 글로리아와는 전혀 다른 표정과 말투로 자신의 얘기를 쏟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로리아는 그야말로 박준후 씨가 만들어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사람이 어떻게 그 인물을 연기했을까?’ 이렇게 배우는 대본에 쓰인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창조해 내지만, 캐릭터가 배우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가 만든 글로리아를 통해 관객들 역시 배우 박준후 씨를 더욱 뚜렷하게 인식하게 됐으니까요. <까사 발렌티나>에서 가장 멋진 인물이 글로리아라면 <고래고래>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물은 호빈이죠. 박준후 씨가 찌질하고 허세 가득한 호빈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호빈이가 박준후 씨를 또 얼마나 관객들에게 각인시킬지 궁금하지 않나요? 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9월 11일까지, 뮤지컬 <고래고래>가 11월 13일까지 공연되니 한동안은 박준후 씨의 변신을 즐겁게 확인해 보시죠. <고래고래>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몽니의 노래와 재밌는 커튼콜도 놓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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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따위 찾아볼 수 없는 배우,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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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회의실이 뭐니?” 기자가 홍보 담당자에게 살짝 언급했던 말을 확성기로 내지르듯 소리치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그는 눈에 띄는 의상과 액세서리, 기발한 소품과 광채 나는 피부로 다시 한 번 그 딱딱한 회의실에 모인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뮤지컬배우 김호영.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김호영 씨는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소문난 패셔니스타에 사업가, 토크쇼 MC, 뮤지컬배우로는 드문 라디오 고정 게스트까지 참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무대에서도 무척이나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상당히 음전한 인물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맡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라 프로페서V 역인데요. 어찌된 영문인지 <마마 돈 크라이> 연습이 한창인 곳에서 김호영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심지어 평상시보다 덜 꾸민 상태로 무대에 오르죠(웃음). 그런데 작년에 <마돈크>를 했더니 제 공연을 많아 봤던 분들조차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느냐’는 거예요. ‘나는 원래 연기를 잘 하는데 무슨 소릴까? 연기, 노래, 춤 중에 연기를 제일 잘하는구만(웃음)!’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제가 여장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항상 화려한 무대의상과 조명을 갖춘 곳에서 연기하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 마치 민낯을 드러내듯 연기했더니 제 탤런트 자체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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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화려한 장치에 본래의 연기력이 오히려 가려졌단 말이겠네요. 지난해 <마돈크>가 김호영 씨에게는 첫 2인극이었잖아요. 대극장 공연보다 심리적인 부담은 훨씬 컸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2인극은 처음인 데다 그 많은 대사와 노래를 무대에서 전혀 도움 받는 것 없이 혼자 끌고 가야 하니까요. 소극장 무대,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 속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요. 그리고 그동안 대학로만의 리그가 결성됐고, 대학로만의 스타가 탄생하면서 대극장 뮤지컬과는 다른 시스템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이 됐죠. ‘내가 대학로에 왔을 때 어느 정도 티켓 파워가 있을까?’ 사실 제가 티켓 파워 있는 배우는 아니거든요. 대극장 공연은 캐스트의 조합을 보고 오니까 그런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마돈크>는 남자 두 명만 나오는, 팬심이 더 필요한 작품이라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죠. 다행히 평도 굉장히 좋았고, 기대 이상으로 티켓도 팔았어요(웃음).”

 

2인극도 잘 치러냈고, 프로페서V라는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드라큘라 백작을 욕심낼 만도 한데요. 사실 드라큘라 백작은 멋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예전처럼 화려한 역할로도 연기력을 입증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요.

 

“제작진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뱀파이어와도 어울린다고. 사실 이 작품에서 박수를 더 받는 건 드라큘라 백작이고요.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것들, 신체적인 조건이나 목소리의 느낌, 다양한 표정과 호흡 등이 이 작품에서 어떤 인물에 더 쓰임이 좋을까... 프로페서V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해도 뱀파이어들은 키가 180cm는 돼야 보면서도 흐뭇하고, 프로페서 입장에서도 닮고 싶죠(웃음).”

 

<마돈크>는 마니아 관객이 많긴 하지만 작품 자체는 대중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편입니다. 소극장 무대에도 배우로서 매력을 느끼신 것 같은데, 1년에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제한적인 만큼 다른 작품에 욕심을 낼 만도 한데요.

 

“사실 <마돈크>는 작품이 갖고 있는 키치성과 B급 코드를 살리려다 보니까 처음에는 배우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무척 많이 보는 관객들, 대학로의 어떤 트렌드에 너무 맞춰진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고. 그런데 무대는 환상,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벌어졌으면 좋겠는 걸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배우가 먼저 작품에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텍스트 작업을 오래했고, 배우나 제작진, 우리들끼리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작품이 무대에 오르니까 하면서 저도 재밌더라고요. 기대 이상의 호평도 많이 받았고요. 제 측근이나 같은 업계에 있는 관계자들도 저의 다른 모습을 봤다고,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해준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하고 싶고, 새로 생긴 저의 측근들에게도 ‘쟤 저런 얘구나!’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프로페서V 역에 김호영 씨 외에도 송용진, 허규, 최재웅, 박영수, 강영석 씨, 드라큘라 백작 역에는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 씨 등 남자배우만 11명이라서 칙칙할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개성 뚜렷하고 재밌는 분들이 많군요.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2인극은 서로 주고받는 부분이 있지만, <마돈크>는 작품 특성상 프로페서V 혼자 끌고 가는 면이 많아요. 초반 30분은 모노극에 가깝고요. 지난해 만든 탄탄한 구조가 있다 보니 올해는 안무 등을 많이 보강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안무 연습을 하더라도 한 배우와만 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해요. 마치 포크댄스 추는 것처럼. 그런데 배우마다 갖고 있는 색깔이 워낙 다르다 보니까 같은 동작의 춤을 추는데도 느낌이 다 달라요. 정말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최재웅 형은 그만의 코미디가 있는데, 그 옆에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의 김재범 형이 있고. 둘은 남철, 남성남 이후 최고의 콤비예요. 저는 외모지상주의라서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새로 뽑힌 비주얼이 훌륭한 이창엽 군과만 공연을 하겠다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공연 외에 활동하는 분야가 다양하잖아요. 작품에 집중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요?

 

“반대로 생각하시면 돼요. 작품에 너무 집중해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 기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연 안에서도 의상이나 소품, 분장 등에 관심이 많고, 연기도 뮤지컬은 물론이고 연극, 영화, 드라마, 또 예능 MC나 DJ, 뷰티, 패션까지 굉장히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여러 형태로 표현이 되는 거죠. 그래서 어느 것 한 가지를 똑 부러지게 못할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 그 다양성이 김호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바로 무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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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김호영이라는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 어떤 타이틀이 붙길 바라나요?

 

“스스로 ‘독보적’이란 말을 항상 쓰거든요. 그런데 배우로서만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건 제가 갖고 있는 탤런트이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이 불러줬던 ‘호이’라는 별명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호이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지난해 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호이라는 브랜드의 카페, 양말도 만들었고, 도시락도 런칭했고, 제 이름을 걸고 토크쇼도 했고. 더 유명해지기 위해서, 더 대중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주가 되는 김호영이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다 접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가 뮤지컬을 14년 했는데, 이제는 이 배우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고 연기를 잘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티켓을 많이 파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하지만 티켓 판매와 그 배우의 탤런트가 꼭 비례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유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럼 2016년에 김호영 씨가 가장 집중하는 건 뭔가요?

 

“제가 유명해지는 거요. 사실 연말이면 항상 작년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정말 그렇게 돼 왔어요. 제 성에 안 찰 뿐이지(웃음). 요즘은 ‘수면론’과 ‘아기론’을 자주 얘기해요. 저는 냉정한 편이에요. 물에 빠진 사람도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야 구해주는 것이고, 아이도 울어야 젖을 주는 거잖아요.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하고, 그에 걸맞게 실력이든 뭐든 밑 작업을 해야죠. 하지만 내가 잘 한다고 당장 기회가 오는 건 아니고, 맞는 시기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 잘 해가고 있는 만큼 어느 것 하나만 터지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엮여서 갈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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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씨와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더니 살짝 어지럼증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무대 위에서 그 많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래, 춤, 연기 중에 연기를 가장 잘 하는 사람,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 겸손 따위 없는 사람, 그리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 모두 김호영 씨가 스스로를 지칭한 말인데요. 배우는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지만,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했기 때문에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게 아닐까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가 배우로서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화려함을 걷어낸 민낯 그대로의 배우 김호영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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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정제되지 않아서 매력적인 배우, 음악극 의 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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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 2년 차 배우를 인터뷰하는 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인터뷰라는 것 자체를 어색하고 어렵게 생각해서 기자와 눈도 잘 맞추지 않죠. 분명히 작품에 대해 생각도 많고 평소에는 이런저런 얘기도 잘 하지만, 질문에는 지나치게 짧게 답할 때가 많고요. 그러다 보면 기자의 질문은 길어지고 많아지고, 분위기를 좀 편하게 만들어보겠다고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겨 인터뷰를 하고 돌아와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잘 모르겠는데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말을 왜 이렇게 못 하지? 죄송해요, 두서없이 말해서...’라고 말하는 배우의 답변 사이로 배우를 도와 답변하는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만 빼곡할 때가 많습니다. 이 상황을 예상했음에도 꼭 만나보고 싶었던 신예배우, 그는 바로 뮤지컬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에 이어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으로 세 번째 2인극을 준비하고 있는 강영석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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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캐스팅하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지 않을까요? ‘얘가 왜?’라고.”

 

예기치 않게 소나기가 쏟아지던 일요일 정오, <올드위키드송>연습실을 찾느라 익숙한 대학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말간 얼굴에 긴 다리로 비를 피해 성큼성큼 달려가는 한 청년이 있기에 직감적으로 뒤따라갔습니다. 그 청년이 바로 2015년 <모범생들>로 데뷔해 지난 1년간 연이어 인기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 강영석 씨. ‘비결이 무엇이냐’는 사실 스스로 답하기에는 민망한 질문에 그는 그 말간 얼굴을 부비며 진지하게 ‘정말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자의 경우<쓰릴 미>를 보고 강영석 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애써 가라앉힌 마음을 들쑤셔 아주 오랜만에 흙탕물로 만든 그 무대에 강영석 씨가 있었습니다.     


“<쓰릴 미> 연출님이 저더러 성질을 잘 낸다고 하셨어요(웃음). 호불호가 갈리는데, 제가 아직 초보라서 무대에서 감정을 좀 지저분하게 표현한다고 해야 하나? 과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 감정 표현이 정제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2인극에만 연달아 세 번째 캐스팅됐습니다. 지난해 국내 초연됐던 <올드위키드송>은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나이도, 국적도, 성향도 다르지만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는 이야기인데 전작들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사실 <쓰릴 미>는 일단 어둡고, <마마 돈 크라이>는 너무 변화무쌍해서 힘들었는데, <올드위키드송>은 좀 다른 느낌이라 재밌어요. 어두운 부분도 있지만 마음이 지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짝반짝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랄까.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치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연기 외로 준비할 게 많잖아요.


“맞아요. 독일어에 피아노... 둘 다 예전에 해본 적은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맡은 배역 때문인지 무대 위에서는 순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성깔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올드위키드송>의 스티븐 역시 까다롭고 할 말 다 하는 인물인데, 실제 성격도 비슷한가요?


“스티븐은 화가 많아요. 사람들이 천재라고 하지만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갇혀 있는 느낌이고, 일부러 더 거만하게 행동하고 방어적이죠. 저는 착해요(웃음). 관계에 있어 어떤 불편한 점을 알고 있어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런 부분에 개입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화가 나도 막 표출하지 않고, 따지는 것도 싫어하고요. 무대에서 맡았던 인물들과는 많이 다른 편이죠. 그나마 <총각네 야채가게>의 윤민이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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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은 상대 배우에 따라 확연히 다른 무대를 보여주잖아요. 전작들이 ‘형’들과 했던 작품이라면 <올드위키드송>은 ‘선생님’들과 작업하게 됐는데, 어때요?


“처음에는 선생님들과 한다고 해서 좀 무서웠어요(웃음). 그런데 두 분 다 정말 편하게 잘 대해 주셔서 좋아요. 연기할 때는 두 분 평소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호성 선생님은 동네 형 같은 느낌인데 좀 단단하다고 해야 하나. 안석환 선생님은 몸도 많이 쓰고 많이 웃기도 하시고, 개구쟁이 같아요. 그래서 스티븐 입장에서는 안 선생님과 있을 때 더 약이 올라요. 안 선생님은 약이 올라서 화가 나고, 이 선생님은 답답해서 화를 내게 되죠.”

 

스티븐을 함께 연기하는 이현욱 씨는 강영석 씨와는 또 다른 이미지인 것 같아요.


“현욱이 형은 처음에 무섭게 봐서 성격도 있고 사람을 통제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청 장난꾸러기더라고요. 빈틈이 좀 많고요(웃음). 그래서 확실히 저와는 다른 스티븐일 것 같아요.” 

 

그리고 보니 남자배우들만 가득한 작품을 하셨네요. 강영석 씨가 봐도 멋있는 남자는 누구였나요(웃음)?


“일단 (이)창엽이는 남자가 봐도 정말 잘생겼어요.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사람 아시죠(웃음)? (임)병근이 형은 <쓰릴 미>부터 같이 해서 가장 편한데, 무대에서는 어떤 고고한 느낌이 있어요. (이)충주 형은 정말 부러운 성대와 소리통을 갖고 있어서 존경스러워요. <마마 돈 크라이>에 ‘하프 맨 하프 몬스터’라는 넘버가 있는데 충주 형이 ‘하프 맨’ 하니까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니까 제가 노래를 더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고)영빈 형은 동작 하나하나가 멋있고 감동적이에요. 멋있고 잘 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특히 <마마 돈 크라이>는 처음에 적응이 안 됐어요. 고등학교 때 동영상이나 음원으로 만났던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으니까요.”

 

<쓰릴 미>나 <마마 돈 크라이>는 특히 팬 층이 두텁고, 새로운 팬도 많이 생기는 작품이잖아요. 강영석 씨도 팬이 많아졌겠죠?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제 팬클럽 이름이 ‘잔여0석’이에요. 잔여석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 아직 그런 적은 없습니다(웃음). 팬들과 장난치고 친하게 지내요. 그래서 매번 퇴근길이 늦어지는데, 팬들 얼굴은 대부분 기억하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마마 돈 크라이> 할 때 메텔 가발을 쓰고 숨어 있던 분이 계셨어요. ‘나와 우주여행을 떠날까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분도 무척 쑥스러웠겠지만 저도 많이 쑥스러웠어요(웃음).”

 

대학생이었던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겠네요. 그런데 아직은 무대에서 기복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배우로서 어떤 점들을 보완하고 있고, 장점은 어떤 걸까요?


“사실 더 다듬어야 할 게 많아서 관객들에게 죄송하기도 해요. 일단 노래를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뮤지컬을 이렇게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노래 부를 때 안 좋은 습관이 많아서 선생님이 그걸 하나씩 고치느라 애를 먹고 계시죠. 이 작품에서도 마슈칸이 ‘사람들이 노래만 시작하면 숨을 이상하게 마신다’고 하는데 제가 딱 그렇거든요. 이번에 제대로 된 역할을 맡은 것 같아요(웃음). 특별히 장점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해서 수영, 스키, 농구 등은 쭉 해왔는데 무대에서 표현할 수가 없잖아요. 고등학교 때 팝핀도 했는데 현대무용을 배울 걸...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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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돌아본 1년, 그리고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를 얘기해 준다면요?


“가장 어렵고도 쑥스러운 얘기인 것 같은데, 지난 1년간 좋은 기회가 많이 왔고, 그래서 하고 있는 작품들을 열심히, 잘 해나가는 게 지금은 목표예요. <올드위키드송>의 경우 엄청난 고뇌와 기쁨, 슬픔이 있는 작품인데, 그걸 온전히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배우로서 좀 더 변화무쌍해지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느낌인데 더 다채로운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참,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웃음).”

 

이 정도면 답변을 잘 한 게 아니냐고요? 지어낸 얘기는 없습니다. 다만 흩어진 말들을 상당히 걸러내 잘 붙여야 했죠. 강영석 씨는 노래보다 인터뷰가 힘들다고 했지만, 기자도 힘든 인터뷰였지만, 솔직히 재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왜냐면 정제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강영석 씨의 매력 아닌가요?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9월 21일부터 10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슈만의 음악, 그리고 스티븐으로 변신한 강영석 씨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 보시죠. 아마도 <올드위키드송>이 끝날 무렵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테고, 이후에는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에서도 그를 보고 싶네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연극 재밌다 vs 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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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재연에 돌입했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이 확실한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 데다 뮤지컬로 더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코믹하게 뒤집어 지난해 국내 초연 때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미타니 코키의 작품만큼이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아끼는 관객들이라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들어서기 까지 꽤나 고민했을 것이다. 무대 위의 신사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미타니 코키의 나무랄 데 없는 난도질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 관람 평을 보면 ‘재밌다’ 일색인데, 이 연극이 그렇게 재밌을까? 물론 무대는 미타니 코키 특유의 코믹함과 재치가 더해져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터진다. 하지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알아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무슨 얘기인지 기자의 관람 소감과 객석 곳곳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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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역시 미타니 코키네. 지난 연말에 뮤지컬 <오케피> 보고 미타니 코키의 소극장 연극이 무척 그리웠는데, 역시 그의 오밀조밀한 유머감각을 즐기기에는 소극장이 제격이야.

 

덜 재밌다! : 그렇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은 ‘빵빵’보다 ‘뿅뿅’ 터지니까.

 

재밌다! : 설정 자체가 벌써 재밌잖아.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해 리허설을 하다! 사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지킬을 연기하는 배우도 너무 멋있어서 근사하기는 하지만 친근감은 들지 않았는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제목부터 좀 ‘저렴한’ 냄새가 나면서 왠지 더 친숙하다니까.

 

덜 재밌다! : 난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보기까지 고민이 많았어.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인데도 초연을 보지 않았다고. 지난번에 배우 이시훈 씨(극 중 빅터)를 인터뷰할 때도 <지킬 앤 하이드>가 망가지는 걸 볼 수 없어서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야.

 

재밌다! : 난 뮤지컬 때문에 연극이 더 재밌던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데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도움이 안 되지만, 뮤지컬을 먼저 봤던 사람이라면 연극이 더 재밌을 거야. 원작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무대 위 근사한 지킬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 수 있으니까. 특히 지킬이 약을 주입하고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이나 하이드의 자세, 목소리 등은 많은 부분 뮤지컬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뮤지컬을 알아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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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재밌다! : 그게 재밌어? 그래, 재밌긴 재밌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문학사에 있어 길이 남을 엄청난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하는 장면은 공연예술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1인 2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촬영과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대 위에서의 1인 2역은 차원이 다르잖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에서 그걸 구현해 내다니. 10여 년 전, 지킬과 하이드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공연에 완전히 빠졌다고. 그래서 그 모습이 희화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재밌다! : 달리 생각하면 미타니 코키가 그걸 한 번 더 비튼 거 아닐까? 한 배우가 시공간의 차이를 두지 않고 동시에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가능해? 한 인물이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관객들의 눈에 빤히 보이게 버젓이 칸막이를 두고 두 배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도록 한 게 아닐까? 심지어 공연을 제작하는 극작가인 미타니 코키가 만들어서 더 인간적이라고.

 

덜 재밌다! :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그 기발함이나 재미가 덜하다는 거야. 결국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단함을 인정한 것 같다고 할까? 우리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박사의 약혼녀인 정숙한 이브 댄버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지킬의 실패한 약을 마시고도 자기 최면에 빠져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하이디로 변신하잖아.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면 연극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를 한 배우가 연기해. 그리고 비록 우스꽝스럽게 그려냈지만 하이드를 연기하는 빅터 역시 순식간에 다른 인물로 돌변해야 하지. 뮤지컬과 같은 전율을 느낄 수는 없지만, 배우와 관객이 속고 속아주는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차용한 셈이라고. 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는 전혀 다른 재미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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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나는 여성판 <지킬 앤 하이드>라는 생각도 들더군. 뮤지컬에서는 지킬의 약혼녀인 엠마와 매춘부 루시가 등장하는데, 정숙과 관능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성향 역시 한 사람의 내면에 공존할 수 있잖아. 그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로 표현한 거고. 그녀가 극 초반에 복선을 깔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말이야. 미타니 코키는 치밀하게 생각한 거라고.

 

덜 재밌다! : 그럼, 미타니 코키잖아. 하지만 이 연극은 원작소설을 비틀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없었다면 결코 태어날 수 없었을 걸.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재밌을수록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된다고.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연극보다 덜 재밌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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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 꼭 더 재밌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이런 제목을 달았나 보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너무 뻔하지만 어쨌든 웃기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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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제1회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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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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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성지로 불리는 자라섬에 지난 9월 3일과 4일 드디어 뮤지컬배우들이 입성했다.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뮤지컬배우 56명을 대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뮤지컬 페스티벌. 평소 안락하고 쾌적한 지정석을 좋아하는 기자는 돗자리를 들고 자라섬까지 찾아가야 하는 이 페스티벌을 애써 외면하려 했으나 라인업이 발표되고 타임 테이블이 공개될수록 현장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개통 이후 처음으로 ITX-청춘열차라는 것을 타고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리는 자라섬에 제 발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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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자라섬 일원에 비구름이 가득하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하늘은 화창했고, 햇빛은 뜨거웠다. 비를 예상하고 가져온 우산은 양산으로 바뀌었고, 그늘막에 앉아 있는 페스티벌 고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일까. 다른 페스티벌 현장보다는 넉넉하고 조용한 편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소극장, 대극장 달랑 두 곳에서 펼쳐지는 축제라 이동도 편하고 어느 무대 하나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게 장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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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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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소극장에서는 구소영 음악감독과 함께 ‘HOT STAGE’가 진행됐다. 홍우진, 고훈정, 김대현, 강정우, 배두훈, 뮤지컬팀 더 뮤즈가 뜨거운 햇살 아래 관객들을 만났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오는 길에 푸드존에 들르기도 좋다.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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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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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오후 5시 30분, 정문성이 The Angry Inch와 함께 대극장 무대에 올라 ‘내가 누군 줄 알아?’를 외치자 자라섬도 제대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공연장이 아니라 햇살 가득한 자라섬에서 만난 <헤드윅>도, ‘Origin Of Love’와 ‘Angry Inch’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나저나 저 초록색 재킷이 마우스패드 재질로 만들었다는데 정문성 배우는 얼마나 더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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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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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이후 김우형, 이안 존 버그, 전나영 등이 무대에 올라 ‘Music Of The Night’, ‘The Phantom Of The Opera’ 등 <오페라의 유령>의 주요 넘버를 선사했고, 1대 빌리와 마이클로 활약했던 김세용, 정진호, 박준형, 김범준, 이성훈 등이 변함없는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제는 다 커서 모두 스무 살 안팎이란다. 참,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소리 질러!’를 외치던 김우형 씨의 모습도 아직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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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지면서는 박한근, 전역산, 이창용, 문장원, 우찬 등 <알타보이즈> 멤버들이 ‘We Are The Altar Boyz’를 시작으로 아이돌 못지않은 화려한 쇼로 분위기를 달궜고, 강필석, 조정은, 김우형, 김선영 등이 <레미제라블>, <베르테르>, <아이다>, <지킬 앤 하이드>, <캣츠>, <위키드> 등 인기 뮤지컬 넘버들로 달빛 아래 관객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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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소극장에서는 오랜만에 돌아온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in 자라섬’이 진행됐다. 강성욱, 문성일, 윤나무, 이승원 등이 출연해 공연장에서는 듣기 힘든 현란한 입담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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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대극장에서는 천변카바레 밴드의 무대를 시작으로 카이, 한지상, 마이클리, 홍광호, 윤공주 등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프랑켄슈타인>, <위키드>, <엘리자벳>, <페임>,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주요 뮤지컬 레퍼토리의 인기 넘버들을 노래했다. 배우들의 황홀한 가창력에 무시무시한 모기들에게 강제 헌혈한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랄까. 

 

[JMF0903] 늦은 밤에도 JMF 대극장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JPG

ⓒ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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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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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밤하늘의 별을 조명삼아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을 듣는 일은 꽤 낭만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진행도 매끄러웠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 큰 불편도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굳이 자라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된다. 공연장처럼 확실하게 나뉘어 있는 무대와 객석도 조금은 아쉬웠다. 공연장의 벽을 허물었으면 배우와 관객도 좀 더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첫 번째가 이 정도였으니 내년 <뮤지컬 페스티벌>은 더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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