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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윤하정의 공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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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막공인 줄 알았다! 뮤지컬 의 배우 이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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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2016 뉴시즈_공연사진_이재균,최수진,뉴스보이들.jpg

 

요즘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과 ‘관객이 받는 감동’의 상관관계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공연은 배우뿐만 아니라 대본, 음악, 음향이나 조명, 무대 장치에 이르기까지 결국 사람들의 ‘합’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고, 감동이란 관객의 주관적인 느낌이니 여러 변수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배우의 연기력과 관객이 받는 감동은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배우의 연기력에서 귀결되는 감동 외에 때로는 이보다 더 큰 감동을 자아내는 또 다른 영역이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생각은 최근 봤던 뮤지컬 <쓰릴 미>에서 시작됐는데, 조금은 맞지 않는 두 배우의 호흡이며 겉도는 피아노 연주며 분명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2007년 초연 이후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아프더란 말이죠. 그간 <쓰릴 미>를 거쳐 간 수많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봤지만 희한하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개막한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 뮤지컬 <뉴시즈>역시 뭔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 배우를 더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또한 ‘탄탄한 연기력에서 자아내는 감동’보다는 ‘덜 다듬어진 알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 때문이죠. 바로<뉴시즈>의 리더, 배우 이재균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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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절대 뛰지 않아요(웃음). 큰 소리도 안 내고, 나서는 편도 아니에요. 그런데 잭 켈리는 리더잖아요. 그런 면을 이해하고 찾느라 좀 어려웠어요.” 

 

충무아트홀 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잭 켈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 온 몸에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밖에 구급차를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배우’로 유명하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무대에 오르면 저도 모르게. 좀 전에 프레스콜 때도 저녁에 공연 있으니까 힘을 좀 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1막 마지막에 ‘산타페’라는 노래를 부를 때 ‘사시’가 된 적도 있어요(웃음). 이 노래가 어렵기도 하고 연기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연습실에서도 ‘산타페’를 부를 때면 항상 어지러웠는데, 무대에서는 그 전에 엄청 뛰다 계단까지 많이 올라가잖아요. 리허설 때 (서)경수 형이 호흡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다른 배우들과 공연하다 계단을 올라갔는데, 흔히 ‘숨이 턱까지 찬다’고 하잖아요. 머리 꼭대기까지 찰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사람들이 제 눈이 사시가 됐다고(웃음). 그래도 그런 호흡조차 잭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140분을 그런 모습으로 있으니까 좀 불안하더라고요. 저러다 내일 못 일어나는 거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아직 그 정도 나이는 아니어서, 말짱해요(웃음). 특히 이 작품은 굳이 힘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무대에서 뉴시즈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나요. 형들 없었으면 못했을 거예요. 사실 연습기간 중에 성대결절이 좀 있어서 ‘저들의 열정에 해가 되면 어쩌나, 내가 망쳐버리면 큰일인데’ 그런 부담이 있었어요. 그래서 술도 끊고 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지금까지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잘 가고 있고, 더 재밌게 하는 게 목표예요.”  

 

<쓰릴 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히스토리 보이즈> 등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작품을 많이 하셨는데 <뉴시즈>는 단연 최고봉이군요(웃음).

 

“그렇죠, 그래도 키스신이 있어요(웃음). 여배우와는 처음으로 키스하는 건데, 확실히 남자배우와 하는 것보다 낫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뉴시즈>는 배우들 사이가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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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즈>는 앙상블의 힘이 대단하잖아요. 특히 일반 뮤지컬과는 다른 안무를 선보이는 만큼 재주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박준형 씨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그 소년이라면서요.

 

“네, 재주꾼들 정말 많아요. (고)훈이 형은 발레를 오래 했고, (박)진상이 형은 비보잉, (정)창민이는 아크로배틱. 창민이는 다쳐서 공연 초반에는 참여를 못했는데, 그 아이는 하늘에서 날아다녀요. 그런 모습 보면서도 내가 너무 안일하게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나... 저는 춤도 못 추고, 노래도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자극을 많이 받고 저도 열심히 노력했어요.”

 

재주 많은 앙상블 배우들도 그렇지만 같은 잭 켈리를 연기하는 온주완, 서경수 씨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요.

 

“일단 경수 형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잭이라고 느껴져요. 덩치도 있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고, 노래며 몸 쓰는 것도 베테랑이잖아요. ‘뮤지컬배우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완이 형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부담도 있고 어려운 캐릭터라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형의 첫공을 보고 울컥했어요. 처음 뮤지컬 하는 사람 같지 않게 진심으로 결의가 느껴지는 거예요. 감동받았죠. 두 형은 리더 같은 모습이 있잖아요. 제 모습이 리더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목표는 다른 뉴시즈와 똑같아 보이는 거였어요. 잘 어울리고, 무게 잡지 않고,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정말 평범한 신문팔이인데, 어렸을 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상처가 있고 그래서 부당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불끈하는 거죠. 사실 10대 후반이면 어리잖아요. 친구들을 걱정하느라 다른 어른들의 말에 휘둘리기도 하고, 그게 인간답잖아요.”

 

공연을 같이 본 사람이 잭이 너무 귀티 나서 극에 몰입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의상도 잘 어울리고요(웃음).

 

“아, 안 돼요(웃음). 저도 그게 고민이었어요. 너무 하얗고 말끔한 거예요. 그래서 검댕 좀 묻히자고 건의했어요(웃음). 저도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3남매라 지원해 주시는 데 한계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 많이 했어요. 사실 그런 것에 별 신경은 안 썼지만, 가끔 ‘쟤네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걸 왜 나는 힘들게 해야만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은 있어요.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도 가족이나 친구 누구 하나 ‘잘 해봐!’라는 사람은 없었어요. 다들 ‘니가 무슨?’ 고등학교 때까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무기력했거든요. 대학 가려고 시작한 연기인데, 한 번 하고 나니까 이것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12시간씩 계속 연기하고, 잘 때도 계속 생각하고. 그게 버릇이 돼서 어떤 인물을 만나면 사소한 것들까지 계속 그 인물에 대입하게 돼요.”

 

어쩌면 다른 배우들이 ‘쟤는 왜 저렇게 술술 잘 풀리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만나왔습니다. 주위에서 이재균 씨의 매력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재밌는 일을 재밌게 하다 보니까 굉장히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어요. 저는 함께 공연하면 재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좋아요. 물론 배우라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환호해주셨을 때 기분이 좋지만, 제가 가장 뿌듯할 때는 같이 하는 배우가 와서 안아줬을 때, 정말 교감했다는 말이잖아요."

 

어찌 보면 무대 위에서 강약조절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이재균 씨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라고 할까요? 3~4년 뒤에 말끔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면 오히려 아쉬울 것 같아요.

 

“3~4년 뒤에도 똑같을 거예요. 전 그렇게밖에 할 줄 모르거든요. 모든 것들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기술이잖아요, 결국 연기라는 게. 진짜가 되면 기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 <닥터 지바고> 할 때 (강)필석이 형이랑 6개월을 같이 지내면서 연기 얘기를 많이 했는데, 형이 ‘무대 위에서 진짜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거 하나 믿고 지금까지 왔어요. 인물로 들어가는 방법은 배우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연습기간에는 굉장히 많은 시도를 해보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아무 생각도 안 해요. 그런데 자신은 있어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문사의 부당함에 맞서 싸운 뉴시즈, 특히 잭 켈리의 삶은 이후 많이 바뀌잖아요. 뮤지컬<뉴시즈>를 하는 동안 이재균 씨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더 밝아져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됐고, 다들 사랑스럽고, <뉴시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작품이 워낙 역동적이다 보니까 공연 끝나고 샤워할 때 보면 어디서 다쳤는지도 모르는 멍들이 있어요. 뉴시즈 형들은 더하죠. 다들 5kg 이상 빠졌을 거예요. 안타깝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잭 켈리가 더 잭 켈리 같아졌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뉴시즈 형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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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는 많은 자질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주관적인 자질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추상적인 자질은 바로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 형태나 빛깔을 알 수 없을수록 더욱 끌리는 매력 말입니다. 이재균 씨는 무엇보다 이 매력이 가득한 배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공연 때마다 찍은 프로필 사진만 봐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그래서 <뉴시즈> 프로필 촬영 때도 시시각각 풍기는 느낌이 다른 이재균 씨의 모습에 사진작가가 신나서 꽤 오랫동안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관객들도 무대 위에서 딱 떨어지는 배우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재균 씨의 공연에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요? 내일이 없을 것처럼 연기하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이재균 씨의 공연이 궁금하다면 뮤지컬 <뉴시즈>에서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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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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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안 그레이] 도리안 그레이 역_김준수 외 (제공=씨제스컬쳐).jpg

 

19세기 유미주의(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이를 추구하는 문예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 국내에서 뮤지컬로 제작돼 첫 선을 보였다. 런던 사교계에 등장한 아름다운 청년 도리안 그레이. 이상주의자인 화가 배질은 아름답고 순수한 도리안의 모습을 초상화로 담아내지만, 도리안은 쾌락주의자인 헨리의 영향을 받아 초상화 속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자신의 모습에 영혼을 바친다는 내용이다. 전작인 <데스노트>부터 원 캐스팅을 고집하는 씨제스컬쳐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인 데다 티켓파워 1위를 자랑하는 김준수를 비롯해 박은태, 최재웅 등 좀처럼 한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감 있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려 개막 전부터 더욱 기대를 모았던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지난 9월 6일 공연은 일반 관객을 받지 않고 통 크게 기자들에게만 공개했는데 무대는 어땠을까? 객석에서 동료들과 나눴던, 인터미션 때 주위에서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 대해 관객들이 나눌 법한 이야기를 각색해 보았다.

 

 

B구역 6열 9번 : 김준수 씨 나오는 공연을 한 번도 못 봐서 궁금했는데 뭐랄까, 아주 복잡 미묘한 감정이야. 허스키한 음색에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이 자꾸 신경 쓰이는데 이상하게 무대 장악력이 있네.

 

B구역 6열 10번 : 1막 때는 확실히 거슬리는데 2막부터는 중독된다니까. 어느덧 ‘저렇게 온몸으로 노래하다 쓰러지는 건 아닐까, 막공까지 무사히 가야 하는데...’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B구역 6열 9번 : 1막 마지막 넘버 ‘Against Nature’에서 앙상블과 춤출 때는 정말 멋지더라.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를 보는 것 같았어. 아이돌 출신 배우가 아니면 도저히 출 수 없는 안무잖아.

 

B구역 6열 10번 : 그 무대세트도 근사했지. 이 작품이 1884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 안무를 도입한 건 무척 과감한 시도인 것 같아. 이지나 연출답다고 할까. 하긴 김준수 본연의 음색과 창법이 뮤지컬 무대에서 배척받지 않고 오히려 특별한 관람 포인트가 됐다면 아이돌 댄스 실력 역시 그만이 가진 강점이 아니겠어?

 

B구역 6열 9번 : 그렇지, 게다가 요즘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으니 김준수의 이번 무대가 하나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이제 다른 작품에서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칼군무를 선사할지 모른다고. 그런데 사실 그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좀 지루했어.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 도리안을 표현해야 해서 그런지 김준수의 음색도 어색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캐릭터를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B구역 6열 10번 : 좀 부자연스럽긴 한데, 그래서 2막에서 타락한 도리안이 더 부각되는 거겠지. 김준수의 원래 음색과 창법도 2막의 캐릭터를 훨씬 극대화하고. 장편소설을 러닝 타임 2시간 30분의 무대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 게다가 이 작품은 ‘죄의식 없는 쾌락을 통해 완벽한 인간이 되려다 타락한’ 도리안의 변화를 담아내야 하잖아. 그래서 1막은 확실히 개연성이 부족했어. ‘이런 일이 있었다’를 알려주기 위해 쉼 없이 장면이 전환되잖아. 영화로 치자면 롱 테이크의 멋을 발견할 수 없는 작품처럼. 관객들이 찬찬히 지켜보고 공감할 시간을 주지 않는 거지.


 [도리안 그레이] 배질 홀워드 역_최재웅 (제공=씨제스컬쳐).jpg


B구역 6열 9번 :김준수 씨에 비해 다른 배우들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지 않았어? 이렇다 할 연기를 드러낼 장면이 없잖아. 헨리 역의 박은태 씨는 몇몇의 넘버에서 가창력이라도 확실히 돋보였지만, 배질 역의 최재웅 씨는 어쩔 거야. 제대로 된 넘버도 없는 셈이야.

 

B구역 6열 10번 : 그러게, ‘박은태와 최재웅을 그렇게 쓰다니!’라는 생각이 들더군.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시빌 베인 역에 뽑혔다는 홍서영 씨도 실력 발휘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 도리안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죽음을 결심할 정도로 상처 입은 과정도 너무 축약되다 보니 그렇겠지.

 

B구역 6열 9번 :결과적으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김준수를 위한 뮤지컬’ 같아. 재연될 때 과연 다른 배우가 할 수 있을까? 의상도 김준수를 가장 돋보이게 보이도록 제작됐던데 뭘.

 

B구역 6열 10번 :원 캐스트이고 제작 단계부터 김준수를 생각하고 만들었을 테니까. 의상도 여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과 많이 다르잖아. 원작의 시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현대적인 해석을 더했다고 해. 나쁘지 않았어. 김준수 씨가 옷을 너무 자주 갈아입어서 놀라긴 했지만. 주인공이 옷을 그렇게 많이 갈아입는 작품도 드물지(웃음).

 

B구역 6열 9번 : 웬만한 사람은 소화하기 힘든 옷들이고(웃음). 등이며 맨다리를 노출하기도 하잖아. 그런 차원에서는 ‘김준수 효과’를 십분 활용한 셈이지.

 

B구역 6열 10번 : 그 말은 ‘김준수가 없다면’ 극이 전반적으로 힘을 잃는다는 얘기이기도 하지. 정말이지 도리안이 더블이라면 누가 캐스팅될까?

 

B구역 6열 9번 :또 다른 아이돌 가수가 그나마 유력하지 않을까? 그런데 다들 안 하려고 할 것 같아(웃음). 무대세트는 전체적으로 괜찮았어. 요즘은 간결하면서도 색다른 시도가 좋더라고. 체코에서 촬영했다는 영상을 더해서 굉장히 색다른 공간을 구현하잖아.

 

B구역 6열 10번 :체코 플로스코비체 성이라던데, 원작이 영국이고, 작품에서도 계속 영국 얘기가 나오는데 체코에 가서 촬영한 건 좀 웃기지 않아? 유럽 사람이 보면 이야기는 조선시대인데 영상이 일본 고택인 셈이잖아. 전체적으로 모든 틀을 깨려는 시도로 이해해야 하나?

 

[도리안 그레이] 좌_김준수, 우_홍서영 (제공=씨제스컬쳐).jpg

 

B구역 6열 9번 : 거기까지 생각 안 하면 일단 그림은 멋지니까(웃음). 그나저나 오늘 배우들 꽤 힘들었겠어. 보통 때면 관객들로 꽉 찬 공연장에서 박수갈채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 텐데, 오늘 공연장 분위기 참 숙연하다(웃음).

 

B구역 6열 10번 : 이 정도면 나름 정성껏 박수는 친 거지(웃음). 기자만 모아놓고 공연 보여주는 건 별로야. 공연은 극이 아무리 좋아도, 배우가 아무리 훌륭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뜨거운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 속에서 관람해야 무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관객의 열기와 반응도 중요한 장치니까. 특히 김준수 나오는 공연은 축구장 함성이 쏟아지는 객석 분위기가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인데 무척 아쉽네.

 

B구역 6열 9번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이래저래 김준수가 빠지면 할 얘기가 크게 줄어들 작품이구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맨홀에 빠져도 웃으며 나올 것 같은 의 배우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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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입장에서 쉬운 공연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창작 초연만큼 힘든 공연이 있을까요? 텍스트로 만난 이야기는 연습과정을 통해 새로운 색깔이 덧입혀지고 무대에 오르면 세트, 조명, 음악 등이 더해져 또 다른 입체감을 갖게 되죠. 특히 관객과의 교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인 만큼 처음 텍스트에서 무대로 옮겨진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배우들이 아닐까 합니다. 수정된 장면을 언제 그랬냐는 듯 무대 위에서 자연스레 펼쳐 보이며 제작진과 관객들 사이에 공감이라는 교집합을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요즘 이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뮤지컬 <더맨인더홀>인데요. 그래서인지 공연 중에도 제작진의 회의는 계속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위 피아노 연주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 김영철 씨는 상당히 피곤해 보이네요.

 

“프리뷰 이후 수정 작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요. 창작 초연인 만큼 좋은 의견을 수렴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덕분에 월요일도 연습이 있으니까 쉬는 날이 없네요. 기침 감기까지 걸려서 좀 힘들기는 해요(웃음).”

 

김영철 씨가 연기하고 있는 ‘하루’는 강도와 맞닥뜨린 후 칼에 찔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무참히 맨홀 속으로 던져진 남자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 하루가 대면한 것은 다름 아닌 늑대. 프로이트의 ‘억압이론’에 바탕을 두고 만들었다는 창작뮤지컬 <더맨인더홀>은 이렇듯 한 남자의 비극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아이러니하게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서정적인 장치 속에 펼쳐집니다.


“결국 한 남자의 비극을 다뤘다고 생각해요. 어떤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다는 하루라는 남자의 심리상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저마다 다른 생각과 해석의 여지를 드리는 게 연출님의 의도였거든요. 그 부분이 많이 불친절할 수 있지만, 수정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가 더 뚜렷해지고 특정 장면들이 보완되면서 초반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지고 있어요. 물론 관객들께는 죄송하고, 그래서 무대 위에서 더 신중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죠.”

 

<위대한 캣츠비>, <담배 가게 아가씨>,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등 기존에 했던 작품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하루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이번에는 캐릭터를 따로 잡지 않았어요. 대본을 보고 장면 장면에 맞게, 사건에 따라 나오는 대로 구현했어요. 사실 배우들도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캐릭터를 만들 만큼 앞선 이야기가 많지도 않았고, 그래서 연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런을 돌면서 잡아간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까 또 달라지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들과 많이 달랐어요. 피아노 선율만 해도 악보에 나와 있는 약속이 있지만, 그게 어떨 때는 다르게 들리고, 그러면 저 역시 상대 배우에게 다른 에너지를 주게 되거든요. 아마 관객들도 느끼실 거예요. 매회 달라지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더맨인더홀_공연사진.jpg

 

늑대 역을 맡은 김찬호, 고훈정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할 텐데, 그 배우들 역시 입장은 비슷하겠네요.


“그렇죠, 처음에는 하루가 착한사람이라면 늑대는 뭔가 야성적이고 반대의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찬호 형과 훈정 형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와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프리뷰 때까지만 해도 이른바 ‘찬늑’은 조금 더 여린 감성이 있고, ‘훈늑’은 남성적이었는데, 공연을 하면서 또 다른 감정들이 찾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늑대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말하는 게 힘들어졌어요. 매회 달라지니까 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요. 그런 새로운 교감이 좋아서 두 늑대에 대한 느낌은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고 저 혼자만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요(웃음).”
 
이렇게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하루처럼 무작정 참거나 착하기만 한 성격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하루처럼 말도 못하고 속에 담아놓지는 않죠. 저는 그래도 풀려고 노력한답니다(웃음). 제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시기에 어떤 식으로 얘기해야 할지 생각하고, 그렇게 융통성 있게 행동하고 싶긴 해요. 제 성격을 스스로 말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주위에서 ‘괜찮은 놈이다, 성격이 좋다!’고는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막내 생활을 많이 해서 형들이 아직까지도 귀엽게 봐주시고 거부감 없이 연락하시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전작들에서와는 다른 김영철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창력도 확연히 돋보이더라고요. 늑대 역도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웃음).


“칭찬해 주시니까 기분이 좋네요(웃음). 이번 작품처럼 노래를 많이 부른 공연이 거의 없었죠. 노래는 어렸을 때 많이 불렀어요. 울산이 고향인데 현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4~5연승도 하고. 늑대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웃음), 하루 캐릭터가 저한테는 더 매력적이었어요. 뭔가 표현할 것도 많아 보였고. 감정선이 풍부한 인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재밌는 분이 계속 하루를 연기하자면 정신적으로 좀 힘들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수정 작업으로 쉴 시간도 없겠지만 평소 감정적인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나요?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소주 한잔하고, 사우나하면서 풀고, 친구와 대화하면서 훌훌 털어버리는 편이에요. 그런 장점은 있네요(웃음). 그래서 <더맨인더홀>을 하면서도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2년 데뷔 이후 유독 창작뮤지컬에 많이 참여하셨네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감사하게 많이 불러주셨어요. 라이선스 작품도 오디션을 많이 봤고, 합격한 작품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대학로에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굳이 따지지는 않지만 여러 작품이 있을 때 창작에 좀 더 관심이 가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김영철 배우라는 색깔은 아직 좀 희미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도 문제겠지만요. 이제는 배우로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 같은 게 있을 텐데요.


“스스로 판단했을 때 양심적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면 돼요. 제가 좋아하는 서현철 선배님이 해주신 얘긴데, 정말 부가 따르는 작품이 있지만 나는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면 다른 작품을 선택하는 거죠. 반대로 지금 돈이 필요한 입장이라면 돈이 되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제 양심에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이 있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저는 아직 커 가는, 색깔을 만들어가는 배우니까요. 하지만 배우로서 그렇게 사는 게 제 소망이에요.”

 

배우로서 만들어가고 싶은 모습, 이루고 싶은 꿈도 있을 텐데요.


“좋은 작품이 많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주는 대중적인 배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저도 그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해서 지금을 삐걱거리고 싶지는 않아요. 기회가 왔을 때 그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그런 배우가 되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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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영철 씨와의 인터뷰는 기사를 쓰기에 편한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더맨인더홀>만큼 뚜렷하지 않은 답변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좋은 느낌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극중 하루처럼 선하고 바른, 그렇다고 너무 착하거나 답답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주위에서 김영철 씨를 두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나 봅니다. 다음에는 역시나 양심에 따라 선택한 연극 <톡톡>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니 김영철 씨가 배우로서 어떤 색깔을 입혀 가는지 확인해 보시죠. 창작뮤지컬 <더맨인더홀>은 제작진의 의도가 극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극을 관통하는 피아노 연주와 근사한 조명을 통해 제작진의 참신한 시도 역시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매회 다듬어가며 더 나은 무대를 만들어가겠죠. 관객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게 공연의 특징이고, 관객의 의견이 이렇게 반영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공연의 매력 아닐까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존재감 드러낸 뮤지컬 의 배우 이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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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는 다양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데뷔 때부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린 배우가 아니라면 그 이미지는 배역을 통해 다채롭게 드러나고, 그때마다 대중들 입에 오르내리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 배우의 이름과 함께 하나로 연결되는데요. 배우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 그동안 흩어졌던 이미지가 퍼즐 맞추듯 모이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배우가 있죠? 바로 이동하 씨인데요. 드라마 <시그널> 이후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로 다시 무대를 찾은 그는 9월부터는 뮤지컬<곤 투모로우>와 연극 <클로저>에 함께 출연하며 배우로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곤 투모로우>는 창작 초연에 김옥균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힘든 점이 많을 텐데요. 저녁 공연이지만 보완작업을 위해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은 이동하 씨를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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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것도 있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더 커요. 드라마를 하느라 1년 넘게 공연을 못해서 항상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훌륭한 스태프, 배우들과 작업하고 있으니까요.”

 

인지도나 출연료 등 배우에게 돌아오는 건 드라마가 훨씬 낫지 않나요(웃음)?


“두 장르는 전혀 다른 거죠. 그리고 사실 별로 차이도 없어요. 저는 방송에서도 신인이고, 공연계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서(웃음).”

 

두 매체를 모두 경험해보니 어떤 차이와 매력이 있나요?


“공연은 살아 있잖아요. 기승전결이 쌓여가고, 상대 배우와 교감하고, 관객과 호흡하고, 그런 라이브의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흔히 메커니즘이라고 하죠. 7년 동안 공연만 하다 방송을 하니까 방법이나 기술이 많이 달라서 어렵더라고요. 카메라를 보고 연기한다는 게 적응이 안 돼서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물론 경험할수록 색다른 연기법이구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고요. 특히 TV에서는 미세한 표정변화나 떨림이 다 보이잖아요. 그래서 무대에서도 좀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뮤지컬<곤 투모로우>의 경우 이동하 씨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릅니다. 김옥균이라는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준비과정도 달랐을 텐데요.

 
“맞아요. 시대극은 처음이라서 말투도 좀 다르고, 김옥균 선생님에 대해서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실존 인물을 나로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분의 신념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저는 김옥균이 열정과 불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갑신정변을 일으켰을 때가 서른 셋, 유배 갔을 때가 서른다섯, 딱 제 나이더라고요. 이 사람은 한창 젊었을 때 어떤 끓는 마음으로 이런 일들을 했을까,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많이 생각했죠. 그래서 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신념에 미쳐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갑신정변을 이끌었지만 사흘 만에 무너졌을 때의 인간적인 모습, 다시 홍종우라는 사람을 만나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픽션이지만 잘 전달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갑신정변 이후 일본으로 망명했을 때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서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사건과 사연이 많은데 무대에서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쉽긴 하죠. 2막에서는 바로 죽고요. 그래서 남은 공연 기간에도 어떻게 하면 김옥균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완 작업이 이뤄질 것 같아요. 그게 제 숙제죠.”

 

매력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이 다 모여서 페어마다 챙겨 보고 싶다는 관객들이 많습니다. 멋진 배우들이 모여 있는 연습실과 분장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들 친하니까 훈훈하고 재밌어요. 김옥균끼리도 많이 친해져서 저희 셋만 있는 톡방도 있을 정도예요(웃음). 그런데 작품 자체가 한 사람의 신념,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서 뭔가 경건한 느낌이 있죠. 일단 모이면 작품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요. 그런 관계가 보이니까 관객 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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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를 다룬 시대극의 경우 대부분 고종이나 명성황후 이야기에 집중하는데,<곤 투모로우>는 김옥균과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무대의 중심에 섭니다. 그만큼 가장 중요하게 호흡을 맞출 인물이 홍종우일 텐데, 홍종우를 맡은 김재범, 김무열, 이율 배우는 어떤가요?


“세 사람이 너무 달라요. 무열이는 저와 성향이 비슷해요. 불같은 느낌. 저를 압박하기도 하지만, 저에게 매료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재범이 형은 얼음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냉정하게 보이는데 그 안에 신비로움도 있고 꿈틀대는 것도 보여요. 저한테 드러내지는 않지만요. 율이는 무척 순수해 보여요. 왕의 명령으로 어느 순간 상황에 휘말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결국 원치 않는 결말을 겪게 되는 안타까운 사람처럼 보이죠.”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봤습니다. 굉장히 쾌활하셔서 김옥균 역이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많이 차분하시네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모습이 의외인 건가요(웃음)?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흥은 많아요. 김옥균도 흥이 많죠(웃음).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홍종우 역할이 끌렸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제 성향에도 맞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상견례 때 보니 ‘김옥균-이동하’라고 돼 있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이 넘치고 신념이 확실한 건 비슷해요. 그런데 김옥균은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지도자 같은 큰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홍종우처럼 스스로 노력하고, 누군가의 모습을 동경하고 이끌려서 가는 편이에요.”

 

같은 기간<곤 투모로우>와 함께 <클로저>에도 참여하시잖아요. 김옥균과 댄도 참 다르네요(웃음).


“<클로저>는 2013년에 했던 작품인데, 그때도 <쓰릴 미>와 공연 시기가 겹쳐서 많이들 놀라셨어요. 리처드를 연기했거든요. 댄은 세상 한없이 나쁘고 찌질한 남자죠. 역시 저와는 많이 달라요. 그런데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사랑에, 사람에 집착하면서 혼란에 빠지고. 그런 마음을 극대화해보고 싶었어요.”

 

이동하 씨의 사랑관은 어떤데요?


“해바라기 같은, 한 여자만 사랑하는 게 멋진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 경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만나기 쉬운데요(웃음).


“그런 적 있었죠(웃음). 그래서 많이 상처도 받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사람은 안 변하니까요. 아침 일일드라마를 했는데 그때 한 여자만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착한 남자를 연기했어요. 제 성향에 맞았죠. 그 뒤에 맡은 역할이 <시그널>의 한세규였지만(웃음).”

 

그러고 보면 평온한 이미지인데 전혀 다른 캐릭터의 배역을 많이 맡았네요.


“그래 보이죠? 그런데 저도 삶의 굴곡이 많았어요. 대학 가느라 사수도 하고, 원래 연기 전공도 아니고, 부모님과 마찰도 많았고, 방황도 많았고. 배우생활 하면서 그런 경험이 감성적인 면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센 역할도 많이 했죠. 그래서 더 많이 좋아해주셨고. 특히 <시그널>에서는 사람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악질 캐릭터라서 촬영할 때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저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반대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방영되기 전에는 너무 떨렸어요. 제 본연의 성향 때문에 나쁜 놈처럼 안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영된 뒤에 욕을 너무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웃음). 처음 저를 보면 부드럽고 착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연기할 때는 많이 달라 보이나 봐요.”

 

평소와 배역의 모습이 많이 달라 보여서 일까요? 솔직히 굉장히 낯이 익은데 바로 떠오르는 무대는 없고, 이동하라는 이름은 잘 모르는데 맡았던 배역을 얘기하면 많이들 아시더라고요.

 
“스스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에 대한 욕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동하보다는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원래 기획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경험하다 여기까지 왔고, 지금은 정말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어느 배역이든 다른 사람을 연기할 수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짜릿하고 황홀하고.”

 

이미 배우인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시네요(웃음). 관객들에게 이동하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세요?


“제 기준에서는 아직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한참 모자란 것 같아요. 하지만 평생 연기할 거니까 채워나가야죠. 관객 분들에게는 언제나 배역 그 자체로 보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게 제 간절한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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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씨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조금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지 편안한 미소도 보였지만요. 그 모습이 꼭 무대 위 김옥균과 닮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그널>의 한세규나 <클로저>의 댄과는 너무도 달라 새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놀라게 되더군요. 이동하 씨의 미간에 있는 1cm 정도의 상처는  <트루웨스트 리턴즈> 공연 중에 생겼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상처와 그때의 관객들만 당시의 이동하 씨를 알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 이동하 씨가 궁금하다면 이번 가을에는  <곤 투모로우>의 김옥균, <클로저>의 댄을 놓치지 않아야겠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가무극 의 배우 이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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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꽤 많은 사진을 남긴 고종과 달리,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진 명성황후. ‘왜 명성황후의 사진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가상 인물과 픽션을 더해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명성황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죠.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김선영 씨가 명성황후를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캐스팅을 확인한 뒤 아직은 턱없이 모자란 경력으로 베테랑 여배우와 마주해야 할 그가 단박에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고종 역을 맡은 이창엽 씨인데요. 올해 스물여섯 살, <잃어버린 얼굴 1895>가 그의 두 번째 무대라면 공연계가 이 배우를 얼마나 눈여겨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래서 기자도 이창엽 씨를 만나러 서울예술단의 연습실이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서울예술단이 추구하는 가무극,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한국적인 예술, ‘그 무대에 내가 선다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많이 상상하고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쉽지 않은 작품이네요. 데뷔작이었던 <마마 돈 크라이> 역시 무난하지 않았잖아요.


“<마마 돈 크라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압박감이 심해서 제가 44회 공연을 했는데 10회 차 전까지는 공연 전날 악몽을 꿨어요. 가장 중요한 넘버에서 큰 실수를 하는 꿈이었는데, 그 넘버 제목이 ‘달콤한 꿈’이었어요(웃음). 호불호가 분명한 작품이라 상처도 많이 받았죠. 다음 무대에서는 연기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고종이라는 역할 자체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영수 씨가 다져놓은 고종 캐릭터도 강하고요.


“사실 그 부분이 많이 고민됐어요. 이지나 선생님도 영수 선배님과 같이 가려고 하지 말고 저만의 캐릭터에 도전해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고종에 대해 나름 공부를 많이 했어요. 사료에서는 대부분 우유부단한 면이 많이 드러나는데, 저는 그것이 고종이 쓰고 있는 가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물이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고종을 연기하기에는 외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닌데, 다행히 앞머리를 올리면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여요(웃음). 제가 뿜어낼 수 있고, 쓰임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작품에 저를 불러주신 거라 생각해요. 평소에 인간이 갖고 있는 두 얼굴, 이면의 슬픔에 관심이 많거든요. <마마 돈 크라이>, <잃어버린 얼굴 1895> 같은 경우 그런 면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명성황후를 맡은 김선영 씨가 대선배라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웃음)?


“부담보다는 영광이죠. <마마 돈 크라이>를 할 때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영광이었는데, 이번에도 굉장한 선배님이 계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폐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그 생각이 오히려 더 부담되더라고요. 제가 연기적으로 편해지지 않으면 선배님도 힘드시고요. 그리고 김선영 선배님이 워낙 편하게 대해주세요.”
 
<마마 돈 크라이>는 2인극이지만,  <잃어버린 얼굴 1895> 에서는 서울예술단 단원들과 작업하잖아요. 공연장 규모는 물론이고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도 낯설 텐데요.


“맞아요. 2인극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잖아요. <마마 돈 크라이>에서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 배우의 눈빛, 그 호흡을 놓치면 100분이라는 시간을 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집중하는 힘을 많이 길렀던 것 같아요. 반면에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수십 명이 함께 하는 작품이라서 전체적인 흐름을 깨뜨리지 않도록 에너지를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모두와 어우러지는 그런 조화를 공부하는 게 행복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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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몇 개월 동안 남자배우들로부터 ‘이창엽 씨가 잘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날 정도라고 칭찬하던데요.


“저를 행복하게 해주시려고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잘 생겼다는 걸 부인하는 건가요(웃음)?


“엄... 정말 민망하고요, 부모님께서 주신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럼 질문을 바꿔서 어려서부터 외모가 훈훈하면 자연스레 배우를 꿈꾸게 될 때가 많잖아요. 그런 케이스인가요?


“아니요, 저는 10년 정도 컴퓨터 공부를 했어요. 고등학교 때 연극을 보고 무대에서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청소년 극단도 따라다녔지만, 하고 싶은 건 대학에 가서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공대에 입학했고요. 그 학교 연극 동아리 오디션을 봤는데 처참하게 떨어졌던 기억도 있어요. 그러다 서울에 가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뒤늦게 한예종에 들어가서 아직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첫 배역이 <마마 돈 크라이>의 뱀파이어였는데, 캐릭터는 물론이고 의상이며 분장이 예사롭지 않잖아요. 주위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부모님도 보셨는데 별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친구들은 나중에 배꼽 잡고 웃었어요. 매혹적이고 멋있는 인물이잖아요. 맨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뛰어다니던 애가 무대 위에서 그러고 있으니까. 저도 민망했고요(웃음).”
 
배우가 된 건 실감하나요? 팬들도 생겼을 텐데요.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가서 배우 이창엽이라고 말도 하지 않고요. 배우라는 아른거리는 단어를 잡기 위해 살고 있는데, 그 타이틀을 얻는 것 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다는 마음을 갖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든든한 응원군은 생겼죠. 언제나 내 편인 팬 분들이 생겨서 좋아요.”

 

배우를 꿈 꾼 만큼 꼭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겠죠?


“<헤드윅>은 항상 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떠들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떠들고 다니라고 하잖아요. 사실 어떤 작품을 봐도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도 꼭 해보고 싶은데, 이건 <잃어버린 얼굴 1895> 끝나면 떠들고 다니려고요. 지금은 선배님들도 계시니까(웃음).”

 

배우로서 출발이 좋은데, 지금 하는 생각들이 나중에 돌아오면 초심이잖아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나요?


“저도 요즘 초심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돈이 없고 힘들어도 여행지에서 마시는 공기, 그곳에서 바라보는 한적한 오후의 하늘은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산뜻한 설렘이 있잖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적당한 설렘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배우요. 무엇보다 어떤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행복하게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기자에게 이창엽 씨는 꽤 흥미로운 인터뷰이였습니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한강에서 맥주 마시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비 오는 날에는 포장마차에도 즐겨 간다는 이창엽 씨의 내적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잘해서 따로 트레이닝을 받았나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데뷔 1~2년 차 배우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니까요. 공식적인 대화가 끝나고도 10여 분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여유까지 보여주는데, 왠지 반쪽짜리 인터뷰만 했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가 배우로서 주목하고 있다는 사람의 두 얼굴... 이창엽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두 얼굴은 어떤 것일까요? 결국 무대에서 수많은 옷을 갈아입게 될 배우 이창엽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이창엽 씨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해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배우 조상웅, 뮤지컬 에서 10년 경험 녹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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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자주 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연기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배우가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간 주목받지 못했으나 탄탄히 무대 경험을 쌓아왔거나 또는 색다른 경력을 지닌 배우들이 많죠. 오늘의 주인공은 확실히 후자가 아닐까 합니다. 10년이라는 활동 기간, 참여했던 작품의 명성에 비해서는 무대 위 모습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를 누비며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다져왔는데요. 요즘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뮤지컬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응집된 경험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로 배우 조상웅 씨인데요. 일요일 낮 공연이 끝나고 인근 카페에서 조상웅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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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집중하고 극이 끝나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좀 정신이 없어요. 저는 지금 누구일까요? 이제 저는 조상웅입니다(웃음).”

 

무슨 말이냐고요?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모두 3명이지만 2인극에 가까운 창작뮤지컬 <인터뷰>. 하지만 이 작품에는 의외의 수많은 인물, 아니 인격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조상웅 씨는 싱클레어라는 이름의 배역으로 모두를 소화해야 하는지라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크죠. 


“맷, 지미, 두디, 앤, 노네임까지 지금은 5개의 인격이 나오지만 더 있을 수도 있죠. 맷 시니어라는 인물 안에서 표현되지만 각기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각각의 배역을  맡았을 때처럼 찾아가고 있고요. 저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잖아요. 가정 폭력, 학대... 누군가 한 명이라도 도와줬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역할도 쉽지 않아서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뮤지컬 <인터뷰>의 가장 핵심 장치인 다중인격. 결국 조상웅 씨는 1인5역을 맡은 셈이네요. 지난 5월 언더스테이지 때부터 참여하셨으니 뮤지컬 <인터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창작 초연작의 경우 대게 배우 또한 제작에 깊게 참여하게 되잖아요.


“맞아요, 사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 개인적으로 ‘배우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는 순간 정말 해보고 싶더라고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제 스스로, 또 동료들과 새로운 걸 만들어보는 과정이 좋았어요. 재미가 더 붙었고요. 감사하죠. 이런 인물을 또 맡을 수 있을까...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봤다면 이 배역을 정말 해보고 싶었을 거예요.”

 

2인극에 가까운데 상대배우에 따라 호흡이 많이 다르겠죠? 그런데 페어가 꽤 많네요.


“많이 다르죠. 극의 목적은 같지만 페어마다 같을 수가 없어요. 배우 고유의 특성도 있고, 음성에서 오는 차이도 있고요. 페어가 많아서 저도 걱정을 좀 하긴 했는데 다들 너무 잘 하는 선후배들이라 관객들은 도대체 몇 번을 보셔야 할까요(웃음)?”

 

미성에 방긋 웃으며 말씀하시는 모습이 소년 같아서 조금 전 무대 위 모습이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 안에도 괴물이 있나요(웃음)?


“보통은 이런 모습인데,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닐 수 있죠(웃음). 집에 가면 짜증내는 저도 있을 수 있고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극중 유진킴도 말하잖아요. 맷이 극대화된 케이스일 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관객들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모습이 다 다를 것 같아요.”

 

주로 대극장 공연을 해와서인지 성량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대학로, 특히 소극장 공연은 많이 낯설 텐데 어떤가요?


“제 목소리가 너무 크죠(웃음)? 감정에 따라가다 보면 격해지더라고요. 대극장 공연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했던 작품들이 그렇더군요. 대극장이나 소극장이나 연기, 노래 등 본질적인 것은 같은데 표현하는 게 좀 다를 수 있겠다 싶어요. 소극장 공연은 아무래도 내면을 더 섬세하고 깊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고, 관객들과 더 가깝기 때문에 친밀감 같은 것도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접근하고 있어요.”

 

인터뷰_컨셉컷1.jpg

 

사실 국내에서는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로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로 알고 있는데, 2006년 <라이온 킹>으로 데뷔했고 그 뒤 바로 극단 사계에서 활동하셨잖아요.


“네, 사계에서 6년이나 활동했어요. 그때 <라이온 킹>을 사계에서 올렸는데, 객원 단원으로 뽑혀서 1년 동안 심바로 공연했어요. 이후 단원 오디션이 있었는데,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계에 입단했고요. 극단 사계가 쉽지 않은 곳이라 힘들었지만, 감사하고 고마운 시간들이었죠. 특히 누구에게나 똑같은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고 계속 공연이 있으니까 저도 좋은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고 6년 동안 쉬지 않고 공연했어요.”

 

그런데 다시 우리나라에 돌아온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들어올 생각을 못했어요. 매회 공연하기도 바빴으니까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몇 년째 하는 공연들이 많아서 극단 사계 역시 공연이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2006년에 오디션을 봤던 <레미제라블> 프로덕션 측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거예요. 공연 조건을 물었더니 1년 동안 원 캐스팅이라고 하더라고요. 단기간 공연이고 더블 캐스팅이었으면 오디션을 보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롱런하는 작품이 좋거든요. 그 안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니까요. <라이온 킹>을 7년간 했는데, 그래도 정답이 없고 계속 찾아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1년간 <레미제라블>을 했죠.”

 

지난해에는 또 런던에서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투이로 1년간 공연하셨잖아요. 보통의 배우들과는 참 다른 경험이네요. 덕분에 활동기간에 비해 참여한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요.


“그렇죠,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영국에서 활동할 때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타지 생활이라는 것도 그렇고, 언어는 둘 다 모르지만 일본에서 다른 나라 언어로 공연을 해봤잖아요. 그때 언어에 대한 강박관념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는데, 사실 우리말도 완벽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완벽보다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고, 공연이 올라가면 순간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끝나고 나면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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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 때문에 오히려 국내에서 활동할 때 부딪힌 적은 없나요? 시스템이 많이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많았죠. 극단 사계만의 연기법이 있고 시스템이 있으니까 그게 몸에 배였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상처도 받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계속 찾아가고 만들어갔죠. 그런 시기가 없었으면 성장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사실 저에게는 매 공연이 전쟁이에요. 지금껏 어느 공연 하나 쉬운 게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어찌 보면 다른 배우들보다 모험심이 강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또 도전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그리고 10년 후에는 어떤 배우로 걸어가고 싶으세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창작물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게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 즐겁고 행복한, 아주 귀한 작업이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10년 후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서른 살이 넘으면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연기나 노래도 다 알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계속 배워가고 경험해가잖아요. 그래서 10년 후에도 똑같을 것 같아요.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고, 그렇게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리고 10년 후에는 싱클레어가 아니라 유진킴으로 <인터뷰>에 참여할 수도 있겠네요. 그때까지 조상웅 씨는 배우로서 또 얼마나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창작뮤지컬 <인터뷰>는 지난 5월 국내 초연돼 단 2주간 무대에 올랐으나, 9월 교토 공연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와 오프브로드웨이 진출까지 확정됐습니다. 일요일 낮 공연에 객석이 가득 차고, 소극장에서는 보기 힘든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다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까요? 특히 조상웅 씨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뮤지컬 <인터뷰>를 통해 한 번에 확인하시죠. 한 인물만 1년 넘게 파왔던 지난 10년의 색다른 경험이 이번 무대에서 더욱 돋보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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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무용수는 몇 살까지 춤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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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2016 롬앤줄] 포스터.jpg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을 다채로운 공연으로 만날 수 있는 요즘, 또 한 편의 고혹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바로 유니버설발레단이 준비한 영원불멸의 사랑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일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 1965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케네스 맥밀란 버전으로, 러시아 출신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이 주는 격정적이면서도 뭉클한 감동에 인물들의 내면심리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내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가장 잘 살려낸 무대로 평가받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이미 2012년 무대에 올렸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인 만큼 발레 팬들의 기대가 크다. 게다가 이번 무대에서는 53살의 줄리엣, 알레산드라 페리를 만날 수 있지 않던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도대체 발레 무용수들은 몇 살까지 춤출 수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1막 무도회 군무 (ⓒ유니버설발레단).jpg

 

 

현존하는 최고의 줄리엣 알레산드라 페리


이탈리아 출신의 알레산드라 페리는 1983년 20세의 나이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됐다. 그리고 1년 뒤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지금까지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줄리엣으로 불리고 있다. 1985년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로 옮긴 뒤 44세에 은퇴할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고, 지난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역시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고별 무대를 펼쳤다. 하지만 그녀는 6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고, 3년 뒤에는 고별 무대를 펼쳤던 극장에서 다시 줄리엣으로 춤을 췄다. 그러니까 무대에 다시 섰을 때 알레산드라 페리의 나이는 50세.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무대로 돌아오기 위해 꼬박 1년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알레산드라 페리는 자신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53세의 줄리엣으로 말이다.

 

 

49세로 은퇴한 발레리나 강수진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월 22일,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오네긴>을 끝으로 마침내 토슈즈를 벗었다. 우리 나이로 50세, 알레산드라 페리보다 4살 아래인 셈이다. 기자는 슈투트가르트에 앞서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강수진 씨의 고별 무대를 관람했다. 당시 <오네긴>의 타티아나를 연기하는 강수진 씨는 48세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고난도 테크닉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가녀리면서도 단단한 몸, 연륜에서 비롯된 원숙미와 탁월한 작품 해석, 무엇보다 발레리나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 그 나이에도 쉼 없이 스스로를 연마했을 강인함에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로미오와 줄리엣] 1막 발코니파드되_알레산드라 페리와 에르만 코르네호 (사진_Rosalie O_Connor~.jpg

 

 

발레 무용수 대부분 40세 안팎에 은퇴


사회에서 40~50대는 관리직으로 접어들지만 그래도 한창 일할 때다. 그런데 현역 무용수들을 왜 이렇게 화제가 될까. 아니,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만 해도 별다른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무용 분야에서도 유독 발레만 관심을 받는다.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은 근력과 탄력 등 신체적인 나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다른 어떤 예술 분야보다 아티스트로서의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레 무용수들은 30대가 되면 은퇴를 고민하고, 대부분 40세 안팎에 토슈즈를 벗는다. 일부 발레단은 마흔 살을 정년으로 못 박기도 하지 않던가. 물론 마흔 살 언저리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스타급 무용수들은 이후에도 게스트 아티스트로 무대에 서지만 발레 무용수들의 일반적인 얘기는 아니다. 게다가 인기 발레 레퍼토리를 보라.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지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의 주인공은 모두 10대다. 심지어 공주에 요정, 백조이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젊음과 아름다움은 무용수로서 가장 큰 무기가 아닐 수 없다.<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시 14세로 설정된다. 53세의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가 보여줄 줄리엣의 모습이 궁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록과 연륜에서 오는 원숙미와 함께 10대 줄리엣의 풋풋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 호기심과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이번 내한무대에서 그녀와 호흡을 맞출 로미오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무용수 에르만 코르네호로, 알레산드라 페리와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난다. 현실에서는 꽤나 화제가 될 법한 연상연하 커플이 아니던가. 이들이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고 원작의 아름다운 연인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한 것이다.

 

 

끝까지 무용수로 남고 싶었던 춤꾼들


고령에도 무대를 지키는 스타급 무용수들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발레리노 이원국, 정운식 씨가 올해 한국 나이로 50세지만 여전히 무대를 지키고 있다. 교편을 잡거나 안무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춤을 추는 이유는 단 하나,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로 남기 위해서다. 실제로 환갑이나 칠순에도 무대를 지켰던 무용수들이 있다. 영국 출신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은 지난 1978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당시 환갑이었고, 러시아 발레의 전설로 불렸던 마야 플리세츠카야는 칠순에도 백조로 무대에서 공연했다. 특히 훤칠한 키와 긴 팔 다리, 우아한 선에 걸맞게 마야 플리세츠카야는 1947년 이후 무려 500여 차례나 <백조의 호수>에 출연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95년에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70세의 나이로 <백조의 호수>와 <빈사의 백조> 등을 선보였는데, 칠순의 백조가 상상이 되는지. 아니, 칠순의 백조가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녀는 80세에도 기념 무대를 마련해 춤을 췄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무용수로 남은 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1막 발코니 파드되-엄재용,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jpg

 

나이가 많아지면 춤을 추기 힘들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무용수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근력도 예전만 못하고, 혹시나 부상을 당하면 쉽게 낫지도 않는다. 다른 무용수들처럼 적당한 때 은퇴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시선도 많을 것이다. 신체적인 노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 같은 정신적인 부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보기 좋은 은퇴 대신 마지막까지 무용수로 남으려는 그들의 용기와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알레산드라 페리 역시 국내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춤을 추지 않자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춤을 추는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됐다고. 그래서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일이 은퇴 전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울 텐데 말이다. 53세의 줄리엣 알레산드라 페리의 공연을 보고 나면 ‘나이’를 핑계로 너무 쉽게 포기하거나 도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반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신선하지만 설익지 않은 배우, 의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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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가 제법 나는 두 남자 배우와 피아노 한 대, 그리고 슈만의 음악. 공연을 봤던 분들이라면 바로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절망을 웃음으로 포장한 괴짜 교수 마슈칸과 자기만의 세계에 절망마저 숨진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야기죠. 지난해 초연에 이어 지난 한 달간의 재연까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공연된 <올드위키드송>이 극장을 옮겨 다시 두 달여 간의 무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는 신선하지만 설익지 않은 배우 이현욱 씨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텐데요. 동숭홀 무대가 막을 내리기 전, 이현욱 씨를 객석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곧 막공이라는 게 아쉬워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그만큼 작품에 빠져있었던 것도 같고요.”

 

그런데 기자는 이번 무대를 통해 이현욱 씨의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안정된 연기와 달리 솔직히 얼굴은 낯선데요.


“제가 신인이죠. 연기 자체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단편영화 등에 꾸준히 참여했는데, 이른바 상업적인 작품으로는 2010년 연극 <이>로 데뷔했다고 할 수 있어요. 좀 과장되게 말하면 무대는 신성한 곳이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더 하려고 했는데, 오만석 형이 학교(한예종) 선배신데 작년에 연극 <트루웨스트>를 함께 하자고 하셔서 생각보다 일찍 무대에 서게 됐어요.”
 
올해 <트루웨스트 리턴즈>에도 참여했으니 <올드위키드송>까지 연달아 밀도 높은 작품이네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올드위키드송>은 (박)정복이 형이 저랑 어울린다고 나중에 꼭 해보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일주일 뒤에 대본이 온 거예요. 소름 돋았죠. 꼭 하고 싶었어요. 많은 후보들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제 손에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무대에 올랐고 제 작품이 된 거잖아요. 잘 맞아 떨어져서,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스티븐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다가가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저로 출발했어요. 비슷한 지점들이 많아서 다가가기 편했고요. 저는 좀 외롭고 고독한 분위기를 좋아해요. 그런 분위기가 우울함을 줬다기보다는 스스로를 많이 들여다보면서 성숙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배우로서 스티븐이 느꼈던 외로움이나 고독을 실제로 겪어봤고요. 예를 들어 스티븐이 스스로 원해서 또는 즐거워서 피아노를 연주했다기보다는 타인의 기대 속에, 그 기대가 주는 외로움에 갇혀 있는 인물인데, 저도 연기를 하면서 주위의 기대와 빨리 잘 돼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연기가 싫어지고 재미없어졌어요. 그만두려고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 들어가기 전에 영상으로 공연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어떤 지점에서 눈물이 났나요?


“두 인물의 외로움, 비탄이라는 주제가 제 정서에 많이 와 닿았어요. 그래서 그들이 숨기고 쌓아왔던 게 터졌을 때 저도 같이 터졌던 것 같아요. 그 외로움, 315호의 그 공기를 무대 위에서 꼭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언뜻 보면 지금까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 이미지와 맞는데, 무대 위에서는 의외로 귀엽고, 애교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몸에 배여 있는 애교였거든요(웃음).


“제가 예고 진학하느라 16살 때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는데, 부모님께 부릴 애교를 주위 사람들에게 부리고 있나 봐요(웃음). 평소에는 정말 웃기지 않으면 잘 안 웃어요. 무표정해서 차갑다는 소리도 듣는데, 아마 평소보다 무대에서 많이 웃을 거예요. 흔히 무대에서 푼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선생님들과 밖에서도 편하니까 무대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2인극이라 상대배우와의 호흡에 따라 스티븐도 많이 달라질 텐데요.


“그렇죠, 처음에는 두 개의 버전을 준비하기도 했어요(웃음). 두 선생님이 부모님 같아요. 안석환 선생님이 엄마, 그래서 보호해드리고 싶고, 이호성 선생님은 아빠, 기대고 싶기도 하고 안아드리고 싶기도 해요. 주시는 게 다르니까 무대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석환 선생님과는 좀 더 아기자기하고, 호성 선생님과는 우정 같은 느낌이 있죠. 사실 대사량도 많고, 두 분 고생이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커튼콜 때 땀이 맺혀 있는 선생님 보면 안아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이 ‘고생했다’ 말씀해주시는 것도 좋고. 그렇게 커튼콜을 향해 달려가는 게 무척 좋답니다.”

 

외적으로는 차가운데 안에 정이 많은 모습도 스티븐과 비슷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마음을 많이 여는 편이에요. 적당히 여는 게 아니라 활짝. 그래서 상처도 받지만, 오히려 더 대담해지더라고요. 내가 주고 싶으면 상처 따위 생각하지 말자!”

 

스티븐 이현욱_1.jpg

 

<올드위키드송>은 연기 외에도 독일어, 피아노 연주, 노래 등 준비할 게 많잖아요.


“네, 노래나 독일어는 선생님이 따로 계셨고, 피아노 연주는 맞춰야 할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 생각보다 저를 더 음치로 보시더라고요. <트루웨스트>에서 오스틴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취해서 음정이나 박자가 정확하면 오히려 웃기잖아요. 제가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컴퍼니 쪽에서 ‘정말 음치인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올드위키드송>한다고 했을 때도 ‘노래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오기가 생겼어요. 내가 음치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리라(웃음)!”

 

그럼 앞으로 뮤지컬도 하시겠네요(웃음). 참여하고 싶은 작품도 있겠죠?


“뮤지컬은 제가 준비를 정말 많이 해야겠더라고요. 이건 혼자만의 생각인데, 나중에 지저스를 해보고 싶어요. 누군가 이 기사를 보고 비웃을 수도 있는데, 헤드윅도 해보고 싶고요.”

 

여장하면 예쁠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는 걱정을 안 합니다. 다만 노래를 무척 잘 하시는데 저희가 몰라보는 건가요(웃음)?


“막상 여장하면 기분 나쁘게 생겼어요(웃음). 그리고 사실 제가 하이 테너예요. 이 작품에서는  가곡이고 연기의 감정이 더 중요해서... 스티븐이 노래를 잘 하면 감정이 깨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노래를 잘 불렀으면 하더라고요. 제 입으로 잘 부른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못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다들 저더러 노래 못하게 생겼다고 하시는데, 일단 그렇게 기대가 낮으면 오히려 맘은 편하죠(웃음).”

 

무대는 영화와 달리 관객들의 반응이 바로 느껴지잖아요. 어떤가요?


“저는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트루웨스트> 공연 초반에 관객들이 웃어야 할 타이밍인데 안 웃으시니까 제가 무너지더라고요. 그래서 ‘반응에 흔들려서는 안 되겠다, 본질을 더 생각해야겠다’ 훈련을 많이 했어요. 반응이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름을 타고, 반응이 잠잠하면 더 극에 집중해요. 이번 작품에서도 선생님과의 교감이 더 중요해요. 관객들의 반응이 아무리 좋아도 선생님과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무대 내려와서도 계속 아쉽거든요.”

 

페이스트리를 무척 맛있게, 예쁘게 드시던데요(웃음). 앞으로 두 달 넘게 더 드셔야 하는데 물리지 않을까요? 공연도 마찬가지고요.


“회당 4개 정도 먹나... 맛있어요. 연기할 때 목이 좀 메는 어려움은 있죠. 커피를 마셔도 되는데, 커피를 마시는 장면도 의미가 있으니까 함부로 못 마시고. 대사할 때 입에서 나오거나 어디 묻으면 안 되니까 최대한 입 안에서 해결하려고 해요(웃음).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찾고 풀어야 할 것들이 많죠. 지금 극장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더 좋을 것 같은데, 옮기는 극장은 더 작아서 관객들도 정말 315호에 함께 있는 듯,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극 자체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이 더 잘 느껴지실 거예요.”

 

극장을 옮겨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 일주일 정도 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한 이틀 정도는 극을 놔보려고요. 친구들을 만나도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놔보면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아무것도 안 하고 일상으로 잠깐 돌아가 보는 거죠. 게으르게 늦잠도 자보고.”

 

연기를 그만 둘 생각까지 하셨다고 했는데, 이현욱 씨가 계속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즐거움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사람들이 박수 쳐주고... 제가 극을 진득하게 끌고 가는 게 재밌지 않으면 서 있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 돼야 한다가 1순위였다면 즐거움은 저 멀리 있었거든요. 그런데 <트루웨스트>를 하면서 연기가 좋아지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물론 돈이나 명예도 중요하지만, 이제 순위가 바뀐 거죠. 저처럼 차가운 사람은 억지로 잘 못 웃거든요. 그러니까 무대 위에서 정말 행복해서 웃는 거예요. 언제까지 연기를 할지 모르지만 즐겁지 않으면 떠날 거예요(웃음).”

 

인터뷰 중반 이후 계속 웃고 있었는데 인터뷰도 즐거웠나보다고 묻자 이현욱 씨는 ‘재밌잖아요!’라며 또 한번 웃었습니다. 얘기를 나눌수록 스티븐과 참 닮은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스스로 자꾸 차가운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겉으로 웃지 않는다고 마음까지 차가운 게 아니라는 건 관객들도 아마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무대 안팎에서 스티븐만큼이나 따뜻한 정이 느껴지거든요. 이호성, 안석환, 이현욱, 강영석 씨는 물론 송영창, 김재범, 박정복 씨 등 초연 멤버까지 가세한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오는 11월 8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으로 무대를 옮겨 연장 공연에 들어갑니다. 슬픔과 환희의 향연이 있는 315호로 함께 입장해 보시죠. 참, 연장 공연에서는 이현욱 씨를 위해 커튼콜 때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어떨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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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서 순정남으로 돌아온 배우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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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이 많습니다. 독특한 캐릭터 해석과 감칠맛 나는 연기로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들죠. 상대적으로 무대에서는 주연보다 사랑 받는 조연은 흔치 않은데요. 이 배우는 예외입니다. 주연으로 무대에 서던 한창 때보다 후배들에게 타이틀 롤을 내 준 뒤에 더 주목 받는 배우, 무대 위 강렬한 연기로 주인공에게 비출 스포트라이트마저 살짝 분산시키는 바로 서영주 씨인데요.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터핀 판사로 지난 여름을 보냈던 서영주 씨가 이번 겨울은 <오! 캐롤>의 허비로 오랜만에 포근한 이미지로 무대에 설 거라고 합니다. <오! 캐롤>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광림아트센터 인근 카페에서 서영주 씨를 만나봤습니다.

 

“허비는 리조트 쇼 무대의 코미디언이자 MC예요.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에스더라는 여성을 향한 마음을 키워가죠. 순정도 있고, 유머도 있는 인물이랄까. 여성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캐릭터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나요(웃음).”  

 

<오! 캐롤>은 닐 세다카의 히트곡들로 채워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결혼식 당일 신랑에게 바람맞은 신부와 그녀의 친구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서영주 씨와 함께 남경주, 서범석 씨가 허비 역에, 허비의 사랑을 받는 에스더 역에는 전수경, 김선경, 임진아 씨가 캐스팅됐습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상대 배우들은 파악이 다 되셨을까요?


“파악이야 익히 다 알고 있는, 20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요(웃음). 허비도 그렇지만 에스더도 배우마다 드러나는 게 다를 거예요. 전수경 에스더는 인생을 좀 많이 산 것 같은 느낌, 김선경 에스더는 아직 통통 튀는 느낌이고, 진아는 나이에 비해 강렬하더라고요. 성격도 터프하고. 그런 색깔이 무대에서도 나오겠죠. 허브-에스더 외에 젊은 커플, 어린 커플도 나오지만 관객의 주 타깃은 중장년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40대만 돼도 노래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다 아는 음악이거든요.”

 

[오!캐롤] 서영주 (허비).jpg

 

3개월 넘게 <스위니 토드>의 터핀 판사로 섹시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셨는데, 오랜만에 편한 옷을 입은 셈이네요.


“그렇죠, 자극적이지 않은 생활 연기랄까. <스위니 토드>는 끝나서 정말 시원해요.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들었거든요. 특히 매일 운동을 해야 해서. 연습 때부터 석 달 넘게 매일 운동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작품이 끝나니까 운동을 안 해도 돼서 좋아요(웃음). 터핀도 그렇지만 최근 2~3년간은 좀 어둡고 센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배우들은 캐릭터를 따라가는 면이 있어서 평소에도 무겁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밝고 재밌는 게 없을까 생각했는데, <오! 캐롤>대본을 봤더니 재밌고 유쾌해서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했죠. 닐 세다카의 노래도 정말 좋고요.”

 

가까이에서 보니까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랄까요? 눈매가 날카롭긴 한데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있고요.


“나이 먹어 눈꼬리가 쳐져서 그래요(웃음). 그런 말은 자주 듣는 편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차갑고 말 걸기도 무섭다고 하는데, 웃으면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그게 저이기도 하고요.”

 

원래 성격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닌가 봅니다.


“잘 모르겠어요. 남들은 세다고 느낄걸요? 이른바 마초 중의 상마초라고(웃음). 그런데 터핀 같지는 않아요! 센 반면에 섬세한 면도 있고, 허비와 더 가까운 면이 많을 겁니다. 사실 목소리도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캐릭터에 맞추다 보니 굳어진 것 같아요. 선배들이 ‘너 예전에는 목소리가 이렇게 저음 아니었잖아?’라고 하시거든요. 베르테르 할 때만 해도 굉장히 미성이었어요. <베르테르> 보셨어요?”

 

서영주 씨가 참여하신 <베르테르>는 못 봤습니다. 솔직히 상상이 안 가네요(웃음).


“하하하하, 그렇죠? 제가 1대 베르테르였어요. ‘서영주 베르테르’를 잊지 못한다는 소수 팬들이 있죠. 대본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배우들끼리 매일 끝나고 술 마시고 얘기도 많이 하고. 전형적인 낭만과 열정이 있던 시절의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하면서도 재밌었고요.”

 

베르테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죠. 대신 제일 큰 극장에서, 주름살 안 보이게(웃음). 이제 해서는 안 되는 역할도 있어요. <그리스>의 케니키 같은. 장난삼아 <그리스> OB팀 꾸려서 짧게 공연하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말은 해요. 춤추다 힘들면 잠시 쉬자고(웃음).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배역이 바뀌잖아요,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뀌고.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닥터 지바고> 때 지바고가 아니라 코마로브스키를 하면서 그 과정을 겪은 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까지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으니까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하지만 <스위니 토드>의 터핀 판사, <로빈훗>의 존, <맨 오브 라만차>의 여관주인 등 무대 위 서영주 씨의 모습은 주인공보다 더 강렬하게 남을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더해져서 오히려 더 하고 싶은 배역도 있을까요?


“기억을 많이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나 <닥터 지바고>, <스위니 토드>의 주인공은 나이가 좀 있는 배우가 해야 하지 않나. 실제 캐릭터의 나이도 그렇고, 연륜 있는 배우가 했을 때 원작의 느낌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박에 조승우 씨가 떠오르는데요. 모두 참여하셨던 작품인데, 무대에서 ‘저건 내가 해야 하는데...’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승우가 했으니까요(웃음). 그런 생각 자주 해요. 배우들은 보는 순간 ‘저건 내꺼!’라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작품에서 모두 악역을 했네(웃음). 물론 티켓 판매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회 차를 조정해서라도 캐스팅에 좀 기회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2016 스위니토드_공연사진_서영주.jpg

 

요즘은 무대에서 내공을 쌓으신 분들이 영상매체에서 훨씬 다양한 역할을 하시잖아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곳에서 다채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30대 초반일 때까지만 해도 공연하는 사람들은 연극정신, 무대에 대한 경외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타 매체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능력만 된다면 자기가 가진 것을 어디서든 펼쳐 보일 수 있잖아요. 정통 사극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성격 있는 왕(웃음)? 반면 한없이 자상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동하셨던 만큼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술 한잔 하자! 요즘은 술들을 안 마셔요. 연습 끝나면 다 가더라고요. 자기네들끼리 먹나(웃음)? 사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잖아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작품이니까 많이 부대끼고 얼굴을 봐야 더 좋은 무대가 나오는데,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 보고 있으니까 저는 그게 싫더라고요. 대화할 기회도 적어지고, 대화를 일부러 유도하려고 하면 ‘꼰대’ 소리 듣고. 같이 술 좀 마셨으면 좋겠어요.”

 

<오! 캐롤>과 함께 해가 바뀔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잖아요. 누구나 알고 있고 쉬운 말인데, 실천하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관객들도 진한 여운이나 깊은 감동을 기대하시기 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 가까운 사람, 또는 그동안 챙기지 못한 친구들과 오셔서 연말연시를 닐 세다카의 음악과 함께 즐겁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지만 녹음기를 끄고, 그러니까 ‘오프 더 레코드’로 대화는 계속 됐습니다. 솔직히 더 재밌고 대담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기사화할 수 없는 점이 아쉽네요(웃음). 서영주 씨는 무대를 보며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 적절히 섞여 있어 재밌었습니다. 기자가 배우를 인터뷰하고, 관객들이 그 기사를 읽을 때도 비슷한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뮤지컬 <오! 캐롤>은 11월 19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홀에서 공연됩니다. 기자처럼 ‘베르테르’보다는 ‘터핀’에 더 익숙한 관객이라면 <오! 캐롤>의 허비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서영주 씨를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의 안나처럼 씩씩한 배우 안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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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창작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요즘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1926년 독일,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저택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사건. 유일한 생존자인 4명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사라진 기억으로 줄곧 고통 받습니다. 성인이 된 그들은 결국 ‘누구에 의해’가 아닌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더듬게 되는데요. 극작은 물론 작사, 작곡까지 도맡은 서윤미 연출은 이번 시즌에 내레이터를 한스에서 헤르만으로 바꿔 작품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헤르만의 시점으로 기존과는 다른 무대가 펼쳐지자 관객 입장에서는 각 인물의 시선이 더욱 궁금해졌는데요. 기자 역시 무대 위 모든 배우들을 만날 수는 없기에 남매 중 유일한 여성,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안나를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세 명의 안나 중에서 요즘 대학로 무대에서 자주 접했던 안은진 씨를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안나 모두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여행도 다들 혼자 가요(웃음). (이)지수와 (송)상은 언니는 일본여행을 계획 중이고, 저는 제주도에 가려고 인터뷰 오기 전에 항공권을 예매했어요. 지금 꼭 가야겠다, 공연을 계속 하려면 한 번은 털고 와야겠다 싶어요.”

 

<블랙메리포핀스>를 보고 나면 관객 입장에서 두 가지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잘 만들었다, 그런데 힘들다. 역시나 배우들은 심리적으로 더 힘들군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연습실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대부분 또래라서 연습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고 재밌었어요. 그런데 공연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 리허설을 도는데 딱 ‘이건가?’ 하는 느낌이 든 적이 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연출님이 하루 쉬게 해주셨는데, 비도 오고 마음이 너무 이상해서 미치겠는 거예요. 무작정 한강에 가서 <블랙메리포핀스>노래를 들으며 연출님께 ‘왜 이렇게 힘드냐’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나요.”

 

네 남매 중에서 유일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가장 직접적이고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인물인데요. 안나의 캐릭터는 어떻게 찾아갔나요?


“연출님이 안나에 대한 노트를 많이 주셨어요. 창작뮤지컬이지만 초연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이 명확했고요. 그 틀 안에서는 원하는 대로 가보라고 하셔서 무언가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죠. 그런데 결국 비슷한 흐름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캐스팅이 더블, 트리플일 경우 상당히 영향을 받아요.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상은 언니는 귀엽고 발랄하고 여리면서도 강단이 있고, 지수는 청정의 순수한 매력이 있어요. 모두 소녀 같은 이미지인데 저는 좀 건강한 느낌이라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특히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된 안나의 모습에서 차이점도 많이 생각했고요.”
 
뮤지컬 <무한동력>에서 ‘솔’, 연극 <안녕, 여름>에서는 ‘란’으로 무대 위 안은진 씨를 봤는데요. 안나가 솔이나 란보다는 여리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접할수록 안나 역시 여리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게요, 다 강한 인물이네요. 연출님이 <가야십이지곡>을 보시고 저와 안나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셨대요. 안나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숨고 싶고 피하고 싶은 모습을 보이지만,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헤르만에게 있어서도 절대적이고 강한 존재고요. 헤르만이 피하는 걸 끝까지 물어보잖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겠고, 진실을 마주한 이후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다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결말 자체가 열려 있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열린 결말을 놓고 연기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연출님은 메리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마지막까지 계획된 실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음대로 선택하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배우들은 명확하게 가고 있어요. 마지막 데크가 돌아갈 때 배우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결말을 향해 가는 거예요. 저는 씁쓸하면서 행복한 게 ‘이제 마지막으로 보겠지만 이게 맞는 것 같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어느 정도 치유돼서 또 다른 미래를 꿈꾸는 안나예요.”

 

서윤미 연출이 극작, 작사, 작곡까지 도맡아 했는데, 다른 연출님들과 다른 점이 있던가요?


“그래서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연습할 때는 저희가 잘 모르니까 ‘내가 그냥 갈게,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하시며 자리를 뜨셨어요(웃음). 아무래도 창작 초연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명확한 길은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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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기해온 사연 많은 캐릭터들과 달리, 안은진 씨는 무척 밝은 성격인 것 같네요(웃음).


“실제로는 분위기 메이커입니다(웃음). <안녕, 여름> 때는 재주 많은 언니, 오빠들이 많아서 제 개인기가 빛을 보지 못했는데, <블랙메리포핀스>에서는 다들 재밌다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더라고요(웃음). 저는 제 이미지도 마음에 들어요. 정말 보통 사람이거든요. 예쁘다면 예쁘고, 못생겼다면 못생긴 얼굴이라 무대에서 어떤 인물이라도 만날 수 있어요.”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앙상블로 데뷔해서 지금껏 무대에 서고 계신데, 스스로 지난 4년을 돌아본다면요?


“일단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희 학교(한예종)에 음악극창작과라는 게 생기면서 연기과 학생들과 함께 작업할 일이 많았거든요. 그 작품이 학교 밖에서도 잘 되면서 저까지 무대에 서게 된 일이 많아요. 데뷔도 그렇게 했고요. 학교에서는 공연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껏 창작 초연 작품에 많이 참여했는데, 경험 없는 제가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같아요. 인물을 처음 만날 때도 저만의 캐릭터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법을 배웠고요. 작품마다 힘들었지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걸 어떻게 다음 작품에서 써먹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롤모델이 있을 법 한데요?


“너무 많아요. 공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거든요. <안녕, 여름> 할 때는 연기 고민이 너무 많아서 (정)문성 오빠한테 말도 안 되는 질문도 많이 했어요. <블랙메리포핀스>로 넘어 와서는 (전)성우 오빠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성우 오빠가 연기를 정말 잘 하는 거예요. ‘오빠는 연기를 왜 잘 하죠? 오빠의 26살은 어땠어요?’ 계속 물어봤어요(웃음). 큰 그림의 롤모델은 세 분이 계셔요. 전미도, 김지현, 김소진 선배님. 정말 자연스럽잖아요. 그 분들의 공연을 보면 두근거리고 나도 공연계에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사랑하는데, 직접 만났을 때는 한 마디도 못했어요. 부끄럽네요(웃음).”

 

하고 싶은 작품도 있겠죠?


“네, 있어요. 딱 만났을 때 떨리는 작품,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데,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는 꼭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공연 중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잘 돼서 제가 재연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신가요(웃음)?”

 

<블랙메리포핀스>와 함께 올해를 마무리할 텐데,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연습할 때도 선배들과 고민을 나누며 했던 얘기인데, 무대 위에서 진짜를 만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에서 안나를 뜨겁게 만나는 것이<블랙메리포핀스>를 하는 동안 목표이고, 배우로서 목표이기도 해요. 사실 트리플이라 한 달에 10번 정도 공연하거든요. 그래서 매회 무척 부담되면서도 소중한 시간인데, 꼭 무대 위에서 진짜 안나를 만났으면 좋겠고, 제가 보는 대로 관객들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가 나갈 즈음에는 안은진 씨가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왔을까요? 지금 이렇게 힘든 건 무대 위에서 그만큼 진실되게 안나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겠죠. 스물여섯 살의 안은진 씨는 ‘서른 살에도 연기를 하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지만 결국은 씩씩하게 무대에 서는 모습이 그녀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안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은진 씨를 비롯해 수많은 배우들의 열린 결말이 있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내년 1월 1일까지 공연됩니다. 한 번 관람하고 나면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창작뮤지컬 으로 대학로 무대 서는 배우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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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대학로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연을 취재하다 보니 기자에게는 서울의 그 어느 곳보다 익숙한 대학로인데, 이 배우에게는 대학로가 낯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보다 더 오래 공연과 인연을 맺은 베테랑 배우인데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아이다>의 라다메스, <잭더리퍼>의 앤더슨,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등 유독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온 배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12월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될 창작뮤지컬 <더 언더독>. 덕분에 기자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준현 씨를 만나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됐군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건 16년 만인 것 같아요. 대학로에 오면 뭔가 자유로워지죠. 소극장 공연을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충격도 받고 자극을 받는 공연도 많아요. 이번 기회에 대학로와 좀 친해지려고 해요.”

 

제작진이 약 4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더 언더독>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인간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 보호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려낼 예정입니다.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에 소재가 색다르고 개성 있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개막 3주 전이지만 아직 정신없어요. 좀 더 좋은 공연을 만들려다 보니까 계속해서 수정작업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연습하면서 배우들이 느끼는 게 중요한데 다들 ‘잘 될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등장견물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캐릭터가 모두 ‘개’입니다.


“맞아요. 진돗개, 마르티스, 세퍼트, 골든리드리버, 달마시안, 푸들 등이 나오는데 종마다 특성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마르티스 인형이 소품으로 사용되는데, 배우들이 평소에도 안고 있어요. 밥을 먹거나 술을 한잔 할 때도 항상 데리고 다니거든요. 서로 안고 소주 한잔 마시는 거죠. 요즘은 동네 돌아다니는 개들도 그냥 지나치기 못하겠더라고요.”

 

반려동물은 키우세요?


예전에 코카스파니엘을 오랫동안 키웠는데 병에 걸려서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안락사 시켰던 경험이 있어요. 그때부터는 못 키우겠어요. “

 

워낙 강하고 남성다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셨잖아요. <더 언더독>에서도 진돗개를 맡으셨는데 그 일환인가요?


“포스터에 보면 제 얼굴이 있고 진돗개가 있는데 좀 순둥이예요(웃음). 강한 이미지도 있고, 부드럽고 연민을 자아내는 역할이기도 하죠. 사실 지금껏 연기했던 인물들도 강한 면이 더 눈에 띠였을 뿐이지 강한 자, 악한 인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죠. 그걸 생각하면 불쌍한 인간들이고. 콜로레도가 모차르트에서 열등감을 느끼며 솔로를 부를 때 자아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라다메스라고 하면 장군의 이미지만 있는데 한 여자를 위해 죽음을 같이 맞이하는 그런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고요. 약한 면을 부정하려고 하니까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지 어쩌면 더 약한 사람들이죠. 진짜 강한 사람은 강하게 표현하지 않거든요.”

 

<더 언더독>의 경우 김준현 씨를 비롯해서 배우진을 보니 공연장이 쩌렁쩌렁하겠습니다.


“(김)법래 형도 있고, 제작진이 유니플렉스를 다 날리려고 오는 사람들 같다고(웃음). 컴퍼니 대표님이 대학로 중극장에서 대극장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했다고 해요. 무대 역시 중극장을 꽉 채우는 세트로 대극장의 축소판처럼 만들 예정이고요. 색다른 시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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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본 극단 사계에서 활동할 때부터 2010년 한국 무대로 돌아온 이후에도 줄곧 대극장 공연에만 참여하셔서 김준현 씨 하면 ‘대극장, 라이선스’로 고정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인연이 계속 그렇게 닿았을 뿐 대극장 작품만 고집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대극장, 소극장 배우를 분류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극장 규모에 따라 연기에 있어서도 좀 다른 면이 있지만 그래서 다 공부가 되니까요. 대극장만을 고집하는 건 배우로서도 마이너스죠. 연기 폭도 좁아지고. 예전에는 영상매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불편해 했어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준비되지 않은 나를 찍는다는 생각에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배우라면 어떤 장르든 넘나들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메커니즘이 다를 뿐 거의 비슷해지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데는 익숙해지셨나요?


“좀 편해진 것 같아요. 일본에 있다 한국에 왔을 때 초반에는 아쉬운 것들이 많았어요. 그 아쉬운 부분을 찾는 데 몇 년 걸렸죠. 지금은 좀 많이 찾은 것 같기고 하고,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것도 있고. 사실 배우는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만심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서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래 남자배우들을 만나면 ‘오빠’에서 ‘삼촌’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대한 씁쓸함도 있던데요.


“그게 배우의 인생이죠. 주조연을 하다 단역을 하다 사라질 수도 있고, 사라졌다 나중에 할아버지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그런데 오빠에서 삼촌이 되는 걸 두려워하고, 삼촌이 됐을 때 오빠를 보며 부러워하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자기를 버리지 못하는. 현실에 맞춰 사는 게 최고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요. 조연이 됐는데도 자기가 주인공인 것 마냥 연기하는 사람들도 이기적인 거잖아요.”

 

그래도 나이에 맞는, 지나가면 다시 하기 힘든 역할들이 있잖아요. 이 캐릭터는 몇 년 안에 꼭 해봤으면 좋겠다는 배역이 있을까요? 지저스도 한국 무대에서는 안 보여주셨잖아요.


“지저스는 예전에 이지나 연출님과 독대를 했는데 ‘준현 씨는 유다지!’ 그러시더라고요(웃음). 글쎄요, 생각한 게 있었는데 지금 떠오르지 않네요. <오페라의 유령>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데 팬텀은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 일본에서 연습만 하다 무대에는 못 섰거든요. 팬텀은 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배우로서 많은 변화와 도전이 있었던 지난 10년이었는데, 앞으로 10년은 무엇을 향해 달리실 건가요?


“저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요. 체 게바라의 명언을 좋아하는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불가능한 꿈은 간직하고 살자!’ 어릴 때 좌우명과 같거든요. ‘현실에 충실하면 미래는 온다’ 제 꿈은 그냥 배우예요. 진솔하고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배우. 그 꿈을 간직하되 현실에 충실하게 사는 거예요. 무언가를 갈망하고 쫓으며 살지도 않았고요. 물론 1~2년 뒤에 배우로서의 삶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배우 김준현을 찾지 않으면 제 인생은 끝나는 거니까. 그런데 그걸 생각하면 불안해서 지금을 어떻게 살겠어요. 지금 잘하면 작품은 또 이어지겠죠.”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올해만 해도 쉬지 않고 줄곧 무대에 서고 계신데, <더 언더독>이 끝난 이후 다른 작품까지 한 달간의 달콤한 휴가가 생긴다면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여행을 하고 싶은데, 외국에 혼자 가는 건 좀 용기가 없어요. 길게 가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시간이 안 맞고. 언어도 문제고. 그래서 홈쇼핑의 영어강좌를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웃음).”

 

역시 사람에게는 의외의 모습이 있죠? 무대에서 이른바 ‘상남자’ 역할만 맡았던 김준현 씨가 외국을 혼자 여행할 용기는 없다고 하네요(웃음). 매니저가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라고 하던데, <드림걸즈> 때 슈트 입은 모습도 잘 어울렸으니 ‘실장님’처럼 달콤한 캐릭터도 잘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일단 진돗개로 변신할 김준현 씨부터 만나야죠.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는 창작뮤지컬 <더 언더독>은 12월 2일부터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됩니다. 대학로에서 만나는 김준현 씨의 색다른 모습과 참신한 소재의 작품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해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의 김광석 같은 배우 최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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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광석 씨의 노래로 엮어 내린 몇 편의 뮤지컬이 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에 노래를 잘 버무린 작품도, 이야기는 헐거운데 노래의 힘으로 버티는 무대도 있죠. 그런데 지난해 초연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결을 달리 합니다. 여느 작품들이 새로운 이야기에 김광석의 노래를 넘버로 사용했다면 <그 여름, 동물원>은 김광석과 한때 그가 몸담았던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거든요. ‘서른 살’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졌을 그들이 함께 노래하고 고민하던 푸르른 젊은 날을 무대에 담았습니다. 어떻게 만났고, 또 어떻게 헤어졌는지요. 동물원과 김광석, 다섯 친구의 이야기인 데다 그들의 음악이 더해져 감동의 깊이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이 무대에는 ‘꼭 김광석처럼 노래하는’ 배우 최승열 씨가 있어 더욱 돋보입니다. 최근 몇 년간 김광석 노래를 원 없이 부르고 있는 최승열 씨를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직접 만나봤습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비슷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김)창기 선배님도 함께 공연할 때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세요. 뭔가 결이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해 초연 때도 참여하셨는데, 창작뮤지컬인 만큼 달라진 점이 있겠죠?


“초연 때보다 무대 크기도 커졌고, 배우도, 그리고 넘버도 늘었어요. 지난해 여백이 좀 많았다면 올해는 코믹한 장면들을 더해서 더 알차고 재밌습니다. 관객들은 편안하게 보실 수 있지만, 나름 격렬한 댄스도 많아서 배우들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해요(웃음). 지난해보다 젊은 층이 많이 오시고, 중국 관객들도 많아서 놀라고 있어요. 물론 동물원, 김광석 선배님의 이야기지만,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나오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관객들도 자신들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평소 말투는 김광석 씨와 다르네요(웃음). 원래 창법도 다른가요?


“다른 노래는 전혀 다르게 부르죠. 홍대에서 3년 정도 록밴드를 했거든요. 강산에 선배님, 장필순 선배님, 같이 공연하는 이정열 형처럼 포크 성향이기는 하지만 록적인 노래들을 많이 좋아했어요. 예전에도 광석 선배님 노래를 부를 때면 음색이 비슷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공연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죠. 말투도, 발음이 독특하시잖아요. 그게 포인트라서 잘 찾으면 더 비슷하게 들려요. 그런데 지금 누가 제 목소리로 광석 선배님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못 불러요. 이제 안 되더라고요. 제가 원래 쓰는 발성이나 노래 결이 아니다 보니까 목이 좀 힘들어요.”

 

2013년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 출연해 준우승을 한 이후 줄곧 김광석 씨 노래를 부르게 되셨는데, 솔직히 좀 지겹지는 않으세요(웃음)?


“뮤지컬에 ‘다시 부르기’ 콘서트, 추모 공연 등 많이 부르고 있죠(웃음). 워낙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많이 부르기는 했는데, 그때 김광석 선배님 노래를 부르는 것과 나이를 먹어서 부르는 것은 많이 달라요. 사실 광석 선배님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는 건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노래를 그 사람이 돼서, 그 사람처럼 부르는 거잖아요. 처음 연습할 때는 조금 지겹기도 했는데, 무대에서 관객들과 눈이 마주치면 허투루 부를 수가 없어요. 다들 저를 그 분으로 생각하고 오시고, 우는 분도 너무 많아서 항상 최선을 다해 부르고 있어요.”

 

실존 인물이고 실제 이야기를 무대에 옮긴 만큼 인물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셨겠어요. 무대 위 ‘그 친구’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배우들은 텍스트를 보고 인물을 만드는데, 실존 인물들이고 동물원 선배님들과도 친하다 보니 그냥 물어봤어요. 친형님을 뵈었을 때도 많이 여쭤봤고요. 노래할 때도 그렇고, 밝고 유머감각이 있는 친구지만 좀 썰렁했다고(웃음). 솔직히 아픈 곳인데, 절친인 (김)창기 형은 아직도 자책하시거든요.” 

 

프로필에는 뮤지컬배우로 돼 있던데, 방송 이후 최근 몇 년간은 주로 가수로 활동하시지 않았나요?


“그랬죠. 중간에 목이 말라서 지방에서 창작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저는 배우예요. 배우로 더 오래 살았고, 노래를 부를 때도 대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연기를 못한다고 하면 신경 쓰지만, 광석 선배님과 덜 비슷하다고 하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요. 저의 다른 작품을 보셨던 분들은 김광석도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길게 봐서 지루하실 수는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역할이니까. 배우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다음에는 꼭 연극이나 다른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작품 콜이 안 와요(웃음).”

 

작품을 하고 싶은데 제작사 측에서 꺼리는 건가요, 아님 최승열 씨 스케줄이 안 되는 건가요(웃음)?


“둘 다인 것 같아요. 작품 들어가면 머리가 나빠서 겹치기를 못하고 올인하는 편인데, 공연은 연습까지 4~5개월을 집중해야 하잖아요. 현실적인 부분도 있죠. 예전에는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 회사 입장도 있고. 최근에도 <빨래> 오디션을 회사 몰래 보려다 접었어요. 그 작품은 정말 좋아해서 초연 때부터 시즌마다 봤거든요. 연출님에게 이메일까지 썼는데, 서로 부담스러운 일은 하지 말자 싶어서 접었어요.”

 

방송 이후 새로운 기회는 얻었지만 배우로서 아쉬운 점도 분명이 있네요.


“그렇죠, 사실 처음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할 때 홍보 차원에서 출연하게 됐는데. 몇 번 거절했거든요. 배우로서 공연을 위해 광석 선배 노래나 말투를 연습한 건데, 방송을 하게 되면 평생 모창가수로 사는 게 아닐까... 결국은 방송에 나갔고, 덕분에 ‘다시 부르기’ 콘서트 하면서 제가 즐겨 들었던 LP판의 주인공들과 형 동생 하게 됐죠. 그건 무척 좋은 일이에요. 반면 제가 좋아하는 창작뮤지컬, 소규모의 환경을 가진 팀들과는 멀어졌어요. 제 마음은 똑같은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혼란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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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열하면 김광석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면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광석 선배님 노래나 얘기를 너무 상업화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그냥 듣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몰랐던 사람들에게 알리고 계속 듣게 하는 것도 좋은 게 아닐까.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도 상업적인 것보다는 의미를 가지고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또 공연을 보고 좋은 마음을 안고 가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래서 <그 여름, 동물원>에는 애정이 많아요. 연습하면서 욕심도 많이 냈고. 이 작품에서 김광석으로 살라고 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최승열 개인적으로는 더 바빠져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러게요, 김광석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새로운 옷을 입으셔야 배우로서 길게 활동하실 수 있을 텐데 <그 여름, 동물원>이후에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일단 내년에는 노래 안 하고 연기만 할 수 있는 연극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사람 냄새 짙게 나는 창작뮤지컬도 하고 싶고요. 사람 사는 얘기, 우리 정서에 맞는 서민적인 작품 좋아하거든요. 제가 서민적으로 생겼으니까요(웃음). 그리고 제 노래가 담긴 음반도 내년 봄에는 발표하고 싶은데, 음반을 내는 것과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달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김광석과 동물원이 20대에 쏟아낸 노래들. 송곳처럼 날선 감성이 담긴 그 노래에는 그들이 통과해야 했던 미숙한 청춘의 시절이 녹아 있겠죠. 치열했지만 그만큼 후회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인지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무대 위에는 그리움이 깊게 배여 있습니다. 노래에 대한 그리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저마다 되돌아보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요.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남았지만 이렇게 함께 노래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배우 최승열 씨 또한 지난 몇 년간 분명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그 여름, 동물원>이 그 시간을 증명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놓쳤을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앞으로의 시간이 있으니 또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도 있을 테고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의 상남이로 돌아온 언제나 주목받는 배우 전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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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상관없이, 어떤 역할을 맡든 한 번 보면 웬만해서는 잊히지 않는 배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배우는 허우대는 물론이고 이목구비까지 크고 뚜렷해서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데요. 뮤지컬 <난쟁이들>을 봤다면 여자보다 더 예쁜 신데렐라로 변신한 그에게, <알타보이즈>를 봤다면 후안으로 변신해 뛰어난 댄스 실력을 선보인 그에게, 그리고 친정집에 오듯 이제 다시<젊음의 행진>의 보이시한 여고생 상남이로 돌아온 그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모자를 뒤집어쓴 채 마스크까지 쓴 산만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군요. 눈만 보이지만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오늘 기자가 만날 배우 전역산 씨입니다.

 

“사람들이 ‘여고괴담’의 최강희 씨처럼 포스터 보면 안 죽고 계속 살아 있다고. 다만 상남이가 좀 늙었죠(웃음). 계속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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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 주인공인 영심이와 경태는 바뀌어도 상남이는 변함없이 전역산 씨잖아요. 터줏대감인 만큼 어쩌면 제작진보다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 것 같은데, <젊음의 행진>의 인기 비결이 뭘까요?


“창작뮤지컬이 오래 가기 힘든데, <젊음의 행진>은 해마다 콘셉트나 드라마를 살짝 바꾸면서 넘버에도 변화를 줘요. 그해 이슈가 된 노래나 연도별 특징을 고려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작년에 R.ef가 있었다면 올해는 김건모로, 지난해에 박진영이 있었다면 올해는 터보로 바꾸는 거죠. 뮤지컬은 음악의 힘이 가장 큰데, <젊음의 행진>은 한 가수의 노래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1980~90년대, 한 시대의 향수를 담아서 더 롱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한창 일하고 계시는 30~40대 관객들이 딱 추억하기 좋은 노래들로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토토가’나 ‘응답하라’ 시리즈 등 몇 년째 복고가 유행이라서 그 흐름에도 잘 맞고요.”

 

상남이도 진화하고 있나요?


“진화했죠. 10년 전 초연 때는 바지를 입었어요. 보이시한 여고생이니까. 그런데 관객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을 못하셔서 다음에는 치마를 입었죠. 제가 워낙 체격이 커서 교복을 줄여보기도 하고, 여성스럽게 화장을 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나이를 먹다 보니 시크하고 농염한 상남이가 됐고요(웃음). 관객들도 여고에 있을 법한 여학생 역할을 남자배우가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작품의 감초 역할로 재밌게 보이려고 해요.” 

 

지금이야 드래그 퀸 역할 등 여장을 하는 남자 배우들이 많지만, 10년 전에 상남이 역할이 들어왔을 때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죠. 이건 드래그 퀸도 아니고 그냥 여자 역할이잖아요. 추민주 연출님이 글을 썼는데, 연출님이 실제 다녔던 화성여고의 같은 반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고생이 ‘이상남’이었대요. 실존 인물인 거예요. 보이시한 여학생이니까 여자배우가 하면 관객들도 이해하기 편하실 텐데 그걸 굳이 남자인 저한테 연기하라고 하니까 어려웠어요.”

 

그러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물론 전역산 씨가 너무 건장해서 그렇지 얼굴은 예쁘시죠(웃음).


“사람들이 신데렐라 할 때 럭비 선수 같은 애가 나오는데 얼굴만 예뻤대요(웃음). 모르겠어요, 저는 드래그 퀸 역할을 해본 적은 없는데, 여자 배우가 해야 역할이 저한테 와요. <젊음의 행진>도 <난쟁이들>도 처음에는 다른 배역으로 참여했다 중간에 여자 역할로 바뀐 거예요. 아마도 ‘맨땅에 헤딩하는 역할’에 저를 많이 불러주시지 않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디테일을 많이 생각하는데, 그걸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오로라’도 하겠다고 말했어요(웃음).”

 

단연 돋보이기는 합니다. 전역산 씨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고민을 무척 많이 해요. 잘못하면 드래그 퀸 흉내 내는 것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여장 남자가 아니라, 그냥 여자 역할이잖아요. 신데렐라는 여자 흉내를 내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실존 인물 두 명을 계속 관찰해서 목소리나 말투, 행동을 그대로 카피했어요. 사람들이 성대모사 할 때처럼 녹음까지 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상남이는 대사가 많지 않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한 여배우의 말투를 집중적으로 파서 따라 했고요. 그래서 관객들도 정말 여자 같다고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연기하는 남자배우로 확실히 주목은 받았지만, 혹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될 법한데요.


“힘들 때도 있었는데, 생각이라는 게 한 끗 차이더라고요. 누군가 ‘너는 여자가 해야 할 역할을 남자가 하는 건데 그게 얼마나 특이하고 독보적이냐, 그런 배우가 어디 있느냐’며 멋있게 생각하라고 했어요. 맞는 말이더라고요. <젊음의 행진>을 10년간 할 수 있는 이유도 저 아니면 누가 상남이를 하겠어요. 제가 군대 갈 때 어떤 여배우에게 상남이를 제안했는데 절대로 못하겠다고 했대요. 신데렐라도 2차 때는 제가 스케줄이 있어서 원캐스트를 못했는데 프라이빗 오디션 때 아무도 안 왔다고 해요.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요.”

 

서구적인 마스크에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해서 아무래도 배우로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주인공은 애초에 들어온 적이 없었고, 이미지가 개구쟁이에 까불까불해서 항상 감초, 재미를 위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죠. 여자 역할을 해서 배역이 안 들어온 건 아니에요(웃음). 그런데 배우가 장르나 역할을 가려서 뭐해요. 뭐든 다 할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이미지로 굳히면 어때요, 제가 뭐라고(웃음). 다행히 <난쟁이들> 이후에 <알타보이즈>에서 남성미 넘치는 역할로 많은 박수를 받았고, <젊음의 행진>끝나고는 처음으로 정극에 참여하게 돼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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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산 씨의 강점 중 하나는 ‘춤’이잖아요.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 때도 전역산 씨 춤을 보느라 서울 가는 기차를 놓칠 뻔 했습니다(웃음).


“이제 힘들어요(웃음). <젊음의 행진>도 어찌나 힘든지. <젊음의 행진>에서는 영심이랑 경태 빼고는 다 멀티거든요. 객석에서 보면 앙상블 친구들이 노래 끝나면 다음 장면에 또 나오고, 그 다음 장면에도 있어요. 초연 때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연장자 우대인지 안무 감독님이 몇 개를 빼주셨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노래꾼보다는 연기나 춤꾼이다 보니까 관련 작품이 많이 들어오기는 하죠. 그런데 뮤지컬 관계자님들, 저 노래 엄청 늘었습니다! 감성적인 멜로디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도 잘 할 수 있고요. 특히 제가 라이선스에 걸맞은 얼굴을 갖고 있잖아요. <헤드윅>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눈여겨 봐주세요(웃음)!”

 

흔히 남자배우들은 30대에 훨씬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네, 아역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돼서 뮤지컬 한 지도 13년 됐거든요. 중간에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후기에 저를 두고 ‘믿보배’라고 하셨더라고요. 한 분이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마치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처럼. 어떤 역할이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충실히 준비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2017년 바람이 있다면요?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작품마다 캐릭터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더라고요. 올해는 전역산으로도 잘 살고 싶었는데, 전역산이 상남이만큼 빛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연말이 되니까 ‘전역산 캐릭터는 실패했구나!’ 생각돼요(웃음). 제가 재밌고 즐거워야 일도 재밌는 것 같아요. 지금 슬프다는 얘기는 아닌데, 제 인생에도 좋은 감초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죠. 전역산 자체로도 더 빛나도록!”

 

무대에서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흔히 그렇듯 전역산 씨 역시 내내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러다 무대 위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니 더욱 매력적인 것이겠죠. 아니, 그래서 배우인가 봅니다. 생각해 보니, 전역산 씨를 인터뷰로 만난 지 꼭 10년 만이네요. 10년 전보다 패기 넘치는 모습은 줄었지만, 훨씬 사람 냄새가 짙어진 게 배우로서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역산의 상남이도, 정극에서의 새로운 변신도, 그리고 언젠가 맡을 오로라도, 헤드윅도 기대됩니다.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1980~90년대 히트 가요를 촘촘히 엮어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관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 10주년의 흥겨운 행진에 여러분도 동참해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의 천사 앨빈, 배우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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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의 생김새, 그 인상이 주는 느낌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배우의 평소 인상과 딱 떨어지는 배역을 만나 마치 한 인물처럼 몰입도를 높이는가 하면 때로는 분장과 연기로 평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해 놀라움을 주기도 하죠. 어쨌든 배우의 인상을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요. 이 배우를 생각하면 ‘선함, 순박함, 털털함’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 싶습니다. 이 이미지를 가지고 그는 올해도 수많은 변신을 거듭했는데요. <로기수>의 냉철한 전사 로기진으로, <난쟁이들>의 귀여운 찰리로, <트루웨스트 리턴즈>의 거친 방랑자 리로, <팬레터>의 천재 소설가 김해진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순수 그 자체, 앨빈으로 돌아온 배우 김종구 씨.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던 어느 저녁,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종구 씨를 만나봤습니다. 

 

“제가 가진 이미지 중에 가장 따뜻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앨빈은 조건 없이, 한없이 주는 자연 같은 존재거든요. 아무리 아파도 아낌없이 주는,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는 천사예요.”

 

연습을 막 끝내서인지 아직 앨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하네요. 올 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끝내며 SNS에 ‘이제 조금 알 것 같은데... 마지막...은 언제나 아쉽다. 웃음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라고 쓰셨던데, 다시 만난 앨빈은 어떤가요?


“지난해에는 ‘앨빈스러운 앨빈’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앨빈은 이런 사람일 것이고, 말투나 행동은 이럴 것이다’ 그렇게 앨빈을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도 찾아가고 있지만 이번에는 다 내려놓고 앨빈을 바라봤어요. 그랬더니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생각하는 거나 마음 쓰는 게 정말 착하고 예뻐서 김종구라는 사람이 앨빈에게 감동을 받더라고요. 앨빈의 말을 곱씹으며 연습하니까 울림이 더 커요. 그래서 놀랍고 재밌고, 앨빈을 표현하는 게 벅차요. 신기한 경험이죠.”
 
<팬레터>도 재밌게 봤는데요. 김해진과 앨빈이 시대와 국적은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책을 좋아하고, 글도 쓰고, 일찍 생을 마감하고.


“그런데 해진보다 앨빈이 훨씬 더 큰 사람이에요. 해진은 그 상황에서 화도 내고, 결국 사랑이라는 자기 욕심에 미쳐 있거든요.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 자기가 최고라는 것에 미쳐서 어쩌면 생을 행복하게 마감했다면 앨빈은 큰 산 같은 사람이에요.”

 

작품을 보면 앨빈도 토마스에게 서운해 하잖아요.


“서운해 하죠. 저도 처음에는 서운함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는데, 연출부에서는 해석이 다르더라고요. 앨빈의 마음을 몰라줘서, 토마스의 행동이 서운한 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예요. ‘우리 이야기를 써라, 너와 내가 함께 했던 소중함을 잊지 말아라!’ 그게 앨빈이 하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앨빈 같은 친구가 있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던데요.


“부담스러울 수 있죠. 자기 주변에 너무 천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죄책감이 들잖아요. 그래서 토마스도 힘들어 하고요.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와의 이야기로 작가가 됐는데 그걸 부인하려니까 마음이 힘들겠죠.”

 

단적으로 앨빈과 토마스만 놓고 봤을 때 김종구 씨는 어느 쪽에 가깝나요(웃음)?


“저는 토마스입니다(웃음). 대다수가 토마스일 거예요. 저도 토마스가 이해되거든요. 세상을 앨빈처럼 살면 힘들 거예요. 그러니까 대단한 사람이죠. 사실 토마스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토마스도 하고 싶은 역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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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이니까 상대 배우에 따라 무대가 많이 달라지겠죠. 고영빈, 강필석, 조성윤 씨는 지난 시즌에도 토마스로 함께 호흡을 맞추셨고, 김다현 씨는 이번에 처음인데, 각 토마스의 특징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신다면요?


“네 분이 많이 다른데, 성윤이는 동생 같은 친구, 영빈이 형은 아빠 같은 친구, 필석이 형은 형 같은 친구라고 할까요. 다현이 형은 아직 뭐라고 수식어를 붙이는 게 조심스럽네요.”

 

이건 그냥 나이에 맞게 표현하신 것 같은데요(웃음)?


“제가 인터뷰를 굉장히 지혜롭게 잘 하죠? 토마스라니까요(웃음).”

 

올해 쉬지 않고 무대에 서 오셨잖아요. 그런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그렇고 이미 참여했던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무대라는 게 매회 새로운 공연이기는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1년에 많아야 5작품 정도 하실 텐데 새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주어진 걸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이 작품에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하려고, 그 다음에는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역할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요. <모범생들> 할 때 종태와 수환이를 번갈아 연기하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사실 <팬레터>의 해진도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어요. 천재 작가에 폐병이 있는 유약하고 고집 있는 사람. 그런데 제작진이 저한테 딱이라고 해서 너무 놀랐어요. 연습할 때도 힘들었는데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관계라는 것도 오래 보고 길게 가는 게 좋아요. 함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한 걸 아니까요.”

 

러브콜이 많은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있겠죠?


“일단 재밌어야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제작진이나 스태프, 배우, 공연장 그 정도는 물어봐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제안이 왔을 때 연습이 겹쳐서 좀 힘들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의식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고, 마음으로 펌프질을 해야 하는 작품도 많은데, 이 작품은 오로지 상황에만 집중하면 되거든요. 노래와 대사, 상황, 인물들이 시계 안의 태엽처럼 정교하게 얽혀 있어요.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올해 굉장히 알차게 보내셨는데, 혹시 후회되는 일도 있나요?


“올해 ‘한 달에 팝송 한 곡씩 기타 치면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아예 못했어요. 12곡의 팝송을 듣긴 했는데(웃음). 그게 후회되네요. 그래도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자는 계획은 지키지 않았나(웃음).”

 

아주 먼 훗날 송덕문에 어떤 내용이 실리면 좋을까요?


“송덕문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거잖아요. 글쎄요, 누가 송덕문을 읽느냐도 중요할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예쁘게 기억해주면 좋겠죠. 팬이나 가족이 ‘당신은 저에게 있어 최고의 배우였습니다. 최고의 사람이었습니다. 큰 사람이었습니다.’라고 말해 준다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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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만큼이나 푸근하게 인터뷰를 마친 김종구 씨는 서둘러 다음 작품 연습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저녁에 말이죠. 12월만 해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미오와 줄리엣>무대에 함께 오르는 김종구 씨는 2017년에도 상당수 작품에 이름을 올리기로 약속돼 있다고 하네요. 공연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김종구 씨는 이미 누군가에게 최고의 배우, 최고의 사람, 그리고 큰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껏 깊어진 앨빈으로, 그리고 새로운 티볼트로 무대에 선 배우 김종구 씨의 모습을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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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히말라야 찍고 제주도 - 연극 의 배우 임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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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여행.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 관광차, 쉬고 싶어서, 아니면 그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 속내를 담아온 극단 연우무대에서 이번에는 제주도를 무대로 옮겼습니다. 연극 <제주일기>인데요.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여행지, 아니 출구를 찾는 사람들의 도피처인 그곳에서 만나는 6개의 이야기가 제주도의 멋진 영상과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 작품에서는 연우무대의 여행시리즈 연극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배우 임승범 씨의 활약도 두드러지는데요. 이쯤이면 전문 여행가가 아닌가 싶군요. 겨울비가 운치 있게 내리던 날, 제주도는 아니지만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임승범 씨를 만나 봤습니다. 

 

“예전 작품에서는 정말 여행 떠난 대학생으로 아시더라고요. 연기를 잘한 건지, 아니면 전혀 배우 같지 않은 건지(웃음)... <제주일기>는 아무래도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니까 배우로서 좀 더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제주일기>는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여러 장소, 단어를 엮어서 에피소드를 만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6개의 이야기에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제주도에 갖다 놓으면 신기하게 뭔가 이어지는 고리가 있어요.”

 

크게는 2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데, 캐릭터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나요?


“창작 초연이라 지금도 계속 얘기하면서 만들어가고 있어요. 초반에는 연기, 서로 주고받는 것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디테일을 좀 더 파고 있죠. 머리도 헝클어뜨려 보고, 자세도 구부정하게... 요즘은 택시기사에 좀 집중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저 혼자 정극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작품에서는 사실인 듯 아닌 듯, 하지만 거짓말은 아닌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이걸 정말 잘해보고 싶어요.”

 

제주도 사투리는 꽤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제대로 구현하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웃음).


“그건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아무도 몰라요(웃음). 포인트는 지켜요. 제주도가 고향인 오인하 선배님이 도와주셨거든요. 그런데 제주도 사투리가 강원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느낌이더라고요. 오늘 공연에서도 살짝 강원도 쪽으로 간 것 같기도 하고. 소방관팀 같은 경우 처음에 표준어로 연습하다 장면을 만든 뒤에 사투리를 입혔는데, 감정이 이미 잡힌 상태라 말투를 바꾸는 게 힘들죠. 아무튼 제주도 사투리로 다시 연습을 했는데, 수정 과정에서 다시 표준어로 바뀌면서 고생을 하기도 했어요.”

 

임승범 씨는 <제주일기>를 비롯해 <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등 줄곧 여행을 소재로 한 연극에 참여해 오셨잖아요. 실제로 이들 여행지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제가 2012년에 <인디아 블로그>로 데뷔했는데, 2년간 연우무대 작품에 참여한다는 계약을 했어요. 그래서 여행 창작극을 계속 한 거죠. 계약은 2014년에 끝났지만, 그 팀에서 배우를 잘 안 바꿔요.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해요. 새로운 제작진,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거든요.”

 

여행을 무척 좋아하시나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간의 작품이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요.


“<인디아 블로그>에서는 여행을 싫어하는 인물이었는데, 사실 저도 그랬어요. 여행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시간에 트레이닝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꽉 막힌 아이였는데, 지금은 적어도 살아가면서 여행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어요(웃음).”

 

제주도에도 다녀오셨죠?


“네, 2박3일간 다녀왔는데, 예전 팀은 4년간 함께 해서 여행갈 때마다 엄청 싸웠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들 처음 만났잖아요. 각자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인정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짧았지만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같이 다니면서 큰 불편함도 없었고. 제주도에서는 정말 살아보고 싶어요. 바다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제주도의 한적하고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좋거든요. 이번에 제가 운전을 했는데, 운전할 때 갑자기 멈추고 싶은 곳이 있잖아요. 그래서 멈췄는데, 다들 한 바퀴 돌아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기막힌 곳이더라고요. 거기는 저만의 플레이스가 된 거죠. 그런 걸 많이 가질수록 행복한 것 같아요. 사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는 채워지지 않아서, 외로워서, 견딜 수 없어서... 상황을 전환하려고, 뭔가 새로운 기점을 만들려고 떠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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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범 씨 개인적으로도 길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나요? 배우니까 다양한 작품에 대한 갈증은 있을 법 한데요.


“그렇죠, 모두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죠. 저는 정극을 좋아하는데, 연극 무대에서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애매한 것 같아요. 제 외모도 동안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른 같지 않은 느낌이라서. 고민도, 생각도, 주저함도 많은 시기죠. <인디아 블로그>의 박선희 연출님이 그런 이미지로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는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버텨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지금 이 순간 와 닿는 얘기,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좋아요. 재밌으면서도 격렬한 것. 영화로 치면 <주먹이 운다>같은. 권투를 얼만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웃음). 악기도 좋아해서 드러머를 다룬 <위플래쉬>라는 영화도 좋아하고요. 최근에 봤던 연극 <함익> 같은 시도도 정말 좋아요.”

 

뮤지컬보다는 연극과 영화에 관심이 있군요?


“정극을 좋아해요. 뮤지컬 연기는 또 다른 똑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12월 31일 <제주일기>가 임승범 씨의 ‘막공’이라고 들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서 2016년 한 해도 끝날 텐데, 밤에 일기를 쓴다면 어떤 내용을 적을 것 같나요?


“와, 기분이 이상하겠는데요? 사실 요즘 일기를 좀 쓰고 있어요. 답답할 때 글을 쓰는 편이라. 글쎄요, 무척 허탈할 것 같은데, 잘 버텼다? 그런 이야기를 적지 않을까.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나태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은 편인데, 그래도 그날엔 저한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퇴보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리고 새해를 희망하겠죠. 자기 암시처럼 글로 써 놓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대요. 그래서 요즘 써먹고 있는데, 너무 부끄럽지만 확신이 서더라고요. 내년에도 좋은 연극과 영화를 만나고 싶고, 연우무대에서 남미 프로젝트도 다시 하니까 거기에서도 기막힌 역할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서른, 애매한 나이. 그 시점을 지나는 임승범 씨도 조금은 위태롭게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위에서 볼 때는 연기도 좋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말이죠. 그런데 애매하지 않은 나이가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흔들리고 길을 잃고, 출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릅니다. <제주일기>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한껏 흔들리고 헤맨 뒤에도 삶은 흘러간다는 것, 어쩌면 더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 연극 <제주일기>가 아닌가 싶네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면 <제주일기>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올해 마지막 날에는 임승범 씨처럼 ‘그래도 잘 버텼다, 잘했다!’고 일기를 써 보시죠. 새해를 희망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창작뮤지컬 의 배우 고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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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최근 3년간 그의 작품은 연극은 물론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수많은 장르로 변주되며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하게 세계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국내 공연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특히 12월에는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 올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40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러브스토리인 데다, 이미 프랑스에서 제작된 동명의 뮤지컬이 큰 사랑을 받은지라 국내 창작진이 원작의 깊은 감동과 함께 새로운 재미가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을지 궁금한데요. 특히 이 작품에 올해 <위키드>에서 피에로로 폭넓은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뒤, 다시 <인터뷰>의 맷 시니어로 폭넓은 연기 섭렵, ‘팬텀싱어’를 통해 숨은 끼까지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는 배우 고은성 씨가 참여한다기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공연 연습과 방송 준비로 바쁜지 인터뷰 일정을 잡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개막을 사흘 앞두고 공연장 인근 한 카페에서 고은성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다고 생각해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롭게 만들면 얼마나 새롭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할 것 같아요.”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모두가 궁금할 겁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입니다.


“사실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는 이 사랑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냐는 거잖아요. 그것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가, 두 남녀가 그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한데, 저희 작품에는 그런 소재들이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고, 좋은 음악이 더해져서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작품 안에 있는 장애물, 장치들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스포일러일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같은 인간이지만 저희 작품에서는 종족 자체가 달라졌어요. 무언가를 초월하는 사랑이라서 조금 더 무조건적인 사랑이 되지 않을까.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사랑하는 거잖아요. 저희 작품에서 로미오도 줄리엣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많은 일들을 저지르게 돼요.” 

 

여러 인격을 드러내야 했던 <인터뷰>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역시 창작뮤지컬이라 배우로서도 꽤 힘들었을 텐데요.


“힘들기는 한데 창작 작품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위키드>는 라이선스라서 정해진 라인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법칙 같은 게 있었다면 창작은 좀 더 자유롭거든요. 특히 <인터뷰>는 힘들었지만 굉장히 재밌었어요. 제 이미지는 <위키드>의 피에로와 더 맞지만, 개인적인 성향은 일반적이지 않은 편이라 <인터뷰> 같은 캐릭터를 만나면 에너지가 더 발휘되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순한 소년 같은데 ‘베이글남’이라고 할까요? 체격은 소년이 아니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성격도 순할 것 같지는 않네요(웃음).  


“요즘 ‘베이글남’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위키드> 때 몸을 한창 키우다 <인터뷰>에서는 작가지망생이 팔뚝이 너무 두껍다고 해서 줄였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다시 건장함을 주문하셔서 물 만난 듯이 운동하고 있죠. 몸이 거의 돌연변이예요(웃음). 배우는 좋은 연기와 노래, 보이스를 전해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모도 캐릭터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격이 순하지는 않아요. 물론 제 안에 그런 면도 있겠지만 제 주관은 있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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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뮤지컬 무대에서 대사로서 노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준과 평가가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공연과 병행하는 것도 힘들고, 경연을 하는 것 자체가 저와는 안 맞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방송 출연을 사양했어요. 그런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 불어 버전을 우리나라 남자 중에서는 제가 가장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18살 때부터 10년 정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원곡이 가진 느낌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물론 그렇게 많이 노출되는 자리에서 노래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요. ‘팬텀싱어’에서는 3~4분 안에 노래로만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까 같은 노래지만 뮤지컬 무대와는 느낌도 다르고요.”

 

방송 참여 이후 달라진 게 있나요?


“제 안의 변화가 크죠. 그동안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노래를 많이 듣고 즐겨 불렀어요. 그냥 좋아서 계속 찾아 듣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상이는 이런 걸 높게 평가해줘서 <탄산소년단> 콘서트 때 잘 모르는데도 기타 쳐주고 같이 노래해줬지만, 요즘은 서로 공연하느라 바쁘고요. 그런데 ‘팬텀싱어’에 저 같은 사람들이 다 모였더라고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Aimer’를 얘기하면 바로 부를 정도니까요. 그렇게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노래를 준비하고 부르는 순간이 정말 재밌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독특한 취미가 도움이 되는 게 어떤 노래를 선택하든 수월하고요.”

 

그러고 보면 고은성 씨에게는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던 한 해가 아닐까 하는데, 2016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재밌었어요. 재미없었던 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재밌을 것 같고요. ‘팬텀싱어’ 최종에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어떻게 되든 좋아요. 요즘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소리에 미쳐 있거든요. 계속 고민하느라 잠이 잘 안 올 정도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달라져 있더라고요. 배우로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요. 어쨌든 저희는 무언가를 준비해서 보여드리는 직업이니까요.”

 

뮤지컬배우가 원래 꿈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 캐릭터도 있겠죠?


“일단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하고 싶어요.”

 

콰지모도 아니고요? <노트르담 드 파리>만 하면 되나요(웃음)?


“콰지모도는 욕심 없습니다(웃음). 하고 싶은 거 많죠.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나중에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헤드윅>도 하고 싶고. 코믹연기, 여자연기 잘하거든요. <헤드윅> 때는 근육을 더 키워서 할 거예요. <머더발라드>의 탐도 하고 싶어요. 라민 카림루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웨스트엔드에서 탐을 했더라고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 사람 뒤를 따라가기 위해서예요.”

 

배우로서 보면 이제 출발해서 막 뛰기 시작한 셈이잖아요. 많은 도전과 성취가 있었고, 또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는 시기인데, 앞으로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요?


“뛰기 시작한 지 5년이 됐고 그동안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출발선에 서기 위해 훈련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질리지 않는 배우, 매력 있는 배우, 돈이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희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순간을 가장 값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발전해야겠죠.”

 

마음껏 노래하고 연기하고... 2016년에는 재미없었던 순간이 없었다고 하니 고은성 씨는 올 한 해를 가장 알차고 행복하게 보낸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이 순간들이 2017년에는 또 새로운 길과 닿을 테고요. 얼굴이 밋밋해서 오히려 분장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는 고은성 씨.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어떤 로미오로 변신했을지, 그가 하고 싶다는 작품들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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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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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고의 공연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기자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작품과 함께 배우들을 만났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인터뷰는 공적으로 만나 다소 사적인 얘기를 하는 꽤 애매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기사를 쓸 때도 분명히 들었으나 알아서 거르거나, 표현을 바꾸거나, 좀 더 갖춰진 문장으로 표현하곤 한다. 기사로 노출된, 적절히 편집된 질문과 답변이 나오기까지는 가벼운 농담부터 무대 안팎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얘기,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까지 오가다 보니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배우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어떤 사건의 뒷얘기를 알게 될 때도 있고, 이 배우에게서 저 배우의 근황을 들을 때도 있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 전체적인 기사의 맥락을 위해 아쉽게 기록되지 못하는 법. 그래서 2016년 마지막 기사로 특별히 준비해 봤다. 올해 <윤하정의 공연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베이글남 고은성, 피에로 사진은 비빔면 두 개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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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 출연을 계기로 공연과 방송을 오가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고은성 씨. 얼굴은 소년인데 체격은 매우 건장해 이른바 ‘베이글남’으로 불리는데, 특히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며 좋아하는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서 몸이 ‘돌연변이’ 수준이란다. 그런데 이런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대표적인 프로필 사진이 <위키드>의 피에로 아닐까. 실제로 이 사진은 주위에서도 ‘흑역사’라 부른다고. 최근 만난 고은성 씨는 촬영 전날 밤 먹은 비빔면 2개가 그렇게 큰 타격을 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잠깐의 행복으로 그렇게 됐다고. 그 뒤 그는 촬영 전에는 염분 섭취를 제한한다. 배가 고파도 고구마와 우유만 먹었더니 확실히 사진이며 화면이 잘 받는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이재균, <쓰릴 미> 때 쓰러졌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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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극 <청춘예찬>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흩뿌리고 있는 이재균 씨는 팬들 사이에서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밖에 구급차를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배우’로 유명하다. 뮤지컬 <뉴시즈>에서도 1막 마지막에 ‘산타페’를 부르다 ‘사시’가 된 적이 있다고. 무대에서 계속 뛰다 높은 계단까지 타고 올라갔더니 숨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더란다. 이런 모습이 더욱 아슬아슬한 것은 그가 몇 년 전 <쓰릴 미> 공연 중 잠깐 쓰러진 적이 있기 때문인데, 뒷얘기는 이러했다. 리처드가 감정을 발산하는 장면이었는데, ‘안으로 살짝 가지고 있어 보라’는 연출의 제안을 따르다 그만 꼴깍 넘어갔다고. 그 일로 주위에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데, 관객들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이 모습이 이재균 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김무열, 강동호.. 배우들의 멋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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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대에서 특히 반가웠던 두 배우는 바로 김무열 씨와 강동호 씨가 아닐까. 아니, 그들의 멋진 변신이 반가웠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이겠다. 남동생처럼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강동호 씨는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쓰릴 미>의 리처드로 근사하게 변신했고, 2008년 <쓰릴 미>를 함께 연기한 이후 주로 댄디한 역할만 맡아왔던 김무열 씨는 같은 공연장의 위층에서 <얼음>의 욕쟁이 형사로 파격 변신을 하지 않았겠는가. 물론 하반기에는 <키다리 아저씨>와 <곤 투모로우>에서 각각 특유의 부드러움과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줘서 더욱 반갑기도 했다.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난 강동호 씨가 너무 남자다워져서 낯설다 했더니,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위한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혹 기자처럼 낯설어 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하나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니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보자!

강동호, 강영석의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닦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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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쓰릴 미>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페어는 ‘강동호-강영석’. 인터뷰 때 강동호 씨가 했던 말처럼 강영석 씨는 ‘잘 안 지고 자기 할 말 따박따박 다 하는 네이슨’이라 긴장과 불안이 가중되며 묘한 감동을 선사했던 무대였다. 그런데 극 후반 강영석 씨가 연기에 몰입해 눈물, 콧물을 다 쏟았다. 연기할 때 콧물만큼 처리 곤란한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관객들도 조마조마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데, 강동호 씨가 직접 손으로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닦아주는 게 아니겠는가. 이 모습에 내심 감동한 기자는 몇 달 뒤 강영석 씨를 인터뷰하게 돼서 얘기를 꺼냈더니 “그런데 형이 콧물 먼저 닦고 그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시더라고요.”라며 빙그레 웃었다(웃음). 참, 강영석 씨와 인터뷰 때 있었던 많은 일들은 이번 기사에서도 밝힐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인터뷰가 노래보다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 

 

남자배우들이 인정한 잘생긴 남자 이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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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마 돈 크라이> 연습실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이 작품으로 데뷔한 드라큘라 역의 이창엽 씨가 아닐까. 스스로 외모지상주의자라고 말하는 김호영 씨는 비주얼이 훌륭해서 이창엽 씨와만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고, 강영석 씨도 이창엽 씨가 너무 잘생겨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누군가는 대학로를 걷다 빛이 나기에 바라봤더니 이창엽 씨였단다. <잃어버린 얼굴 1895>로 이창엽 씨를 직접 만나 외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더니 말갛게 웃으며 ‘부모님께서 주신 시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맨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뛰어다니다 무대에서 매혹적이고 멋있는 인물을 연기하니까 친구들은 배꼽 잡고 웃었다고. 그래서일까, <블랙 메리 포핀스>의 안은진 씨를 인터뷰할 때 동문인 이창엽 씨 얘기를 꺼냈더니 ‘창엽이는 동갑인데 제가 하늘같은 선배죠!’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웃음)!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연기하는 전역산, 혹 이미지 굳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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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가 드래그 퀸 등 여장을 하는 작품은 많지만, 그냥 여자 역할을 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전역산 씨는 뮤지컬 <난쟁이들>의 신데렐라, <젊음의 행진>의 상남이로는 10년째 뻔뻔하게, 그것도 여배우보다 더 예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을 많이들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혹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법도 한데,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굳어지면 어때요, 제가 뭐라고(웃음).”라고 말해 전역산 씨에 대한 응원지수를 더욱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기자의 녹음기에 대고 뮤지컬 관계자들을 향해 크게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감성적인 멜로를 살릴 수 있는 역할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고, 노래도 ‘엄청’ 늘었다고, 라이선스 작품에 ‘나만큼’ 어울리는 얼굴이 있느냐고!    

 

여장하면 정말 예쁠 것 같은 조풍래,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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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블로그>를 통해 만난 조풍래 씨는 서울예술단 작품으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사우디 기름왕자’ 같기도 하고. 실제로 중동이나 인도에서는 현지인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눈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여장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더니 대학 때 여장 1등이었단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여장을 해서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많다고 설득해봤지만, 여장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굳건했다. 그런가하면<올드위키드송>으로 만난 이현욱 씨 역시 선이 고와서 여장을 하면 예쁠 것 같다고 했더니, 대학 때 해봤는데 순해 보일 줄 알았더니 기분 나쁘게 생겼다고. 언젠가 <헤드윅> 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허벅지 근육이 더 걱정이란다!

 

이현욱에 대한 오해, 귀엽다? 음치다?


최근 ‘연인초대석’으로 공연된 <올드위키드송>에서 이현욱 씨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귀여웠느냐’고 묻는 관객이 있었다. 인터뷰 때 그는 평소에 잘 웃지도 않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무대에서 애교를 부리는 건 마치 속옷만 입고 서 있는 것처럼 수치스럽다고. 하긴 무대 위 이현욱 씨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귀여우니 이건 연기를 무척 잘하거나 스스로의 성향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그를 음치로 아는 사람도 많다. 피아니스트인 스티븐이 초반부터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이상해서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했는데 다들 음치로 알더라고. 이현욱 씨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않지만 못 부르지도 않는다는데, 음치로 오해받는 이 억울함을 풀려면 커튼콜 때 제대로 시원하게 부르거나 다음 작품을 뮤지컬로 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또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이면 ‘코가 무척 오뚝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코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현대의학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순둥이 박영수, 이지나 연출 작품에서는 사이코패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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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필두로 서울예술단 작품에서는 주로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무대에 오르는 박영수 씨. 그런데 <더 데빌>, <마마 돈 크라이> 등 외부 작품에서는 악마나 드라큘라 등 전혀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그를 바꾼 것은 이지나 연출이었다. 박영수 씨의 눈에 사이코패스 느낌이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지나 연출의 <잃어버린 얼굴 1895>, <곤 투모로우>에서도 박영수 씨는 여느 작품과는 다른 고종이긴 하다. 결국 이지나 연출이 캐릭터 변신을 이끌어준 셈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박영수 씨가 <바람의 나라>에서 무휼에 도전했을 때는 ‘그 작품이 만약에 다시 올라간다면 생각해보자’는 답이 왔다고. 아직 고영빈 씨 자리를 내줄 수는 없는가 보다(웃음)!   

 

까칠해 보이는 정상윤, 실은 허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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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인터뷰하기 힘든 배우들이 있다. 말을 지극히 아끼거나, 낯가림이 심하거나, 이른바 까칠한 사람들. 상당히 내성적이고 까칠한 것으로 알려져 인터뷰 전에 내심 걱정했던 배우가 정상윤 씨였는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자신은 낯가림이 있을 뿐 무뚝뚝하거나 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함께 <살리에르>를 연기했던 최수형 씨(인터뷰하기에 참 좋은 배우다.)보다 외향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윤 씨에게는 여러 이미지가 있는데, 무척 따뜻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서민적이지 않아 보여 유학파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현석 셰프와 비슷하다’는 말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내가 낫지 않나?’라며 ‘허세’마저 닮은 모습을 보였다. 정상윤 씨의 의외의 모습, 하지만 다음에 인터뷰할 때는 유쾌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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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뮤지컬, 연극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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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달력을 넘기며 다이어리에 큼지막한 연간 계획을 기록할 요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017년의 주요 공연 일정 아니겠는가. 올 한 해 공연계는 어떤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기대되는 초연작부터 반가운 인기작까지, 새해 시작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주요 무대를 살펴본다.

 

 

기대되는 초연작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을 것 같지만 새로운 작품은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라이선스 작품으로는 소설과 영화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4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사진작가와 평범한 가정주부의 불같은 사랑이야기다.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담은 캐나다산 뮤지컬 <나폴레옹>은 7월 샤롯데씨어터에서 첫 선을 보이고, 뮤지컬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인 뮤지컬 <시라노>는 7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코가 기형적으로 긴 시라노의 순수한 사랑이 담긴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영국의 건국신화인 아더왕의 전설을 무대화한 <엑스칼리버>는 11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초연된다.

 

창작뮤지컬로는 구한말 헤이그 특사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밀사>가 오세혁 대본, 김덕남 연출로 5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다. 또 서울예술단은 시인 이상의 80주기를 맞아 하반기 관련 창작가무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2016년 수많은 ‘햄릿’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2017년에는 창작뮤지컬 <햄릿>이 11월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햄릿’이 국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 성종완 극본, 김경육 작곡에 2012년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연출한 영국 출신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연출을 맡아 삶과 죽음을 오가며 거짓된 세상과 맞서는 한 남자의 고뇌를 뮤지컬 화법으로 담겠다는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연극계 황금 콤비로 불리는 김광보, 고연옥이 각각 연출과 각색을 맡은 헨릭 입센의 <왕위 주장자들>은 3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다. 또 고선웅 연출의 연극 <라 빠르망>은 10월 LG아트센터에서 첫 선을 보인다. 약혼녀를 위해 반지를 사다 옛 연인의 흔적을 쫒으면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얽혀 있던 모든 관계들이 폭로되는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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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인기작

 

잘 만들어졌던 작품은 여세를 몰아, 다소 미흡했던 작품은 보완을 거쳐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15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데스노트>가 새해 시작과 함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열었다. 2003년부터 일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두뇌싸움을 무대로 옮겼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백미는 모든 캐스트가 원작의 주인공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는 점. 초연에 이어 김준수가 ‘엘’로 귀환했고, 한지상이 새로운 ‘라이토’로 연기변신에 나선다. 특히 올해 군 입대를 앞둔 김준수의 마지막 뮤지컬이라 객석의 열기가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국내 소개된 <빌리 엘리어트>는 오는 11월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다룬 동명의 영화를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엘튼 존의 음악과 소년들의 발레가 곁들여져 2005년 런던 초연 이후 현지에서는 지금껏 무대를 이어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인공이 ‘발레를 추는 소년’이라는 점 아니겠는가. 7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만나게 될 2대 빌리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2012년 국내 초연된 <황태자 루돌프>는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꿔 12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도 이어진다. 브로드웨이 팀의 뮤지컬 <드림걸즈>는 3월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국내 제작진과 브로드웨이 캐스트가 함께 하는 <지킬 앤 하이드>는 3월, 브로드웨이 팀의 <시카고>는 5월 각각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을 찾는다. 웨스트앤드 팀의 <캣츠>는 7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인기 창작뮤지컬들도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뮤지컬 <영웅>이 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와 <신과 함께_저승편>은 각각 3월과 6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마타하리>가 6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됐던 뮤지컬 <아리랑>은 안재욱, 서범석, 윤공주 등 초연 멤버들이 대부분 다시 참여해 7월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고선웅 극본, 이지나 연출의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CJ E&M과 서울시뮤지컬단의 공동 제작으로 12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1분 동안 회상하는 이야기가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 26곡과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남성 2인극의 신화로 불리는 뮤지컬 <쓰릴 미>가 올해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는다. 2월 개막을 예고한 가운데, 어떤 배우들이 ‘그’와 ‘나’로 10주년 무대에 참여할지 짜릿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또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의 연출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2월부터 대학로 TOM 1관에서는 ‘조광화展’이 열린다. 류승범, 박해수, 손병호, 김뢰하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연극 <남자충동>부터 <미친키스>, 조광화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뮤지컬 콘서트 <REPLY>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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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우 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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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을 인터뷰 하다 보면 공연을 보며 예측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무대 위에서는 극중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작품을 통해 구축된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한데요(인터뷰에서 보인 모습을 그들의 일반적인 캐릭터로 단정할 수도 없겠지만요.). 대개는 활발하고 코믹한 무대 위 모습과 달리, 인터뷰에서는 내성적이고 차분해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배우는 완전히 반대라고 할까요? 작품마다 한없이 심각하고 정적인 인물로 무대에 섰던 그는 실제로는 어찌나 활달하고 동적인지, 자꾸만 다른 곳으로 튀는 그를 쫓아가며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재 그는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베니’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백석’으로, 참으로 분위기가 다른 두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베니 역에 캐스팅된 것이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베니 본 모습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할까요? 누군지 아시겠죠? 바로 뮤지컬배우 이상이 씨의 얘기입니다.

 

“심각하고 정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베니가 제 본연의 모습과는 더 맞을 것 같아요. 제 안에 흥이 많거든요.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것들을 <인 더 하이츠>를 통해 풀고 있죠.”

 

하긴 백석이나 베니나 흥이 넘치는 인물이긴 하네요. 흥의 느낌은 다르지만요.


“그렇죠, 나라도 시대도 인종도 다르니까요. 백석은 유하고, 구수하고, ‘얼씨구절씨구’ 그런 한국적인 느낌으로 표현한다면 베니는 힙합과 라틴 느낌이 강해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이 씨는 객석에서 바라본 외적인 모습과도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잠시 뒤 백석으로 무대에 설 그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그저 호기심 가득한 대학생 같다고 할까요?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분장의 차이, 헤어스타일의 차이가 아닐까(웃음). 그리고 일단 의상을 입으면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이런저런 모습이 있다는 거니까 배우로서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인 더 하이츠>의 경우 힙합 뮤지컬이라 노래나 춤이 다른 작품과 많이 다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저는 저만의 흥과 소울(soul)로 참여하고 있습니다(웃음). 물론 힙합이라는 장르를 직접 표현한 건 처음이에요. 제가 경기도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충청도 분들이라서 말도 느리고 유하시거든요. 랩이나 힙합은 템포감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처음에는 어렵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잘 들린다는 분들도 계시지만요(웃음). 춤을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탭 댄스나 탈춤 등을 배웠어요. 예고 다닐 때는 비 선배가 ‘레이니즘’으로 컴백하셨을 때 그걸로 UCC콘테스트에 나가서 운 좋게 1등도 했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우스나비 역의 블락비 유권이가 락킹이나 크럼핑 등을 알려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춤을 정말 잘 추더라고요.”

 

베니 역에만 5명이 캐스팅됐는데, 이상이 씨만의 베니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가장 촌스럽고 바보 같은 베니라고 할까요? 연습할 때 이지나 선생님이 ‘너 참 구수하고 촌스럽게 생겼구나’ 하셨어요. 경성시대 사람처럼 촌스럽다고(웃음). 워싱턴 하이츠라는 지역이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사는 가난한 동네인데, 그곳에서도 무시 받는 사람. 그렇게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럽지만, 거기에서 묻어나는 순수함을 끌어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초연 때는 베니가 멋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좀 더 바보스럽고 순수해요.”

 

힙합의 옷을 입긴 했지만 작품 역시 전체적으로 수수하고 구수한 것 같아요.


“맞아요, 무척 소소한 작품이에요. 하이츠라는 어려운 동네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잖아요. 배우들은 무대에 오를수록 정말 신나고 재미나거든요. 오프닝부터 신나잖아요. 연출님이 자유롭게 열어주시는 부분도 있어서 시도도 많이 해보는데, 예를 들어 복권에 당첨된 소식을 듣고 놀라는 장면은 매회 달라요. 또 소니 역의 육현욱 형님이 애드리브나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그래서 저도 많이 배우고, 무대 위에서 논다는 표현을 몸소 체험하는 것 같아요.”

 

참, 9만6천 달러면 우리 돈으로 1억 원 정도인데, 1억 원 복권에 당첨되면 이상이 씨는 어떻게 할 건가요?


“외국 동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차고에서 많은 시도를 해보잖아요. 저도 그런 공간을 얻고 싶어요, 뭐든 할 수 있게. 연습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작업실 비슷한 걸 마련해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배우의 꿈도 있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관련 피디도 되고 싶고, 건축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또 <인 더 하이츠>를 만든 린 마누엘 미란다는 배우까지 했잖아요. 요즘은 저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 참여하고 있는 두 작품을 비롯해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 <무한동력>의 ‘선재’, <쓰릴 미> ‘나’ 등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 베니가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쭉 얘기를 들어보니 아니군요(웃음). 이상이 씨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베니는 전혀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베어>나 <쓰릴 미>에서 동성애를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글쎄요, 제 안에 제가 너무 많아서 저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웃음). 지고지순한 면도 있고, 흥도 있고, 남자다운 카리스마도 있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털털하고. 아직은 무대에서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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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년 만에,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소감은 어떤가요?


“부모님이 더 좋아하셨어요, 아들이 큰 무대에 선다고. 좋더라고요. 분장실마다 비밀번호도 있고 샤워실도 있고(웃음). 개인적으로는 소극장보다 대극장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이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소극장에서는 더 섬세하고 자세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제가 덩치가 있는 편이잖아요. 대극장에서는 보폭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크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편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2016년을 누구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2017년을 좀 더 여유롭게 시작한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너무 바쁘기는 했지만 마음은 그랬어요. 지난해 1학기 때는 다시 학교 다니고, 장학금도 탔어요(웃음).<인 더 하이츠> 공연으로 일본 다녀와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준비하고, 또 독립영화 촬영하느라 정신없었지만 마음은 굉장히 풍족했죠.”

 

지난 2년 동안 배우로서 많은 경험을 하셨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궁금한 배우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 또 어떤 배우를 꿈꾸시나요?


“예전에 정보석 선배님이 하셨던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던 기억이 나요. 최근에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헤드윅>은 나중에 꼭 하고 싶고요. 학창시절부터 많이 도전했던 작품이거든요. 그리고 언제나 물음표가 달린 배우이고 싶어요. ‘이 친구가 이것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항상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저의 30~40대가 저도 궁금한데, 어쨌든 재밌게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이상이 씨가 과연 30~40대에도 배우로 계속 활동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웃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수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경험하고,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 <쓰릴 미>의 ‘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백석’이라는 인물로 차분하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정말이지 <인 더 하이츠>의 베니가 꿈 많고 열정 가득한 이상이 씨의 모습과는 가장 닮아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상이 씨가 아직 다 꺼내 보이지 않은 자기 안의 수많은 다른 캐릭터로 무대에 서는 모습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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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블록 16열에서 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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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렘_박혜나_류크_강홍석[제공-씨제스컬쳐].jpg

 

뮤지컬 <데스노트>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인 <데스노트>는 지난 2015년 일본 초연 이후 같은 해 국내에서도 첫 선을 보인 라이선스 뮤지컬. 이름이 적히면 누구나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주운 천재 소년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L)의 두뇌싸움을 무대에 옮긴 작품이다. 신선한 소재, 독특한 캐릭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한지상, 김준수, 박혜나, 강홍석, 벤 등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완벽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더욱 몰입도를 높이는데 객석의 반응은 어떨까?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며 객석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얘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A블록 16열 7번 : 역시 재밌네, 러닝 타임이 2시간 40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A블록 16열 8번 : 원작 자체가 재밌잖아. 뻔한 얘기가 아니니까 더 신선하고.

 

A블록 16열 7번 : 하지만 상상력 가득한 만화를 지극히 제한적인 무대에서 구현하는 게 어디 쉽나. 캐릭터를 정말 잘 살린 것 같아.

 

A블록 16열 8번 : 독특한 소재의 만화를 뮤지컬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반면 잘만 만들면 이야기도 참신하고 캐릭터로 분명하니까 반응이 폭발적이지. <신과 함께>도 그랬잖아. <데스노트>는 음악도 잘 나왔어. 처음 본 작품인데도 넘버가 몇 곡이나 계속 맴돈다니까. 프랭크 와일드혼의 실력이야 인정하고도 남지만, 이렇게 현대적인 느낌의 곡도 잘 쓸 줄은 몰랐네. 그런데 확실히 스릴감은 떨어지는 것 같아. 라이토와 엘(L)의 두뇌싸움이 좀 더 치밀하게 펼쳐졌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A블록 16열 7번 : 늘 나오는 얘기 있잖아.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 남짓의 무대로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웃음).

 

A블록 16열 8번 : 내가 워낙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데다 요즘 ‘셜록’을 봐서 그런가. 장면 장면이 추리할 시간도 없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소재는 신선한데 좀 싱겁더라고.

 

[데스노트]엘_김준수외[제공-씨제스컬쳐].jpg

 

A블록 16열 7번 : 확실히 사건보다는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데 좀 더 공을 들인 것 같아. 그래도 주크박스 뮤지컬도 그렇지만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을 경우 칭찬받기 힘든데, <데스노트>는 의상이며 분장, 배우들의 움직임까지 원작 팬들이 봐도 손색이 없겠어. 김준수, 박혜나, 강홍석 씨 등 초연 때부터 참여했던 배우들이라 그런지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잖아.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지만 한지상 씨야 워낙 잘하고. 사실 초연 때도 원캐스트였기 때문에 홍광호 외에 다른 라이토는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역시 한지상만의 라이토를 만들어내는군. 벤은 대극장 뮤지컬은 처음이라는데 아주 귀여운 미사였어. 초연 때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정선아 미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야.

 

A블록 16열 8번 : 한지상 씨 이번에 나름 연기 변신 아닌가? 워낙 선이 굵고 짙은 캐릭터만 맡아 왔잖아. 학생도 어울리더라고.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이토도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웃음). 난 초연을 못 봤는데, 이번 시즌을 보고 나니까 초연이 더 궁금하더라고. 대극장 주연급 배우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는 일이 흔치 않잖아. 연기도 연기지만 뛰어난 가창력에 그야말로 귀가 호강했다고 할까. 공연장이 너무 커서 그런지 대사가 좀 안 들리기는 했지만.

 

A블록 16열 7번 : 초연 때 홍광호와 김준수의 하모니도 좋았지만, 이번에 한지상과 김준수의 만남도 매력적이었어. 창법도 그렇지만 두 배우의 음색이 확연히 다르니까 ‘놈의 마음속으로’나 ‘마지막 순간’ 등에서 더 명료하게 와 닿더라고.

 

A블록 16열 8번 : 김준수는 워낙 온몸으로 노래하는 스타일이고, 한지상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도 얄미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부르잖아.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많은데 극 중 캐릭터뿐만 아니라 노래하는 스타일도 많이 다르니까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

 

A블록 16열 7번 : 사신 커플, 박혜나 렘과 강홍석 류크도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 초연 때보다 더 좋아졌어. <데스노트>의 픽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고, 살려야 하는 캐릭터들인데, 연기, 가창력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어.

 

A블록 16열 8번 : 그러게, 강홍석 씨는 정말 능청스럽더라. 지루해서 어쩔 줄 모르다 마지막에 너무 냉정하게 돌아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개인적으로 더 놀란 건 박혜나 씨야. <위키드> 때보다 더 집중하게 되더라. 연기며 노래며 엘파바와는 완전히 다른 톤인데, 훨씬 깊이가 있더라고. ‘잔인한 꿈’ 듣다 울 뻔 했어.

 

A블록 16열 7번 : 캐릭터에 있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엘(L)을 빼놓을 수 없지. 김준수의 연기나 창법이 일반적인 뮤지컬에서는 튈 수밖에 없는데, <데스노트>에서는 오히려 딱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초연 때부터 원캐스트라, 정말이지 이 작품에서 엘(L)은 김준수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어.

 

A블록 16열 8번 : 맞아, 지금까지 김준수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한 경험인데 말이야. 난 특정 아이돌의 팬도 아니고 작품에서 한 인물이 튀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엘(L)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등이 의자에서 떼지는 거 있지. 김준수의 그 독특한 창법이 기다려진다고 할까. 예전에는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A블록 16열 7번 : 그런 걸 ‘덕통사고’라고 한다지. 김준수한테 덕통사고 당하셨군! 원래 뮤지컬 무대 위 김준수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다’에서 ‘특이하네?’, ‘거참 매력이네!’로 발전한다잖아(웃음).

 

A블록 16열 8번 : 정말 중독됐나? 김준수 <데스노트>끝나면 군대 간다는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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