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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윤하정의 공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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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원영, 뮤지컬 으로 색다른 연기에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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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시작과 함께 주목받은 신작 뮤지컬이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극작가 엘친의 희곡 ‘Citizens of Hell’을 무대에 올린 <미드나잇>. 영국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미드나잇>이라는 음산한 제목부터 인간 내면의 사악함과 나약함을 꿰뚫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수식어까지 새로운 무대를 갈망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개막 이후에는 작품과 함께 극의 핵심인물이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캐릭터인 ‘비지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지금껏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비지터’ 정원영 씨의 모습이 신선한데요. 뮤지컬 <미드나잇>을 본 관객이라면 ‘Knock, Knock, Knock’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겠죠?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정원영 씨의 마음을 조심스레 두드려봤습니다.  

 

“허상이죠. 누구에게나 있는 어둠, 그 어둠이 악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유혹일 수도 있고. ‘비지터’는 그런 것들을 자꾸 끄집어내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너무 전지전능한 상태에서 말하면 비지터라는 인물에 포커스가 집중되고 무거워지니까 때로는 굉장히 건달처럼 굴기도 하죠. 하나의 톤으로 가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캐릭터인데, 정원영 씨가 연기해서 더 흥미롭지 않나 싶습니다.


“맞아요, 저한테는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비지터 같은 캐릭터는 눈매가 가장 큰 작용을 하는데 저는 아무리 진지한 척, 치명적인 척 해도(웃음). 이런 인물에 저를 캐스팅한 제작사에도 감사하고, 스스로도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 공연을 보고 ‘생각보다 섬뜩하고 스릴러답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비지터를 통해 제 나이에 맞는, 남성스럽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12월 31일 자정 직전 한 부부에게 찾아온 비지터. 소련 시절, 공포정치와 대숙청의 중심에 있던 비밀경찰 엔카베데의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데,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첫공 때 객석을 한 번 봤어요. 더블 캐스팅된 고상호 배우가 등장했을 때는 ‘저 낯설고 미스터리한 인물이 무슨 일을 벌일까?’라는 호기심이 가득한데, 제가 등장했을 때는 ‘뭐야, 어색해!’라는 반응이 올 거라 예상했거든요. 실제로도 그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위트에서 저는 조금 더 무서운 걸 택했고, 거울을 보면서 표정연구를 많이 했어요.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는, 그래서 웃다 바로 접었을 때 웃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게요. 고상호 배우는 막 웃어도 무엇인지 모를 좋은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저는 자칫 마냥 행복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이런 차이점 때문인지 누군가 고상호 배우 버전은 블랙코미디 같은데, 정원영 버전은 스릴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보셨다면 개인적으로는 성공이에요.”

 

그런데 작품이 어렵다기보다는 막막하다고 할까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배경으로 했는지 시놉시스에도, 극중에도 나오지 않잖아요. ‘엔카베데’가 유일한 힌트였던 것 같은데요.

 

“저희가 처음 대본을 받아서 리딩했을 때를 관객들이 느끼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이 올라가기 전 마지막에 했던 작업도 조금 더 친절해지는 거였어요. 상황을 확실하게 짚어주는 거였죠. 하지만 저희는 역사적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았고, 관객들도 그러길 바라요. 무대가 주는 분위기, 대사에 있는 좀 낯설고 난해한 단어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상 페이크라고 생각해요. 그게 <미드나잇>의 매력이고요. 사실 소재나 스토리가 꼬여 있지는 않거든요.”

 

최근에 <인 더 하이츠>도 잘 봤습니다. 두 작품의 색깔이 워낙 달라서 공연장으로 오는 발걸음도 다를 듯 합니다.


“그렇죠, <인 더 하이츠>는 초연 이후 일본 공연까지 갔다 와서 지금은 배우들도 가족 같아요. 초연 때만 해도 배우나 관객 모두에게 생소한 소재이고, 다양한 이주민들의 삶을 한국어로 표현한다는 것도 힘들었는데, 2년간 함께 하면서 참 많은 걸 찾았고, 작품의 본질인 열정을 제대로 드러내게 됐거든요. 그래서 공연장에 놀러가는 기분이에요. 반면 <미드나잇>은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한국에서 세계 초연이라 극장에 올 때마다 긴장과 부담이 있어요. 지금껏 악역을 맡아본 적도 없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엔카베데나 할당량 등 단어들이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비지터는 인간이 아니라서 뭔가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고 싶고,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니까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미드나잇>무대에서도 몸을 많이 쓰시던데, 특히 <인 더 하이츠>는 ‘힙합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붙잖아요. 우스나비는 뮤지컬배우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닐 텐데요.


“몸은 <미드나잇>에서 더 많이 써요, 춤이 많아서(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가수의 꿈을 꾸면서 밤새 노래 잘 하는 사람들 흉내도 내고, 비보잉 연습도 했어요. 노력 없이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때 미쳤던 시절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게임에 관심이 많을 때 저는 흑인들의 춤과 노래에 빠졌었거든요. 그래서 <인 더 하이츠>의 랩과 힙합을 빨리 습득할 수 있었고, 뮤지컬배우로서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했어요. 제가 처음 뮤지컬을 할 때만 해도 허스키한 보이스나 팝적인 창법 때문에 뮤지컬 쪽에서는 조연 이상 하기는 힘들 거라고 했는데, 점차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서 새로운 희망도 갖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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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민족2’에도 출연하셨잖아요. 많은 배우들이 매체 연기는 물론이고 다채로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데, 정원영 씨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려는 의지가 있는 거겠죠?


“욕심은 있어요. 이제 프로 뮤지컬배우가 됐다는 자부심도 생겼고, 그 타이틀의 가치도 알게 됐어요. 하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스크린이든 방송이든 많은 것에 진출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어요. ‘힙합의 민족2’ 같은 경우는 각 분야에서 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는데, 뮤지컬 쪽에서 저를 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색깔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참여했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래퍼가 아닌 만큼 뮤지컬배우로서 더 공부할 부분이 무엇인가 고민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요.”

 

지난 10년간 뮤지컬배우로서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30대이고 결혼도 하셨고, 뭔가 새로운 10년을 내다보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뭘 계획하며 살지는 않아요. 그동안 제가 가진 재능을 드러내며 후회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10년은 다른 것들을 갈고 닦아서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미드나잇>상견례 때 굉장히 놀랐어요. 연출을 비롯해 배우들 중에서 제가 나이가 가장 많더라고요. 처음이에요. 마냥 장난기 많은 정원영의 모습에서 좀 더 진중하고, 다른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어른스러움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배우는 철이 들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철이라는 게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죠.” 

 

요즘 배우들을 만나다 보면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어떻게든 두각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색깔이 뚜렷한 배우’가 되는 것이죠. 독특한 음색의 정원영 씨 또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합니다. <인 더 하이츠>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미드나잇>에서 멋들어지게 몸을 움직이는 정원영 씨를 보고 있으면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요.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친절한 배우들이 관객과 밀접하게 교감하는 뮤지컬 <미드나잇>. 정원영 씨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다면 ‘Knock, Knock, Knock’, 뮤지컬 <미드나잇>의 문을 힘차게 두드려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따뜻한 뮤지컬 의 한층 깊어진 배우 안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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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6개월 만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앙코르 무대를 마련합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발표되기까지 오랜 슬럼프를 겪어야 했던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그를 치유한 정신의학자 달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으로, 위로가 있는 이야기와 감동적인 음악이 더해져 객석을 뜨겁게 달궜던 작품인데요. 이번에도 라흐마니노프 역에 박유덕, 안재영, 달 박사 역에 김경수, 정동화 씨가 캐스팅돼 다시 한번 따뜻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특히 안재영 씨에게는 <라흐마니노프>가 첫 2인극에 첫 타이틀 롤인만큼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작품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안재영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맞아요, 2인극은 <라흐마니노프>가 처음이고 타이틀 롤이기도 하네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이에요(웃음).”

 

창작뮤지컬인 데다 초연부터 참여했으니 작품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게 잘 아실 것 같아요.


<라흐마니노프>는 제작진이며 배우며 모두가 하나가 돼서 만들었어요. 손때가 참 많이 묻은 작품이죠. 연습을 다시 시작할 때 오세혁 연출님이 ‘그대로가 좋지만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더블 캐스팅으로 한 달 동안 했으니 익숙해진 면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더 예민하고 신중하고 섬세하게 가자는 말씀을 하셨어요.”

 

객석에서 수많은 기립박수를 접해봤지만, <라흐마니노프>초연 당시 객석 반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깊은 감동에서 스며 나오는 정말 뜨거운 박수라고 할까요?


“행복했어요. <라흐마니노프>는 어떻게 보면 무척 잔잔하고 심심한 작품이에요. 음악가의 이야기라지만, 그냥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은 공간에 있어주고 만져주고 위로해주는 이야기잖아요. 극으로 만들면 얼마나 재미없어요. 그런데 재미없다고 뭔가를 집어넣지 않고, 온전히 더 따뜻하게 들어주고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극으로 만들어서 많은 관객들이 위로를 받으면서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HJ컬쳐에서 워낙 대단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많이 올렸습니다만,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배우로서는 큰 부담일 것 같습니다.


“그렇죠. 나로 인해 인물이 왜곡되거나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스스로도 그 인물의 무게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 어려워요. 그런 부담을 느낄 때마다 그들도 사람이고, 아파했고, 배도 고팠을 것이고... 좀 더 소박하고 인각적인 모습에서 출발하려고 했어요. 위대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부담감과 존경심, 죄송함 같은 감정이 있지만, 극에 들어가면 라흐마니노프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인물이라는 점에 집중했어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비롯해 ‘보칼리제’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 비해 인물 자체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갔나요?


“연습 들어가기 전에는 인물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음악을 사랑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도 많은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글보다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더 많이 이해했던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따뜻한 곡들도 많더라고요. 이 사람 깊은 곳에는 이런 따뜻함도 있구나... 하지만 저희 작품은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어떤 해석을 가지고 픽션을 더해 극화한 것이니까 무엇보다 대본에 가장 집중했죠.”

 

극중 실제로 피아노 연주를 하시잖아요(웃음).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를 하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라흐마니노프 곡이 살짝 나와요. 원래 피아노를 배웠던 게 아니라서 연주 실력을 얘기할 정도는 아닌데, 다행히 이 작품이 ‘라흐마니노프의 얼어붙은 3년’을 다루고 있어서 피아노를 감히 치지 못하는 설정이거든요(웃음). 1번 교향곡의 실패로 피아노 뚜껑도 닫혀 있잖아요. 마지막에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하는 과정에서는 연주를 좀 해야 하니까 잘 치려고 연습은 많이 했죠.”

 

달 박사의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던데, 2인극이니까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무대에서 만나는 두 달 박사는 어떤 느낌인가요?


“두 분이 캐릭터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상대 배우로서 느끼기에는 많이 달라요. 경수 형은 뜨겁게 접근하는 느낌이라면 동화 형은 차갑게, 색깔로 비유하자면 빨간색과 파란색 같다고 할까요? 동화 형은 냉소적인데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고, 경수 형은 따뜻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화나면 무척 무서운 그런 느낌이에요. 달 박사도 매력적이라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벤트 차원으로 역할을 바꿔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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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라흐마니노프가 너무 많은 것을 쏟아 부어서 교향곡 1번이 실패한 것으로 표현됩니다. 연기와도 비슷해서 배우들도 많이 공감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늘 공감해요. 이번에 연습 들어가기 전에 감을 되살리려고 오랜만에 <라흐마니노프>공연 영상을 봤는데 ‘왜 이렇게 뭐가 많이 들어가 있지? 뭘 이렇게 더하려고 했지?’ 생각하면서 대본을 다시 읽어봤어요. 분명히 그때는 최선을 다해서 했을 텐데, 제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그사이 연기가 늘고, 한 단계 성장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6개월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초연 멤버가 그대로 다시 모이면 성장이라고 할까요? 반년 사이 또 달라진 점들이 보일 것 같아요. ‘나는 어떻게 살았나’ 돌아보게 되고요.


“그렇죠, 이 작품으로 만나서 어떻게 보면 잠시 떨어져 지낸 거잖아요. <드래곤볼>로 치자면 다음 검술대회 때 만나자고 헤어진 뒤 각자 수련을 했겠죠. 대회에서 다시 만나면 ‘검이 빨라졌는데?’ 등등 성장이 느껴질 거예요. 저는 <라흐마니노프>초연 이후 20일간 혼자서 일본 여행도 다녀왔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통해 연기에 대해 다른 고민도 하게 됐고, 다른 분들도 각자 열심히 살아왔을 테니 분명히 모두 한 단계 성장한 상태에서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럼 이 무대가 또 얼마나 깊어질까 기대도 되고요.”

 

안재영 씨와는 2014년 연말 연극 <취미의 방> 때 만난 이후 인터뷰로는 2년 만인데, 그러고 보니 그사이 독특하고 좋은 작품에서 참 다양한 역할을 하셨네요. 3월에는 연극 <나쁜자석>에도 참여하시잖아요.


“네,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죠. 제가 꽃미남도 아니고 사실 두루뭉술하고 밋밋하게 생겼는데... 이런 제 외모가 좋긴 해요. 배우로서의 모토도 ‘어떤 역할이든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거든요. ‘나는 햄릿 이미지는 아니야’ 라며 스스로 틀 안에 가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작사나 연출가 입장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배우를 캐스팅하겠지만, 저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랑받는 음악가입니다. 새로운 곡을 쓰면 관객들이 나를 사랑해 줄 겁니다.’라고 자기 암시를 하게 하잖아요. 안재영 씨는 2017년 스스로에게 어떤 암시를 하고 있나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공연이 어떻게 보면 반복이라서 그만큼 성장도 있겠지만 저도 모르게 소홀해지는 면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를 공부하는 것도 소홀하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사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이 힘들다면 그 고통마저 느끼면서 살아보자, 그게 희망사항이에요.”

 

초연 당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보며 위로를 얻고 희망의 자기암시를 했던 관객 여러분은 지난 6개월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간 열심히, 다채롭게, 더욱 깊어진 모습으로 무대를 지켜온 안재영 씨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기자 역시 지난 반년, 아니 안재영 씨를 처음 만난 이후 지나간 2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얼마나 성장했나, 상처는 치유됐나...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지금,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선사하는 감동을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요. 위대한 음악가 라흐마니노프가 아니라 좌절하고 아파했던 또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말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곁들여진 넘버는 현악 6중주의 연주로 초연 때보다 더욱 풍성하게 극의 감동을 더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의 리사, 초연 때는 나도 이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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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공연계 주요 라인업을 얘기할 때 대부분 조심스레 언급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2014년 초연된 창작뮤지컬 <더 데빌>인데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이지나 연출이 직접 극을 쓴 이 작품은 세련된 음악과 스타일리시한 무대 연출이 더해져 뭔가 잔뜩 멋있기는 했지만 극 자체에 감동하기는 힘들었던 만큼 재연 소식에 기대와 걱정이 함께 묻어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거친 <더 데빌>은 추가된 캐릭터와 넘버, 무엇보다 막강한 배우들과 함께 다시 한번 특별한 무대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여주인공 그레첸으로 새롭게 합류한 리사 씨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정신이 없어요. <더 데빌>이 개막하면 2주 정도는 공연이 겹쳐서 매일 무대에 오를 것 같아요.”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리사 씨를 만난 이유도 그녀가 뮤지컬 <영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곡 ‘I’m Sorry’를 발표한 데다, 초연만큼이나 손이 많이 갈 <더 데빌>까지 정말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더 데빌>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레첸이 존의 양심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극중에서는 여자 친구로 등장하니까 존이 망가질수록 달라지는 감정선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계속 수정 작업이 이뤄져서 그 감정선을 계산하는 게 어려웠어요. 어느 정도의 강도와 흐름으로 가져가야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지.”

 

<더 데빌>, 뭔가 멋있기는 한데 친절하지는 않았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재연에서는 등장인물도 바뀌고 재정비가 이뤄진 모습인데요.


“저도 초연 때 관람하고 ‘이걸 누가 시키면 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웃음). 너무 셌고 못 알아들었거든요. 이미지로만 즐기고 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많이 친절해졌어요. 제가 대본을 보고 바로 이해했으니까요. 일단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수정됐고, X가 화이트와 블랙 두 명으로 나뉘어서 라인이 더 쉽게 보여요. 초연 때 그냥 멋있게 봤다면 이번에는 좀 더 극 안으로 들어가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안 하겠다 생각했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웃음)?


“이지나 선생님이 전화하셨어요, ‘네가 하면 안 되냐?’고(웃음). 저는 지나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그 분은 어떻게 난리를 피워도 결과적으로는 세련되고 멋있는 작품을 만드시거든요. 그리고 지금 사회 분위기와 잘 맞는 작품이 아닐까. 사람에게는 모두 양면성도 있고, 나쁜 걸 알면서도 선택할 때가 있잖아요. <더 데빌>을 보면 우리 안에 잠재된 악에 대해, 자신에 대해 점검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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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가장 표현하기 힘든 인물이 그레첸이 아닐까 합니다.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초연 때 차지연 씨 공연을 봤는데, 그 분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강렬하잖아요. 그래서 대사도 정말 많고, 노래도 18곡쯤 부르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노래도 4~5곡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대사도 많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거겠죠. 그래서 초연 때 만들어진 그레첸을 참고하되 저로 시작하려고 했어요. 존과 그레첸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요. 연인이, 내 목숨 같은 사람이 안 좋은 길로 걸어갈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내가 망가지더라도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그런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실제 성격은 그레첸과 비슷한가요?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털털하면서도 소심하고 민감한 편이거든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뭘 하게 되면 잠을 푹 못 자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타인을 너무 배려해서 제가 다치는 편이고요. 제가 예민한 만큼 X가 존에게 손을 뻗고 있을 때를 감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리얼하게 표현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존을 많이 배려하고 사랑하는 만큼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담고 싶어요.”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 입장에서는 음악이 무척 탐나는 작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특히 노래 잘 하는 분들만 모였네요.


“음악이 정말 좋아요, 그레첸 넘버도 좋고. 나중에 넘버로만 <더 데빌>콘서트를 해도 멋있을 거예요. 그런데 굉장히 어렵기도 해요. 초연 때 마이클 리 오빠가, 그런 분이 아닌데, 노래 연습하다 영어로 욕했대요(웃음). 그냥 노래만 잘 불러서는 안 되고 수많은 감정을 멜로디로 표현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껏 주로 대극장 공연에 참여하셨는데, 그러고 보니 대학로 입성은 처음인가요?


“뮤지컬 데뷔를 대학로에서 했죠, <밴디트>로. 대학로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좀 겁이 나요. 중소극장에서는 카메라 연기처럼 디테일하게 연기해야 하고, 관객들과 가깝기 때문에 좀 더 ‘잘근잘근한’ 에너지를 이어가야 해서 더 어려울 것도 같아요. 물론 좋은 작품이 있다면 소극장 공연도 하고 싶어요, 새로운 배우들도 만날 수 있고. 이번에 대극장은 물론이고 중소극장에서 많이 활동하시는 배우들과 작업하니까 그분들에게서 나오는 에너지가 또 새롭고 강렬하더라고요.”

 

최근에 신곡도 발표하셨던데, 이제는 뮤지컬배우라는 타이틀도 편한가요?


“네, 편해요. 내년이면 뮤지컬 데뷔 10년이더라고요. 아직도 걸음마 중인 것 같은데. 그런데 가수 겸 뮤지컬배우라는 호칭이 지금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가수활동도 애쓰고 있거든요. 많이 달라요. 뮤지컬은 그 캐릭터로 변신을 해야 하는 거고, 가수는 그냥 나여야 해요. 가수는 내가 중심이고, 뮤지컬에서는 리사로 보이면 안 되잖아요. 예전에는 두 무대를 오가는 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더 빨리 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많은 걸 표현하며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할 수 있게요.”

 

그럼 작품 선택할 때 대본과 음악 중에 좀 더 비중 있게 살펴보는 건 어떤 걸까요?


“음악이요. 뮤지컬이잖아요, 일단은 음악이 무조건 좋아야죠. 그런 다음 스토리가 얼마나 재밌는가, 내가 그 안에서 할 일이 매력적인가 살펴봐요.”


내년이 뮤지컬 데뷔 10년이라고 하셨는데,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그럼요, 저는 욕심이 많아요. 무대 위 여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저거 할래!’ 이랬거든요. 이왕 배우로 활동하는데, 이 사람으로도 살아보고 싶고, 저 사람으로도 살아보고 싶잖아요. 우리나라 배우들은 좀 상징적이잖아요. 물론 음색이나 창법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청순, 섹시, 강함, 바보스러움 등의 이미지가 한정적이라서 제가 깨보고 싶었어요. 저 사람은 뭘 해도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내려놓음이 좀 생겨서 제가 연기를 했을 때 관객들이 더 공감하실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게 서로 편하겠다 싶은데, 그래도 새로운 캐릭터가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웃음).”

 

실제로는 청순, 섹시 중 어느 쪽이세요(웃음)?


“음, 저는 귀여운 편이에요(웃음). 예전에 <보니 앤 클라이드> 했을 때 많이 좋아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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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빌>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하고 있잖아요. 지금 이 순간, 영혼까지 팔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정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하루에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잖아요. 작게나마 위로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있는 것 같고, 그게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에너지와 사랑을 나눠드리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빛날 수 있다면 정말 좋고, 빛나지 않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몇 시간 뒤에 있을 뮤지컬 <영웅>공연을 위해 분장까지 다 한 상태에서 열심히 <더 데빌>이야기를 하는 리사 씨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솔직하고 털털하고, 그러면서도 예민하고 정이 넘치는 모습에서 무대 위에서 그레첸으로 변신할 그녀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대대적인 보완 작업을 거쳐 2월 14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새로운 무대를 열어갈 뮤지컬 <더 데빌>. 세련된 음악과 무대 연출 만큼 이번에는 매혹적인 스토리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성두섭, 는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유독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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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우수신작들이 잇따라 공연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 부문에서는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광염 소나타>가 드디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작곡가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치밀하게 얽힌 3인극인데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넘버가 더해져 많은 기대를 모은 스릴러 뮤지컬입니다. 하지만 창작 초연인 데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연습이 한창이던 2월 초, 대학로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작곡가 J역의 성두섭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창작이 원래 어렵지만, 이 작품은 유독 힘든 것 같아요. 다들 굉장히 예민한 상태예요.”
 
성두섭 씨는 창작 초연 작품을 많이 하셨잖아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익숙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건 상당한 부담인가 봅니다.


“너무 부담돼요. 어떤 설문조사에서 <광염 소나타>가 기대되는 창작뮤지컬 1위로 뽑혔다는데, 과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소재도 독특하니까 잘 만들면 재밌겠다고 저희도 의욕이 가득했죠. 그런데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 지원도 부족하고. 다채로운 의견이 나오면서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대본도 계속 바뀌고...”

 

작품 분위기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성두섭 씨는 그간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대체로 밝은 작품을 많이 하셨잖아요.


“맞아요. 그런 작품은 웃으면서 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도 부담 없이 낼 수 있죠. 그런데 <광염 소나타>는 배우마다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있다 보니까 제작진과도 많이 부딪혔어요.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잘 만들고 싶어서 많이 부딪히는 거겠죠.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지금은 다들 작품에 너무 빠져 있으니까 밖에서 보면 어떨지 저희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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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극 스릴러 뮤지컬인데, 제목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짧게 소개해 주세요.


“김동인 소설 <광염 소나타>를 모티브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에요. 소설에서는 예술 지상주의를 지향한다면 저희는 지양하죠. 예술,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부도덕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명곡도 예술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어려운 작품이 아니라서 심심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반전이 전혀 없거든요.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좋을 텐데, 무대에서는 멋지게 표현하기 힘들 것도 같고. 상상하면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2주 공연이지만 원 캐스트입니다. 초연인 만큼 J라는 인물은 오롯이 성두섭 씨의 해석에 의해 빚어질 텐데, 이번에 이미지를 깨는 건가요(웃음)? 워낙 선한 이미지가 강하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이코패스는 아니에요(웃음). 살인을 하니까 다들 그런 기대를 하실 것 같아서 그것도 무척 부담스러워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광적이라고 할 수 있죠. 너무 잘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에 이용당해서 점점 피폐해지고. 친구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도 있고. 그래서 인물을 들여다보면 불쌍하고 가슴 아파요.”

 

작곡가인데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사실 <오! 캐롤>에서도 작곡가였어요, 느낌은 많이 다르죠(웃음). J는 대사가 많지 않아요. 지문에 있는 연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게 대사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대본상 시간의 점핑이 많아서 그 변화를 잘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피아노도 한 곡 쳐야 해서 독학으로 연습했어요. 연주를 전혀 못했거든요. (김)경수 형은 실용음악을 전공해서 연주를 잘 하더라고요. 나도 피아노를 배울 걸, 태권도 따위나 배워서(웃음). 관객들 앞에서는 아직 연주한 적이 없어서 긴장됩니다.”

 

곡을 쓸 수 없는 J처럼 배우들도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성두섭 씨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대본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을 지웠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상상 밖의 사람들. 예전부터 사람 관찰을 많이 했는데, 연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비슷한 사람부터 찾아봐요. 다큐도 보고, 돌아다니면서도 살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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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비슷한 경력의 다른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남녀 배우가 등장하는 로맨틱코미디물을 많이 하셨어요. 한때 대학로에서 동성애나 남자배우와 입을 맞추지 않으면 작품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저는 <베어 더 뮤지컬>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하신 줄 알더라고요. 아마 <풍월주> 영향이 컸나 봐요.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한때는 로맨틱코미디물이 트렌드였죠. 사람들도 많이 보고 작품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번지점프를 하다>, <내 마음의 풍금> 같은 정적인 작품을 좋아해요. <베어 더 뮤지컬>은 성소수자의 이야기라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음악에 꽂혀서 그들의 이야기를 배우로서 풀어보고 싶더라고요. 딱히 작품을 가린 건 아니에요. 그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연기에 임했고, 앞으로 공연할 <프라이드>도 그렇고요.”

 

그렇게 보면 연기 폭이 많이 다양해진 건데, 여전히 깨고 싶은 틀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 이미지라는 게 쉽게 깨지지 않더라고요. 왜냐면 저만의 언어가 있고, 살아온 환경이 있다 보니까 몸에 베인 것들이 무대에서 저도 모르게 묻어나나 봐요. 이미지 변신은 배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을 정말 잘 만나거나, 아니면 진짜 다시 태어나든가, 지금부터라도 10년 뒤를 바라보고 전혀 다른 삶을 살던가(웃음). 그래서 저와 굉장히 다른 에너지의 사람을 보면 작품을 떠나 그런 모습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예를 들어 (박)해수 형은 형만의 센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아무리 상남자처럼 해도 그렇게 안 보일 테고, 저도 어색하고 부대끼고요.”

 

스타보다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를 꿈꾸셨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달라지지 않았어요. 같이 작업하면 기분 좋은 배우, 믿음직한 배우, 서로 잘 어우러지고 역할에 잘 맞고, 열정적인 배우... 저를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불어 스타가 되면 더 좋겠죠. 황정민, 최민식 선배님 같은. 그런데 그건 나중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요. 물론 무대를 넘어 영화나 드라마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고 싶어요.”

 

성두섭 씨를 만난 건 2월 초, 그러니까 아직 <광염 소나타>가 무대에 오르기 전입니다. 성두섭 씨를 인터뷰하는 건 꽤 오랜만이었는데, 유쾌한 작품으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많이 예민하고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한 편의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산고(産苦)를 단단히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렇게 막을 연 <광염 소나타>는 어떤 모습일까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제작진과 배우들의 치열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2주의 공연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작품이 되길 바라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0주년 ‘그’로 다시 만난 배우 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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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뮤지컬 팬들이 가장 기다렸던 작품 중 하나는 <쓰릴 미>가 아닐까 합니다. 남성 2인극, 그들과 함께 하는 단 한 대의 피아노. 이제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구성이지만, 10년 전 <쓰릴 미>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렇게도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되다니! 물론 팽팽한 긴장과 숨 막히는 반전이 짜임새 있게 들어찬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음악, 그 멋과 맛을 제대로 살린 배우들의 호연이 <쓰릴 미>의 명성을 이끌어온 가장 큰 원동력일 겁니다. 또 하나, 초연부터 <쓰릴 미>의 진가를 알아보고 시즌마다 모든 ‘그’와 ‘나’를 섭렵하며 장면 하나하나 무섭게 파고든 관객들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그래서 관객들은 <쓰릴 미> 10주년인 올해를 ‘뚜렷한 기대’와 함께 기다려왔습니다. 그 ‘타당한 기대’는 결국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 등 류정한 씨를 제외한 초연 멤버 모두를 무대로 소환하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초연 당시 <쓰릴 미>와 함께 가장 빛났던 그 이름, 김무열 씨를 이렇게 다시 만나는군요. 

 

“옵션이었어요. 다들 ‘초연 멤버가 모두 나오면 참여하겠다’고. 정한이 형까지 함께 하고 싶었는데...”

 

공연이 개막하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무열 씨를 만났습니다. 기자 역시 <쓰릴 미> 10주년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김무열 씨 아니면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달았거든요(웃음). 2007년, 바로 ‘최재웅-김무열’ 페어로 <쓰릴 미>를 관람했기에 개인적으로는 뚜렷하고 타당한 요구였습니다. 특히나 10주년 공연은 ‘최재웅-김무열’ 고정 페어로 진행되니까요.


“저희끼리 농담 삼아 말해요. 첫공이 끝난 뒤 우리에게 쏟아질 수많은 비난과 악평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기본적으로 ‘쟤네 늙었네, 예전만 못하네’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쓰릴 미>가 스무 살 친구들의 얘기라서 저희도 불편한 면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재웅이 형 넘버 중에 ‘계약서’가 있는데 ‘어떡하지 아빠가 알면’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아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좀...(웃음) 그런데 의미 있는 무대니까.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잔치를 벌여서 다 함께 즐기고 싶은 기분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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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연은 물론이고, 2008년, 2010년 공연에도 참여하셨는데, 오랜만에 다시 대본을 보니까 어떤가요?


“몸이 다 기억을 하고 있더라고요. 대본 몇 번 보고 재웅이 형이랑 바로 일어서서 해봤는데 되더라고요. <쓰릴 미>는 일본 공연 뒤에 전환을 맞긴 했지만 초연 때부터 확고하게 다져진 작품이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면 볼수록 조심스럽기도 해요.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있고, 거기에 묶여서 몰랐던 것들이 새로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익숙한 것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래저래 부담이 되실 것 같습니다. 특히 <쓰릴 미>는 정말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는 ‘무서운’ 관객들이 많잖아요(웃음).


“그럼요, 관객 분들이 대본을 쓰실 정도예요(웃음). 예전에 어떤 분은 <쓰릴 미>를 토대로 저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소설을 써서 선물로 주시기도 했어요. 그런 분들이 객석에 앉아 계시니까 많이 부담되죠. 하지만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지금이야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쓰릴 미>로 만나는 배우들도 작품의 특정 장면 등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지만, 초연 때만 해도 소재며 형식 등이 굉장히 파격적이었잖아요. 입맞춤 장면도 초연 앙코르 때 처음 등장한 건데,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때는 얼굴 하나 쓰다듬는 것도 저희끼리 힘들어 했어요(웃음). 처음 입맞춤 할 때 객석에서 놀라는 기운이 느껴졌고요. 두 소년의 특별한 관계가 입맞춤 하나로 임팩트를 갖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문화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특히 공연계는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이나 논란도 없고요. 참, 초연 때 율이가 생각만큼 잘 안 풀렸는지 갑자기 삭발을 하고 나타나서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웃음).”

 

2인극이라서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할 텐데, 최재웅 씨가 표현하는 ‘나’는 어떤가요?


“재웅이 형만의 해석이 매력 있어요. 똑똑하고, 안 그렇게 생겼는데 음흉하고. 그래서 재웅이 형이랑 공연하면 스포츠 경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라는 문구에 가장 충실하지 않을까. 물론 나와 그의 사랑이야기지만, 사랑은 베이스이고 하나의 두뇌싸움이잖아요. 저는 똑똑한 친구들의 두뇌게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어서 재웅이 형의 ‘나’가 캐릭터의 힘도 있고 매력적이라서 재밌어요.”

 

굳이 비교하자면 두 사람의 사랑 방식 중 일상의 김무열 씨는 어느 쪽에 가깝나요?


“저는 ‘나’인 것 같아요. 성별을 나누자면 ‘그’가 여자라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작품을 준비할 때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 영화에서 히스 레저의 느낌이랄까. 재웅이 형이 표현하는 ‘나’는 사랑에 있어서 무뚝뚝하고 우직한 면도 있고요.”

 

무대 위 김무열 씨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가 생각나지만, 참여한 영화 캐릭터까지 생각하면 ‘나’도 잘 하실 것 같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나’도 하고 싶었어요. 이번엔 10주년이라 제가 ‘나’를 하겠다고 고집할 수는 없었고. 글쎄요, 나이가 있으니 아쉽지만 ‘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지 않을까요(웃음).”

 

영화도 그렇지만, 연극 <얼음>이나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도 예전 무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셔서 캐릭터가 많이 확장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과거 <쓰릴 미>가 김무열 씨의 이미지를 오히려 제한했던 게 아닐까. <얼음>에서는 욕도 잘 하시던데요(웃음).


“하하하, <얼음>은 대본이 좋았어요, 대본 그대로 한 거예요(웃음). 개인적으로 <쓰릴 미>의 ‘그’라는 캐릭터가 배우로서 무척 큰 전환점이고 도약이었는데, 어렸을 때는 그게 싫었어요. 그 안에 갇히고 국한되는 것 같아서. 물론 이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하나의 캐릭터를 저만의 방식으로 소화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배우로서 큰 선물이고 축복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렇다고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더 조심스럽게 다가서면 그 안에서 또 새로운 것들을 찾게 되고요. 그래서 지금은 저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해 거부감이 별로 없어요. 그건 그것대로, 그러면서도 또 다른 캐릭터를 찾아가면 되니까요.”

 

배우들은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무대를 통해 본연의 모습이 비치잖아요. 요즘은 배우와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서 성격을 대략 짐작하게 되는데, 김무열 씨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잘 됐다, 제가 원하는 바예요(웃음). 배우는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대중과 가까워야 하지만, 반면에 낯섦이 주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게 배우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그렇게 배웠는데 지금도 공감하거든요. 실제로는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친해지면 장난도 많이 하고 그래요. 예전보다는 얼굴도 많이 두꺼워진 것 같고요.”

 

이른바 ‘몸을 잘 쓰는’ 배우잖아요. <곤 투모로우>의 홍종우를 보면서 새삼 <아가씨와 건달들>의 스카이가 공중 회전하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객석에서 여럿 쓰러졌는데요(웃음).


“부끄럽습니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어요. 태권도, 쿵푸를 했고, 농구, 육상 선수로도 활동했고, 20대에는 ‘카포에라’라는 브라질 무술도 오래 했고요. 신체를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무용도 배우고 아크로배틱도 배웠어요. 배우는 인간을 표현하는 거니까 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초창기에 영화 쪽으로 진출하시면서 다양한 장르에서 만날 수 있는 건 좋은데, 무대 위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만나기 힘든 점은 아쉽습니다.


“그렇죠, 영화도 하고 공연도 하고 가끔 드라마도 하는데, 저한테는 장점이면서 딜레마예요. 어떻게 보면 발만 담그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제가 극복해야 할 숙제죠. 그리고 군대에서 2년 쉬니까 안달이 나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20대에는 그런 생각 없이 달려왔거든요. 그래서 기능적으로 봤을 때는 어리 섞은 판단도 많았지만 배우라는 길로 보면 ‘잘 해왔구나’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제 다시 욕심을 버리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올해도 연극을 찾아봤는데, 캐릭터 면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을 것 같아서요. 소극장 공연이 더 재밌거든요. 관객들과 더 가까우니까 눈동자 굴러가는 것까지 캐치하시잖아요. 손끝 신경까지 다 함께하는 기분이죠. 저는 오래오래 연기할 거니까 혹 저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면 기다려주세요(웃음).”

 

<쓰릴 미> 10주년 공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배우로서 지난 10년도 돌아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떤 배우를 꿈꾸시나요?


“맞아요, 잊고 있었던 게 너무 많더라고요. 일단 계속 작품하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싶어요. 배우니까 액션, 멜로, 스릴러 등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고, 사람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디테일한 면을 표현하고 싶어요. 배우의 큰 힘 중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라는 작은 인간부터 확장해서 꾸준히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도 생각을 많이 하고,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10년 전 <쓰릴 미>로 각인된 배우를 10년 만에 다시 <쓰릴 미>로 만나 인터뷰를 하려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10년간 묵혀둔 얘기를 다 쏟아낸 것도 같고, 초연 멤버들을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또 인터뷰로 만났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기자뿐만 아니라 <쓰릴 미>와 함께 공연장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관객들도 새삼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회상에 젖지 않을까요. 이 벅찬 감흥은 다시 객석에서 해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최재웅 씨와 김무열 씨가 ‘나’와 ‘그’로 무대에 서는 공연은 아니나 다를까 모두 매진입니다. 두 배우의 예상과 달리 수많은 비난과 악평이 아니라 ‘역시’라는 평이 쏟아지고 있고요. Thrill me, 다시없을 이 무대를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봄바람 살랑이는 3월에는 이런 공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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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고, 여전히 겨울옷을 입고 있지만 봄바람이 느껴지고, 어느새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게 되는 요즘. 그래서인지 공연도 왠지 산뜻한 무대에 끌린다. 계절에 민감한 클래식 무대도 봄을 맞아 귀에 익숙하면서도 심도 있는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스타 뮤지션들이 꾸며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무대, 3월에 챙겨볼 만한 클래식 공연을 살펴본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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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음악이 살짝 곁들여지면 음악극이라고 부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반대로 클래식 연주에 연극적 요소를 더했다. 서울시향이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음악극장>. 올해 첫 무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전반부는 배우들의 연기로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후반부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후기 낭만주의 관현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도입부에도 사용돼 귀에 익숙한 작품. 니체의 사상과 세계관을 관현악, 즉 문학을 음악으로 풀어낸 교향시인 만큼 이번 무대를 통해 더욱 밀도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은 3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차이콥스키의 <템페스트>가 예정돼 있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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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의 리사이틀이 3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레퍼토리는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그리고 ‘열정’. 김선욱 씨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종료한 지 3년여 만에 다시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결심한 까닭은 베토벤과 그의 건반 음악에 드리워진 클리셰, 고정관념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상업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레퍼토리인 만큼 더욱 ‘베토벤의 악보와 텍스트가 가진 힘’에 집중해 베토벤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청중과 나누겠다는 각오다. 사실 김선욱 씨에게 베토벤은 특별하다. 2012년~2013년 8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고, 런던과 유럽에서 가진 베토벤 건반곡의 독주와 협연으로 리즈 콩쿠르 우승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디아벨리 변주곡마저 완주한 김선욱 씨는 베토벤의 모든 건반음악을 살펴봤다는 성취를 넘어 이제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 들어섰다.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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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롯데콘서트홀 개관과 함께 화제에 올랐던 콘서트홀 내 파이프오르간. 5천 개의 파이프를 통해 68가지의 소리를 구현하는 파이프오르간은 아름다운 조형미와 신비로운 소리로 주목받았는데, 그 음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가 올해 시리즈로 마련된다. 그 첫 번째 공연은 3월 15일 웨인 마샬의 무대. 맨체스터 브리지워터홀의 오르가니스트인 그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재능을 펼쳐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르간의 명곡인 뒤프레의 ‘두 번째 교향곡’,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6번’, 로제 뒤카스의 ‘전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5월 20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동일, 8월 3일에는 프랑스의 올리비에 라트리, 12월 15일에는 오르간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 조재혁 씨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어떤 오디오로도 재현하기 힘들다는 파이프오르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국 팝페라 그룹 G4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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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팝페라 그룹 G4가 3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G4는 지난 2004년 영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X Factor’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한 뒤 오페라와 뮤지컬 음악을 기반으로 팝과 록을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영국에서 가장 핫한 팝페라 그룹으로 부상했다. 이번 내한무대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aphsody)‘를 비롯한 퀸의 노래와 뮤지컬 음악 등을 선사할 예정이다.

 

뮤직 프롬 평창 - 정명화, 손열음, 신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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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클래식을 대표하는 여성 연주자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한 무대에 선다. 바로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부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이들은 ‘대관령의 하모니’를 기치로 3월 30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다. 1부에서는 손열음과 신지아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e단조’를, 정명화와 신지아가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7번’을 연주하고, 2부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F장조 Hob. ⅩⅥ:23’을 손열음의 무대로 감상할 수 있다. 트리오는 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 전곡’으로 무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동극장 <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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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무대에만 봄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적벽가>는 현대적인 옷을 입고 3월 1일부터 26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특유의 비장함과 웅장함, 전쟁의 치열함을 담은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아 소리꾼의 기량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졌던 <적벽가>를 합창과 현대무용의 조합으로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 <적벽>으로 탈바꿈했다. 고수의 장단은 9인조 국악 팀의 라이브 연주로, 소리꾼의 소리는 이해하기 쉬운 합창으로, 소리꾼의 움직임인 ‘발림’은 춤으로 확장해 현대적인 판소리 음악극을 선사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만화를 찢고 나온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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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순정만화로 알려진<꽃보다 남자>. <꽃보다 남자>는 일본 슈에이샤의 소녀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된 가미오 요코의 작품으로, 지난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되며 누적 발행부수만 6천만 부를 훌쩍 넘겼고, 대만, 한국 등에서 드라마로, 일본에서는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누렸다. 전 세계에 ‘F4 열풍’을 일으킨 원작은 지난해 일본에서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초연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성민, BTOB의 이창섭, VIXX의 켄, 제이민, 미쓰에이의 이민영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캐스팅되며 개막 전부터 주목받은 뮤지컬 <꽃보다 남자>. 과연 원작 만화와 드라마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인터미션까지 170분의 제법 긴 러닝 타임 동안 공연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객석에서 들었던, 관객들이 나눴을 법한 얘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B구열 12열 4번 : <꽃보다 남자>가 이렇게 ‘오글거리는’ 작품이었나?

 

B구열 12열 5번 : 뮤지컬이 훨씬 담백한 것 같은데? 드라마는 훨씬 오글거렸어.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봤나 싶다. 드라마가 2009년에 방영됐으니까 벌써 8년 전이네.

 

B구열 12열 4번 : 관객들이 재미있어서 대놓고 웃는 게 아니라, 민망해서 ‘저걸 어떡해~’ 하는 마음으로 피식피식 웃는 것 같은데(웃음)? 하긴 제목부터 <꽃보다 남자>, ‘꽃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라는 뜻이잖아. 외모뿐 아니라 재력까지 갖췄으니 얼마나 멋있을 거야. 

 

B구열 12열 5번 : 원래 그런 재미로 보는 작품이 있잖아. ‘꽃보다 남자’라는 제목은 ‘꽃보다 경단’이라는 일본 속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 우리식으로는 ‘금강산도 식후경’ 정도의 뜻인데, 원작에서는 대놓고 미소년 마케팅을 펼쳤지. ‘F4’도 ‘꽃미남(Flower) 4’의 약자잖아. 국내에서는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이 드라마에 F4로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꽃미남 열풍을 일으켰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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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구열 12열 4번 : 그래서 뮤지컬 무대에는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캐스팅했나? F4에게는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는 100% 소화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함’이 필요하잖아. 그 특별한 인물들이 대놓고 멋있는 척 연기하는 모습을 객석에서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겠냐고. 글쎄, 뮤지컬 <꽃보다 남자>를 보러 온 관객보다는 F4의 누군가를 보러온 팬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B구열 12열 5번 : 스타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지. 그런데 역할에도 잘 어울리지 않아? 이창섭이나 이민영 씨는 뮤지컬 데뷔 무대 치고는 잘 하고, 성민이나 켄, 제이민 씨는 뮤지컬 경험이 있는 만큼 썩 잘하고 말이야. 그리고 아이돌이 아닌 배우들도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해줘서 나름 재미가 있는 것 같아.

 

B구열 12열 4번 : 그러게, 루이 역을 맡은 정휘 씨도 아이돌 가수 못지않게 관심을 받는 분위기야. 다음 작품이 기대되더라고. 아사이 역의 이다솜 씨도 노래나 춤이 뛰어나서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게 되던데? 그런데 전체적으로 극이 재미있다기보다는 특정 인물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관심이 더 쏠린 건 사실인 것 같아. 예를 들어 이창섭 씨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 난리가 나잖아. 츠쿠시와 입을 맞추는데 객석에서 ‘어떡해, 안 돼!’ 등을 외치며 깊은 탄식이 쏟아지고, 넘어지거나 재밌는 표정을 지으면 또 귀엽다고 자지러지고. 솔직히 작품 자체보다는 그런 객석 반응이 더 재밌더라고. 

 

B구열 12열 5번 : 하긴 어떤 공연장에서 주인공 남녀가 입을 맞춘다고 객석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겠어. 그리고 내용이 시대적으로 안 맞는 면도 있지. 첫 연재를 기준으로 하면 벌써 25년 전 얘기잖아. 최고의 부자들만 다닌다는 명문 학교, 그 안에서도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F4, 그들에게 맞선 평범한 집안 출신의 츠쿠시. 학생들의 극단적인 행동이며, 재벌가 2세와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의 러브스토리까지 불편하고 진부한 얘기들이니까.

 

B구열 12열 4번 : 입에 담기 힘든 대사도 있지 않았어? 츠쿠시 부모가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며 일부러 그 학교에 보내고, 계속 재력으로 사람을 비교하는 모습도 불쾌하고. 그냥 하나의 소재라고 해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얘기를 도대체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싶어. 그것도 90% 이상이 여성 관객인 공연장에서 말이야. 

 

B구열 12열 5번 : 원래 순정만화라는 게 여자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원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잖아. <꽃보다 남자>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그런 작품이 주는 재미’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국내 초연이니까 작품을 좀 더 수정할 필요도 있을 테고. 대사에서 넘버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넘버가 너무 많아서 감정 과잉 상태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 도를 넘는 대사나 장면도 다듬어야겠지.

 

B구열 12열 4번 : 내용에 비해 170분 러닝 타임도 지나치게 긴 편이야. 일본 뮤지컬들이 대체로 잔잔하고 자잘하게 긴 편인데, 우리 정서에 맞게, 그리고 시대에 맞게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 무엇보다 인기 아이돌 가수들을 캐스팅하지 않아도 뮤지컬 <꽃보다 남자>만의 특별한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겠지?!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6년 만의 컴백 콘서트 앞두고 이브(EVE) 원년 멤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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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그룹 이브(EVE)가 15년 만에 원년 멤버로 컴백했습니다. ‘너 그럴때면’, ‘아가페’, ‘Lover’, ‘I’ll Be There’ 등 비주얼만큼이나 감각적인 노래로 지금 30~40대들의 학창시절을 강렬하게 수놓았던 그룹이죠. 지난 1월 6곡으로 구성된 새 앨범 ‘ROMANTIC SHOW’를 발표한 이브는 4월 8일 YES24 라이브홀(구 악스홀)에서 컴백 콘서트 <RETURN OF EVE>를 여는데요. 팬클럽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선 예매는 예매 시작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는 등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드러냈습니다. 16년 만에 라이브 콘서트로 팬들 앞에 서게 될 이브 역시 설렘과 기대 속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연습실 인근 한 카페에서 김세헌, G.고릴라, 박웅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김세헌 : 컴백 얘기는 예전부터 했는데, 요즘 컴백이 유행하니까 오히려 하지 말까 생각했어요(웃음). 괜히 통장 잔고 떨어져서 나온 사람 같고, 이브가 아니라도 각자 음악활동은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브가 제 삶의 역사더라고요. 다른 밴드로 활동을 해도 ‘I’ll Be There’를 불러달라고 하세요. 그래서 웅이가 처음 컴백을 제안했을 때 관심 있게 들었고, 의미 있게 활동하면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5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팬들이 많이 궁금해 하실 텐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세헌 씨는 인터넷 검색하면 부동산 투자 기사가 가장 많던데요(웃음).

 

김세헌 : 방송에서 재미 위주로 편집을 하셨더라고요(웃음). 이브라는 이름으로 혼자 밴드를 꾸려가다 도피 겸 공부를 하려고 일본에 갔고, 일본에서도 음악활동을 하게 됐죠. 이후에는 헤비메탈 그룹에서도 활동하고요.
 
G.고릴라 : 저는 밴드를 두 개 하다 잘 안 됐고(웃음), 이후에는 주로 곡 작업을 했어요. 아이유, 허각, 휘성, 가인 등의 친구들과 많이 작업했죠.

 

박웅 : 현기 형(G.고릴라)이 양지에서 지냈다면 저는 음지에서 지냈어요(웃음). 다른 가수들 공연 때 연주도 하고, 인터뷰에는 참여하지 못한 (김)건이랑 밴드도 하고, 뮤지컬에서 연기도 하고, 음악 외적인 사업도 하고요. 처음 이브로 활동할 때는 스물두 살이라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름 철이 드니까 ‘내가 지금 마음으로 이브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형들에게 제안했어요.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형들은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표정인데요(웃음).

 

G.고릴라 : 웅이가 예전에 워낙 버릇이 없기로 유명해서 조금만 변해도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긴 하죠(웃음).

 

김세헌 : 웅이는 그때 20대 초반이라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었죠(웃음).

 

다시 뭉치니 좋지만, 생각하지 못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세헌 : 예전에는 스케줄이 많아서 4~5년을 거의 매일 보고 지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까 이어 가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이브의 노래는 매개체일 뿐 그간 각자의 입지, 실력, 성격 등도 달라져서 제2의 이브를 결성했다고 할까. 계속 저희 음악을 했던 건 아니라서 좀 걱정했는데, 오히려 곡 해석력은 더 좋아진 것 같고요.

 

G.고릴라 : 가장 큰 문제라면 일로 얘기하자면 ‘투잡’인 셈이잖아요.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다 보니, 남자와 아버지는 다르거든요. 밴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아버지로서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건이도 학원 운영을 같이 해야 하니까. 그나마 15년간 각자 쌓은 음악적인 내공이 있어서 서로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예전처럼 많지 않아도 중간은 하는 것 같아요.

 

컴백 콘서트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설렘 반 걱정 반이겠죠?

 

박웅 : 그렇죠, 좋은데 한편으로는 16년 만이라 걱정스러워요.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G.고릴라 : 체력도 좀 걱정이죠. 모두 세 시간 정도 무대 위에 서 본 적이 오래됐을 거예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세 시간이 될 수도 있어서(웃음).

 

김세헌 : 하나하나 할 때마다 겁도 나고 설레기도 해요. 컴백할 때는 어떤 반응일까, 새 음반을 발표할 때는 외면당하면 어쩌나, 공연은 우리가 마지막에 했던 콘서트와 비슷한 규모의 공연장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티켓이 안 팔리면 어쩌나... 다행히 매진됐다고 해서 기쁘기는 한데, 그만큼 만족을 드려야 하니까요. 어쨌든 학창시절에 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연애도 하고 이런저런 추억을 만들었던 팬들을 다시 만나는 거니까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브하면 음악도 그렇지만, 화려한 비주얼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과거에도 지금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밴드인데, 예전 동영상을 보면 이른바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나요(웃음)?

 

일동 : 그럼요, 있죠!

 

김세헌 : 예전 영상은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지금보다 젊다는 거 외에는 실수도 많았고, 부끄러운 일도 많았고. 저희가 컴백한다고 팬들이 예전 걸 다 찾아서 팬 카페에 올리는데,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었어요(웃음). 지금 보면 예전 건 다 촌스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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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콘서트에서도 그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까요?

 

G.고릴라 : 그러려고요. ‘화장발, 의상발, 조명발’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박웅 :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김세헌 : 웅이랑 건이는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리고 좀 촌티 났었는데(웃음), 지금은 외모도 더 나아지고 기품도 좀 생겼어요. 사실 예전에는 이브가 ‘엑스 재팬을 흉내 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엑스 재팬을 흉내 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이브를 ‘비주얼 록밴드’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비주얼 록은 일본이 주류인데, J록을 좋아한 건 아니라서. 그런데 자꾸 비주얼 록밴드라는 수식어가 붙고, 음악을 떠나서 이브가 외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밴드니까 그럼 한국형 비주얼 록밴드라고 하자...

 

샤기컷이라고 하나요? 헤어스타일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김세헌 : 그럴 수도 있어요. 헤어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외모도 좀 다국적으로 생겨서 일본에 갔을 때도 사람들이 당연히 일본인으로 알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비주얼 록밴드라서 머리를 기른 게 아니라,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머리를 짧게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아마 70대에도 이러고 있을 것 같아요.

 

G.고릴라 씨는 곡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셨을 텐데요.

 

G.고릴라 : 저희끼리 다시 만났을 때 ‘무슨 비주얼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른 풍으로 갔을 텐데, 좀 더 써먹어도 되겠더라고요(웃음). 팬들에게는 지금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 때도 최대한 예전 느낌 나게 해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언제가 그런 순간은 올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외적인 모습을 벗고 음악도 좀 더 내추럴 해진다고 할까요.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각자 음악적인 개성이 강하니까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입장이 아닌, 박웅 씨처럼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이견이 생길 법도 한데요.

 

박웅 : 어렸을 때는 헤비메탈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 게 조금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이브라는 틀 안에서 음악적인 선장은 현기 형이거든요. 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세헌이 형이 갖고 있는 매력적인 보이스톤과 현기 형이 갖고 있는 감수성이 만나서 멋진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그것만으로 저는 좋고 기타는 누가 쳐도 상관없어요(웃음). 그 정도로 이브라는 틀 안에서는 선장을 믿고 따라가는 편이에요.

 

김세헌 : 특히 밴드는 서로에 대한 동경과 양보가 있어야만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힘들어요. 사실 멤버 중에 곡을 못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현기가 곡을 쓰고 제가 부르고 웅이와 건이가 연주를 하는 게’ 이브에요. 조금씩 더하고 뺄 수는 있겠지만 틀을 바꾸는 건 맞지 않은 것 같아요. 바꾸고 싶다면 번외 트랙을 하면 돼요. 저도 헤비메탈로 시작해서 여러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브에서는 이브에 맞게 맞추는 거죠. 이브의 음악을 좋아하니까. 이브 안에서 좋아하는 모든 걸 해낼 수는 없어요.

 

G.고릴라 : 선장이니 프로듀서니 하는데, 제가 멋대로 다 하는 것 같지만 아니에요(웃음). 저도 곡을 써서 멤버들에게 들려주고, 좋다고 하면 가는 거고, 아니면 다시 써요. 그러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곡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번에 음반 발표할 때도 거의 13곡을 작업해서 수없는 ‘까임’ 뒤에 6곡을 고른 거예요(웃음).

 

박웅 : 개인적으로는 3집 때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하고 클래식 록적인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브를 기억하는 사람은 80% 이상이 그때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가페’를 비롯해서 웅장하고 어둡고 비관적인. 그런데 요즘 현기 형의 곡들은 그런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일부러 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의 곡들도 작업해서 팬들에게 선물처럼 전해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G.고릴라 : 그때는 그게 멋있는 줄 알고 했던 거고, 지금은 그게 멋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웃음).

 

박웅 : 멋있다니까!

 

G.고릴라 씨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음악 작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트렌드에 더 민감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번 앨범에서는 ‘뮤즈’가 예전 곡과 가장 비슷한 느낌 아닌가요?

 

G.고릴라 : 그렇죠,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웅이 말처럼 ‘아가페’ 비슷한 음악을 만들면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가페’와 비교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더 좋은 게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다른 쪽을 파야죠(웃음). 대중적인 코드를 외면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와 새로운 모습이 공존하는 이브를 생각했어요. ‘뮤즈’에서 마무리 짓고 다시 새로운 음악. 그런데 다시 하자고 하면 해야죠.

 

박웅 :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김세헌 : 이런 의견들이 다음에 또 반영돼요. 이브 3~4집 때가 다양한 의견과 에너지가 집대성된 게 아닐까. 그래서 반응이 가장 좋았을 거예요. 그게 밴드의 재미죠. 밴드가 5집까지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고난의 시기를 거치면 4~5집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컴백도 쉽지 않지만, 컴백 이후는 더 어려울 거라 생각됩니다. 어떤 각오로 다시 뭉쳤고 또 활동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들어볼게요.

 

박웅 : 저희를 기다렸던 팬들이 굉장히 많으시더라고요. 다시 뭉치는 것도 힘들었지만, 치고 박고 싸우더라도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그냥 이브를 했으면 좋겠어요.

 

G.고릴라 : 저는 사실 음반이 나오는 순간까지 목표를 굉장히 높게 잡았어요. 그런데 결과물이 제 욕심만큼은 못 올라오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마음을 좀 비우고,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세헌 : 모일 때부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다시 뭉치면 재밌고, 팬들도 좋아하실 테지만, 또 헤어지면 이제 다시 컴백이라는 건 없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했기 때문에 잘 지켜서 재밌게 활동하고 싶어요.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는 예상보다 꽤 재밌었습니다. 기사야 이렇게 깔끔하게 나왔지만, 네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얘기를 했겠습니까. 무언가 질문을 하면 먼저 박웅 씨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를 하고, G.고릴라 씨가 현실적인 목소리로 슬그머니 다른 견해를 얘기하면 김세헌 씨가 온화한 목소리로 중재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세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을 녹여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밴드의 매력이겠죠. 15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고, 각자 놓여있는 상황도, 성향도 다른 만큼 이제는 이브를 바라보는 마음도 다르겠지만, 이브라는 이름 안에서 이브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모두 설렘과 열정이 가득해 보입니다. 그 에너지가 폭발할 이브의 컴백 무대, 4월 8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뜨겁게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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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 신입생 피아니스트 이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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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 미>, <인터뷰>, <더맨인더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머더 포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두 명에서 많게는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들 무대에는 또 한 명의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죠. 바로 피아니스트인데요. 여느 뮤지컬과 달리 단 한 대의 피아노로 극을 이끌어가는 이들 작품에서 피아니스트는 극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결정짓는, 그야말로 연주자 이상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공연을 예매할 때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까지 확인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면 무대에서 그들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그는 배우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초연과 재연에 이어 <쓰릴 미> 10주년 공연까지 참여하게 된 피아니스트 이범재 씨인데요. 새로 투입될 배우들과 <쓰릴 미>연습을 끝내고 나온 이범재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피아니스트도 연습시간은 배우들과 비슷해요. 개인적인 연습 뒤에 드라마 들어가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제가 복이 터졌죠(웃음). 보통 많아야 트리플 캐스팅 정도인데 <쓰릴 미>는 크로스 페어까지 하면 7팀이거든요. 그래서 매일매일 공연이 새로워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셨습니다. 보통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하면 클래식을 생각하게 되는데, 어떻게 뮤지컬에 참여하게 됐나요?

 

“제가 피아노를 좀 늦게 시작해서 제대하니까 27살이더라고요. 좀 더 대중적이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뮤지컬은 4년 전에 변희석 감독님 조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종합예술이잖아요.”

 

<쓰릴 미>를 예전에 관람한 적이 있나요? 쉬운 작품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여러 면에서 무척 힘든 작품이잖아요.

 

“작품은 못 봤는데 워낙 얘기를 많이 들어서 마치 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연하면서도 낯설지는 않았는데, 솔직히 아직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습하고 연주할 때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무척 우울했는데, 어느 순간 두 인물에 공감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겉으로는 동성애, 살인 등의 설정이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두 인물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연주를 할수록 감정 등을 더 잘 맞춰가는 것 같아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관객들에게 배우 못지않은 사랑을 받으셨잖아요. 특히 초연 때부터 참여했으니까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쓰릴 미>는 10주년에, 그 어느 작품보다 피아니스트의 역할이 커서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뮤지컬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건 <라흐마니노프>가 처음인데 공연 끝나고 박수 쳐주실 때 밀도가 다르더라고요. 무척 감사했죠. <쓰릴 미>는 한 달 정도 됐는데 <라흐마니노프> 공연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회 차도 많지 않아서 아직 시험 보는 기분이에요.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가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틈이 있었는데, <쓰릴 미>는 틀이 확실하고, 감히 제가 바꿔칠 수 있는 부분도 없거든요. 게다가 10주년이라서 이미 보셨던 관객도 많고, 관객들도 저보다 선배인 셈이죠. 저 빼고는 배우, 제작진 모두 이미 해보셨던 분들이라 저 혼자 신입생이에요. 그래서 ‘내 해석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겁을 많이 먹었어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웃음).”

 

그러게요, <쓰릴 미>의 경우 관객들이 무서울 정도로 분석을 하시거든요. 혹 겁먹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셨는지요(웃음)?


“아직 이렇다 할 실수는 하지 않았는데, 요즘 땀이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에요. 2월 초부터 체질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힘들어서 그런지 평소에도 땀이 너무 나는 거예요. 음악감독님이 놀라실 정도예요. 연주하면서도 잘 미끄러지니까, 제가 미스 터치는 잘 안 내는 편인데 틀릴 때가 있어서 관객 분들도 지적을 하시는 것 같고. 방법이 수술밖에 없다는데 그럼 사흘은 연주를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클래식 무대와는 많이 다를 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일단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요(웃음). 물론 피아노 솔로나 다른 악기와 협연할 때도 힘든 점이 많지만 뮤지컬은 작품 자체는 물론이고 그날그날 배우들의 감정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특히 <쓰릴 미>처럼 피아노 한 대로 갈 경우 제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극이 무너지니까 그 점이 가장 부담스럽죠. 아티스트로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보지는 않았는데, 뮤지컬에서는 같이 호흡해야 하니까 인내심도 배우게 됐어요. <라흐마니노프> 초연 때는 원 캐스트라서 44회를 연달아 연주했는데, 힘의 분배도 중요하더라고요. 피아노도 몸을 쓰는 악기이고, 미세한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리가 달라지거든요. 공연이 있을 때는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고 해요.”

 

각 페어의 성향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계실 텐데, 지금까지 만난 페어는 어떤가요?


“페어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모두 형인데, 일단 정상윤-에녹 페어는 불 같아요. 훅훅 오고가죠. 최재웅-김무열 페어는 굉장히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됐어요. 이창용-송원근 페어는 그냥 제 친구들 같고요. 페어마다 성향이 다른 만큼 피아노 한 대로 그 심리를 따라가는 묘미와 쾌감이 있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해요.”

 

배우만큼 피아니스트의 성향도 많이 다른가요?


“확연히 다르긴 해요. 연주자마다 특성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오)성민 씨는 굉장히 날렵하다면 저는 좀 더 무게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어딘가에서 연주할 때 피아니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 악기로 해요. 그런데 피아니스트는 주어진 악기로 연주해야 하죠. 그게 가장 힘든데, 한 피아노에서 두 명이 번갈아 연주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요즘 제가 땀이 많이 나니까 성민이가 연주하기 전에 ‘범재가 건반에 기름칠을 했다’고 닦느라 바쁘대요(웃음). 성민이 연주에서는 노련함이 많이 보여요. 제가 <라흐마니노프> 때 새 피아니스트를 데려왔더니 현장에서 사람들이 ‘새 손가락’이라고 했거든요. ‘그럼 나는 헌 손가락인가?’ 했는데(웃음), 지금은 제가 ‘새 손가락’이겠죠. 저도 빨리 익혀서 더 노련하게 치고 싶어요.”

 

<쓰릴 미>배우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굳이 비교하자면 이범재 씨는 ‘그’와 ‘나’ 중에 어느 쪽에 가깝나요(웃음)? 성격은 밝아 보이는데요.


“평소에는 조용히, 고요하게,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요. 오히려 우울한 감성도 있는 편이고요. 좀 억울한 게 저는 ‘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로 봐요. 저는 부드러운 칼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연애할 때는 다 퍼주는 편이에요. 뒤통수치지는 않고요(웃음).”

 

<라흐마니노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신 데다 <쓰릴 미> 10주년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텐데,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들어 볼까요?


“상반기를 열심히 달리고 있죠. 아직 신입생인 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되 잘 하고 싶어요. 오래 활동하신 분들의 조언을 많이 듣는데, 사실 뮤지컬 안에서 연주자로 살아남는다는 게 힘들거든요. 하지만 관객 분들의 큰 박수와 격려 때문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언젠가는 음악감독을 하고 싶어요. 또 궁극적으로는 창작활동을 하고 싶기 때문에 제 앨범 작업도 하고 있고, 다음 달부터 매달 한 곡씩 피아노곡도 발표할 계획이에요. 최종 목표는 음악감독이지만, 아티스로서도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어요.” 

 

<쓰릴 미>는 3인극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배우들의 심리를 따라가지 못하면 극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배우 누구나 <쓰릴 미>의 ‘그’와 ‘나’가 될 수 없듯이, 피아니스트로서 모두가 <쓰릴 미>무대 위에서 인정받는 것도 아닌 것이겠죠.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편의 공연을 만들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피아니스트가 작품을 이해하고 배우들과 호흡하며 연주한다는 건 또 다른 ‘연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쓰릴 미>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범재 씨는 어떤가요? 그의 바람처럼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 그 어렵다는 <쓰릴 미> 무대에서도 ‘연기력’을 입증 받았으면 좋겠네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의 잘생긴 피아니스트 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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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 이어 ‘뮤지컬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2탄입니다. 이번에는 파릇파릇한 신인이지만 관객들의 관심지수는 상당히 높은 인물인데요. 바로 지난해 창작뮤지컬 <인터뷰>로 슬그머니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피아니스트 강수영 씨입니다. 꽤 무겁고 어두운 무대에서 피아노 한 대로 중심을 잡던 그는 최근 막을 연 뮤지컬 <머더 포 투(Murder for Two)>에서는 연주는 물론이고 때때로 피아노를 떠나 극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능숙한 연주, 어쩔 수 없이 어색한 연기, 그래서 더 궁금하죠? <머더 포 투>의 ‘잘생긴 피아니스트’ 강수영 씨를 공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오페라는 많이 좋아했지만, 사실 뮤지컬은 전혀 몰랐어요.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교수님이 뮤지컬 <인터뷰>에서 남자 피아니스트를 구한다며 해보겠느냐고 하셨어요. 한참 피아노 연주를 그만 둘까도 생각할 때였고, 노래나 연기 등에 관심도 많아서 참여하게 됐죠.” 

 

그렇게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강수영 씨.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으니, 그냥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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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24세, 한양대 피아노과 휴학, 성격 ‘○아이’(웃음). 그러나 성악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음색과 발성이 좋고, 나이에 비해 말투나 답변이 너무 진중한데요.


“굉장히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사투리를 안 쓰려고 노력하고도 있고요. 평소에는 경상도 사투리도 심하고 말도 이렇게 하지는 않아서 지금 옆에 계시는 스태프들은 오글거릴 거예요(웃음). 어렸을 때 성악은 잠깐 했어요. 원래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첫 작품인 <인터뷰>에서 혼자 두 달 넘게 연주하셨는데,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추가 공연까지 90회 정도 연주했어요.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계기라고 생각했어요.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진 건 힘들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피아노는 아무래도 대부분 혼자 작업하는데, 뮤지컬은 연출님, 음악감독님 등 여러 파트의 제작진과 배우들까지 그 합을 맞추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극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계속 의견을 주고받고, 여러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물론 같은 맥락에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잘 다독여주시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후 관객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강수영 씨 연주를 들으려고 공연을 보는 관객도 있던데요.


“클래식 공연보다는 끝난 뒤 관객 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이 훨씬 빠르고 직접적이더라고요. 전작에서 좋은 반응을 주셔서 그런 보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면 고생했다고 비타민 음료를 주시는 분도 계신데 감사한 반면 아직까지는 많이 어색해요(웃음).”

 

휴학 중이라고 하셨는데, 클래식 쪽에서는 이른바 ‘외도’에 대해 꽤 비판적이지 않나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제가 워낙 고집이 세고, 뭔가에 관심이 생기면 미쳐서 하는 편이라. 최대한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편이에요.”

 

따지고 보면 첫 사회경험인데 생각보다 재밌게 작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외향적인가 봐요. <머더 포 투>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네요(웃음).


“저도 몰랐는데 외향적이더라고요, 이렇게 장난치는 걸 좋아했나 싶고(웃음).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저도 보게 됐어요. 원래 SNS를 안 했어요. 대학 입학해서도 한동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콩쿠르를 준비하려면 아무래도 집중할 필요가 있어서. 그런데 뮤지컬 시작하고 나름 필요성을 느껴서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요즘은 셀카도 찍어서 올려보고. 사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정상은 아니에요. 외적인 모습에는 아직 관심이 없는데, 아이디어가 비슷하거나 뻔한 생각은 싫어해요. 좀 이기적이기도 하고. 계속 돌려서 얘기하는데 그냥 ‘똘아이’죠(웃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모습이 좀 누그러진 것 같아요.”

 

<머더 포 투>에서는 부분적으로 연기가 있어서 부담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좋아했겠는데요?


“내심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웃음).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피아노 연주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제가 <머더 포 투>를 선택한 이유도 더 다양하게 작업해보고 싶어서였거든요. 연기도 배울 수 있고. 그런 점에서는 튀는 성격이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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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두 배우가 피아노 연주까지 직접 한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공연에서 새로 만들어진 역할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연출님께서 실제와 극의 경계와 모호한 상황을 가장 중요하게 작업하셨어요. 거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가 저희 극의 묘미라서 저도 ‘저 사람이 피아니스트인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나? 실제 저 사람 성격인가?’ 좀 모호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가 연주를 하면서도 피아노를 치기 위해 있다기보다는 연기자로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첫 연기라서 부족한 점이 많은데, 오히려 역할 자체에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죠.”

 

다른 악기가 아니라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강수영 씨가 실수하거나 아니면 배우들의 돌발 상황으로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요?


“다행히 연주에 있어서 큰 실수는 없었어요. 딱 한 번 악보를 두 장 넘긴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외우고 있어서 잘 넘어갔고요. 배우들은 워낙 노련하셔서 애드리브나 즉흥 작사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시던데, <인터뷰>에서는 굉장히 진중하고 중요한 장면에서 배우 분이 소품을 사용하다 뜻하지 않는 상황이 돼서 제가 웃음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머더 포 투>에서는 그런 실수도 공연의 재미가 될 수 있어서 많이 가려지죠. 다만 라이브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게 있어서 그건 조심해야 해요. 예를 들어 숨이 가빠서 평소와 달리 숨을 더 쉬거나, 반대로 컨디션이 좋으면 템포가 빨라질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공연 전에 형님들의 컨디션을 챙겨요.”

 

<머더 포 투>를 계기로 연기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의지는 있는데, 우선 공부를 해야겠죠. 저는 ‘내가 어떻게 했을 때 관객들은 어떤 재미를 느끼더라’라는 상호작용을 즐기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연기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음악은 귀로 듣지만, 뮤지컬 연기는 목소리며 노래 등 배우가 표현하는 모든 것에 집중하잖아요. 물론 연기가 쉬워 보여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요(웃음). 많이 배워야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앞으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이 대답을 재밌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되는데, 일단 <머더 포 투>가 끝날 때까지는 원 캐스트니까 아프지 않아야겠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사회생활 시작했으니까 연주는 물론이고 노래, 연기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많은 사람들 만나보고 싶고요. 많이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20대의 패기가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어른스러운 강수영 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였습니다.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고 하네요. 막상 <머더 포 투>를 보고 있으면 피아노 한 대로 구성된 다른 뮤지컬에 비해 연주 자체는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등장인물을 따라가기도 바쁘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와 폭발적인 넘버가 중심인 작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대 중간에 구부정하게 자리 잡은 강수영 씨가 튀지 않고 두 명의 배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걸 보면 애초 그가 원한 목표를 이루지 않았나 싶군요. 이러다 몇 년 뒤에 ‘배우 강수영’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요(웃음)? 뮤지컬 <머더 포 투>는 ‘배우의 힘’에 절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작품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겠지만, 배우로서 지닌 다채로운 모습을 한 자리에서 쏟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죠. 강수영 씨를 비롯해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 색다른 형식의 무대를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 왜 ‘잘생긴 피아니스트’냐고요? 이것도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봄날의 음악 소풍, 야외 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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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날씨가 겨울의 끝자락을 애써 붙들고 있는 것 같았으나, 이제 날씨도 날짜도 대놓고 봄이다. 계절을 앞서 가는 공연계는 봄이면 새순 돋듯 피어나는 야외 음악 축제를 여기저기 심어놓고 벌써부터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봄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익숙해져 옷차림도 한층 가벼워질 그 봄날, 풀밭에서 물가에서 섬에서 숲에서 운동장에서 즐길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로 미리 떠나보자.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7(Beautiful Mint Lif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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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올해로 8회째 축제를 5월 13일과 1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다.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Mint Breeze Stage), 러빙 포레스트 가든(Loving Forest Garden), 카페 블로썸 하우스(CafeBlossom House) 등 총 3개의 공식 스테이지를 권진아, 데이브레이크, 어반자카파, 이지형, 커피소년, 몽니, 브로콜리 너마저, 서사무엘, 안녕하신가영, 옥상달빛, 짙은 등 봄에 어울리는 설렘 가득한 뮤지션들이 아름답고 청량한 음악으로 채울 예정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만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민트문화체육센터, 민트똘똘이 선발대회, 민트라디오 공개방송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도 열린다. 4월 4일 최종 라인업 발표 후 4월 13일 타임테이블이 공개될 계획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페스티벌 사이트 내에는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담긴 식음료만 반입이 가능하며, 그늘막 텐트나 접이식 의자, 양산 등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물건도 사용이 제한된다. 소풍 가기 전에 확인하자! 

 

2017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SEOUL WORLD DJ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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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는 좀 더 뜨거운 페스티벌이 열린다. 2010년 여행매거진 론리 플래닛이 ‘5월의 가봐야 할 한국축제’로 선정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DJ Mag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EDM 페스티벌로 이름을 올린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년간 전 세계 가장 핫한 디제이들이 내한하며 매해 평균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지난해 아시아 페스티벌로는 최초로 네덜란드 최대 공연 기획사인 큐댄스(Q-Dance)와 업무 제휴를 맺어 화려한 특수효과와 특별한 무대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올해도 무대는 물론 라인업 역시 뜨겁다. ‘Faded’, ‘Alone’ 등의 히트 싱글을 연달아 발표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떠오른 앨런 워커(Alan Worker)의 최초 내한 공연이 성사됐고, 2016년 히든 트랙 ‘The Ocean’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스웨덴 출신 디제이/프로듀서인 마이크 페리(Mike Perry)도 내한한다. 미국 뉴욕 출신의 디제이 프로듀서 Dylan Ragland의 솔로 프로젝트로, Festival Trap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파티 페이버(Party Favor), 캐나다 출신 듀오로 힙합, 게러지, 덥스텝, 하우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 제드스데드(Zeds Dead), 북미지역 덥스텝 장르의 인기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디제이/프로듀서 익시젼(Excision) 등도 무대에 설 예정이다.

 

2017 춘천밴드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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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춘천에서는 5월 19일과 20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신나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바로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춘천밴드페스티벌>. 이름대로 밴드 음악의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춘천밴드페스티벌>은 19일(금)에는 ‘7080 청춘밴드와 함께 하는 신나는 금요일’이란 콘셉트로 그리스노먼 & 스모키, 홍서범과 옥슨 밴드, 한영애 밴드, 심신 밴드 등이 참여하고, 20일(토)에는 ‘Hot한 밴드와 함께 하는 화려한 토요일’이라는 콘셉트로 장미여관, 노브레인, 갤러시익스프레스, 제8극장, 아디오스 오디오 등이 공연할 예정이다. 페스티벌은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리며 4월 26일 타임테이블이 발표된다.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7(GREENPLUGGED SEO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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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대표적인 음악소풍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7>은 5월 20일과 21일, 언제나처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다. 지금까지 3차 라인업이 발표된 가운데 에피톤 프로젝트, 장기하와 얼굴들, 박재범, 악동뮤지션, 내귀에도청장치, 국가스텐, 김윤아, PIA, 심규선, 볼빨간 사춘기, 고고스타 등 다양한 장르의 색깔 있는 뮤지션 80여 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국내 인디씬 지원과 발전을 위해 올해도 신인 뮤지션 선발 프로젝트 ‘신인 그린프렌즈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4월 7일 홍대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진행되는 현장 경연을 거쳐 최종 두 팀이 선발되며, 이들은 4월 12일 발표 예정인 최종 라인업에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의 타임테이블은 4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7(Rainbow islan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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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에서 음악과 캠핑을 즐기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7>은 오는 6월 3일과 4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다. 올해 7회를 맞은 <레인보우 아일랜드>는 그 어느 축제보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북한강, 그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자라섬의 자연을 만끽하며 캠핑과 놀이를 즐기고, 트렌디한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Beautiful Escape’를 테마로,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아름다운 일탈을 할 수 있도록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가장 트렌디한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 메인스테이지부터 캠프파이어 스테이지, 레게 콘셉트의 뮤직 클럽까지 다양한 사이트는 물론이고, 특히 올해는 숲 속 캠핑, 스테이지 앞 캠핑, 오토 캠핑, 카라반 펜션, 자율 캠핑 등 총 5가지 캠핑 사이트를 마련해 관객들이 취향에 맞는 캠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율캠핑을 제외하고는 모두 텐트가 제공돼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 야시장에 온 듯 다양한 음식이 준비된 지구촌 야시장과 예술인들의 아트마켓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고고스타, 김반장과 윈디시티, 루나해적단, 마이큐, 볼빨간 사춘기, 스컬&하하, 에디킴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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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 파격 변신하는 배우 조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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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공연을 취재하다 보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가 있습니다. 2007년 국내 초연될 때만 해도 신선함보다는 불편함이 가득했던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기리에 공연됐고, 올해 10주년을 맞은 <쓰릴 미>는 지난 10년간 국내 공연 트렌드를 확실하게 바꾸었으니까요. 그래서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를 이 작품도 막을 열었을 때의 반응이 무척 궁금합니다. 여전히 B급, 컬트 문화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이른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지, 이제는 이 정도의 무대는 색다르고 다양한 작품 중 하나로 그저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 말입니다. 바로 제목부터 남다른 뮤지컬 <록키호러쇼>얘기인데요. 이렇게 파격적인 작품은 어떤 배우가 그 독특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낼지 더욱 궁금해지죠. 포스터를 보니 컬러풀한 의상 너머로 배우 조형균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조형균 씨가 란제리 룩으로 무대에 선다는 얘긴데요. 요즘 ‘X-화이트’로 <더 데빌>에 참여하고 있는 조형균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제가 공연 중에 옷을 열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웃음). 그래서 <더 데빌>공연하면서 열심히 운동하러 다니고 있어요.” 

 

1973년 60석 규모의 런던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된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이후 500석 규모의 킹스로드 시어터로 옮기며 무대를 이어갔고, 1년 뒤에는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양성애자, 외계인, 인조인간 등 파격적인 캐릭터가 그만큼이나 파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는 혹평과 함께 개봉 2주 만에 상영이 중단됐죠. 하지만 영화는 B급 심야영화관인 웨이벌리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면서 컬트영화의 지존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실 B급이 뭘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특별히 선호하는 문화가 있지는 않아요. 일단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는데 무척 재밌더라고요. 캐릭터의 정신세계가 독특하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본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작품이잖아요. 2008년에는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렌트>도 불편해하는 관객들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며 사니까 요즘 트렌드에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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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더 데빌>에서 ‘X-화이트’로 무대에 서고 있는데, 그래서 ‘본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작품’에 끌린 건가요(웃음)?


“제 성향은 ‘X-블랙’입니다(웃음).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비슷한 캐릭터를 연속적으로 하지는 않았던 것 같요. 프랑큰 퍼터의 경우 X-화이트와 전혀 달라서 더 하고 싶었죠. 여장남자 같은 역할을 해본 적도 없고, 극 자체가 저에게는 새로운 장르라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포스터 보니까 마이클리나 송용진 씨에 비해 살짝 어색한 느낌이 나던데요(웃음)? <록키호러쇼>의 분장이나 의상 역시 무척 파격적인데 각오는 되셨나요.


“당연히 어색하죠. 그동안 분장이 과해봤자 눈 화장을 진하게 하는 정도였는데 모든 게 처음이라서 무척 생소했어요. 처음 망사스타킹 신고도 한참이나 웃었어요. 하이힐은 12cm라는데 팔자로 걷게 되더라고요. 여자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분장팀이 분장을 너무 멋있게 해주셔서 거울을 꽤 오랫동안 쳐다봤어요. 제 얼굴이 신기했거든요(웃음).”

 

그 정도 높이의 힐을 신는 여성들은 많지 않습니다(웃음). 그런데 실제 무대에서는 이른바 란제리 룩에 계속 하이힐을 신고 공연하잖아요. 그래서 조형균 씨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는 의외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셨을 것 같습니다. 


“좋게 생각해주셨다면 감사하죠. 매일 헬스장에 있는 것들을 조금씩 다 해보고 있는데, 살면서 한 번이라도 몸이 좋을 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이 그때라고 생각해요(웃음). 할 수 있을 때 해봐야죠. 배우는 도전하면서 발전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외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저는 프랑큰 퍼터의 성향이 남자라고 생각해요. 란제리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그렇게 껍데기는 여자지만 남자다운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캐릭터의 느낌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의 기본 형식이 콘서트형 뮤지컬이고 대사도 많지 않으니까 행동이나 노래로 전달하는 부분도 많이 찾아야 하고요.”

 

마이클리, 송용진 씨와 함께 캐스팅됐는데, 조형균 씨의 프랑큰 퍼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 형님이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라 사실 열심히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면 관객들이 봤을 때 색깔이 나뉘는 거겠죠. 어떤 작품이나 배우에게 요구하는 건 한 가지잖아요. 한 인물에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고 배우들이 똑같은 캐릭터 라인을 구축해도 사람이 다르다 보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다 다르게 보이는 거죠. 색깔이란 자기가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뭔가 다른 차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4월 말까지는 <더 데빌>공연과 <록키호러쇼>연습을 함께 진행할 텐데, 몸도 만들어야 하고 꽤 힘들겠는데요(웃음).


“성대관리도 하고 있습니다(웃음). X-화이트에게서 거친 소리가 나오면 안 되잖아요. 항상 맑고 청아한 음색이 나오도록 매일 가습기를 틀어놓고 잡니다. 그런데 <더 데빌>은 공연할수록 재밌더라고요. 열려 있는 부분이 많아요. 드라마 자체가 선택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제시하는 것이지 답은 없거든요. 그래서 배우 입장에서는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워요. 할 것도, 찾아야 할 것도 너무 많지만 그만큼 공부도 많이 됐어요.”

 

초긍정 배우답게 모든 것에 정말 긍정적이네요.


“저도 긍정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웃음). 노력하는 거죠. 사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까지는 무대에 서고 싶은데 오디션 볼 때마다 떨어지고. 그래서 관둘까도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마음이 덜하지만 아예 없지는 않아요. 배우들의 숙명과도 같은 고민인데 당장 내일을 모르잖아요.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늘 선택을 받아야 하고, 관객들에게 또 한 번 평가받아야 하는. 그야말로 상품이잖아요. 그래서 한 회 한 회 정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려면 행복해야 하잖아요. 행복하려면 팀워크가 좋아야 하고요. 사실 공연은 시간이 지나면 실수나 평가보다는 ‘그때 정말 즐거웠다, 행복했다, 힘들었다’ 등의 기억만 남더라고요.”

 

조형균 씨의 파격적인 변신을 기대하고 있을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파격적일지 혐오스러울지 걱정인데(웃음), 영화를 보면 브래드와 자넷이 속옷만 입고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10분 정도 지나니까 무뎌지더라고요. 무언가를 드러내기까지가 어색하지 한번 드러내면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그리고 그 안을 보면 이유가 있어요. 프랑큰 퍼터에게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고. 그래서 여러 장치가 파격적일 수는 있지만, 진지함에서 나오는 B급이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관객에게도 공연은 ‘재밌었다, 신선했다, 감동적이었다, 지루했다’ 등 몇 개의 단어로 기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8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봤던 기자에게는 솔직히 ‘신선함’, ‘독특함’보다는 ‘불편함’, ‘어색함’이라는 단어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소재나 장치의 불편함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제작진과 배우, 또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 그러니까 무대를 둘러싼 당시의 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이번 무대가 더욱 궁금합니다. 얼추 10년이 지났고, 대학로의 문화는 또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조형균 씨의 변신과 활약도 기대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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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맞아, 콜드플레이(COLDPLAY)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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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2017년 가장 기대하는 이벤트였을 <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이 지난 4월 15일과 16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콜드플레이의 내한소식이 처음으로 알려졌으니 꼬박 5개월간의 기다림이었다. 물론 내한공연 자체를 기다린 것으로 치자면 데뷔 앨범을 기준으로도 17년의 긴 세월. 그래서 실질적으로 다가온 5달의 기다림은 때로는 처절했고, 때로는 신나고 즐거웠으며, 마침내 황홀하기까지 했다. <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은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공연의 묘미는 티켓팅 후 공연 날짜가 임박해질수록 더해지는 설렘, 현장에서 느끼는 물아일체의 환희, 공연 뒤 서로 붙잡고 벅찬 감동을 얘기하는 해소의 3박자 아니겠는가.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아직 할 얘기가 많다면 여기서 풀어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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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구역 13열 13번 : 오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흥분되는 날이야. 콜드플레이 공연을 서울에서 보다니!
 
54구역 13열 14번 : 그러게, 이번엔 진짜 왔네. 2011년이었나? 그때 일본 후지록페스티벌 찍고 한국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도 온다는 얘기가 많았잖아. 라디오에서 배철수 아저씨도 언급했던 기억이 나. 한창 세계적인 록 밴드들이 많이 내한할 때라 정말 올 것 같았는데 결국 무산됐다는 소식에 ‘도대체 콜드플레이의 몸값은 얼마인가?’ 얘기들이 많았지.  

 

54구역 13열 13번 : 콜드플레이를 움직이자면 거대 자본이 동원돼야 하는 건 분명하지. 예술적으로 상업적으로 콜드플레이만큼 인정받는 뮤지션은 여럿 있지만, 2000년대 톱은 콜드플레이 아닐까? 아직까지도!

 

54구역 13열 14번 : 국내에서도 4만5천 석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채웠다는 건 상징적이지. 그것도 이틀 연속 말이야. 1996년 마이클 잭슨 이후 처음이라고. 5월에 엑소 콘서트도 있고, 과거 스티비 원더부터 H.O.T, god, 신화, 서태지, 조용필, 이승환, 엘튼 존, 메탈리카, 레이디가가, 폴 메카트니 등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했지만 관객 수로는 콜드플레이가 정점을 찍은 셈이야. 티켓 예매할 때 보니까 10분 정도 만에 좌석이 다 팔리니까 사이드 시야 제한석을 쫙 풀더라고. 이것까지 내놔도 다 팔리겠구나 생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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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구역 13열 13번 : 실제로 콘서트 당일 주경기장 객석이 꽉 찼으니까. 게다가 그 떼창들 봐(웃음). 여느 인기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 때처럼 몇 달 전부터 셋리스트가 돌긴 했지만, 그 리스트 몰라도 팝 음악을 그냥저냥 듣는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 때 20여 곡이 전혀 낯설지 않았을 거야. 그 만큼 콜드플레이의 노래 자체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거지. 어쨌든 이른바 한물 지나서가 아니라 여전히 한창일 때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의 청춘을 함께 한 밴드잖아.

 

54구역 13열 14 : 일일이 사전 찾아가며 가사를 음미하던 시절이 있었지. 노래가 참 시적이면서도 절묘하게 상업적이야. 듣기 좋으면서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

 

54구역 13열 13번 : 그게 콜드플레이의 성공비결 아니겠어? 록 밴드를 대표하는 강렬하고 파괴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감미롭고 따뜻한 멜로디 라인, 철학적인 가사, 거기에 크리스 마틴의 몽환적인 음색까지. 오늘 무대도 록 밴드의 공연답게 신나면서도 발라더의 콘서트 마냥 서정적이고 아름답잖아.

 

54구역 13열 14번 : 그런 차원에서 크리스 마틴의 보컬은 절대적이야. 솔직히 크리스 마틴의 노래는... 라이브 때 가끔 음정이 너무 불안해서 듣고 있는 내가 좌불안석일 때가 많은데, 오늘은 노래를 잘 불러서 눈물 나게 고맙더라고. 그의 가창력은 객관적인 요소들을 놓고 보자면 그다지 할 얘기가 없지만, 음색, 느낌 등 주관적인 요소가 더해지면 수직상승하잖아. 그런 차원에서도 콜드플레이는 전체적으로 감각적이고 느낌 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지. 

 

54구역 13열 13번 : 공연 구성도 굉장히 세련되게 잘 만든 것 같아. 이제 콘서트는 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한 편의 퍼포먼스를 선사하잖아. 콜드플레이의 이번 무대 역시 잘 세팅된 조명과 영상, 특히 관객들에게 나눠준 자이로 밴드가 노래에 맞춰 빨강, 노랑, 파랑, 보라색으로 색을 바꾸면서 근사한 그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시간이나 태극기를 활용한 퍼포먼스, ‘사우스 코리아 송’ 등 한국 팬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이고.

 

54구역 13열 14번 : 그 자이로 밴드 집에 가지고 오면 일본 공연 때도 조명이 켜질까 궁금하더라(웃음). 중반에 경기장 뒤쪽 무대에서 공연한 것도 좋았어. 사실 주경기장이 얼마나 커. 지정석 중에서는 제일 비싼 자리로 잡았는데도 멤버들 다 면봉으로 보이는데 이렇게나마 가깝게 볼 수 있게 해주다니. 긴 기다림을 하늘도 아는지 이틀 연속 날씨도 화창하고(공연 뒤 이틀 동안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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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구역 13열 13번 : 15일은 살짝 늦게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16일은 8시 정각에 시작해서 10시 정각에 끝내대. 앙코르곡 따위 기대할 수도 없는 간단명료한 공연(웃음). 하지만 2시간 내내 무척이나 열정적이고 알찼기에 아쉽지는 않아. 그리고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앞줄이 아니면 어차피 안 보일 거, 뒤쪽, 꼭대기 쪽이 더 좋던데.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잖아.

 

54구역 13열 14번 : 그럼, 얼마나 어렵게 구한 자리라고! 그런데 15일 공연 본 20대 후배한테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무대 사진을 찍어서 ‘멋지지 않느냐’고 보냈더니 ‘앉아서 봤네요?’ 하고 답장이 왔더라고(웃음). 펜스에 붙어서 콜드플레이의 땀방울까지 본 관객들이 부럽긴 하다.

 

54구역 13열 13번 : 2011년에만 왔어도 우리도 스탠딩으로 달리는 건데. 뭐, 크리스 마틴도 1시간 넘기니까 많이 힘들어하던데, 다 그런 거지. 아니면 또 온다니까 그때는 스탠딩?

 

54구역 13열 14번 : 스탠딩은 사양할게(웃음). 그나저나 그때도 이른바 ‘피켓팅’ 해야겠지? 티켓팅만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해. 몇몇 기사에서 1~2분 만에 4만5천 석이 매진됐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렇게 매진됐으면 깔끔하게 포기라도 하지. 처음엔 10분 넘게 먹통이어서 두 예매 사이트를 넘나들며 ‘클릭’을 무한반복 하느라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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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구역 13열 13번 : 그래서 우리도 15일 공연은 놓쳤잖아. 그런데 버젓이 수백 장의 암표들이 나도니까 더 혈압 오르더라고. 많이 씁쓸하기도 했어. 요즘 공연 암표가 성행이지만, 전문 암표상들은 물론이고 콜드플레이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일단 티켓 사서 웃돈 붙여 파는 모습 말이야. 몇 십만 원 챙길 수도 있겠지만, 결국 몇 만 원 더 받겠다고.

 

54구역 13열 14번 : 단위를 키우면 살지도 않을 거면서 아파트 분양 받아 프리미엄 붙여 되파는 심리와 같겠지. 그런데 며칠 지나도록 취소표가 안 나오니까 살짝 흔들리긴 하더라고. 검은 세계의 티켓을 사야 하나... 인기 공연이라도 일단은 취소표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보통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우편 배송일 직전, 그리고 공연 임박해서는 이래저래 취소표가 나오게 돼 있으니까. 공식 예매처에서 구입해야 티켓에 내 이름도 들어가고 말이야(웃음). 물론 최악의 경우 티켓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54구역 13열 13번 : 이번 공연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크리스 마틴의 그 약속, 짧은 시간 안에 꼭 지켰으면 좋겠네.

 

54구역 13열 14번 : 그러게, 그리고 이제 U2만 남았나? 참, 집으로 티켓 배송되던 날 말이야. 내가 문 여는 사이 택배 아저씨가 윗층 사람하고 통화하더라고. 티켓 가져왔는데 집에 있느냐고. 와, 우리 동에 콜드플레이 공연 보러 가는 사람이 또 있다니! 왠지 친해지고 싶던데, 나만 그런가(웃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박한근, 의 J는 딱 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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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사에서 올해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창작뮤지컬로 뽑았던 <광염 소나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난 2월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참신한 구성과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광염 소나타>가 본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동인의 소설 ‘광염 소나타’, 아름다운 곡을 향한 작곡가의 광기 어린 집착이 만들어낸 죽음의 소나타를 모티브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가득한 무대인데요. 한층 탄탄해진 대본과 풍성한 음악, 무엇보다 새로운 배우들이 가세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캐스팅된 여러 배우 가운데 박한근 씨의 이름이 유독 눈에 띄는군요.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대학로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박한근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광염 소나타>에서 J를 맡게 됐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다들 ‘너는 왜 그렇게 힘든 인물만 하니?’라고 묻더라고요. 모르겠어요, 그래야만 제가 숨 쉬는 것 같아요. 더 힘들고 망가지더라도 좀 더 해보고 싶어요.”

 

우연히 다미로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박한근은 이런 걸 많이 해서 그런지 곧잘 하더라’라는 말이 이 말인가요(웃음)?


“그렇죠(웃음). 제가 해왔던 역할들이 항상 힘들었어요. 무너지고, 좌절하고, 소리 지르고, 울고, 죽고... J를 봤더니 그렇더라고요. 아, 저것도 내 것이구나(웃음)! 처음부터 캐스팅 제의가 있어서 관련 영상을 봤는데 음악이 정말 좋더라고요. 솔직히 캐릭터는 살짝 고민이었는데, 트라이아웃 공연을 봤더니 좋았어요. (성)두섭 씨가 워낙 잘했고. 두섭이도 많이 분출했지만  저는 좀 더 가지 않을까. 저만의 J를 또 만들어야 하니까요.”

 

왜 J 같은 캐릭터에 끌릴까요, 이렇게 뵙기에는 밝고 쾌활해 보이는데요(웃음).


“여러 면이 있어요. 밝게 보이려 애쓰는 면도 있고. 개그맨들이 항상 웃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과 더 비슷한 면도 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는 나이고, 남들은 저를 쾌활하고 밝은 이미지로 보는 편이죠. 극중 J는 갇혀 있고 우울하고 때로는 미쳤고... 그 다양함에 끌려서 이 작품을 더 하고 싶었어요.”

 

트라이아웃 공연 때와는 많이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트라이아웃 공연 때 나왔던 얘기들을 토대로 극이나 연출, 음악적으로 조금씩 수정됐죠. 그리고 아무래도 배우가 바뀌면 연기의 호흡이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면이 있어요. (이)선근이나 (김)수용이 형은 함께 작품을 해봤지만, 다른 배우들은 처음 만나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새로움도 있고요.”

 

트라이아웃 공연 앞두고 성두섭 씨를 만났을 때는 제작진은 물론이고 배우들 모두 무척 예민한 상태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연습실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때는 힘들었을 거예요. 시간도 많이 없고, 초연에 원캐스트라서 배우 3명이 오롯이 그 인물을 만들어야 하니까. 물론 연출님도 있고 작가님도 있지만, 정말 고생했을 거예요. 공연할 때 노력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무대 위에서 다 보이더라고요.” 

 

그럼 박한근 씨는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어떤 걸까요?


“피아노죠. 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힘들어요. 피아노를 제대로 쳐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사람한테 피아노 연주라는 건 왼손, 오른손이 따로 노는 거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당연한 얘기지만 피아노 연습을 먼저 들어갔어요. 그때 스스로 다짐했죠.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습하자! 밤늦게까지 술 마신 날도 집에 가다 작업실에 들러서 피아노를 연습했어요. 그런데도 매일 악몽을 꾸는 거예요. 공연 중 피아노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예전에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음악공연을 만든 적이 있는데, 두 달이나 연습했는데 무대 위에서 기타를 못 친 적이 있거든요.”

 

J라는 인물 자체가 작곡가니까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것도 천재 작곡가니까... 그런데 연출이나 음악감독은 말해요. 작곡가가 피아노를 잘 치지는 않아(웃음)! 연습을 많이 해서 지금은 잘 쳐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신동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걱정은 되죠. 총 4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연주하는 한 곡이 많이 어렵거든요.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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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OST 작업도 많이 하셨던데, J처럼 데뷔와 함께 이름을 날리셨나요(웃음)?


“그렇지 않아요, 다 망했어요(웃음). 저는 연기를 전공했고, 우연찮은 기회에 가수로 데뷔해서 OST 작업을 했는데, 그때 한류 열풍으로 일본까지 드라마가 수출되고 OST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에서 콘서트도 했어요. 2003년에 음악, 뮤지컬, 연극 다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후에 참 힘들었죠. 솔로 앨범 내서 망하고, 잘 될 뻔도 했는데 사기 당하고, 공연 오디션도 다 떨어지고. 그래서 다 그만둔 적도 있어요. 그 얘기 다 하려면 2박3일 걸려요(웃음). 그 당시에 정말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때는 어렸고, 꿈이었고, 즐거웠고, 재밌기도 했어요. 돈에도 신경을 안 썼으니까.”

 

다시 무대로 돌아온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다 그만 두고 유학 준비를 한 적이 있어요.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대학 동기인데, 이 친구랑은 연락을 했거든요. 어느 날 쭈뼛쭈뼛 오디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었어요. 영상을 보는데 모차르트는 키가 작아도 상관없고, 어리게 보이면 더 좋고, 노래도 록이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저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는데, 프랑스 제작진이 저를 뽑았어요. 배우로서 제 인생을 살린 거죠. 필영이 아니었으면 지금 저는 무대에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뒤에도 쉽지 않았어요. <완득이>와 <왕의 남자> 주인공으로 연습까지 다 했는데, 둘 다 엎어졌거든요. 선배들이 농담으로 ‘박한근이 주인공 하는 작품은 하면 안 되겠다, 다 엎어져!’라고 말할 정도였어요(웃음).” 

요즘은 쉬지 않고 무대에 서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무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J처럼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스스로 어디에서 자극을 얻나요?


“일단 항상 ‘릴렉스’를 떠올려요. 노래든 연기든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항상 조언을 구해요. 오늘 공연 어땠느냐고.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간 적도 있어요. 대극장 공연을 자주 하니까 극장 규모에 맞게 연기가 좀 틀어지는 것도 같았거든요. 소극장의 쫀쫀하고 디테일한 무대가 그립더라고요. 배우들끼리의 연기싸움도. 이번에 <광염 소나타>에서도 배우들끼리 피 터지게 연기싸움 할 거예요(웃음).”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소속이다 보니, 요즘 많은 배우들이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속사 작품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것에 대한 갈증도 있겠죠?


“많죠. 물론 아시아브릿지컨텐츠에서 제작하는 작품이 좋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작품도 좋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음악도 좋고. 그래서 함께 작업해 왔지만 그런데도 갈증은 있어요. 하고 싶은 작품이 정말 많거든요.”

 

3년 안에 꼭 하고 싶은 세 가지만 얘기해 볼까요?


“그걸 어떻게 뽑아요(웃음). 우선 <서편제>의 동호,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음악이 정말 좋잖아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도 딱 내 옷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이)석준이 형이 무척 잘 하셔서 그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이밖에도 하고 싶은 작품 너무 많아요.”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셨으면 강산이 1.5번 바뀐 셈인데, 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세요?


“늘 같아요. 열심히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잘하자! 관객을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분석하고 연습하고 잘하자, 잘해야 한다! 그 비싼 돈 내고 보러 오시는데,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시는데. 그래서 배우들은 무대 위에 있는 순간 절대로 대충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죠. 관객분들 이번에 <광염 소나타>에서 제가 피아노 연주하는 거 처음 보실 텐데, 정말 잘하고 싶어요(웃음).” 

 

배우들을 만나다 보면 무대에 서기까지 참 쉽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일을 겪었기에 연기가 더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대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까요. 2박3일간 들어야 할 박한근 씨의 그 많은 이야기도 결국은 지금의 배우 박한근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3명의 배우가 악기까지 연주하며 치열한 연기싸움을 할 수 있는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말입니다. J, S, K 세 사람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넘버가 밀도 높게 어우러질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5월 21일까지 대학로 JTN 아트홀 1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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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 대학로 2인극에 도전하는 배우 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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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소여, <드라큘라>의 미나, <아리랑>의 방수국, <팬텀>의 크리스틴, <레베카>의 나, <카르멘>의 카타리나 등 최근 작품만 살펴봐도 국적도, 연령도, 환경도 참으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배우입니다. 그런데도 그녀를 생각하면 ‘여리여리하고, 예쁘장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죠. 뮤지컬배우 임혜영 씨 얘기인데요.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기며 수많은 대극장 작품에 이름을 올린 그녀가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청해봤습니다. 바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인데요. 제루샤 역에 딱 어울리는 것 같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임혜영 씨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극장 2인극, 게다가 10대 소녀를 연기해야 하니까요. 연습 초반,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임혜영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데뷔 초에 대학로에서 2~3편의 공연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반가워요. 버스에서 내려 공연장까지 걸어갈 때 햇살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시간은 정말 많이 지났고 못 보던 것들도 많이 생겼지만 지금도 느낌은 비슷해요.”

 

이후에는 줄곧 대극장 무대에 서오셨는데, 특별히 소극장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대극장 공연을 하면서도 소극장에서 하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마음만 갖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번에는 타이밍이 절묘하게 잘 맞았어요. 게다가 <키다리 아저씨>는 작품도 좋고, 음악도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고요. 대본을 직접 보니까 대사가 굉장히 많아서 조심조심 차근차근 접근했는데, 초반에 음악만 훑어도 가사가 참 좋아서 저도 힐링이 됐어요(웃음).”

 

2인극은 처음이죠? 작품 경험이 많아도 소극장 2인극은 무척 부담될 텐데요.


“맞아요, 엄청난 도전이죠. 제작진에게 중간에 물은 마실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웃음). 대극장은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데 사실 소극장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또 대극장은 여러 번 무대에 서면서 극장마다 다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 고려하는 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무대는 전혀 모르니까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해요.”

 

전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도 그렇지만 배우로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악과 나온 예쁘장한 전형적인 여배우라는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제 딴에는 비련의 여주인공도 했다, 사랑받는 역할도 했다, 이런저런 역할을 했는데, 항상 비슷한 캐릭터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제가 풀어야할 숙제죠.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땀도 많이 흘려보고 싶었고, 어두운 감정의 작품이 아니라 밝은 이미지를 해보고 싶었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임혜영이 아니라 제루샤로 보여야 하는데,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무척 고민돼요.”

 

무대 밖에서도 꽤 여성스러워 보이는데 제루샤와는 어떤 교집합이 있을까요?


“음악감독님이 ‘(강)지혜 씨랑 제 안에는 남자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대로 보셨어요(웃음). 사실 제가 많이 여성스럽지는 않거든요. 제루샤와는 비슷한 면이 좀 있어요. 일단 거침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제 어릴 때와 비슷하고, 제루샤가 방학마다 시골에 가는데 저도 고향이 강릉이거든요. 2막에서 성장해 가는 모습도 강릉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제 모습을 떠올리게 해요. 제류사가 겪는 일들이 저와 비슷한 면이 많은데, 대신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저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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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이라서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더욱 중요할 텐데, 세 명의 키다리 아저씨는 어떤가요?


“(신)성록이랑은 친구예요. 데뷔작인 <드라큘라>를 같이 했고, 이후에도 작품에서 몇 번 만났거든요. 나머지 친구들은 음악만 맞춰봤는데 워낙 다 착하고 정서들이 따뜻해서 잘 맞을 것 같아요. 모두 색깔이 다른데도 가사가 주는 느낌이 굉장히 잘 살더라고요. 그리고 키가 커서 든든하고 흐뭇해요(웃음).”

 

그러고 보면 참 멋진 남자배우들과 상대역으로 무대에 함께 서오셨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남자배우가 있다면요?


“무대 위에서는 역할로 만나지만 결국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유준상 선배님은 <레베카> 초연할 때 항상 에너지 넘치고 후배들까지 끌어주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사실 자기 챙기기도 힘들거든요. 류정한 오빠는 정말 무서워했던 선배라서 <지킬앤하이드> 때는 ‘안녕하세요’ 인사만 했어요. 그러다 아주 천천히 친해져서 <팬텀>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죠. 무대에서의 연륜도 인상적이고 존경스러워요. <드라큘라>의 (김)준수는 무대에서의 에너지가 대단해요. 연습실에서는 그냥 준수인데, 무대에서는 정말 드라큘라 같은 거예요. 미나가 처음 드라큘라를 만났을 때의 감정이 중요한데, 준수는 정말 사람 같지 않아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박)효신 오빠는 같이 노래하고 싶지 않았어요, 노래를 너무 잘해서(웃음). <팬텀>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을 안고 노래하는데, 그렇게 노래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오빠의 호흡에 맞춰 숨을 참고 있는데, 효신 오빠 호흡이 너무 길어서 제가 숨이 차는 거예요. 노래할 때 보면 감탄스러워요.”

 

보통 성악 발성으로 노래하면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남자배우와의 듀엣도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은데, 임혜영 씨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양한 상대배우들과 어우러지더라고요. 창법을 바꾼 건가요?


“작품에서 성악 발성을 한 건 <팬텀>이 처음이었어요. 데뷔 때 <드라큘라> 앙상블이었는데 성악 발성으로 노래했더니 안 맞다고 하셔서 스스로 내추럴 보이스를 찾아냈죠.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두 도시 이야기> 초연 올라가기 전에 성대가 망가져서 제가 원래 쓰던 길로 노래하면 힘들어서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감정을 많이 쓰다 보면 확실히 목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그 뒤로는 목을 관리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요.”

 

아직 해보고 싶은 작품, 캐릭터가 있나요?


“<메리 포핀스>요. 연기도 잘 해야 하지만, 탭도 해야 하고, 성악 발성도 필요하거든요. 한국 사람들에게 없는 정서가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걸 찾는 게 저한테도 색다른 도전이니까요.”

 

사실 공연이라는 게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잖아요. 저도 공연을 오래 취재하다보니 환상 속에 살아서 결혼을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직접 무대에 서는 여배우는 어떤가요(웃음)?


“맞아요, 이런 사랑 어디에서 받아볼까... 사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문제는 작품을 만나는 설렘은 커지는데 남자에 대한 설렘은 점점 떨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고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람을 만날 확률이 낮다는 것도 알지만, 좋은 사람이 없으면 혼자 살 생각도 있거든요.”

 

다시 대학로 무대에 서면서 자연스레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나요?


“열심히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데뷔 초에는 작품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극장도 많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좀 더 성실해지고 싶어요. 한 회 한 회 얼마나 아까운지. 예전에는 누가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뮤지컬 하는데요’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극장 무대에서 화려하고 예쁘게 보이는 임혜영이 아니라 배우 임혜영. 저 스스로도 좀 더 성숙해지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30대 중반이 되니까 뭔가 꿈을 갖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더라고요. 시간이 더 흐르면 못하는 작품, 역할들이 많잖아요. 할 수 있는 날까지는 처음 같은 마음, 반면 무대에서는 성숙한 배우의 모습으로 서고 싶어요.”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임혜영 씨는 여성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웃음). 하지만 그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그녀의 매력이겠죠.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좋은 작품은 참 많아졌지만, 여배우가 비중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은 여전히 많지 않은 공연계에서 꾸준히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임혜영 씨는 씩씩하고 거침없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제류사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그것도 2인극으로 관객들을 찾는 임혜영 씨. 가까이에서, 좀 더 깊숙하게 바라본 그녀의 모습은 어떨지 직접 확인해 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뉴욕(New York) 공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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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직업병일까?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집과 자동차를 내주겠다고 해도, 빨간 날이 없는 내게 동남아 휴양지에서 며칠 쉬자는 달콤한 제안이 들어와도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짐 싸고 공항가고, 그 여행을 위해 몇 주 동안 일을 몰아서 할 것을 생각하면 번거롭다. 해마다 휴가 때면 유럽으로 날아가다, 급기야 장기 공연여행까지 떠났던 과거가 있어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거라고!’ 오랜만에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그곳에 가기 위해 한 달간 일만 하고, 짐 싸고 공항가고, 14시간의 비행을 견뎠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 뉴욕. 그 유명했다는 시트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자유의 여인상,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쇼핑에도 큰 관심이 없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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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이 초연됐던 호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뉴욕이 흥미로운 이유는 많은 공연이 초연되고 또 그 작품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호텔에 묵어보고 싶었다. 뮤지컬 <헤드윅>이 초연됐던 곳이니까. 앞서 <헤드윅>의 뉴욕 데뷔는 1994년 맨해튼 다운타운의 록 클럽에서 이뤄졌지만 마니아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자 대본을 쓴 미첼과 음악을 만든 트래스크는 뭔가 특별한 장소를 찾는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허드슨 강가에 자리한 호텔 ‘리버뷰’. 1912년 타이타닉의 생존자들이 묵었던 호텔로, 제작진은 이 호텔을 매입한 뒤 극장으로 개조해 1998년 2월 ‘제인 스트리트 시어터(Jane Street Theatre)’라는 이름으로 <헤드윅>을 무대에 올렸고, 2004년 4월 막을 내릴 때까지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갔다. 지금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다시 호텔로 운영되고 있는데, 허드슨 강가에 자리한 데다 깔끔하게 관리돼 꽤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 호텔의 상당수 룸이 선원들 방처럼 1층이나 2층 침대만 갖춘 ‘Bunk Bed Cabin’이다. 이 호텔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하면서도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하게 하는 점이기도 한데, 캡슐호텔처럼 방이 좁은 데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 인근으로 숙소를 옮기기 전에 이곳에서는 4일만 머물 생각이었지만 너무 좁은 것이 마음에 걸렸던 데다 동행했던 친구가 공용 욕실 사용을 꺼린다는 말에 결국 예약을 취소했다(그런데 여행 중 보니 친구는 이틀에 한 번꼴로 샤워를 했다. 두 번만 참지!). 직접 머물지는 못했지만 <헤드윅>을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섰을 관객들을 상상하며 호텔 인근을 둘러보았다. 도보 2~3분 거리에 휘트니미술관도 있고, 호텔 내 바와 클럽도 유명하다고 하니 <헤드윅> 팬들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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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 vs. <알라딘>


뮤지컬을 보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올해는 런던보다는 뉴욕이 나을 수 있다.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 스테디셀러 공연이야 브로드웨이는 물론 웨스트엔드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만, 웨스트엔드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빌리 엘리엇>, <찰리와 초콜릿 공장>, <미스 사이공>, <보디가드>, <워 호스> 등이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뉴욕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미스 사이공>이다. <해밀턴>은 어차피 티켓을 구할 수가 없고, 신파나 주크박스 뮤지컬도 당기지 않아 무대적인 상상력과 기발함이 가득하다는 <알라딘>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선택했다. 두 작품은 각각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뮤지컬로 만든 만큼 미리 줄거리를 알고 가면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는 데다 볼거리가 많아서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특히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알라딘>과 2013년 런던에서 초연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달아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무대도 비교가 됐다고 할까. 두 작품 모두 재밌고, 연기 좋고, 음악 좋고, 무대 세트 훌륭하고. <알라딘>이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무대에 올린 만큼 조금 더 화려하고 현란하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좀 더 따뜻하고 아기자기하다. 애니메이션의 기술은 무대에서도 그대로 구현돼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는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고, 램프의 요정 지니는 ‘뿅’ 하고 갑자기 나타나는가 하면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는다. <알라딘>이 이렇게 무대에서 마술기법을 활용했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뻔히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정통 공연기법이다. 찰리 외 골든 티켓을 확보한 네 명의 아이들은 배우들의 확실한 캐릭터 연기로 승부수를 띄웠고, 어떻게 표현할지 가장 궁금했던 움파룸파족은 특별 제작한 기발한 의상에 재미난 안무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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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작품이라 러시나 로터리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TKTS에 나오는 할인표도 없다. 3월 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티켓 예매하기도 힘들었다. <알라딘>은 인터넷로터리(https://lottery.broadwaydirect.com)를 열어뒀다. 장당 30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데, 관람일 하루 전에 로터리에 참여하면 다음날 아침 결과를 알려준다. <알라딘>은 자리에 여유가 있어 현지에서 인터넷로터리에 도전해 봤다. 다음날 조식을 먹으며 결과를 확인했더니 꽝. 잘 먹던 토스트가 갑자기 뻑뻑하게 느껴졌다. 하루 더 도전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러다 <알라딘>을 아예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공연장에 가서 제값을 주고 티켓을 샀다. 친구와 나란히 앉을 수도 없는 자리가 어찌나 비싸던지. 여행 일정이 짧고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티켓은 미리 예매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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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가고 싶은 링컨센터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뉴욕에서 브로드웨이만큼 자주 찾게 되는 곳은 링컨센터일 것이다. 대규모 종합예술센터라고 할 수 있는 링컨센터는 크게 뉴욕 필하모닉의 전용 공연장인 David Geffen Hall,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뉴욕시티발레단의 전용극장인 David H. Koch Theater로 이뤄져 있다. 입구에서 전면에 보이는 것이 오페라 하우스로 메트 오페라와 아메리칸 발레씨어터의 발레 무대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왼쪽 건물에서 뉴욕시티발레단, 오른쪽 건물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무대가 마련되는데, 모든 공연장에서 세계적이면서도 가장 뉴욕다운 무대를 접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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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여행이라 각 예술단의 공연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잡기가 꽤 힘들었는데, 운 좋게도 뉴욕시티발레단의 ‘All Balanchine’과 Esa-Pekka Salonen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링컨센터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공연 전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꼬마들까지 멋지게 옷을 챙겨 입고 공연장에 들어서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링컨센터 가운데 1962년 첫 번째로 문을 연 David Geffen Hall(Avery Fisher Hall로 불렸으나, 2015년 더 많은 후원금을 기부한 David Geffen에게 이름을 내주었다.) 복도에는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등 뉴욕 필하모닉을 거쳐 간 쟁쟁한 지휘자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뉴욕을 여행할 때면 주요 관광지, 특히 뮤지컬극장이 몰려 있는 타임스퀘어 인근에 숙소를 잡게 되는데, 만약 뉴욕에서 한 달간 살 수 있다면 링컨센터 인근에 머물 곳을 마련하고 싶다. 사람에 치이는 것도 덜하고, 센트럴파크도 가깝고, 수시로 링컨센터에 들러 다채로운 클래식과 발레, 오페라 공연을 마음껏 골라볼 수 있으니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연극 로 생활연기 선보이는 배우 김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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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 박중훈, 최진실 주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년에는 조정석, 신민아 주연으로 리메이크 돼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수많은 커플들에게 다시 한 번 큰 공감을 이끌어냈는데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이번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관객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2015년 11월 결혼해서 실제로도 신혼 생활 중인 배우 김산호 씨가 남자 주인공 김영민 역에 캐스팅돼 현실감 있는 연기가 기대되는데요. 뮤지컬 <그날들> 이후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김산호 씨를 연습실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연습 때 제가 연기를 하면 연출님이 ‘맞아, 남자들은 싸울 때 저렇게 해!’라고 좋아하세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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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호 씨의 최근작을 떠올리면 <그날들>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웃음). 다른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건데, <나의사랑 나의신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날들>은 3년 정도 했어요. 상구 역이랑 대식 역 하는 친구들이 의리로 나이 들 때까지 하자고 약속했거든요(웃음). 그러다 보니 다른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줄기도 했는데, 작년에 이 극장(자유극장)에서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를 했었거든요. 그때 연극이 처음이었는데,  배우의 힘이 그 어느 장르보다 두드러져서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때마침 정태영 연출님이 <나의사랑 나의신부>를 같이 하자며 전화를 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나의사랑 나의신부>는 영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인데, 영화와 다른 부분이 있나요? 배우 입장에서 연극적인 요소가 더 돋보이는 부분도 보일 것 같은데요.


“일단 남녀 주인공의 직업이 달라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동사무소 직원인데 연극에서는 아내보다 돈을 못 버는 무능한 작사가이고, 아내는 미술학원 선생님에서 남편보다 돈을 잘 버는 요가 강사로. 신혼부부가 싸우고 화해하는 큰 틀은 똑같은데, 영화보다 더 리얼한 것 같아요. 격렬하게 싸운다는 게 아니라, 싸우고 화해하고, 사소한 게 불거져서 또 싸우는 그런 모습이 피부에 더 와 닿지 않을까. 오래된 연인이나 신혼, 부부 관객들이 이 공연을 보면 많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김산호 씨의 생활연기가 나오겠는데요(웃음)?


“배우들 중에 결혼한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게 신혼으로 살고 있는 남자의 마음을 얘기해 주죠(웃음). 실제로 비슷한 면이 많아요. 집에 가서 아내에게 무슨 얘기를 하면서도 ‘지금 대사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예요. 예를 들어 남자들은 보통 싸우면 상황을 회피하려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여자들은 뭐가 미안하냐고 물어보잖아요. 남자들이 얼버무리면 여자들은 또 따지고... 무한반복이죠. 또 ‘만약 아내가 나보다 더 돈을 많이 번다면, 눈치를 보고 사는 입장이라면 남편은 이럴 것이다!’라는 접근이 저는 아무래도 빠르죠. 남자들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무척 민감하거든요. 만약 아내가 더 능력이 있다면 싸우다 걸리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자존심의 문제라서 괜히 더 격렬하게 반응하거든요.”

 

경험담인가요(웃음)? 배우는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면이 많을 텐데, 실제로 결혼 전후 장단점이 있겠죠?


“아직은 제가 좀 더 벌어서, 하지만 남편들이 눈치 볼 때의 느낌을 아니까(웃음). 결혼 뒤에 달라진 점이라면 아무래도 팬 분들이 많이 사라지셨죠(웃음). 남자 배우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좋은 점이라면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작품 선택에 있어서 다급해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영원한 나의 편이 생긴 것 같아서 혼자 있을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요. 연기할 때도 더 여유가 생기고, 할 수 있는 캐릭터도 더 많아지고, 더 깊이 있는 연기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영민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연애할 당시에는 자신감 넘치고 멋있는 선배였는데, 결혼 뒤에는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사는, 살짝 소심한데 큰소리만 치는 인물이죠. 아내를 정말 좋아하는데 자격지심 때문에 화를 내서 싸우고 애교로 풀어주는 남자예요. 저처럼 덩친 큰 사람이 눈치보고 소심하게 연기하니까 연출님은 재밌게 봐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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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둥글둥글해요. ‘좋은 게 좋다’라는 편이에요.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싸우기도 해요. 결정할 때도 ‘네가 좋은 걸로 하자’고 하는데, 상대방은 떠넘기는 것처럼 들리나 봐요. 거절도 잘 못하니까 같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도 있죠. 좋게 보면 유한 거고, 안 좋게 보면 우유부단한 성격이랄까(웃음).”

 

성격을 여쭤본 게 그동안 참여한 작품을 보니까 이른바 ‘심각한 작품’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성격상 밝고 유쾌한 작품을 좋아하시나’ 생각해 봤습니다. 


“시트콤으로 데뷔했고, <막돼먹은 영애씨>을 길게 하다 보니까 정극은 거의 못해본 것 같아요. 뮤지컬도 <쓰릴 미>나 <바람의 나라> 외에는 거의 로맨틱코미디류를 했고요. 원래 밝고 유쾌한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얼굴에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있나 봐요. 그래서 ‘멀쩡하게 생겼는데 장난스러운 캐릭터’에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연기 생활 10년이면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법 한데요? 요즘 배우들이 가장 원하는 TV와 무대를 오가는 연기활동을 하고 있지만, 뭔가 확실한 캐릭터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는 어떤 배역을 맡느냐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막돼먹은 영애씨>를 너무 오래해서 비슷한 역할로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앞으로는 좀 다양한 역할을 해야죠. 정통 사극도 해보고 싶고, 영화는 조연이나 단역이라도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고요. 누군가 저는 ‘이완 맥그리거 같은 소년의 이미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이가 들어도 순수한 청년의 느낌을 가진 중년의 캐릭터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매체 연기에 집중할 수도 있는데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데뷔 때부터 무대와 방송을 함께 했어요. 아침 드라마와 <막돼먹은 영애씨>를 촬영하면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한 적도 있거든요. 저는 공연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푸는 것 같아요. 방송도 좋아하지만, 뭔가 내 것을 다 못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장르나 배우의 힘이 중요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편집 등의 기술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잖아요. 공연장에서는 ‘내가 연기를 하고 있구나!’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공연은 기회가 되면 계속 하고 싶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른바 ‘꽁냥꽁냥’한 작품을 좀 더 해두고, 기회가 되면<쓰릴 미>나 <바람의 나라>도 꼭 다시 해보고 싶고요.”

 

아직 신혼인데, 개인적으로 ‘꽁냥꽁냥’한 바람이 있다면요?


“아내랑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 결혼했는데, 주위에서 ‘결혼하면 지옥이다, 무덤이다’라고 말했지만 저는 아직 좋아요. 여전히 연애하는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친구 같은 부부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부부에겐 50대에 외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사는 꿈이 있거든요. 아직은 먼 얘기지만 진짜 그 꿈이 이뤄져서 외국에서 연인처럼 노후를 보내고 싶어요.”

 

기사에는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김산호 씨의 ‘꽁냥꽁냥’한 신혼 생활 얘기를 들으니까 더욱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가 궁금해졌습니다. 김산호 씨의 생활연기가 돋보일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는 6월 2일부터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되는데요. 극중 영민의 직업이 작사가인 만큼 여느 연극과는 달리 음악적인 부분이 자연스레 더해져 더욱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김산호 씨 외에도 이해준, 황찬성 씨가 영민 역에, 김보미, 이아영, 신윤정 씨가 미영 역에 캐스팅됐는데요.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연애를 해봤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커플들의 꿈과 현실의 세계를 객석에서 함께 들여다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뮤지컬 으로 오랜만에 대학로 찾은 배우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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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12분 5초 뒤, 그러니까 내일 아침이면 각각 결혼과 이혼을 앞둔 두 커플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20대 존과 캣, 이혼을 앞둔 30대 잭과 캐서린.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 그들의 운명을 시험하게 되는데요. 2006년 런던 초연 이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이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선 굵은 연기와 음색으로 그동안 주로 대극장 무대에 서 왔던 김경선 씨가 캐스팅돼,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어느 햇살 좋은 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경선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내일 각각 이혼을 앞둔 커플과 결혼을 앞둔 커플의 이야기가 교차해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스포일러일 수 있어서...”

 

모르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를 공연 전에 인터뷰하는 건 참 힘듭니다. 뮤지컬<투모로우 모닝>을 2013년 국내 초연 때는 보지 못했고, 시놉시스나 보도자료도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고. 결국 김경선 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더 난감해지는군요. 보통 ‘스포일러가 포함됐다’고 밝힌 뒤 기사를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공연을 위해 기사를 희생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무대에는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함께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이거 2인극보다 더 힘들겠는데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게다가 배우 4명 가운데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배우자의 배신,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까지 했지만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한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니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배우가 독약을 꼭 먹어봐야 독약 먹은 연기를 하겠습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웃음). 연출님을 비롯해 제작진 중에 결혼한 분들이 본인의 경험을 많이 꺼내주셨고요.”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참여하시는 거죠?


“그래서 떨려요, 오랜만에 관객들을 코앞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까. 주로 반전을 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오랜만에 한 호흡을 가지고 쭉 가는 역할이라 해보고 싶더라고요. 캐서린과 나이대도 비슷해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체구가 작은데 큰 역할을 하다 보니, 몸도 그렇고 에너지도 크게 쓰는 게 많이 배여 있나 봐요. 저는 잘한 것 같은데, 연출님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노트를 많이 주시더라고요(웃음). 뭔가 크게 쓰는 것들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캐서린이 편집장, 커리어 우먼으로 적혀 있던데, 인물은 여전히 강한 편이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캐서린은 이른바 잘 나가는 여성이지만 남편에게 상처받은 여자예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마지막에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캐서린의 다른 면도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나름 연기 변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창법이나 음색 때문인지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셨잖아요.


“저희 엄마가 늘 말씀하세요. ‘쟤 참 순한데(웃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데, 어릴 때부터 <시카고>를 했잖아요. 벌써 10년이 됐으니까. 그러다 보니 <시카고>의 마마 모튼이 제 이미지가 된 부분도 있고, 한편으로는 저에게 그런 면이 있으니까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음색 역시 <시카고>가 변조의 시작이었거든요. 그전에는 그렇게 낮은 음을 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투모로우 모닝>이 색다른 도전이기도 해요. 쇼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대사의 연장이고 감성적인 곡들이라서 다른 창법을 써야 하거든요. 깨끗하고 담백하게.” 

 

<투모로우 모닝>에서는 가장 선배네요?


“그렇게 됐더라고요. 항상 파트너가 대선배님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저보다 어린 배우들과. 잭 역이 김보강 배우인데 좋더라고요, 키도 크고 잘 생기고(웃음). 20대 커플과는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없으니까 관객 모드로 보게 되거든요. 존의 송유택 배우는 정말 잘하더라고요. 캣 역의 양지원 배우는 노래도 잘 하고 참 예뻐요. 예뻐서 살짝 미안하죠, 내가 뭐라도 해야 하나 싶고(웃음).”

 

무대에 딱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각각 20대, 30대잖아요. 작품의 성격도 그렇지만, 김경선 씨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게 될 것 같은데요. 특히 여배우들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어떤 위기감 같은 게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예쁜 역할, 주연했던 여배우들은 엄마 역할을 하게 되면 많이 힘들어하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제가 전환할 게 뭐가 있습니까(웃음)? 김경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저는 점점 젊은, 어린 역할이 들어와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많이 못해 봐서 아쉬웠는데, 이제 제때를 맞은 거죠.”

 

작품의 성격도 그렇고,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하겠는데요?


“초반에는 연출님한테 ‘결혼을 장려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웃음). 그런데 연습을 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다 보니 ‘결혼은 해 볼만 하구나!’ 쪽으로 기울더라고요. 물론 가슴 아픈 일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도 사랑이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작은 해프닝 같아요. 안 겪어본 입장에서는 그런 해프닝만 너무 크고 무섭게 보이는 게 아닐까. 더 큰 게 있는데 말이죠. 이 작품을 볼 관객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최근 첫 번째 싱글 ‘이별, 색’도 발표하고, 가창력으로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도 참여하고... 올해 뭔가 변화가 많네요?


“그러네요. 사실 열심히 달리기만 했더니 작년에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비염 수술도 하게 돼서 좀 쉬었는데, 쉬다 다시 작업하니까 의욕이 넘치더라고요. 싱글은 예전부터 제의가 있었는데, 그간 캐릭터가 강한 인물만 연기하다 보니까 제 목소리로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표한 뒤에는 ‘너랑 안 어울린다, 왜 이렇게 잔잔한 노래를 했느냐’ 등의 반응이 있는데, ‘공연에서 들었던 소리가 아니라서 좋았다’는 분도 많고, ‘다른 사람 같다’는 말도 듣고... 방송도 (김)선경 언니, (남)경주 오빠랑 함께 섭외를 받았는데, 제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뮤지컬 1세대, 선배님 팀으로 들어가서 아쉬웠지만 재밌었어요(웃음). 쉴 때면 뭔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시간이 허락되면 발성에 대해서도 좀 깊게 공부해보고 싶어요.”

 

김경선 씨가 바라는 ‘투모로우 모닝’은 어떤 건가요?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네요(웃음). 제가 날씨를 많이 타요. 햇살이 좋은 아침은 정말 개운하고 행복한데, 우중충한 날은 하루 종일 힘들거든요. 내일 아침은 항상 반짝반짝 맑은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도! 그리고 어떤 작품의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김경선에게는 어떤 걸 맡겨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는 되고 싶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배우, 제작진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는 게 어제도,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제 목표예요.”

 

원래 성격인지, 아니면 지금껏 맡아왔던 캐릭터 때문인지 인터뷰로 만난 김경선 씨는 시원시원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리고 수줍음 많은 모습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껏 강해 보이지만 여느 여인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투모로우 모닝>의 캐서린처럼 말이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김경선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5월 30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됩니다. 작품을 위해 희생된 이번 기사, 공연을 본 뒤 다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들려주는 색다른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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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유독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나라면 내일(5.25)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앞두고 있는데 오늘 인터뷰를 하지는 않을 것 같고, 나라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5년 넘게 칼럼을 쓰지도 못했을 것 같고, 나라면 트로트 가수와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궁금했던 그녀, 바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입니다. 국내에는 흔치 않은 30대 여성 스타 피아니스트, 그만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손열음 씨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투어 중이에요. 한국에서는 부산, 통영, 대전, 서울에서 공연이 있는데, 그 전에 파리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파리 공연 뒤에 잠깐 독일 하노버 집에 들렀다 지난주에 한국에 왔어요.”

 

지난 4월만 해도 국내에서 다양한 무대에 섰고, 6월 10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손열음의 음.악.편.지>두 번째 공연을 이어갑니다. 도대체 1년이면 몇 개 도시에서 몇 회 정도 연주를 하는 걸까요? 체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솔직히 내일 공연이 있으면 저는 전날 인터뷰는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웃음). 


“둘 다 나쁜 편은 아니에요(웃음). 체력은 타고난 게 있고, 집중력은 편차가 심해서 일할 때는 무섭게 하고, 쉴 때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거든요. 글쎄요, 1년에 20~30개 도시에 가나... 연주는 50~60회 정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같은 레퍼토리로 이미 몇 개 도시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지금 좀 여유가 있는 거죠.”

 

협연을 많이 하니까 각 팀의 특징도 파악이 되겠네요.


“맞아요. 사실 독일이나 미국 악단과는 연주를 많이 해봤는데, 프랑스 팀은 처음이에요. 재밌는 게 유럽의 나라들은 다 붙어 있는데도 스타일이 정말 달라요. 독일 사람들이 깊이를 추구하는 면이 크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멋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조금씩 다른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연주자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맞추는 게 재밌기도 해요. 음악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는 맛이 있거든요.”

 

익숙한 것보다는 색다른 걸 좋아하나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재작년 출간한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바탕으로 꾸며지는 <손열음의 음.악.편.지> 시리즈 공연은 꽤 즐겁게 준비하시겠는데요?


“연주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가장 재미없다고 느끼는 게 매번 똑같은 거예요. 똑같은 협주곡을 5번 연주해야 한다면 저도 모르게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죠. <손열음의 음.악.편.지> 시리즈 공연은 롯데문화재단에서 제안하셨는데, 우리나라는 클래식 시장이 오래 되지 않아서 저변이 넓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음악회가 유명 연주자나 인기곡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번 무대는 참신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자리라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6월 10일이 두 번째 공연인데 가수 박현빈 씨가 출연하더라고요. 클래식 연주자들이 국악이나 대중음악 하는 분들과 함께 공연하는 건 봤어도 트로트 가수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 책에 트로트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롯데문화재단에서 제안하셨어요. 사실 트로트를 찾아듣지 않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면이 있잖아요. 트로트가 한국 가곡보다는 한국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왜냐면 과거 가곡은 서양음악에 한국 가사만 붙인 거라서 괴리가 있는 반면, 트로트는 한국 정서의 결정체니까. 박현빈 씨는 성악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음악회가 낯설지는 않을 것 같고, 클래식 음악도 불러달라고 요청은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물론 박현빈 씨의 히트곡도 함께 전해 드릴 예정이에요.”

 

클래식계가 보수적이잖아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니’ 라는 말이 나올 법 한데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상관하지 않아요. 그리고 솔직히 클래식계가 누구를 칭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신경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좋아하실 텐데 아직 접해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균형의 문제잖아요. 제가 이런 공연만 하는 게 아니고 정통 클래식 연주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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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기준은 있다는 말씀이네요?


“지금까지는 제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봤어요. 해보고 싶은 곡, 해보고 싶은 형식, 해보고 싶은 장소 등. 그래서 후회 없어요. 20대가 탐색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걸 바탕으로 진짜로 원하는 걸 선별하려고 해요.”

 

진짜로 원하는 게 뭔가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일단 한국에서 고착화된 클래식 음악회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독일은 뛰어난 작곡가들의 조국인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이제는 정말 다양한 기획으로 관객들을 유도해요. 요즘은 즐길 거리가 너무 많으니까 좋다는 걸 잘 알려주지 못하면 멀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또 음악회에 가면 빈 무대에 사람이 나와서 말도 없이 인사만 하고 연주하고, 말도 없이 들어가잖아요. 관객들은 그 사이사이 불편하고. 100년 정도밖에 안 된 전통인데도 절대 바뀌면 안 되는 형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해요. 그리고 이른바 스타 연주자들의 프로그램을 보면 제가 생각할 때는 그야말로 본인 장기자랑 같아요. 곡들 간에는 그 어떤 내러티브도 없어요. 저처럼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한테는 좋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지 않는 일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클래식 연주회에는 서사가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물론 클래식 음악을 원래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연도 제대로 하고 싶고요.”

 

이런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손열음 씨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기존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만났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그냥 음악 하는 청년 같아요(웃음). 세대가 바뀐 걸까요?


“엄청 좋은 말인데요(웃음). 제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와 비슷해요. 그런데 세대가 바뀌었다는 말도 맞을 거예요. 사람들도 달라졌지만 생태계가 바뀌면서 클래식 음악계도 무척 치열해지고 저희도 생활형 인간이 되고 있거든요. 다들 스스로 짐 끌고 여기저기 연주하러 다녀요(웃음).”  

 

수많은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수많은 도시에서 연주하고. 그 치열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만큼 많은 도전이 필요했다는 얘기네요. 늘 새로운 자리라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적응될 만하면 떠나야 하고, 피아노는 제 악기를 쓸 수도 없잖아요. 바이올린이나 성악 하는 분들은 반주자가 따라 다니지만, 저희는 항상 혼자고요. 하지만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걸 싫어했는데, 무대에서는 편안했어요. 그만큼 무대가 저한테는 특별한 공간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활동한 만큼 외로울 법도 한데, 지금은 하노버 집이 더 편한가요?


“한동안 외로움을 느꼈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일인데, 저는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더 혼자 있고 싶어 해요. 그런 차원에서 하노버가 더 편하죠. 그곳에서 저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고,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니까요. 조용하고, 모든 속도가 느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게 다 안 돼서 좋고요(웃음). 한국에 오면 여러 가지로 편하지만, 모든 게 되니까 내가 원하는 게 바로바로 안 되면 화나잖아요. 그래서 조급해지는 면이 있어요. 하노버는 뭘 해도 다 안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피아니스트로서 열심히 달릴 시기잖아요. 마지막으로 각오를 들어볼까요?


“네, 꿈이 있으니까. 일단 콩쿠르는 저를 알리는 계기였고, 유럽 시장에 진입한 지는 얼마 안 됐다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서바이벌, 자리를 잘 잡는 게 저의 목표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제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무언가 전해드리는 공연이나 일을 하고 싶어요. <대관령 국제 음악제> 같은 경우 정경화, 정명화 선생님을 도와서 부감독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데 잘 조력하고 싶고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는데, 음반이 출시되면 올해 안에 다시 음악회로 찾아뵙고 싶어요.”

 

‘열매를 맺음’이라는 뜻의 ‘열음’. 국어선생님인 어머니가 직접 지은 한글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손열음 씨와 1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름대로 다양하고 재밌는 열매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어떤 열매들을 맺어갈지 기대되고요. 6월 10일 <손열음의 음.악.편.지>두 번째 공연이 끝나면 다시 하노버로 돌아간다는 손열음 씨. 하지만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 번째, 네 번째 공연, 그리고 또 다른 정통 클래식 연주회로도 무대 위 손열음 씨를 만날 수 있겠죠. 그렇게 그녀의 음악편지는 앞으로도 반갑고 정겨운 얘기들로 채워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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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애교 많고 귀여운, 뮤지컬 의 배우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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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리틀잭_잭 정민 (1).JPG

 

토크쇼로 진행되는 TV 예능프로그램의 묘미 중 하나는 유명인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로만 만나던 배우들의 개인적인 생각과 뜻밖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때면 그 재미는 더욱 커지는데요. 인터뷰도 그런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의 본래 성격이 묻어나는 면도 있지만, 무대 위와 밖의 모습이 매우 다른 배우들도 많거든요. 오늘의 주인공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대 위에서는 이른바 상남자에 온갖 멋진 모습은 다 보여주는데,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컵받침이 귀엽다며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애교와 귀여움을 가득 품고 있는 배우 정민 씨 얘기인데요. 뮤지컬 <리틀잭>재연을 앞둔 정민 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가끔 ‘저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이 작품 못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 이해가 가요. 그래서 저도 힘들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참여하는 것 같아요.”

 

정민 씨는 2년 전쯤 만났는데, 인터뷰를 위해 최근 근황을 검색하다 보니 쉬지 않고, 참 열심히 무대에 섰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습니다. 공연은 라이브인 만큼 참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일정이 명확하게 겹치는 공연이 가장 큰 고민이에요. 어떤 걸 할지 선택해야 하잖아요. 제 첫 번째 기준은 ‘함께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모두 좋을 경우 또 고민이죠(웃음). 솔직히 작품은 잘 안 봐요. 그건 만들어가는 거라서 정말 안 좋은 대본으로 좋은 공연을 올린 경험도 있고, 사람이 좋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공연이 잘 나온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그런 건 제작비도 필요 없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뮤지컬 <리틀잭>은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시는데, 잭으로 캐스팅된 네 명의 배우 가운데 가장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다른 배우들과는 이미지가 좀 다르잖아요. 보통 무대에서 남성스러움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고요.


“왜요, 제 공연 재밌어요(웃음)! <리틀잭>은 잭이 혼자 끌어가는 작품이라서 배우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져요. 공연 보면 배우들 실제 성격이 딱 나오더라고요. 저는 사실 평소에는 이른바 상남자가 아닌데, 무대에서는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아니까 연기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면이 있어요. 원래는 애교 있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거 좋아해요.”  

 

실제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좀 더 편한가요?


“자기 성격을 토대로 표현하는 게 가장 편하기는 하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허세를 부릴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재밌기는 해요. 무대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허락된 거니까.”

 

그럼 김경수, 유승현, 김지철 잭은 각각 어떤 느낌인가요?


“제가 줄리라면 승현 잭은 어느 집 막내와 연애하는 기분이 들 것 같고, 경수 잭은 첫째? 뭔가 책임감, 무게감을 갖는 그런 인물과 연애하는 기분일 거예요. 저는... 둘째(웃음)? 형이 없을 때는 첫째처럼 굴고, 막내가 없을 때는 애교 떠는 그런 잭이요. 김지철 씨는 아직 성격을 모르겠어요.”

 

2017리틀잭_잭 정민 (3).JPG

 

솔직히 좀 올드하고 뻔한 내용인데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거죠. 라이브 밴드는 과거에도 지금도 항상 사랑 받잖아요. 그 매력이 99%라고 생각해요. 잭의 넘버가 10곡 정도 되는데도 신나고 재밌으니까 공연 때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음악 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겠어요. 밴드 공연은 나름의 힘이 있어서 웬만해서는 평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관객들을 극장까지 오게 하는 게 힘들지만, 일단 오면 성공이라고 봐요.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굵직한 배경들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고 힘들어하고 재기에 성공하는 과정은 일상적이니까 공감도 가고, 마지막에는 눈물도 좀 있는 공연이고요.”

 

초연 때부터 참여했으니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잘 아실 텐데, 달리지는 면이 있나요?


“잭과 줄리의 이야기가 많이 보완됐어요. 함께 무대에 서는 장면이 늘어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보다 기타를 잘 치지 않을까(웃음). 작년에 승현이랑 무척 고생했어요. 경수는 실용음악 전공해서 원래 잘 쳤는데, 저희는 군대에서 몇 번 만져본 정도였거든요. 열심히 연습했더니 기타는 어느 정도 되는데, 노래랑 같이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공연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서 하차하려고 했는데, 개막 딱 2주 전에 됐어요. 그 뒤로 따로 기타를 배우지는 않았는데, 연주를 하게 되니까 집에서도 항상 기타를 꺼내놓고 자꾸 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작품이 다시 공연될 줄 몰랐는데, 넘버들은 계속 연주를 해온 거죠. 문제는 지철 씨가 연주를 굉장히 잘한다는 거예요. 비교되잖아요. 너무 잘 하면 ‘거기서 그렇게까지 잘 하면 안 되지. 정해진 대로 하자!’고 할 거예요. 제가 형이니까(웃음).”

 

이 작품이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했는데,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


“명확하게 있어요. 첫사랑의 이미지, 그때 공기 온도와 냄새까지 기억해요.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 기분이 좋아서 뛰어갔거든요. <리틀잭>에서 ‘나올래요’라는 넘버가 있는데, 이 노래 부르기 직전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딱 사랑이에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거든요.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서 작품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돼요. 뭔가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느낌은 명확히 알고 있으니까.”

 

객석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에 말씀도 많은 편이잖아요. 문득 무대 위에서 작품에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웃음).


“저도 신기해요. 제가 좀 산만하거든요. 한꺼번에 단어가 너무 많이 떠올라서 버퍼링이 많이 걸려요. 번쩍하고 떠오른 것들을 빨리 다 전해주려고 하니까. 그래서 대본이 좋아요. 말 할 순서를 정리해서 정해준 거니까요(웃음).”
 
<리틀잭>은 잭에게 애드리브가 꽤 허용되는 작품인데, 삼천포로 빠지거나 공연시간이 길어진 적은 없나요?


“맞아요, 제가 수다를 좋아해서 연습하면서 무척 신경 썼던 부분이에요. 그래서 ‘나 어디까지 했죠?’를 많이 내뱉었죠(웃음). 마지막에 눈물이 있다 보니까 해피엔딩인데 자칫 잘못 넘어가면 새드엔딩이 돼 버리거든요. 대본에서 주요한 부분은 놓치면 안 되니까 쓸데없는 애드리브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철들지 않는 비결이 뭐예요?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나이 까먹고 있었는데... 어릴 때는 오히려 많이 소심하고 뭐든 조심스러워 했는데, 달라지려고 노력하면서 성격도 바뀌었어요.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긍정적이고, 제 별명이 ‘예스맨’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철들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요(웃음).”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느껴지시나요? 정민 씨를 작품으로만 만났던 관객이라면 무대 위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텐데요. 장난기 많고, 산만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작품이나 캐릭터 분석은 명확한 모습이 배우로서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아마도 잭을 통해 배우 정민 씨의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고요. 정민 씨는 7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리틀잭>외에도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사의 찬미> 등으로 하반기에도 이미 빼곡하게 들어찬 일정을 알렸습니다. 때로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게 배우의 즐거움 아니겠느냐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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